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55

오바마에게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는 괴이한 사건이다. 2005년 아프리카 말라위의 대통령이 유령 때문에 대통령궁에서 피신했다는 해외토픽성 뉴스에 대한 우리의 느낌에 빗대면 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네팔, 스리랑카, 그리고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이번의 한국처럼 요승 또는 미신적 종교에 의해 국정이 농락당한 유사 사례가 있었다면서 박 대통령 뉴스를 소개했다. 이 문제를 가십거리로 논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섯번이나 정상회담을 했을 정도로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중요한 파트너였다.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한국 외교관들은 박 대통령과 오바마의 ‘케미스트리’가 매우 좋은 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하지만 국내적 위기에 직면한 박 대통령에 대한 오바마의 태도는 .. 2016. 11. 9.
“폴 라이언은 친이슬람”…대선판 망치는 ‘미국판 색깔론’ “그녀(클린턴)보다는 천치(트럼프)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우편투표로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찍었다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스티브 윌리엄스(70)는 “30년 동안 미국은 여러 측면에서 나빠졌고, 거기에 책임질 사람들이 표를 달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 세대로 갈수록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이민자의 권리를 내국인들과 동일시하는 엘리트 정치인들’을 들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지만 40%에 가까운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 트럼프를 위해 발 벗고 뛰는 온라인 매체 브라이트바트는 22일(현지시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친이슬람적인 이민 정책을 이끄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 매체는 공화당 소속 라이언 의장이 사실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 2016. 10. 24.
오바마의 실패에서 배울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직원들의 아기를 어르는 사진을 보노라면 그의 소탈한 이미지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지적이고, 사회문화적 진보 성향인 오바마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임기 말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중요한 어떤 측면에서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타결한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오바마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의 핵심이라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FTA에 대한 반감이 강한 상황에서 TPP 처리는 불투명하다. 2008년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던 노조, 환경단체들은 실망을 표하며 상당수 돌아섰다. 엘리자베스 워.. 2016. 10. 19.
[손제민의 워싱턴 리포트]유령계좌와 깡통계좌 미국 은행에서 볼일을 보다보면 마지막 순간에 창구 직원들이 꺼내는 얘기가 있다. 새 계좌를 만들면 100달러를 넣어주겠다는 것이다. 다른 의무는 없고 일정 금액 이상만 유지하면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고 했다. 100달러를 거저 준다는 말에 잠시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너무 적극적으로 판촉하는 것이 미심쩍기도 했고, 많지도 않은 돈을 이곳저곳 나눠 담는 것이 귀찮기도 해서 정중히 사양하고 나온다. 최근에 은행 직원들이 왜 그렇게 절실하게 판촉을 했는지 궁금증이 풀렸다. 미국의 3대 은행 웰스파고 은행의 ‘유령계좌’ 파문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금융 노동자들을 닦달했는지 잘 보여준다. 웰스파고는 최근 몇년 동안 직원들에게 공격적인 판촉 실적 경쟁을 강요했고, 기.. 2016. 9. 22.
강정, 밀양, 성주, 다코타 5~6년쯤 전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한 대학교수와 사석에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주도적으로 입안한 전문가다. 그의 논리는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 해군의 투사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제주에 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일변도로 가는 바람에 이 군항이 미국의 중국 견제의 최전선으로 인식되면서 당초 의도가 왜곡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기지가 필요하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나는 안보 프레임 안에서 그의 주장을 논박할 능력이 없었다. 다만 이런 얘기를 했다. 세상을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기지 건설이 정당화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지 않으냐. 당신 스스로 말하듯이 “진보적.. 2016. 9. 21.
[손제민의 워싱턴 리포트]‘충동 장애 트럼프보단 낫다’…75년 만에 민주당 지지한 보수 언론 미국 신문들은 오래전부터 사설을 통해 선거에서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해오고 있다. 이번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뉴욕타임스가 이미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에 반대한다’는 사설을 통해 클린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말 사설에서 ‘둘 다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와중에 가장 임팩트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한 신문의 지지 선언이 나왔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 보수적 논조를 고집해온 댈러스모닝뉴스가 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 20대 일간지 중 하나로 구독자 수가 40만명가량인 이 신문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75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2016. 9. 9.
[특파원칼럼]‘핵 억지력’ 중독증 미국 공화당의 경쟁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 지명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그처럼 불안정한 기질의 소유자에게 핵무기 코드를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한 외교 전문가의 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미국은 이토록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세 번이나 물었다는 일화는 그런 우려에 근거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트럼프의 우문은 많은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 때, 리처드 닉슨은 베트남전쟁 때 핵무기를 사용해볼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강경한 매파 딕 체니조차도 1989년 국방장관이 되어 전략사령부의 핵 타격 개념을 브리핑받는 자리에서 그랬다고 한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 2016. 8. 17.
[특별기고]사드가 낳은 한·중 안보 딜레마를 푸는 해법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은 중국의 강한 외교적 반응을 낳았다. 한국과 중국이 해법을 찾지 못하면 양국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기 전 한국과 중국은 미사일 및 미사일방어 활동을 서로 자제해왔다. 한국은 최근까지도 사드를 설치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꺼렸다. 사드가 중국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은 대개 미사일 발사 실험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다. 동쪽으로 쏠 경우 한국이 위협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양국이 신중하게 자제하면서 양국관계는 지난 수십년 동안 안정됐고, 경제 교역과 문화 교류가 촉진될 수 있었다. 사드 배치 결정은 안정적 한·중관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사드가 중국을 .. 2016. 8. 4.
사드, 끝난 게 아니다 한국 언론 보도를 보고 있으면 성주 군민들이 제2의 세월호 유가족들, 제2의 밀양 송전탑 건설지역 주민들처럼 ‘비국민’으로 고립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한 뒤 논의가 지역민의 안전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처럼 흐르고 있다. ‘외부세력의 개입’ ‘종북’ 딱지를 붙이는 것까지 정권 담당자들과 보수 언론의 구도짜기는 이제 지겨울 지경이다. 주민 안전 문제는 그 자체로 중요하고, 끈질기게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수천만명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며 ‘국가안보’를 얘기하는 쪽에서 ‘님비’로 손쉽게 치부해버리고 마는 논리로는 이기기 어렵다. 급기야 ‘성주 참외를 내 자식에게 먹이겠다’고 거드는 미국 정치인까지 등장했다. 국방연구원 연구원 출신 여당.. 2016.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