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공포 마케팅보다 문제 해결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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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시론]공포 마케팅보다 문제 해결 전략 필요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3. 17.

2016년 연초부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지만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대응도 긴장 고조 행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북한은 1월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2월에는 광명성 4호라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2270호는 유엔 70년 역사상 비군사적 수단을 통한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상생의 상징인 개성공단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중국은 2270호의 성실한 이행을 공언하면서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강조한다. 강력한 대북제재와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군사훈련, 북한의 맞대응 무력시위 운운은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의심을 품어왔던 핵전력을 차례로 보여준다. 핵폭발장치 추정 물체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실험을 공개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높이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구축한 핵전력을 체계적·적극적·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선제공격적인 군사적 대응”, “선제타격 태세 진입” 등과 같이 대남 선제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리 정부의 대북독자제재에 대해 남북 간 경협·교류협력 관련 모든 합의의 무효 및 북한 지역에 있는 남측의 모든 자산에 대한 동결·청산을 선언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참관하에 진행된 스커드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에서 남해안의 주요 지역 및 거점이 타격 지점으로 표기된 ‘탄도 로켓 타격 계획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을 필두로 연일 북한의 변화를 압박한다. 북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방부를 비롯한 외교·안보 부처 관료들도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응징을 다짐한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예방전략은 없고 응징만 난무하다. 안보의 최우선은 예방안보이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_연합뉴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한반도 정세는 관련국들의 ‘말 대 말’과 ‘행동 대 행동’의 대결로 군사적 긴장을 예고한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65년 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아 왔다. 제재의 역사가 길면 견디는 면역의 시간도 길어진다는 역사적 경험을 보여준다. 2008년 6자회담이 중단된 이후 한·미·일의 대북제재 압박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로 이어졌다. 25년 동안 북핵문제의 전개를 되돌아보면 북한과 주요 이해당사국 사이의 협상이 문제 해결의 정답임을 보여준다. 대북제재와 압박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가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일정한 수위를 넘지 않도록 상황 악화 방지가 시급한 과제이다. 남북한 모두 3월과 4월은 국내 정치 일정이 빠듯하다. 우리는 총선정국이고 북한은 제7차 당대회 준비 기간이다. 양측 모두 공포 마케팅을 즐기고 있다. 공포 분위기하에서 대북압박과 제재에만 집중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제재와 압박, 냉철한 상황 관리,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 모색 등 3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상황 악화 방지와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에는 강력한 대북제재와 함께 대화를 통한 해결 모색이 포함돼 있다. 협상은 분위기 조성과 물밑 접촉, 그리고 동시행동의 원칙이 중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의 잠정 중단 선언, 남한의 개성공단 정상화 발표, 미국의 대북독자제재 잠정 중단 선언, 중국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위한 4자회담 제안 등 동시행동을 기대해 본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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