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윤희일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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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윤희일의 특파원 칼럼47

아베 특파원 2014년 4월 일본으로 부임할 때 새로 받아온 노트북 컴퓨터의 자판 중에 ‘ㅇ’과 ‘ㅂ’ 부분이 유난히 반질반질하다. 풋, 웃음이 나온다. ‘아베’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마나 두드려댔으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임 첫날 쓴 첫 기사에도 그의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렇다. 나는 ‘도쿄특파원’이 아니라 ‘아베특파원’이었다. 돌이켜보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본은 ‘아베의 세상’이다. 2012년 말 다시 총리 자리에 오른 그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2013년 말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아베 극장’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고노담화의 뼈를 발라낸 아베담화, ‘전쟁하는 나라’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그리고 이를 반영한 안보법 제정 등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 2017. 3. 29.
‘공인’ 아키에 ‘사인’ 최순실 “아내는 사인(私人)이다.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몹시 불쾌하다.” 지난 1일 열린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버럭 화를 냈다. 자신의 부인인 아키에(昭惠)가 명예교장으로 있던 사립초등학교의 재단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한 의혹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아키에의 행동을 질타한 데 따른 것이다. 아베는 부인이 아무런 공직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내세우면서 아키에의 행동을 ‘사인’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일본 국민이나 야당 측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퍼스트레이디인 아키에가 국제사회의 외교무대에까지 나가 활동하는 등 공인(公人)의 영역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소속 공무원 등이 아키에의 이런저런 일들.. 2017. 3. 8.
번지수 틀린 아베의 신경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경제규모가 세계 1·3위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캐나다·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TPP가 자국 경제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협정에 온갖 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핵심파트너인 미국 쪽의 상황이 급변했다. 오바마의 뒤를 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하자마자 TPP 탈퇴를 선언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와 트럼프가 지난 주말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베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에게 강력한 항의를 해야 맞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12개 나라가 그 긴긴 나날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 것을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은 말.. 2017. 2. 15.
아베가 소녀상을 세운다면 평화의 소녀상. 옛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의 인류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같은 비극이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소녀상이 한국은 물론 미국·호주 등 해외 곳곳에 자꾸만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에도 설치됐다. 일부 지방의원들은 독도에도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소녀상을 볼 수가 없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일본에도 소녀상이 딱 하나 있기는 하다. 조각가 김서경·김운성씨 부부가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 때 맨 처음 제작한 소녀상이 현재 도쿄에 있다. 김씨 부부가 ‘소녀상의 원형’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소녀상은 그러나 언제 어디서 가해질지 모르는 테러의 우려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채 누군가의 집 서재 등에 숨겨져 있.. 2017. 1. 25.
세월은 아베 편인가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무척 중요하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015년 1월1일 ‘신년소감’에서 내놓은 이 말은 일본 국내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이 과거 일으킨 전쟁이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향후 평화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중요함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 역사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선명하게 드러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한 일종의 견제로 풀이되면서 한국·중국 등 주변 국가로부터도 큰 관심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은 일왕이 일본의 패전 70주년이 되는 시점을 앞두고 만주사변을 언급한 것에 특히 주목했다. 만주사변은 1931년 일본이 중국 동북지방을 침.. 2017. 1. 4.
외조부 흔적마저 지우고…아베가 ‘최초’ 업적에 매달리는 까닭은 “현직 총리로서 진주만을 방문하는 것은 최초.”(5일 일본 정부 관계자) “현직 총리로서 애리조나기념관에서 (희생자를) 위령(추도)하는 것이 최초.”(7일 외무성 외무보도관) “(현직 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을 방문하는 것도 최초.”(26일 정부 대변인) 일본 정부가 27일(미국 시간)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사진)의 ‘업적 쌓기’로 분주하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5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결정된 이후 ‘현직 총리로서 최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허풍이었다. 1951년 9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한 이후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총리(1956년 10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1957년 6월) 등이 잇따라 진주만을 찾.. 2016. 12. 27.
국민의 노후에 손댄 사람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국민의 노후자금인 연금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0월의 일이다. 일본의 공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은 정권의 방침에 따라 연금투자 기준을 대폭 바꿨다. GPIF는 당시 국내 및 해외의 주식투자 비율을 24%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국채 등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비율을 60%에서 35%로 내렸다. 당시 일본의 상당수 언론과 국민들은 아베 정권과 GPIF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을 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엔저를 바탕으로 대기업의 수출을 늘리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인 아베노믹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연금 적립금을 주식시장에 쏟아붓.. 2016. 12. 14.
“한국의 병폐 그 자체” 요즘 일본에서 TV를 켜기가 무섭다.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에 ‘호스트바’ 출신으로 소개되는 남성의 얼굴이 함께 등장하고 그 사이에 최순실이 보인다. 정유라가 말을 타고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 대형 도표가 동원된다. 진행자 등 출연자들은 기가 막혀서 말을 하지 못하겠다며 혀를 찬다. 대한민국이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화가 치민다. 특히 일본인들과 함께 TV를 볼 때는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은 ‘더러운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그래서 채널을 돌려보지만, 5개 주요 민방은 물론 공영방송인 NHK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루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2014년 4월 도쿄(東京)로 부임한 직후에도 그랬다.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 2016. 11. 16.
청춘을 돌려주자 일본을 상징하는 거리 풍경이 있다. 매년 4월1일과 10월1일, 일본의 거리는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4월1일을 전후해 상당수 회사와 기관에서는 신입사원들의 ‘입사식’이 열린다. 새내기 사회인들은 이날 주로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아침 출근길, 그들의 얼굴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그에 따른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그날 저녁 거리도 우르르 몰려다니는 신입사원들로 북적거린다. 10월1일 전후에도 정장 차림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이른바 ‘내정식’을 마친 사람들이다.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이듬해 4월1일부터 일할 신입사원을 6개월 전에 확정하는데 이를 ‘내정’이라고 한다. 입사 예정자들을 불러다 놓고 개최하는 ‘예비 입사식’이 바로 내정식이다. 봄부터 이어진 ‘슈.. 2016.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