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개념 '나뭇잎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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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미국의 신개념 '나뭇잎 화장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2. 7.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일들이 일어날 떄면 한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해보기도 전에 빠져들기 쉬운 자기 변명같은 패배감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삶은 남이 이끄는 대로 혹은 사회가 정해놓은 대로 쉽고 간편하게 따라 간다.
그러다가 어떤 큰 사건, 위에서 말한 전쟁이라던가 자연재해 같은, 이 직접 자신에게 닥치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분노한다.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왜!





슬프게도 바쁜 현대인들은 
그 바쁜 와중에서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유죄가 된다.
당신이 내가 아무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 구름 속을 헤집는 것 같은 담론들을 공부하면서 배운 것은 단 하나다. 똑똑한 사람들이 이미 했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체화시키는 것, 세상에 내일 멸망해도 사과나무 하나를 심겠다라는 마음 가짐.

이런 건 사실 쉽게 흘러버리기쉽다. 나같이 도시에 태어나 어려움없이 살아온 인간에게는 수단에서 총구가 나에게 향하고 협박을 받아도 그것이 내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구 저런.'

그럼에도 바뀔 것 같지 않은 것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을 보면 감동받는다. 그들의 현실에 혹은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에 새삼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감각이 요동치는 것이다. 아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M 은 환경주의자고 디스코 음악을 좋아하고 동성애자다. 그가 하는 연구는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자연자원의 낭비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이다. 자기자신은 무슨 어디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으로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실감없는 캐릭터면서  연구 내용은 완전 현실의 땅에 굳게 뿌리내렸다.
A는 네델란드에서 유학온 역시 동성애자 친구다. 네델란드에서 어쩌다가 환경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친구가 하는 연구는 여성 생리용품의 환경적 영향이다.

이 두 명의 연구가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전 연구와 이들와 연구의 다른 지점은 그들은 자신의 연구가 좀 더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재 그들이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한 번 쯤 그 대안을 생각해보고, 나아가 각자의 삶에 직접 적용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통제하는 데에는 공자 선생님도 사십년이 걸렸는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에게 항상 자극을 받는 것은, 그렇게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랄까.

M은 일본에서는 꽤나 유행하고(?) 있다는 화장실 콤포스트를 현재 미국의 화장실 문화의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예전에 말했던 미국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집 앞 잔디밭의 아이러니’와 맞물린다.




지금과 같은 화장실 디자인은 위생에 대한 관념의 발전과 연관된다. 
유럽에서 18세기 이후 발전된 상하수도의 시작은 물의 흐름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을 축소시켰다. 큰 자연에서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와버린 깨끗한 물과 더러운 물의 분리는,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 가속되어 현재의 화장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과 변기에서 내려가는 물이 같은 것이라고 인지하게 어렵게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변기에서 한 번 물을 내릴 때의 양은 약 9-15리터, 우리가 하루 종일 마시지도 못할 양(1.5리터는 마시나?)의 물을 버리고 있다.

컴퍼스트(Compost)는 대략 우리 예전 재래식 화장실과 현재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통의 중간쯤에 있는 무엇이다. 
너무 환경 친화적인 느낌이라 사람들이 처음에는 저어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세련되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접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역시 돈 들여서 현재의 편리함을 어떻게든 이어 나가겠다는 발상은 여전히 불편하다(하지만 솔직히 나도 내 편리를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사용했을 때 불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이제야 이 컴퍼스트 토일렛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단계지만, 그 개인들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화장실을 없애고 새로 콤포스트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것은 집 앞의 잔디밭이 아닌 자연스러운 화단의 관리와 이어져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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