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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여적]유럽 산불 그리스에서 초유의 산불이 발생해 아테네 인근 휴양도시 마티(Mati)가 잿더미로 변했다. 절벽 근처 한 건물에선 26명이 한꺼번에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탈출을 막았고 궁여지책으로 건물 안으로 피신했으나 불지옥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쫓아오는 불길이 너무 빨라 바다로 피신하기도 전에 죽거나, 구명보트가 뒤집혀 사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사망자만 100명 가까이 된다. 아비규환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제 더 안타까운 사실이 알려졌다. 시신들의 유전자를 감식한 결과 아홉 살 난 쌍둥이 소피아와 바실리키 자매가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발견된 것이다. 이들 네 사람은 서로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꼭 껴안고 있었다고 한다. 자매의 아버지는 앞서 SNS와 방송을 통해 “구조용 .. 2018. 7. 31.
[여적]신음하는 메콩강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관통하며 남중국해로 흘러든다. 길이 4909㎞. 동남아 최대의 강이며 아시아에서는 창장, 황허에 이어 세번째, 세계에서는 7번째로 길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나라들을 두루 적셔주어 ‘동남아의 젖줄’로 불린다. 메콩강은 오랫동안 원시의 강이었다. 상류는 산간 고원지대인 데다 교통이 불편해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인 란창강 조사를 시작한 것은 민국시대인 1914년이 처음이다. 중하류 지역의 동남아 국가들 역시 산업화가 늦어지면서 메콩강 개발이나 이용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메콩강에 포클레인이 들어선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중국이 앞장을 섰다. 메콩강 상류에 수력발전 댐을 건설하고, 댐 아.. 2018. 7. 27.
[정동칼럼]‘종전의 시작’을 선언하자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 협상을 다루는 분석틀 중에 양면게임(two-level game)이라는 것이 있다. 국제정치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내용이 될지 모르겠으나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흔히 국가 간 협상을 국가를 대표하는 협상 실무진 간의 협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실무진 간에 주고받기를 잘하여 서로 합의를 이루면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국가 간 협상은 이렇게 단선적으로 협상 실무진 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국가의 협상 실무진끼리 아무리 합리적인 타결을 보아도 그 타결된 안을 각기 국내의 이해 당사자에게 가져가 설득하지 못하면 그 안은 죽어버리고 만다. 특히 협상된 내용이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거나, 국내 여론의 .. 2018. 7. 27.
[사설]북한 미사일발사장 해체 시작, 미국도 상응 조치 취해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미국 현지시간)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 해체 시작’ 보고서에서 평북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위성사진 판독결과를 토대로 분석했다. 청와대도 이 동향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밝혔다.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핵심 시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곧 폐쇄할 것이라고 말한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바로 이곳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38노스의 관측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 관련 조치를 이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사일발사장 해체는 비핵화와 관련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못지않.. 2018. 7. 25.
하나의 학교, 두 개의 기숙사 우시(無錫) 직업기술대학교의 기숙사에 살고 있는 400여명의 학생들은 이달 초 학교 측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퇴거 명령을 받았다. 일주일 내로 기숙사를 비우고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현재의 기숙사는 재작년에 지어진 최신식이지만 이사 가는 곳의 시설은 매우 낙후됐다. 심야에는 온수가 공급되지 않아 샤워하기도 힘들다. 잘 지내고 있던 기숙사를 놔두고 후진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원래 살던 기숙사가 유학생 기숙사로 바뀐다는 것이다. 당초 6인실이었으나 2인실로 개조해 더 호화롭게 만들고 유학생들을 받겠다는 학교 방침에 학생들은 폭발했다. “못 나가겠다”는 학생들과 “당장 나가라”는 교직원 측이 충돌했다.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너희 것이 아니라 학교 것이.. 2018. 7. 25.
[여적]‘보물선’ 돈스코이호 러일전쟁에서 잇단 패전으로 패색이 짙던 러시아는 1905년 함대 파견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 그해 5월27일 러시아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지휘하는 발틱함대는 대한해협에서 일본과 최후의 결전을 벌였다. 결과는 마찬가지, 러시아의 참패였다. 전함 38척 가운데 19척은 격침되고 7척은 나포됐다. 본국으로 돌아간 배는 3척에 불과했다. 이 와중에 ‘보물선’ 침몰 사실이 제기됐다. 당시 도엔스키 해군 중장은 ‘150조원어치의 금괴를 싣고 있던 드미트리 돈스코이호가 일본 군함의 추격을 받던 중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기록했다. 전사(戰史)의 기록이 너무 뚜렷해 보물선을 찾으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1980년대 초 일본은 쓰시마섬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러시아 함정의 선체와 함께 금괴 .. 2018. 7. 19.
트럼프 ‘재떨이 외교’의 위험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6박7일에 걸친 유럽 순방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트럼프식 정상외교의 특징과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18개월 동안 21개 나라를 방문했다. 10개국은 다자 국제회의를 위해 찾았고, 11개국은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같은 기간 23개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8개국을 방문한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순방 횟수는 적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첫 순방국으로 택했고,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기존 미국 외교의 패러다임을 거부한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며 동맹 .. 2018. 7. 18.
[기자칼럼]젠더 앤 더 시티 30~40대 여성이라면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미국 드라마 가 올해로 첫 방송 20주년을 맞았다. 1998년 6월6일 처음 방송된 이 드라마는 뉴욕에 사는 싱글 여성 캐리와 샬럿, 미란다, 서맨사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뉴요커의 삶을 비현실적으로 화려하게 포장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진취적이고 당당했던 주인공들의 모습은 전 세계 젊은 여성들이 뉴욕과 뉴요커를 동경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드라마 속 뉴욕은 여성들의 꿈이 실현되는 도시였다. 에서 똑 부러지는 변호사 미란다를 연기했던 배우 신시아 닉슨은 실제 뉴욕을 멋진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3월 닉슨은 뉴욕 주지사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는 9월 당내 경선에서 현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를 이기면 11월 중간선거에 민주당 후.. 2018. 7. 17.
[사설]북·미 미군유해 송환·발굴 합의, 비핵화 논의로 이어져야 북한과 미국의 군당국이 15일 장성급회담을 9년여 만에 열어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유해 송환 및 발굴 작업을 11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16일 실무회담을 열어 유해 송환과 관련한 세부절차를 협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생산적이었고 협력적이었으며 확고한 약속들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제4항 유해 송환 합의에 따른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돼 있다. 양측이 공동성명의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기로 한 것은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신뢰구축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미국은 ‘단 한 명의 군사도 적진에.. 2018.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