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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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샤오미의 속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3. 15.

지난달 중국에 부임한 후로 샤오미 제품을 여러 번 구입했다. 국내에서는 보조배터리로 유명하지만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TV를 비롯해 전자제품 회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나 여행 가방까지 판다. 맘만 먹으면 웬만한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은 샤오미 제품으로 채울 수 있다. ‘중국산’ 느낌이 나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에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까지 좋으니 자꾸 사게 됐다. 필요한 물건을 다 채운 후에도 꽤 자주 샤오미 홈페이지를 기웃거렸다.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이나 마우스 패드는 쓰던 것이 있는데도 ‘예쁘다’는 이유로 새로 샀다. 중국 브랜드를 무시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예뻐서 산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면 살수록 놀라게 된 것은 샤오미의 가격이나 디자인이 아니라 속도였다.

오전 8시16분에 주문한 정수기는 두 시간 후에 물류 창고를 출발해 오후 5시43분 집에 배송됐다. 오전 10시에 결제한 공기청정기도 오후 6시 전에 도착했다. 오전에 주문한 제품은 어김없이 당일 오후에 배송됐다. 대도시 베이징이라 물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놀라운 속도다. 툭하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답답한 베이징 교통상황을 생각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수기는 설치 서비스를 추가했다. 전용 수도꼭지를 들고 온 설치기사는 한참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굳이 교체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수도꼭지 비용은 받지 않았다. 다음날 샤오미 고객센터는 전화로 “설치 서비스에 만족하느냐” “불편한 점은 없었냐”고 물었다. 중국 제품이 가격은 싸지만 서비스는 볼품없다는 편견은 여지없이 깨졌다. 싸고 디자인도 세련된 데다 좋은 서비스까지 갖췄다.


샤오미의 CEO 레이쥔이 11월 24일 새로 출시한 레드미 노트3, M패드2를 소개하고 있다._연합뉴스


레이쥔(雷軍·47)과 함께 샤오미를 공동 창업한 리완창(黎萬强·39)은 <참여감>이라는 책에서 “신속함이야말로 좋은 서비스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사용자들이 서비스와 관련해 가장 바라는 점은 빠른 배송, 즉각적인 응답, 신속한 문제 해결이라는 것이다. 샤오미는 ‘24시간 내 배송’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여러 군데의 물류 회사와 배송 서비스 업그레이드 계약을 체결했다. 배송업체를 선정할 때는 신속이 최우선, 비용은 그 다음이다. 물류 창고도 6개에서 10개로 늘렸다.

고객서비스 업무를 하는 직원 중 자체고용 비율도 40%에서 75%로 올렸다. 가까운 시일 내에 100%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리완창은 “샤오미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샤오미라는 기업의 일원일 때 더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의를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샤오미 보조배터리는 2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1만mAh가 넘는 고용량 사양을 갖췄다. 샤오미 제품이 한국 보조배터리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지난 1월 하루 동안 300대 한정 판매된 샤오미의 훙미노트3는 1시간 만에 다 팔렸다. 공기청정기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7시간, 15시간 만에 1000대씩 팔아치웠다.

그럼에도 한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샤오미 앞에 ‘대륙의 실수’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예상 밖의 품질에 감탄하면서도 무시하는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아직 서비스의 질은 한국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확신도 있다. 샤오미는 1시간 내에 수리가 끝나지 않으면 미안하다는 의미로 상품권을 제공한다. 그만큼 서비스에 자신감이 있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아직 본격적인 시작을 안 한 것이다.

한국 내 유통사 여우미는 지난 2일 샤오미와 국내 총판계약을 완료했고, 수입사인 코마트레이드도 3일 샤오미와 정식으로 국내 총판계약을 맺었다. 긴장해야 할 것은 샤오미의 싼 가격이 아니라 빠른 배송과 신속한 서비스다. 단숨에 턱밑까지 추격한 그들의 속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박은경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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