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쇠고기,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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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쇠고기, 독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9. 6.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미국을 향해 “미국산 쇠고기를 좋아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미국 상원의원들을 만나 “맛있고 싸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좋아한다”면서 “쇠고기 시장이 빨리 재개방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인준이 진전되기 바란다”고 말한 사실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이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1월 본국에 보고한 기밀문서에 실린 내용인데요. 한국을 방문한 대니얼 이노우에·테드 스티븐스 미 상원의원과 버시바우 대사가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 정몽준·박진 의원을 당선자 사무실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이 당선자는 그 자리에서 “쇠고기 문제가 FTA 인준을 비롯한 양국 간 현안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시장이 빨리 개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자리에 기자가 없으니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맛도 좋고 싸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러자 “안전하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위키리크스 전문(영어 원문) 보기


이 당선자는 또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지만 쇠고기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더욱 큰 잠재력을 가진 미 쇠고기 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는 “통일이 되면 (북한이라는) 또 다른 미 쇠고기 시장이 제공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2008년 7월 11일 경향신문 김용민 만평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버시바우 당시 대사의 쇠고기 관련 발언도 들어있다는데.

이상득 의원은 2008년 5월 촛불시위 때 버시바우 대사와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 의원은 “반쇠고기 정서가 반미 정서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미 쇠고기가 상점에 깔리기만 하면 논란이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정국을 뜨겁게 달군 국민들의 식품안전 우려와 검역주권 문제를 굉장히 가볍게 본 것 아닌가 싶습니다.

회동에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도 함께 있었는데요. 이상득 의원과 전여옥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정국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부유한 미국 유학파인 청와대 참모들은 시민들이 왜 집회를 하는지 모른다, 이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이 아닌데다 참모들도 국정운영 경험이 없어서 문제를 해결할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버시바우 대사에게 말했습니다. 두 의원은 또 “박근혜 같은 친미 보수주의자들이 이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촛불정국 때 미국 대사가 미국 정부에 “이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전문을 보냈다고.

버시바우 대사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6월16일 기밀전문에서 “이 대통령이 최악의 악몽에 놓여 있다”며 “이 시점에서 미국은 이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이 이 대통령을 돕기 위해서는 “한국 내 비판여론이 요구하는 쇠고기 재협상에 일단 동의를 해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SMA) 같은 민감한 이슈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미뤄줘야 한다”는 보고도 했습니다. 쇠고기를 한국에 팔기 위해 미 대사관과 미국 정부가 전방위로 이명박 대통령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렇게 이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계속 신뢰를 잃고 통치력이 약화되면 미국과 한국 간의 장기적인 ‘21세기 전략적 동맹’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버시바우 대사는 “이 대통령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위기타개책으로는 대국민 사과, 쇠고기 협상내용 개정, 청와대 진용개편” 등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버시바우 대사의 전문 사흘 뒤 청와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2008년 5월 5일 경향신문 김용민 만평 
 

-주한 미국 대사관이 한국 정부를 향해 FTA 홍보 자문까지 해줬다는데.

2006년 6월 버시바우 당시 대사가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을 따로 만나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청와대 당국자들은 그러자 버시바우 대사에게 “우리도 매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미 FTA를 미국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묘사해선 안된다며 좀더 긍정적인 윈-윈 논리를 펴라”고 청와대에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미 FTA를 하게끔 한국이 설득했다고, 한국의 독자적인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그 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한미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윈-윈’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특히 “미국으로 하여금 FTA를 협상하도록 설득한 한국의 독자적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한국 국민들을 위해, 한국 국민들의 여론을 받아들여 미국을 상대로 협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협상 대상인 미국 측 조언을 받아들여 국민들을 설득하려 했다는 얘기인데요. 이 내용을 보고나니 참 씁쓸합니다.

-독도에 대한 미국의 인식도 드러났다고.

한일 양국이 2006년 4월 독도 문제로 대치한 적 있습니다. 일본이 독도 근해 수역을 자기네가 조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갈등이었습니다.
당시 토마스 시퍼 주일 미국 대사는 “한국이 정신나간 짓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킬까 우려된다”면서, 독도 문제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퍼 주일 미 대사가 2006년 4월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벌어진 일로, 주일 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 등에 보낸 극비 전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시퍼 대사는 야치 차관에게 “일본은 국제법의 허용범위 내에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두둔했습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비합리적(irrational)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퍼 대사는 “미국은 한국이 미친 짓(do something crazy)을 하거나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독도 문제에서 미국은 일본 편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미국은 얼마전 일본해 표기를 단독 공식 표기로 인정한 데에서도 그렇고, 독도 문제에서도 한국보다는 일본 편에 서있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독도문제에 한국 정부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걸 미국측은 내심 못마땅해 해온 것 같습니다. 시퍼 대사가 일본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으로서 일본에 우호적인 입장일 수 있다는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저런 노골적인 발언에는 미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일본은 독도 해역을 조사하겠다 하고 한국은 국제수로기구(IHO) 소위원회에 독도 해저에 한국식 지명을 등록하겠다고 맞서던 상황이었습니다. 시퍼 대사는 한일 양측 모두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한다고 촉구했고, 그 면담 바로 다음날 야치 차관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의 갈등은 한일 양국이 서로 계획을 연기하면서 봉합됐지만, 이번에 공개된 전문을 통해 미국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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