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된 재활용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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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분류된 재활용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1. 15.

부모님과 함께 살던 때, 재활용 처리는 50 50의 경우로 내 차지였다

주부 특유의 한 푼이라도 아껴보시겠다는 어머니의 의지는 돈으로 줘야 하는 쓰레기봉투에까지 영향력을 미쳤고, 때문에 분리수거는 어머니에게는 꽤나 사활이 달린 문제였다.
한꺼번에 이것저것 쌓인 재활용 용품들을 들고 매주 목요일에 터덜터덜 아파트 입구로 내려가 분리작업을 하고 있자면 도대체 내가 이렇게 열심히 분리하는데 제대로 그 뜻 그대로 활용이 다시 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무엇보다 분리하는데 항상 헷갈리는 플라스틱 종류들
, 예컨대 페트병과 그 뚜껑은 따로 분리 해야 하고 요거트 병은 또 다른 자루에 넣어야 했는데 언젠가 몇 개의 분리했던 자루들이 한 자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더더욱 의심은 깊어져만 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환경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도 저렇게 철저히 재활용을 하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좀 고민할 것 같다
. 하지만 어쩄든 본의 아니게 재활용에 대해 체득을 하고 미국으로 왔다.

이곳은 그야말로 일회용 쓰레기의 천국이었다

내 상식을 다른 곳에 적용시키는 것처럼 무식한 일이 없지만 그래도 얘네들은 해도 너무했다. 물자는 넘쳐나고, 땅도 넘쳐나고, 실용주의적인 마인드가 합쳐져 어마 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나오고 대체적으로 그것들은 하나의 아주 커다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학기가 시작하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모이는 만남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수의 공원만큼의 잦은 피크닉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절정을 이뤘다.

일회용품에 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고 후하기 그지없다
. 그에 반해 일회용품을 아예 쓰지 않은 사람들은 지독할 정도로 쓰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 학교에 상당 수가 이런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다양성, 그에 대한 존중이 이 나라의 힘이긴 하지만, 역시 환경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외부에서의 관섭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떤 문제를 막기 위한 행동이 선택적일 때 그 결과 역시 선택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보통 환경 문제는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재앙과 비슷한 것이니까 말이다.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에 있어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의 경우에는 시민들의 행동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경우가 많고, 자본 혹은 인프라가 가능한 나라의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단연 후자다

물론 최근에 들어와서 어느 정도의 규제가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재활용 관련한 산업이 먼저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은 오논다가 카운티에서 법률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적으로 법적으로 집행력이 있지는 않다. 실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은, 뉴욕주의 경우 페트병에 환경 추징금을 받기 시작한 것인데 이제야(올해 초반부터)시작되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재활용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재활용문제에 있어서는 주법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예컨대 콜로라도주의 경우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한 편이고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쓰레기수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지만, 위에서 밝혔다시피 뉴욕주는 상대적으로 쓰레기 배출에 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시러큐스
(오논다가 카운티 내)의 재활용 현황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재활용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물론 살고 있는 시민, 정부, 오논다가 카운티 자원 재생 기관(오크라 ; OCCRA: Onondaga County Resource Recovery Agency), 쓰레기 처리 기관(WM, Waste Management) 그리고 전자기구들의 재활용을 맡고 있는 개인 사업체, 메이븐(Maven)이다. 이렇게 시민 외에도 4곳이 시라큐스의 재활용 문제에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OCCRA(
오크라)는 일종의 정부대행 기관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재활용 문제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오크라는 WM(쓰레기 관리)가 각 거주지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의 수거를 위탁해 대부분의 재활용 물품에 대한 처리를 도맡아 한다.
전자기기 같은 경우에는 오크라에서 메이븐으로 다시 넘어가게 된다. 여기서 정부는 오크라에 자금을 지원하고 WM와 더불어 일반 쓰레기 수거를 한다. 큰 사이즈의 쓰레기는 정부에서 담당하지 않고 오크라에서 처리하거나 다른 개인 산업체(메이븐이라던가)로 넘어간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 시민이 자신의 재활용 쓰레기가 어떻게 재활용이 되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이런 주먹구구식의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넘기는 과정으로 인해 불가능에 가깝다. 오크라에서는 또 다른 업체를 선정하고 그 곳에서 최종적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재활용 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하여간에 복잡하다.

보통의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재활용품 처리에 관련한 산업 혹은 과정은 상상이상으로 복잡하다. 

우리나라의 재활용품 처리 문제와도 연관된다. 열심히 재활용품 분리를 하지만 이 분리된 물품들이 그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행인지 이 곳의 재활용 공장은 상당히 최신식이라 내 손으로 분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분리되는 하나의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곳에 도착만 하더라도 재활용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곳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분리될 경우 요거트 병을 종류별로 분리한 것이 정말로 각자 다른 곳으로 가는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물론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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