[사설]6·15 공동선언 이후 15년에 목도하는 한반도 현실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6·15 공동선언 이후 15년에 목도하는 한반도 현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6. 14.

15년 전 오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선언을 발표했을 때 시민들은 하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남북이 대립의 시대를 마치고 화해와 교류의 새로운 연대기를 써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 확신과 희망대로 남북은 당국 간 정례적인 대화를 했다. 남북 민간 교류가 시작되었고,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남북 간 끊임없이 대화·교류를 해야 하며,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은 바로 6·15 공동선언 이후의 일이다. 대화가 끊기고 교류가 단절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게 된 것도 공동선언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남북 간 적대감이 고조되는 오늘의 한반도 현실을 비정상적이라고 여긴다면, 그것 또한 공동선언에 빚진 결과이다.

그러나 공동선언은 오랜 남북 화해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아니었다. 미래의 남북 화해를 저절로 보장해주는 안전판도 아니었다. 공동선언일은 첫 연평해전이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군사적 충돌에도 남북이 의식적으로 노력한 데 따른 결실이었다. 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한 지 열나흘째 날에는 제2차 연평해전이 발생했다. 그래도 남북은 대결 상태로 돌아가는 대신 화해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10·4 선언을 할 수 있었다. 6·15 선언은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소홀히 하면 한순간에라도 선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남북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언은 줄기차게 대화와 교류를 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야 했다.

광고

615공동선언 15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 천도교 본당 앞에 대학생과 시민 천여명이 모여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행사를 열고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북한은 선언 이후 세 차례 핵 실험을 했고, 천안함을 공격했고, 연평도를 포격했다. 두 번의 남북정상 선언을 무력화할 수 있는 도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화의 복원이 필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록 실패했지만 꾸준히 비공개 접촉을 갖고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 그게 평화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최소 요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는 그런 책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남북 대립이 대화보다 쉽고 인기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선언 15년이 지나서도 한반도가 이런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