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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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108

무농약 와인 1999년 프랑스 남부 미요에서 맥도널드 매장을 트랙터로 밀어버린 조제 보베 이후, 농부가 일간지 르몽드의 1면에 등장하는 건 좀처럼 드문 일이다. 2월24일자 르몽드 인터넷판 1면에 검은 수트(양복)를 입고, 지지자들을 향해 멋지게 손을 흔들며 등장한 남자는 부르고뉴 지방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지불로 에마뉘엘이다. 그는 자신의 포도밭에 농약을 살포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날 법정에 섰다. 1985년부터 구축해온 유기농법으로 포도농사를 지어오던 그가 갑자기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된 건 지난해 6월쯤. 부르고뉴 행정당국이 포도나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 이 지역 포도농가 전체에 농약 살포를 강제로 명령하면서부터다. 유기농산물 라벨(표시)을 유지하면서도 쓸 수 있는 농약은 단 .. 2014. 2. 25.
리베라시옹 몰락 혹은 부활 ‘우리는 신문입니다.’ 이것은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지난 토요일 1면에서 외친 절규다. 리베라시옹은 르몽드, 피가로와 함께 프랑스 3대 언론인 동시에 종이 신문이 갖는 난.망한 운명을 고스란히 지고,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또 한마리의 길 잃은 양이기도 하다. 4년 전, 르몽드지에 닥쳤던 시련은 리베라시옹의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중이다. 지난해 15%의 판매부수 급감은 100만유로의 적자를 남겼고, 사측과 주주, 노조는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논의되어 오던 내용과 무관한 주주들의 일방적 ‘미래 플랜’이 협박장처럼 날아든다. 그 구상은, ‘리베라시옹’이란 상표를 내건, 새로운 사업 프로젝트이다. 파리 중심에 있는 사옥은 레스토랑, 바, 소셜네트워크용 콘텐츠 제작, 크리.. 2014. 2. 11.
올랑드의 커밍아웃 혹은 배반 대통령 사생활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2주간의 소동은 지난 토요일 프랑수아 올랑드가 개인 자격으로 발표한 발레리 트리발리에르와의 관계의 공식 단절(결별 선언)로 일단락되었다. 올랑드의 새 연인에 대한 보도가 나간 후, 프랑스인 과반 이상(54%)이 향후 대통령의 동반자에 대한 그 어떤 공식적인 지위나 예산도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더 이상 유사한 사건이 일으킬 어떤 종류의 피곤함도 사양하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 어떤 법 조항에도 없었으나, 슬그머니 관례로 자리잡아 왔던 대통령의 동반자를 위한 적잖은 예산과 인력 소모가 이번 소동으로 정리될 수 있다면 그나마 이번 스캔들이 건져낸 수확인 셈이다. 졸지에 프랑스의 전(前) 퍼스트레이디가 된 발레리 트리발리에르는 1년 전부터 약속되어 있던 인도.. 2014. 1. 28.
그렇소, 당신은 사민주의자요? 지난 14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 후 세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2013년 말 프랑스 국민을 향해 던진 신년사에서 그는 완전한 우향우를 선언하는 듯한 청사진을 내비치며 정국을 술렁이게 한 바 있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바로 그 수상쩍은 계획에 대한 세부내용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공교롭게도 기자회견을 목전에 두고 그에게 새 연인이 생겼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있던 대통령 올랑드는 갑자기 관심의 세례를 한몸에 받으며 6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 앞에 섰다. 스쿠터를 타고 연인을 찾아 밤길을 가르는 중년 남자 올랑드의 모습이, 밋밋해 보이던 보통 대통령 올랑드의 이미지에 새로운 활기라도 불어넣은 듯, 이날의 흥행 성공에 그의 새 연애가 큰 역할을 한 것에는 의심의 여지.. 2014. 1. 17.
대중교통의 혁명 - 자유, 평등 그리고 무료! 매년 12월31일 오후 5시가 되면 파리 시내 모든 대중교통은 무료로 운행된다. 다음날 정오까지.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연말파티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파리교통공사가 제공하는 애교스러운 서비스다. 지하철은 밤새 흥청거리는 사람들을 무료로 실어 나른다. 백야축제를 하는 날 밤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축제니까, 우리도 시민들 기분 좀 맞춰줄까? 하면서 공공서비스가 시민들에게 내놓는 선물이다. 갑자기 이동의 자유가 확대될 때, 사람들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각은 “이 무한한 해방감을 매일 누릴 수는 없을까?”이다. 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은 의식과 행동반경을 확장하는 해방의 행위임에 분명하다. 아직까지 한국의 진보진영이 외쳐보지 못했던 구호. ‘무상 대중교통’의 꿈을 실현해가는 도시들이 프랑스에서.. 2014. 1. 3.
‘한국 민주주의를 구하라’ 국제연대의 물결 18대 대선이 치러진 지 1년이 지났다. 부정하게 얻은 권력은 부정한 역사만을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입증한 한 해였다. 국민들의 사퇴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는 공모자들은 공안몰이와 노동탄압이라는 무기를 들고 날뛰었다. 한 나라에서 치러진 부정선거. 그것을 직접적으로 다른 나라가 비난하는 것은 다소 껄끄러운 일임을 프랑스에서 만나본 정치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한 권력이 독재의 전력을 지닌 과거로 한국사회를 단숨에 되돌리며 인권과 노동권 탄압을 자행한다면, 그때부턴 국제공조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급작스러운 철도 민영화 시도와 8500여명의 철도노동자들을 직위해제한 대대적인 노동탄압은 현정권의 부정한 뿌리를 뒤흔들 최대의 패착일 수 있다. 국제기구로부터 국제노조연.. 2013. 12. 20.
학력평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에 대체로 무감한 프랑스 사람들. 이번만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학력성취도(PISA) 결과에 동요하는 빛이 역력하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려오던 프랑스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바닥을 모르며 추락해오던 올랑드의 지지율만큼이나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프랑스가 교육 불평등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는 소식은 모든 프랑스 언론들로 하여금 앞다투어 이 수치스러운 상황을 톱기사로 타전하게 했다. 이번 학력성취도 평가는 여전히 프랑스가 세계 최고수준의 엘리트를 배출해내는 교육에선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사회적 하층민의 자녀가 학교교육을 통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10년 전의 프랑스에 비해서뿐 아니라 비교대상국들 가운데서도.. 2013. 12. 6.
유럽위원회는 ‘실패’를 고백했다 지난 수요일(20일), 프랑스 일간지 위마니테(l’Humanite)는 유럽위원회 수석 경제학자가 작성한 미공개 문서를 입수,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유럽연합이 유로존 국가들에 일제히 적용시킨 긴축정책이 결국 이 모든 나라들에 재앙을 가져오게 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에 빠진 국가들에 건넨 로드맵이 계산 착오에 의한 실수였음을 인정한 이후 두 번째로, 신자유주의의 성전에서 돌출해 나온 비판적 고백이다. 연초, IMF 소속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와 다니엘 라이는 IMF 공식 사이트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 IMF가 유럽국가들을 상대로 적용한 긴축모델은 경제예측에 관한 수학공식상의 치명적인 실수였음을 밝혀 충격을 준 바 있다. 위마니테지가 보.. 2013. 11. 22.
한국 대통령의 부정선거 스캔들 지난 주 한국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찾아온 한국의 국가원수를 맞이하는 프랑스의 태도는 뜨겁지 않았다. 인터뷰는 르피가로의 한국주재원이 유럽 방문 직전 했던 것이 전부였고, 극소수의 언론만이 한국대통령의 방불을 언급하고 있었다. 간략한 개인사와 함께 대부분 언론이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는 사항은 부정선거 스캔들. 경제지 레제코는 ‘국정원의 트위터로 흙탕물 튀긴 한국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국정원, 군의 조직적 개입 뿐 아니라 국정원 수사팀에서 제외되었고, 수사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윤석열 검사의 이야기까지 상세히 다루었다. 또한 시사주간지 엑스프레스는 ‘박근혜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가지’라는 제목으로 부모가 모두 총으로 죽은 비극적 인생, 독재자 아버지의 그림자, 윤창중 대변.. 2013.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