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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포츠 애호가들 사이에서 ‘4·15 마라톤 지도’는 꿈의 지도다. 이 지도는 15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각 도시에서 열리는 43개의 마라톤 대회를 붉은색 중국 대륙에 꼼꼼히 표시해둔 것이다. 중국 육상협회에서 인정한 마라톤 대회가 15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4월15일은 마라톤 축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6만명이 참여하는 이날의 마라톤 행렬을 두고 현지 언론은 중국 설인 춘제 귀성 행렬과 비교하고 있다.

 

중국의 마라톤 열풍은 불과 몇 년 새 급속히 가열됐다. 7년 전만 해도 22개에 불과했던 마라톤 대회는 지난해 관련 대회까지 포함해 1100개로 불어났다. 대회에 참가한 인원만 500만명에 달한다. 마라톤 열풍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관련돼 있다. ‘중산층이 즐기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마라톤이 중국인들의 허영심까지 자극했다. 마라톤 대회도 적지 않지만 지원자는 몇 배 더 많으니 대회 참가 자체가 잡히지 않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4·15 마라톤 지도’가 꿈의 지도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라톤 대회 참가 규정은 까다롭다. 심장병, 고혈압 같은 건강 상태뿐 아니라 완주 경험 등을 심사해 참가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완주보다 신청 통과가 더 힘들다. 그러다 보니 꼼수까지 나왔다.

 

2016년 12월 샤먼에서 열린 국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가 대회 도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사망한 우모씨는 대리인을 통해 신청한 후 그의 이름이 달린 이름표를 달고 뛰었다. 유족들은 우씨의 건강 상태가 마라톤을 할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대회 측의 관리 부실로 사망까지 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무명 선수들을 참가시켜 국제대회로 이미지 탈바꿈하는 주최 측 상술까지 더해지면서 마라톤 열기는 이상 과열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미국에서 풀코스 마라톤 경기는 1100개, 하프 마라톤은 2800개(2016년 기준)로 참가 인원은 1600만명에 이르는데, 이에 비하면 중국의 마라톤 대회가 아직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광란의 열풍 속에 관리 부족, 안전 위험 등 더욱 혼란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급속히 성장하면서 제도나 의식에서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시각장애인 가수 저우윈펑은 은행에서 민사행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카드 발급을 거부당했다. 시각 장애인을 자신의 행동을 판별할 능력이 없는 금치산자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일었다. 중국 유명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중국인은 자신의 개인정보에 민감하지 않다”는 말로 논란이 됐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개인정보와 온라인상 편의를 맞바꾸는 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그의 말은 공분을 일으켰다. 누구보다 개인정보를 소중히 다뤄야 하는 기업의 책임자의 빈곤한 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전 불감증, 장애인 배려와 복지 부족, 개인 정보 보호 의식 결여 같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중국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분야도 있다. 중국은 반부패 처벌에서만큼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무섭게 대처한다. 장런화 산시일보 전 사장은 뇌물 수수 등을 이유로 정청급 간부에서 과원으로 6단계 강등됐다. 사표를 마음대로 던지는 것도 기율 위반인 상황에서 망신을 견디며 일해야 하는 고난형을 받았다. 장중성 뤼량시 부시장은 10억위안 이상의 부패를 저지른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아무리 엄중한 부패 호랑이도 사형 집행을 연기하고 2년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해왔지만 장 부시장은 1심에서 사형이라는 강력한 심판을 받았다. 중국이 국가 성장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선 성장과 의식의 균형적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Posted by KHross

중국 과기대 영재반의 시작은 황홀했다. 1979년 10대 초반의 청소년 21명이 영재 자격으로 과기대에 정식 입학했다. 가장 어린 학생은 11살에 불과했다. 10년간 문화대혁명이라는 암흑기를 지낸 후 지식 기반이 허물어졌던 당시 중국에서는 이 영재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이들은 ‘지식 황무지 위의 소년 돌격대’라고 불렸다. 돌격대원들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 중 한 명이 닝보다. 과기대 영재반에서 ‘최초의 천재 소년’ 인증을 받은 닝보는 19살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그러나 닝보는 너무 빨리 다가온 성공을 소화시키지 못했다. 1998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영재교육의 폐단을 공개 비판했고, 갑자기 출가를 선언했다. 그동안 베이징대, 칭화대 등 여러 대학이 영재반을 만들었지만 슬그머니 폐지했다. 현재는 중국 과기대에서만 영재반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존폐 기로에 섰다.

 

영재교육에 대한 찬반 논쟁은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학생의 성장 속도보다는 질적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교육의 획일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애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개헌안이 지난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99.8%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투표인단 2964명 중 2958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2표뿐이었다. 향후 중국 정치사의 흐름을 바꿀 중요한 결정이다.

 

개헌안 통과 다음날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둘러보았다. 대규모 집회는 아니더라도 혹시 돌발적 항의 퍼포먼스라도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캠퍼스는 역시 조용했다. 29년 전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 사태를 이끌었던 대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식당이든 강의실이든 헌법 수정에 대해 말을 꺼내는 학생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말을 걸어본 대학생들은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공개적으로 국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외국인에게는 더더욱 중국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겠다는 결연함 같은 게 읽혔다. 중국 매체들은 압도적 찬성은 압도적 지지를 뜻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번 헌법 수정안은 21개 조항에 따른 역대 최다 수준의 개헌이었지만 표결은 조항별로 이뤄지지 않고 개헌의 찬반 여부만 물었다. 다양한 의견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17일 표결 결과는 더 상징적이다. 시 주석 재선에 대한 표결 결과는 2970명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시 주석이 2008년 국가부주석으로 선출될 때는 반대 28표, 기권 17표가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일사불란한 단결과 획일화된 의견만 강조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획일화된 침묵을 교육받고 있다. 언론과 인터넷 통제에 그치지 않고 학교 교육에서부터 당에 대한 충성을 세뇌시킨다. 대학마다 존재하는 공산당 학생 조직이 여론을 이끌고 중요한 당의 행사가 끝날 때마다 학습 열기를 퍼뜨린다. 시진핑 사상을 당장에 삽입한 19차 당 대회가 끝난 후 각 대학은 당 대회 보고 연구에 열을 올렸다. 당 조직뿐 아니라 일반 수업에서도 관련 과제를 내준다.

 

칭화대의 한 교수는 강단에서 헌법 수정에 대해 “개헌은 빅뉴스다. 그러나 토론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뉴스인데 왜 논의하면 안되는 것일까. 

 

40년 전 시작된 과기대 영재반이 실패한 이유는 영재들에게 지워진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기를 가진 영재가 아니라 중국에 빠른 발전을 가져다줄 영웅처럼 여겨졌다. 이들은 영재일 뿐 돌격대원이 아니었다. 중국 교육부는 2020년까지 의무교육 기간 중 영재반 전형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9년간은 모두 획일화된 교육을 받게 됐다. 이런 환경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개진할 날이 올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Posted by KHross

“영하 20도의 하얼빈 겨울을 견뎌온 장인어른에게 베이징의 추위는 대수롭지 않았다. 그날도 감기에 걸릴까 걱정하는 아내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볕이 좋다며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웃옷도 입지 않은 채였다.”

 

수많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든 글 ‘유행성 독감 아래 베이징의 중년’은 이렇게 시작된다. 장인이 감기가 든 ‘그날’부터 사위가 써내려 간 29일간의 기록이다. 공개된 지 3일 만에 8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클릭 수는 2000만 건에 달한다.

 

콧물로 시작된 장인의 감기는 점점 심해져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동네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때만 해도 그저 심한 감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상태가 악화돼 큰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야 유행성 독감 판정을 받았다. 장인은 중환자실에서 기관 삽관, 인공 폐 이식까지 했지만 결국 한 달도 안돼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났다.

 

이 글은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극한 슬픔을 묘사하지 않고 일기 형식으로 객관적 서술에만 충실하다. 이런 차가운 글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기록 속에 드러난 중국 의료제도의 문제점 때문이다. 중국 의료보험은 전국적으로 통합 운영되지 않는다. 호적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환자가 치료비를 우선 부담하고, 각종 서류를 챙겨 호적지에 신청해야 한다. 치료비를 지급받는 데 보통 1년쯤 걸린다.

 

글쓴이는 전형적인 베이징의 중산층이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그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저축액도 넉넉했지만 하루 350만원에 달하는 중환자실 비용을 계속 감당하기는 버거웠다. 그가 느낀 고충에 환자와 환자 가족뿐 아니라 의료계, 법조계까지 공감하고 허술한 의료보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해 온 의법치국은 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한다. 허술하고 모호한 법을 단단히 세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을 보호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유행성 독감 아래 베이징의 중년’과 함께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글이 ‘신시대 장커우커우 열전’이다. 장커우커우는 실존 인물이다. 30대 퇴역군인인 그는 춘제 연휴 첫날인 15일 22년 전 어머니를 죽인 왕씨 부자 3명을 찾아가 살해했다. 두 집은 토지 경계 문제를 두고 싸움이 붙었고 그 과정에서 장커우커우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왕씨의 셋째 아들이 살해범으로 지목됐고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판결을 받았다.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살인범으로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지만 조사부터 판결까지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법으로 원한을 풀 수 없었던 장커우커우는 군에 입대해 특공무술을 배웠고 복수를 결행한 후 자수했다. ‘열전’에서는 장커우커우가 어머니의 죽음을 복수한 효자, 허술한 사법 체계에 항거해 악인을 단죄한 신시대 영웅으로 묘사돼 있다.

 

법을 근간으로 한 시진핑 신시대가 시작됐지만 법은 여전히 인민들의 편이 아니다. 제때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치료비까지 걱정해야 한다. 법의 심판이 허술해 개인이 징벌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은 의법치국을 내세워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3연임 제한을 규정한 헌법 규정 삭제에 나섰다. 언론들은 의법치국을 내세워 개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당의 영도에 따라야 한다’는 붉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댓글은 차단되고 인터넷 방화벽은 높아졌다. 개정안이 통과될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에 맞춰 시 주석 업적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대단하다 우리나라>가 개봉된다.

 

민중은 마음의 ‘독감’을 앓고 있는데 지도자들은 이상한 약만 처방하면서 권력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은 헌법에서 인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1장 2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바꿀 게 아니라면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Posted by KHross

중국 장쯔다오(獐子島)의 가리비가 ‘또’ 사라졌다. 수산물 양식 전문기업인 장쯔다오는 지난주 업무 실적 보고에서 일부 해역에서 양식 가리비 재고 이상이 발견돼 최대 7억2000만위안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약 1246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상장 기업인 장쯔다오는 실종 관련 전과가 상당하다. 2014년 10월에는 100만여 미의 가리비가 한류(寒流) 영향으로 패사해 8억위안의 영업 손실을 냈다고 보고했다. 이듬해에도 160만 미의 가리비가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대량의 가리비가 연이어 실종되는 사건으로 장쯔다오에 투자한 주주들은 애먼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가리비 실종 사건이 사기성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쯔다오와 같은 해역에서 양식하고 있는 다른 기업은 문제없이 가리비를 출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을 받고 양식장에 가리비 종패를 파종하지 않거나 파종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쯔다오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는 점이 주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2016년 1월 2000여명의 주주들은 2014년 발생한 가리비 100만 미 실종 책임을 물어 장쯔다오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인데 그사이 가리비 실종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장쯔다오는 2006년 6월 선전 증시에 상장하면서 35개 펀드와 약 16곳의 기관투자를 유치했다. 4년 새 대규모 손실을 연이어 보고하면서 수산물 양식 전문기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신뢰도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 사기, 정부 규제 등이 중국 증시 투자 리스크를 높이는 ‘블랙스완’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증시 감시 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반드시 감독기관이 나서 자연재해인지, 사기극인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업의 일방적 통보로 수많은 주주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가리비 실종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 들어 반부패, 인터넷, 환경 등 각종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촘촘한 정부 규제망 속에서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중국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스마트폰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게임업체가 개발한 스마트폰 게임 ‘여행하는 개구리’는 일본보다 중국에서 더 뜨겁다. 내용이 단순하다. 개구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여행을 떠나는 개구리에게 도시락, 부적, 필요한 준비물 등을 챙겨 줄 수 있다. 그러나 개구리는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예고 없이 갑자기 돌아올 수도 있다. 이용자는 여행을 떠난 개구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중국 매체에서는 이 단순 무료한 게임의 인기 비결로 인연을 강조하는 불교의 사상과 유사하다거나 복잡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을 치유해준다는 등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계기는 장쩌민 전 주석에 대한 향수다. 중국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장 전 주석을 ‘개구리’(혹은 두꺼비)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장 전 주석 재임 기간에 그의 외모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되는 별명이었지만 최근에는 장 전 주석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내는 애칭이 됐다. 장 전 주석의 생일이 되면 소셜미디어에는 개구리 사진이 넘쳐난다. 장 전 주석 시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여행 간 개구리를 기다리는 게임에 빠졌다는 것이다.

 

시진핑 시대 들어서면서 강화된 규제는 가리비 실종조차 막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 속 여행 간 개구리를 기다리면서 장 전 주석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현 정부에 대한 불만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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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중국에서 대기 줄이 가장 긴 식당 중 하나가 쥐치(局氣)다. 베이징에만 17개 분점이 있는데 입구마다 대기자용 의자가 수십개씩 놓여 있다. 한두 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사람이 너무 많아 두세 번씩 허탕 쳤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 식당은 옛 베이징거리를 재현한 인테리어와 전통 복장을 입은 종업원 등 복고풍 콘셉트를 내세웠다. 솔직히 음식이 대단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손님을 당기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인기 메뉴인 흑미 볶음밥은 연탄 모양으로 그릇에 담겨 서빙된다. 중국 전통 의상인 탕좡을 입은 종업원은 연탄 모양의 볶음밥에 식용 알코올을 뿌려 불쇼를 펼친다. ‘인증 샷’을 찍을지 여부까지 체크해 쇼 구성을 달리한다. 불쇼가 포함된 이 볶음밥의 가격은 5000원 정도다.

 

탕청샤오추(湯城小廚)는 5000~8000원짜리 탕 요리를 파는 중저가 식당이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4시간 이상 끓여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탕을 내놓는다. 대추 오골계탕 같은 보양식이 주 메뉴지만 깔끔한 분위기 때문에 20대 고객들이 몰린다. 음식에는 소금을 전혀 넣지 않는다. 대신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소금통에 ‘1~2회 누르면 싱겁게’ ‘3~4회는 보통’ 등 세심한 설명을 붙여놓았다.

 

딤섬으로 유명한 진딩쉬엔(金鼎軒)은 흰색과 검은색 젓가락, 두 벌씩 준다. 하나는 음식을 개인 접시로 덜어올 때 쓰고, 다른 하나는 음식을 먹을 때 쓰라는 배려다. 이 식당은 24시간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식당들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맛, 위생, 분위기는 기본이고 세심한 서비스와 다양한 메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까지 갖췄다. 고급식당이 아니라 1만원 미만의 음식을 파는 중저가 식당들까지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추고 고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IT)까지 더해졌다. 테이블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고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치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주문, 결제가 가능하다. 대기표 아래 인쇄된 QR코드를 인식하면 스마트폰에 대기인수와 예상 소요시간이 표시되고, 차례가 되면 문자로 통지된다.

 

지난해 중국의 요식업 매출액은 4조위안(약 661조원)을 넘어섰다. 빠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한식당들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전후로 하나둘씩 들어선 한식당은 교민과 유학생이 증가하고 드라마 <대장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2008년에는 베이징에 있는 한식당이 200개에 달했다. 현재 베이징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은 60여곳이다.

 

한식당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깨끗하고 친절하다. 그때만 해도 중국인들은 한식당의 세련된 인테리어와 서비스 수준을 신기해했지만 이제는 더 나은 서비스를 보여주는 중국식당들이 넘쳐난다. 한식당의 메뉴판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화가 없다. 중국식당이 신세대의 입맛과 생활수준 변화에 따라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한식당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임대료와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관련 법규가 까다로워지는 상황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직원 고용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한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숯불이나 휴대용 가스레인지 규정, 오염물 배출 규정이 강화되는 흐름에서 버티지 못했다. 초기 투자 비중이 1.5배 이상 높아지는데 신규 투자는 어려워지면서 중국인 동업자에게 팔거나 사업을 접었다. 한식당은 지금 위기다.

 

그러나 아예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니다. 한국음식을 즐기는 중국인은 여전히 많다. 커져가는 중국 외식 산업에서 한식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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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요즘 중국에서는 항저우에 사는 60대 부부의 ‘동거’가 뜨거운 화제다.

 

교사였던 왕 여사와 공장 책임자로 일하던 남편은 은퇴 후 3층짜리 전원주택에서 생활해왔다. 마당에는 연못이 있고, 채소를 심을 텃밭도 있다. 여유로운 삶이지만 이들 부부는 자주 외로웠다고 한다. 자녀들이 직장일로 바빠 자주 찾아오질 않으니 큰 집은 썰렁하게만 느껴졌다.

 

왕 여사 부부는 지난 7월부터 처지가 비슷한 5쌍의 노년 부부와 할머니 등 13인의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최연소 막내가 62세, 최고령이 77세인 이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재미있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특별한 동거가 보도된 후 ‘가장 이상적인 노년 생활’로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에서 ‘바오퇀(抱團) 양로’라고 부르는 노인 공동거주 형태가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2008년 허베이 한단시의 한 시골마을에서 ‘서로 돕는 행복한 마을(互助幸福院)’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고, 2014년에는 산둥성 옌타이시가 바오퇀 양로 시범 도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첫 성공’이라는 타이틀은 왕 여사 부부가 차지했다.

 

성공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두루 필요했다. 이들이 사는 방에는 각각 화장실이 딸려 있어 독립된 생활이 보장된다. 13인의 동거인들은 의사, 노동자, 목수, 통신 분야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가사 분담이 가능하다. 사생활이 보호되면서도 서로 돕는, ‘각자 또 같이’ 생활이 가능하다.

 

중국에는 ‘한 가족이 아니면 한 대문을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피붙이가 아니면 같이 살지 말라는 뜻이다. 성격, 입맛, 가치관이 다르니 함께 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은 “자녀 문제 등 각 집안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식비는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 납부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취미 공유다. 입주한 동거인들은 모두 마작을 즐긴다. 공동의 취미이다 보니 시끄럽다고 타박하는 이가 없다. 왕 여사는 행복한 동거를 위해 그동안 20쌍이 넘는 노인 부부들을 면접 봤다고 한다.

 

중국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未富先老) 나라다.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2억3000만명을 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0월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인구 노령화와 관련해 양로, 경로 대책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져 있긴 하지만 빠른 고령화로 연금을 납부할 인구는 줄고 받아갈 노령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기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7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실행 중이다.

 

당국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중국 현실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중국은 때때로 아래로부터 대안을 찾았다.

 

1978년 11월 안후이성 샤오강촌 시골마을의 비밀 계약이 대표적이다. 이 마을의 18가구는 국가 소유의 경작지를 나눠 가구별로 생산 책임을 지기로 약속했다. 일정량은 국가에 납부하고 여분은 각 가구가 나눠 가졌다. 당시 분위기에선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져 사형까지 가능한 위험한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 실험으로 생산량이 5배 이상 늘어나고, 정부 당국이 이를 추인하면서 개혁·개방 초기 농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준 다바오간(大包幹) 제도가 싹텄다. 그렇게 시작 발전된 개혁·개방이 내년에 40주년을 맞는다.

 

왕 여사 부부의 동거 실험은 반 년밖에 되지 않았다. 구성원도 60대에서 70대로 젊은 편이라 앞으로 문제점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빠르게 나이들어가는 중국에서 의미 있는 대안으로 지켜볼 만하다.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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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명물 ‘둥피’가 사라졌다.

베이징 동물원 의류 도매시장의 줄임말인 ‘둥피(動批)’는 중국 북부 지역의 최대 의류 집산지다. 1990년대부터 동물원 근처에 들어서기 시작한 의류 도매상가는 10여개로 늘어났다. 도매시장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동물원에 판다 구경 가는 게 아니라 옷 구경하러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베이징 관광 코스 중 하나로도 꼽혔다. 둥피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3만명, 일일 방문객 수는 1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베이징시 도시정비계획에 따라 둥피는 지난달 3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상가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둥딩(東鼎)이 이날 마지막 영업을 했다. 정리 세일 기회를 잡으려는 알뜰 소비자들과 사라져 가는 둥피의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상가에 전기가 끊긴 후까지 손님들의 발길은 끊기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이곳에서 설빔을 준비했다던 중년 손님과 옷을 팔아 자식을 대학까지 보냈다는 주인이 함께 추억을 풀어냈다. 그 추억들은 이날 이후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베이징의 시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둥화먼(東華門) 야시장이 문을 닫았다. 32년 만이다. 꼬치며 쌀국수를 팔던 88개 상점 주인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퇴근길에 술잔을 기울이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던 베이징 토박이들도 추억의 장소를 잃었다.

 

시장이 사라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장으로 화물과 사람들이 몰리면서 가뜩이나 복잡한 베이징 교통에 부담이 가중된다. 시장을 외곽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베이징의 비(非)수도 기능을 인근 퉁저우, 슝안으로 옮기려는 중국 정부 정책에 부합한다.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타오바오 등 인터넷 쇼핑이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재래시장의 인기가 시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베이징의 시장들은 주로 정책적 이유로 폐쇄된다. 특히 외래인구 제한이 주목적이다. 시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농촌에서 온 외지인들이다. 시장이 베이징 밖으로 이사 가면 베이징 호적이 없는 이들도 함께 외곽으로 이동한다. 베이징 상주인구를 2300만명으로 제한하려는 당국의 계획과 잘 맞는다. 둥피에 있던 대부분 상가들은 베이징 외곽인 옌지아오(燕郊)로 옮길 예정이다. 노동자들도 이곳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을 것이다.

 

지난달 18일 베이징 외곽 다싱구의 한 아파트형 공장에서 불이 나 1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화재가 난 건물은 지하 창고, 1층 공장, 2층 숙소 형태로 된 영세 공장이었다. 베이징시는 이 화재 사건을 계기로 40일간 집중 안전 점검에 나섰다. 그리고 비슷한 형태의 공장에서 일하는 하층민들을 안전 미흡을 이유로 강제로 쫓아내고 있다. 이들은 추운 겨울에 거처도 정하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렸다.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임시 거처, 이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당국은 이 또한 통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매체 보도도 통제하고 있다.

 

도시 밖으로 사람들을 밀어내고, 도시민들 사이의 교류도 단절시키고 있다. 택배 기사, 가사 도우미 등 10만여명에 달하는 하층 노동자들이 베이징 밖으로 밀려났다.

 

도시와 인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진화한다. 베이징 역사는 3000여년 전 춘추 전국시대 연나라 수도인 옌징(燕京)에서부터 시작됐다. 요, 금, 원, 명, 청나라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됐다. 지금의 베이징은 시장도 사람도 떠나간 적막한 곳이 돼 가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의 ‘도시병’을 걱정하면서 핵심 행정 기능과 베이징 호적을 가진 ‘필수 인구’만 남길 태세다. 사람과 온기가 없어지고 기능만 남은 베이징은 도시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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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河北)성 이(易)현 시골 마을에 있는 한 사당은 1년 수입이 17억원에 달한다. 특별히 큰 운영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들어오는 돈이 그대로 수입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사당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에 사당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유독 이곳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차신(車神)이라는 21세기 신 덕분이다.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도포를 입은 차신은 두 손으로 자동차 핸들을 꼭 붙잡고 있다. 사당 한쪽 벽에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그려져 있다. 운전면허시험을 보기 전에 여기 와서 절하면 찰떡같이 붙고, 교통사고도 나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자동차 핸들과 신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관리인은 하루에 한 번 ‘공덕함’에 모인 돈을 수거해 간다. 많게는 몇 백만원씩 쌓인다고 한다. 변변한 관광지가 없는 이 시골 마을은 대부분의 수입을 차신으로부터 얻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신이 정말 ‘무사고 안전운전’을 책임질 거라고 믿는 걸까. 그보다는 신이 핸들을 들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찾고, 찾은 김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절도 하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재미를 찾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일종의 ‘놀이’인 셈이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행사인 광군제(光棍節·11일)가 지나갔다. 모두가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일 하루 동안 1682억위안(약 28조3078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 하지만 싱글들이 쇼핑하거나 선물 주는 날이었던 광군제가 쇼핑 축제가 되고 8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이면에는 바로 ‘재미’가 있다.

 

알리바바는 니콜 키드먼, 판빙빙 같은 국내외 유명 배우 등을 모아 전날 밤 갈라쇼를 연다. 마윈 회장은 올해 갈라쇼에서 직접 출연한 무술 영화 <공수도>를 공개했다. 기업 회장이 뒤에 엄숙하게 앉아 있지 않고 무대의 주인공으로 직접 나섰다. 전 세계 스타와 기업의 회장과 임직원이 다 함께 광군제를 축제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야 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소외된다. 이 거대한 파티에 참여하고 싶게 만드니 매출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올해 광군제의 의미는 천문학적 매출액 자체보다는 쇼핑을 얼마나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만드느냐에 있었다. 온라인 매체인 ‘텅쉰오락’은 “화려한 갈라쇼를 보면 명절 전 설렘과 비슷한 기분이 들고, 그 기분에 홀려 다이어트, 피부 관리, 건강을 비는 마음으로 관련 상품을 사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골 마을의 사당도, 할인행사도, 즐거움이 있어야 지갑이 열린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주목받았던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올해로 3년째를 맞지만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 힘들다. 할인품목과 할인율의 한계, 연휴 및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행사 효과 반감, 낮은 행사 인지도가 장애물로 꼽힌다. 정부가 주도하는 이 행사에는 판매자도, 소비자도 즐겁게 참여하는 이를 찾기 힘들다. 페스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축제로 승화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마윈 회장은 13일 CCTV와의 인터뷰에서 “광군제는 알리바바에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알리바바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광군제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더 큰 기쁨을 주고 싶고 그래서 택배뿐 아니라 전자페이, 판매 플랫폼 기술을 계속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알리바바가 수익에 연연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광군제의 기본 신념만큼은 새겨볼 만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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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한 명문대의 한국인 유학생회가 학교 법무처로부터 경고문을 받았다. 유학생회에서 단체 점퍼를 맞춤제작하면서 대학명과 휘장을 넣은 것이 명백한 지적재산권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대학 측은 해당 휘장이 상표등록이 된 무형재산이기 때문에 재학생이라 해도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유학생회는 결국 제작을 취소하고 이미 받은 점퍼 비용을 환불 조치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학들은 재학생들이 비영리 목적으로 휘장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흔히 중국을 ‘가짜의 천국’ ‘세계의 짝퉁 공장’이라고 부른다. 서방국가에서 중국을 공격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적발된 가짜·위조 상품 중 80%가 중국산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슈퍼 301조’도 중국의 지재권 보호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중국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재권은 보호받아야 할, 지켜야 할 권리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의 지재권 재판 결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중국의 스포츠의류업체 챠오단(喬丹·조던의 중국명)과 4년간 상표권 소송을 벌였다. 줄곧 패소하던 조던 측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챠오단 측이 조던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2006년부터 중국 내 ‘트럼프(TRUMP)’라는 상표를 두고 분쟁했지만 연이어 패소했다. 그러다 10년 만인 지난 2월 ‘트럼프’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중국의 국민음료인 량차 브랜드 왕라오지(王老吉)와 자둬바오(加多寶)도 7년 법정 전쟁을 이어왔다. 왕라오지를 생산하는 국유기업 광저우의약그룹과 홍콩에 기반을 둔 자둬바오의 훙다오그룹 간의 분쟁은 당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겨졌다. 상표권과 광고 분쟁에서 훙다오가 연패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캔 포장을 둘러싼 공방에서는 두 회사 모두 붉은색 캔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사실상 훙다오그룹의 승리다.

 

중국은 2025년 지재권 강국건설을 목표로 2015년 초부터 지재권 보호 강화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제조업 고도화)’ ‘의법치국(법에 의한 통치)’과도 직결돼 이 같은 흐름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출판광전총국 부국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지재권 침해 문제에 대해 묻자 “중국 매체에 보도된 ‘검망행동’을 주의 깊게 봤는지 모르겠다”면서 당국의 보호활동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중국의 저작권침해 관리 조치인 검망행동을 설명하며 “중국은 국내외 저작권권리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지난해 상표 출원건수는 369만1000건으로 15년 연속 세계 1위이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효상표 총량은 1237만6000건에 이른다. 발명특허 출원건수도 전년 대비 21.5% 증가한 133만9000건으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발명특허 보유량은 110만3000건으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100만건을 넘겼다.

 

어마어마하게 쌓인 특허권과 상표권은 언제든 한국 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전략 무기화하고 있다. 유커의 거대한 소비력을 경제보복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보상 수단으로 쓴다. 한국과 대만 관광을 금지하고, 대신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해 필리핀 관광을 활성화하는 식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중국법원은 삼성전자가 화웨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8000만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중국이 제대로 지적재산권을 챙기기 시작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

 

<베이징 ㅣ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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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료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인 위폰(WePhone)의 개발자 쑤헝마오(蘇享茂)가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위폰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을 무기로 200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인기 앱이다.

 

쑤헝마오는 자살 직전 위폰의 메인 창에 “회사 대표가 악처에게 죽임을 당해 더 이상 위폰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인 쑤헝마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쑤헝마오는 지난 3월 말 결혼정보 모바일 앱인 시지쟈위엔(世紀佳緣)에 가입했다. 이 회사는 전도유망한 쑤헝마오에게 VIP 회원자격을 부여했고, 현재 전처가 된 아름다운 ‘그녀’를 소개받았다. 6월에 백년가약을 맺고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운명 같던 사랑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혼 과정도 순조롭지 못했다.

 

위폰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다. 인터넷 전화를 쓰기 위해 외국에서 결제하는 사용자가 많은데, 위폰 측은 중국 당국에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탈루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공안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신혼집과 1000만위안(약 17억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전처의 협박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이 사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쑤헝마오 본인은 괴로워하다 잘못된 선택을 했고, 부모는 생때같은 아들을 잃어버렸다. 위폰 사용자들도 피해를 봤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가장 큰 곤경에 처한 것은 쑤헝마오에게 전처를 소개해준 결혼정보회사 시지쟈위엔이다. 그녀는 쑤헝마오와 만나기 전에 이미 결혼했던 경력이 있었지만 이 회사는 이를 알리지 않고 미혼으로 소개했다. 그녀의 실명인증도 하지 않는 등 ‘검증’이 부족했다. 누리꾼들은 그녀가 결혼 전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쑤헝마오에게 접근했고, 시지쟈위엔이 이를 방조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모든 비난은 시지쟈위엔에 쏠렸다. 쑤헝마오가 자살 한 후 시지쟈위안의 모회사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모바일 세상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중국은 앱 천국이다. 지갑이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구매, 결제, 배송 등 거의 모든 경제생활이 가능하다. 음식 배달부터 결혼, 구직, 난치병 치료까지 인생이 걸린 중대사도 앱과 의논한다. 이런 현상에 기대어 중국의 사회문제가 모바일 앱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

 

산둥의 한 농촌에서 태어난 리원싱(李文星)은 유명학교인 둥베이대를 졸업한 후 구직구인앱인 ‘보스지핀(BOSS直聘)을 통해 톈진에 있는 소프트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소프트회사 껍데기를 쓴 다단계회사였다. 리원싱은 다단계회사에 시달리다 못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수차례 돈을 빌렸다.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누가 전화하든 절대 돈을 주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졸업생을 이용한 다단계회사에 1차 책임이 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다단계회사의 횡포보다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스지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지난해 희귀암에 걸린 대학생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가 추천한 병원에서 엉터리 치료를 받다가 숨지자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바이두의 검색 광고다. 중국의 허술한 의료정보 감독관리 제도 문제는 쑥 사라졌다.

 

정보의 홍수, 모바일 세상에서 관시(關係·관계)보다는 검색의 힘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검색 결과가 나오면 실존대상이지만, 검색해도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무존재와 마찬가지다.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무책임한 중개 앱의 운영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플랫폼 운영자는 당연히 검증의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린다고 해서 당국의 관리 소홀 책임까지 면책된다고 볼 수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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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진출한 중국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음식점 하이디라오에는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여전히’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불과 10일 전 쥐가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불결한 주방이 공개되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위생 상태가 낙제점을 받았지만 하이디라오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그래도 한번 봐줘야 한다” “여전히 좋다” 등 옹호하는 글은 물론 “다른 식당이라고 더 깨끗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이디라오의 인기가 불결한 주방 공개를 계기로 오히려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하이디라오는 특급 서비스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으며 전국에 117개 지점이 있고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연간 매출액 5000억원을 넘고 직원도 2만명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중국 법제만보가 4개월에 걸친 잠입취재로 베이징 진송점과 타이양궁점 두 곳의 위생 상황을 폭로했다. 쥐가 들끓는 주방에서 직원들은 훠궈 식탁에 올리는 국자로 막힌 하수구를 청소했고 식기세척기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엉겨 붙어 있었다. 1994년 창립 이후 2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하이디라오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하이디라오는 더러운 위생 상태와 동영상이 공개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신속하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조사 결과 매체에 보도된 문제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고 송구스럽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어떤 경제적, 법적 책임도 다할 것이며 하이디라오의 설비에 대해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신속한 잘못 인정, 진솔한 사과, 사태 수습 방안이라는 사과의 요소가 두루 갖춰졌다. 다시 2시간 만에 해당 점포에 대한 5가지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각 개선 조치에 대한 책임은 본사 임원진이 맡기로 했다. 중국인들이 감동한 부분은 이 같은 본사의 책임지는 자세였다. 식당 체인인 하이디라오는 비정규직이 많다. 본사는 해당 점포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 “본사가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며 모든 책임은 회사 이사회가 지겠다고 나섰다.

 

하이디라오의 사과 화법은 공산당의 화법과는 반대다. 공산당은 직답하지 않는다. 수수께끼 같은 모호한 대답을 늘어놓는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앞둔 지난 2월 말 간담회에서 ‘올해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구간으로 발표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공산당 간부는 주저 없이 “그것은 양회 개막일에 리커창 총리가 알려줄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차관급인 공산당 부부장은 19차 당대회 개막일을 묻는 기자들에게 날짜는 귀띔해주지 않고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공산당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도 인색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탓을 한다. 부처끼리 책임을 미루고,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만들기 일쑤다. 특히 행정집행으로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비정규직 집행요원이 거의 모든 책임을 짊어진다. 산시성 옌안시에서 발생한 주민 폭행 사건, 저장성 창난현에서 사진 찍는 행인을 때려 다치게 한 사건, 구이저우 카이리시에서 과일 노점상 여주인을 구타한 사건 등은 모두 비정규직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라는 해명으로 꼬리를 잘랐다. 전국을 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비정규직이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바쁜 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마 공산당의 모호한 사과법에 질린 중국인들이 하이디라오의 깔끔한 사과에 열광했는지도 모르겠다. 비정규직 탓만 하는 공산당 때문에 본사가 모든 잘못을 떠안은 하이디라오가 면죄부를 받았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누구나 제대로 된 사과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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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형 쓰레기통’ ‘말하는 쓰레기통’ ‘태양열 쓰레기통’….

한 해 2억t에 가까운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중국은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분리수거를 강제로 시행하고 2020년까지는 주요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분리수거를 시행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강제 시행이 다가오자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각 지방정부는 갖가지 쓰레기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주민들의 비판도 나온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나비 쓰레기통(위 사진)은 모양은 예쁘지만 청소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장성 닝보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점수를 적립해 준다. 중국 닝보망

신식시보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시에는 ‘화분형 쓰레기통’이 등장했다. 위쪽에 녹색 식물을 심어 놓아 멀리서 보면 마치 화분으로 보인다. 지역 환경위생관리감독 기관이 직접 디자인한 쓰레기통은 현재 안개꽃 등 3가지 식물을 심었지만 향후 1∼2개월에 한 번씩 바꿔 심을 계획이다.

 

항저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말하는 쓰레기통’이 놓였다. 센서가 설치돼 사람이 다가가면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녹색, 기타 쓰레기는 황색 쓰레기통에 넣어주세요. 분리수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안내말이 나온다.

 

앞서 충칭시는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한 에너지 절약형 쓰레기통을 선보였고, 닝보(寧波)시는 QR코드를 이용한 쓰레기 재활용 제도를 실시해 정확히 분류하면 점수를 적립해준다.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등장한 나비 모양 쓰레기통은 비싼 가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흰색 몸체에 야광 나비 모양으로 설계된 쓰레기통은 외관은 아름답지만 내부를 청소하기 어렵다. 지역 언론은 개당 5000위안(약 82만원)이나 하는 쓰레기통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우창구 당국은 “새 쓰레기통을 소중히 아껴 쓰자는 마음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걸 강조하려다 잘못된 보도가 나갔다”며 개당 1400위안(약 23만원)이라고 밝혔다.

 

지방정부들은 벌금 부과 등 제도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독려에도 나서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 246개 중대형 도시 연간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1억8564만t에 이른다.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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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의 청핀(誠品)서점 둔난점은 낮보다 밤이 더 활기차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 서점의 ‘골든타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부터 데이트를 하는 커플,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좋은 책은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좋은 책 주변에 모여든다. 책을 보러 왔다 커피를 마시며 얘기도 나누고, 문구나 생활용품을 사기도 한다. 인파를 쫓아 서점 입구에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들어섰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과 문화와 경제 활동이 선순환한다.

 

이 서점이 특별한 이유는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만이 아니다. 도서관처럼 꾸며진 서가 곳곳에 수백개의 의자가 있다. 잡지나 화보 같은 고가의 서적도 밀봉해놓지 않는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잘 팔리지 않아도 좋은 책이라고 판단되면 잘 보이는 진열대에 배치한다. 3개월간 팔리지 않는다고 창고에 넣지도 않는다. 서가를 15도 정도 기울여 위쪽에 꽂힌 책을 편하게 꺼낼 수 있게 했다. 책을 파는 것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중시하는 이 서점의 경영 방식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이곳을 아시아 최고의 서점으로 선정했다.

 

청핀서점을 창립한 우칭요우(吳淸友) 회장이 지난 18일 타이베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사업가 정신을 되새기는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 회장은 중화권 최고 재벌이 아니다. 지명도도 높지 않다. 그러나 서점을 인문학 공간으로 창조해냈다. 애도 움직임은 대만보다 중국 본토가 더 뜨겁다. 조급한 성공과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시대에 고귀한 정신을 가진 사업가라는 이유에서다.

 

우 회장은 생전 “돈이 없으면 청핀서점이 살아갈 수 없죠. 그러나 문화가 없다면 나 또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모여 책에서 값진 보석을 발견하게 하겠다”고 했다.

 

서점 이름은 우 회장의 아버지가 지었다고 한다. 재물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정성(精誠)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 담겼다.

 

청핀서점에 대한 대만인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대만 작가인 룽잉타이는 “청핀서점의 성공은 우리가 인문학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룽 작가는 “서점은 책과 문구를 파는 상점으로 전락할 수 있지만 우칭요우는 생활의 미학과 문화의 지표로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몇 년 전 우칭요우는 한 강연에서 “뭔가를 진정 이해하려면 최소 20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7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8년간 청핀서점에 정성을 들였다.

중국 본토인들은 우칭요우 같은 사업가가 없는 점을 애석해하고 있다. ‘대만에는 우칭요우가 있지만 우리에겐 뤄전위(羅振宇)밖에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 인기 인터넷 방송인 ‘로직사유’의 진행자인 뤄전위는 문화와 인문학을 내세우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문화 장사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최근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 세워진 이 편의점은 종업원 대신 인공지능이 관리한다.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센서와 위치 추적 시스템으로 고객을 관리한다. 물건 값은 휴대전화 속 전자페이로 자동 결제된다. 무인 편의점은 손쉽다.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러나 사람은 사라지고 거래만 존재한다. 문화는 없고 기술만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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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9살인 류루이링은 2년 전 세계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사교사가 꿈인 그는 고향인 산시성 뤼량시 직속 교육기관의 모집공고를 발견하고 흥분했다. 열심히 준비했고, 200명 넘게 응시한 필기시험을 가뿐히 통과했다. 면접 대상자 6명 중 2명을 뽑는 3 대 1의 경쟁률. 석사학위 소지자는 류루이링뿐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 인사과에서 갑자기 면접시험 자격 취소를 통보해왔다. 모집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역사학 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데 당신의 전공은 세계사이지 역사학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했다. 역사학의 세부과목인 세계사가 역사학에 속하지 않는다니.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이치라 세계사가 역사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중국 누리꾼들은 ‘법률 석사는 법학 전공이 아니다’ ‘중국언어문학부는 중국언어문학 전공이 아니다’ 같은 패러디를 하며 부당한 처분을 비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해당 기관은 업무상 착오였다고 해명하고 류루이링에게 다시 면접시험 자격을 부여했다.

 

이 뉴스가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홍당무 채용’ 관행 때문이다. 홍당무나 무를 땅에서 뽑고 나면 딱 맞는 구멍 하나가 생기는 것을 빗대, 내정자를 뽑기 위해 자격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정부 산하 교육기관이나 사업 단위에서 ‘관시(關係)’가 얽힌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해 쓰는 꼼수다. 지난해 푸젠성의 핑난현 재정국 직속 유가증권관리소가 모집공고에서 내건 지원 자격이 대표적인 예다. ‘학사학위 소지자(석·박사 불가), 외국학교 학위, 국제회계 전공, 대학 영어 4급, 여성, 25세 이하, 핑난현 호적.’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영국에서 국제회계를 전공하고 귀국한 재정국장의 딸뿐이었다.

 

졸업 시즌을 맞아 취업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795만명에 달한다. 대학 졸업 후 창업하는 이들 중 3년 내 성공할 확률은 1%. 수백만의 졸업생은 좁은 취업문으로 몰린다. 마오타이주로 유명한 마오타이그룹은 최근 술 제조 등 업무에 337명의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그룹 측은 서류전형과 면접뿐 아니라 남성은 1000m, 여성은 800m 달리기에서 4분30초 내에 들어와야 한다는 체력검정 항목까지 넣었다. 그러나 구직자 수십만명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 본점 관리직 691명의 간부 중 221명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관련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시’로 무장한 일부 계층이 기회를 선점해 다른 지원자들은 기회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계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기회의 제공은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대표적 빈곤 지역인 간쑤성 딩시시에 사는 장애인 웨이샹은 대입시험인 가오카오에서 750점 만점에 648점을 받아 원하던 칭화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선천적 척추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어머니의 돌봄 없이는 대학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는 칭화대 측에 어머니와 함께 거처할 기숙사를 마련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에도 ‘간쑤성 대입 고득점자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렸다.

 

사연을 들은 칭화대는 웨이샹에게 편지를 보내 “무료 기숙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인생은 고달프지만 믿음을 갖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중국장애인협회에서 전동휠체어를 선물하고 생활보조금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칭화대가 웨이샹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에 박수를 보냈다. 웨이샹에게 무료 기숙사를 내주기로 한 칭화대의 결정에 특별대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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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시의 한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중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을 본 이들은 분노했고 학생들의 마음에는 생채기가 났다.

 

청두 룽취안(龍泉)고등학교 고3 학생들은 지난 5월 졸업 앨범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인화된 사진 속에는 촬영할 때는 없던 교장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사진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으로 교장의 사진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 그렇게 바쁘세요? 이거 졸업 사진인데 어떻게 조작할 수 있죠?”라고 분개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재단에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다 보니 교장이 반마다 다니며 단체사진을 찍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올해 졸업하는 고3 학생들만 28개 반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장은 이 중 2개 반인 엘리트반 학생들과는 직접 사진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 ‘촬영 차별’을 한 것이다. 가장 순수해야 할 학교에서 숭고한 교육의 정신이 무너졌다는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교육계도 성적 우선주의냐 인성을 중시하는 인재 양성이냐 하는 고민에 부딪혀 있다. 난제를 풀기도 전에 취업난이 심화되고 경쟁이 격화되자 성적 우선주의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뜻의 중국 속담인 ‘까마귀 둥지에서 봉황이 난다’는 실현되기 힘들다. 지난달 상하이의 유명 사립초등학교인 양푸(陽浦)소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은 지능(IQ) 테스트를 치러야 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양육 상태를 상세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연좌제’다.

 

상하이의 또 다른 사립학교인 칭푸(靑浦)세계외국어학교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조부모의 직업과 학력을 조사했다. 학부모들에게는 최종 학력이 아니라 최초 입학 대학을 따로 물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체 임원이 되면 명문대 대학원에 쉽게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학력은 변별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좋은 집안 자제를 가려 뽑기 위해 학업 능력 파악과는 무관한 질문에 몰입했다. 교육의 기회는 균등해야 하지만 초등교육부터 부모의 지능, 학력, 직업, 재력으로 갈라진다.

 

올해로 중국 수능인 가오카오(高考)가 회복된 지 40년이 됐다. 대학 입학시험은 문화대혁명(1966~1977년) 10년간 사라졌었다. 당시 학생들은 지식 청년을 노동 현장으로 보내는 하방(下放) 정책에 따라 농촌에서 일하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 쉽게 갈 수 없었고 추천제만이 유일한 입학 통로였다. 학업 성적보다는 당에 대한 충성이 우선시됐다.

 

신경보는 “가오카오는 펜으로 찬란한 미래를 그릴 기회”라면서 “4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 가오카오란 사치스러운 희망에 불과했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가오카오가 수천, 수만명의 중국 청년들에게 운명을 개척할 기회를 줬다”고 평가했다. 1977년 입시제도가 되살아난 후 대학에 들어간 이들은 현재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가 됐다. 시진핑 주석도, 리커창 총리도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칭화대, 베이징대에 입학해 대학 교육의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40년간 중국이 경제적으로 무섭게 성장하면서 교육은 운명을 개척할 기회가 아니라 또 다른 부의 상속 방법으로 변형되고 있다. 교육은 인간의 존엄을 세우고 국가의 명맥을 이어가게 한다. 교육이라는 공정한 계층 이동 통로가 사라진 사회는 암울하다.

천바오셩 교육부장(장관)도 문화대혁명이 끝난 이듬해인 1978년, 22세에 베이징대에 입학했다. 그는 중국의 교육이 상식, 본분, 초심, 꿈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본’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교육은 상식적이고 본분에 충실한가, 초심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이 없을 것이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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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6월 잠비아 대통령과 만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중국의 국제적 의무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마오 주석은 “전 세계가 (제국주의에서) 해방되지 못한다면 중국 역시 스스로 완벽한 해방을 이룰 수 없다”면서 “먼저 독립한 국가는 나중에 독립한 국가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1955년 4월 열린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에서 내정 불간섭 등을 앞세운 비동맹 외교로 제3세계 국가들의 마음을 열었다. 이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기 위해서는 물질적 보상이 필요했다. 공산주의의 우월함을 과시하면서 ‘맏형’ 역할을 꿰차고 싶었던 중국은 대외 원조에 몰두했다. 1967년 중국이 대외 원조에 쓴 돈은 19억9400위안으로 국가 재정 지출의 4.5%에 달했다.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794억위안에 불과했다.

 

 

그 후 50년이 흘렀다. 중국은 미국과 맞먹을 정도의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GDP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10조3511억달러 규모에 달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세계에서 두 번째 경제 대국을 이끄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체제 이데올로기 대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라는 더 세련된 방법으로 체면을 세우고 싶어 하는 듯싶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금전이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세계를 향해 내놓는 돈 보따리 크기도 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세계 각국의 참여를 요청하는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 _ AP연합뉴스

 

지난 14일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개막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통 큰 계획을 발표했다. 일대일로 건설을 위해 실크로드 기금에 추가로 1000억위안(약 16조3600억원)을 지원해 총 3000억위안(49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29개국 정상과 130개 국가의 대표단 앞에서 막대한 숫자를 내세우며 중국의 체면을 세웠다. 포럼이 끝나자 중국 정부는 포럼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과 76개 항목, 270개 항의 경제협력 사업 추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 계획을 발표한 후 중국은 이를 통해 국내외 영향력 넓히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국내 빈곤 문제 해결이 아직 초보 단계인 수준에서 점점 규모를 키우는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문제도 해결 못하는데 대외 과시용으로 쓰는 예산이 너무 많다며 ‘가난한 대범함’ ‘빈곤한 큰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대일로 포럼을 열면서 베이징 시내 교통은 수시로 통제됐다. 그러자 ‘일로일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왔다. 베이징 순환도로인 2환의 한쪽 차로는 통제 때문에 텅텅 비어 있고, 반대편 차로는 주차장처럼 차가 들어찬 광경을 두고 한쪽은 길이고 한쪽은 주차벨트 같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평소에도 아프리카 국가 등 각국 지도자들이 베이징에 오면 예우를 다하기 위한 통제 때문에 차로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소시민들에게 일대일로는 먼 얘기다.

 

일대일로 포럼은 시진핑 주석이 주도한 세력 과시 이벤트인 동시에, 중국 공산당 정권의 국제적 지위를 보장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마오쩌둥 시대 같은 강력한 지도력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시 주석의 체면은 세워줬다.

 

지난해 3월 마오 주석 이후엔 나타나지 않던 얼굴을 새긴 배지가 등장했다. 배지에는 시진핑 주석의 얼굴이 인쇄됐다. 지난 3월에는 관영 CCTV가 시 주석의 하방(下放) 시절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초심(初心)>을 방송하며 시 주석의 과거 미화에도 나섰다. 올가을 열리는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시 주석의 통치이념을 정리한 시진핑 사상이 당의 헌법인 당장(黨章)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50년 전 마오 시대와 닮아간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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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올 9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가 열릴 중국 남부도시 샤먼(廈門)에는 특이한 이름의 도로가 있다. 2009년 개통된 이 도로명은 ‘성공의 큰길’이라는 뜻의 성공대도(成功大道)다. 같은 발음인 ‘성공까지 닿는다’는 의미도 담았다. 시내와 공항을 잇는 이 도로의 원래 이름은 봉황(鳳凰)이었지만 막힘없이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개명했다.

 

세계에서 이름짓기에 가장 민감한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사업의 첫 단추는 회사나 브랜드의 중국어 네이밍이다. 좋은 뜻과 발음을 두루 고려한 좋은 이름이 사업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다롄 조선소에서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001A형 항모를 진수했다. 옛 소련의 항모를 개조한 첫 항모인 랴오닝함과 달리 레이더, 통신, 무기 같은 핵심 시스템을 중국의 독자 기술로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새 항모의 이름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랴오닝함처럼 지역 이름을 따 산둥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지만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다.

 

국력과 직결되는 항모를 자국 기술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중국인의 체면을 세워줬다. 이런 항모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를 놓고 여론은 달아올랐다. 한 홍콩 매체가 30만명의 중국 누리꾼을 상대로 함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대만함, 베이징함, 광둥함같이 지역명을 딴 이름이 우세했다. 샤먼과 대만을 근거지로 명나라 부흥운동에 나선 정청궁(鄭成功) 장군의 이름을 딴 정청궁함이나 손오공을 뜻하는 제천대성(齊天大聖)함도 나왔다.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대만함이다.

 

대만 매체들은 이 대만함이라는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랴오닝함 항모전단이 지난해 12월 보하이만을 출발해 서해, 동중국해, 서태평양으로 해역을 넓혀 가면서 훈련을 벌였다. 중국 언론은 중국 항모전단이 처음으로 제1도련선(열도선)을 돌파했다고 흥분했고, 대만은 F16 전투기 2대를 긴급 출격시키며 경계했다. 첫 국산 항모 이름을 대만함으로 정하자는 여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 대변인 양위쥔은 지난달 월례브리핑에서 대만함이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온라인 투표는 누리꾼들의 관심의 표현일 뿐”이라며 “갯가재함이라는 함명을 제의한 누리꾼도 있었고 적지 않은 이들이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투표를 한다고 해도 갯가재함이라는 이름이 채택될 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함명이 정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관영매체들은 첫 중국산 항모 앞에 ‘국지중기(國之重器)’라는 표현을 덧붙여 쓰고 있다. 나라의 중요한 기구라는 뜻으로 옥새를 뜻한다. 제왕의 인장을 옥으로 만든 것은 예로부터 군자를 옥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옥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오래가는 특성을 군자의 도덕 수양과 비교했다.

 

아무리 스스로의 기술을 높이 평가한다고 해도 항모를 옥새에 비유해 부르는 것은 너무 나간 듯하다. 항모는 자국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에 불과할 뿐이다. 일본이 자위대 헬기 탑재 호위함 등을 진수하면서 ‘가가’ ‘이즈모’ 같은 군국주의 시절 이름을 되살려낼 때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해왔다. 때로는 이름이 실체보다 더 중요한 작용을 한다.

 

다시 샤먼의 ‘성공의 큰길’로 돌아간다. 개통된 지 8년이 지난 지금, 성공대도는 급증한 교통량과 교통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신호체계로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2억2000만위안(약 3603억원)을 쏟아부은 이 도로는 결국 이름값을 못했다. 현지 운전자들은 ‘가장 성공하지 못한 도로’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하물며 자국민뿐 아니라 인접국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항공모함은 어떻겠는가.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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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 누리꾼들이 가장 뜨겁게 지지하는 공무원은 다캉(達康) 서기다. 한둥(漢東)성 징저우(京州)시 서기인 그의 머릿속은 온통 GDP(국내총생산)로 가득 차 있다. 원리원칙주의자인 데다 다혈질이라 뜻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리해라” “이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냐”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누리꾼들은 그의 이런 모습이 귀엽고 인간적이라며 열광한다.

 

다캉 서기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한둥성 징저우시도 가상의 도시다. 지난달 말부터 방송 중인 반부패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가 창조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방송 일주일 만에 온라인 조회수가 10억뷰를 넘었고, 전국 시청률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를 넘었다. 1%만 넘어도 국민드라마급 인기로 치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다캉 서기가 수시로 차를 마시는 컵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캉 서기 물컵’이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가고, ‘다캉 서기의 GDP는 우리가 지킨다’는 팬들의 구호까지 등장했다. 엄숙한 지도자가 아니라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정치드라마를 보지 않던 1980~1990년대생 젊은층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2004년 미디어산업을 총괄하는 광전총국은 반부패를 소재로 한 드라마 방송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비슷한 소재가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함량 미달작이 많아 공산당에 대한 인민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후 10여년 동안 사라졌던 반부패 드라마가 다시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반부패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다. <인민의 이름으로>는 공직자의 뇌물수수를 중점 조사하는 최고인민감찰원 반부패총국을 배경으로 중국의 정치세계를 다룬다. 시 주석 집권 2기에 접어드는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방송돼, 시 주석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한 고도의 선전술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선전에 TV 같은 매체를 동원한 건 오랜 전통이다. 최근 관영 CCTV는 문화대혁명 당시 시 주석의 하방(下放) 생활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초심(初心)>을 방송하며 시 주석 선전에 나섰다. CCTV는 지난해 6중전회 개막에 맞춰서는 황금시간대에 반부패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원히 길 위에서>를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들은 젊은층까지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민의 이름으로>는 트렌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후난위성TV에서 만들면서 젊은 시청자들을 흡인했다. “중국 젊은이들은 후난TV에서 만든 것은 뭐든지 본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산당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청바지 차림 영국인이 출연한 4분 남짓한 홍보 동영상을 공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랩을 가미한 ‘나의 양회’라는 동영상을 내놓았다. 인민해방군도 힙합스타일의 랩을 넣은 모병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이런 동영상에는 공산당의 정책이나 구체적 성과는 없고 공허한 이미지만 맴돈다. 가장 절박한 스모그 문제, 부동산 가격 상승, 취업 정책 중 주효한 정책은 찾기 힘들다. 성과가 변변치 않으니 이미지 같은 허상 만들기에만 몰두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표창을 받은 모범 당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창당 후 가장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잘살게 됐다”는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공산당 지지율이 몇 퍼센트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다캉 서기가 <인민의 이름으로>에서 연기한 장면을 캡처한 이모티콘과 대사를 편집한 랩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인기다. 앞뒤 맥락은 알 수 없고 ‘말해봐’ ‘해결해라’ 같은 단문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반복된다. 보고 나면 재미있는 표정만 머릿속에 남는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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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리비사(Trivisa·樹大招風)>가 9일 열린 제36회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하는 순간, 중국 본토에 생중계하던 온라인 사이트가 갑자기 끊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금상장 시상식도 중국 본토에서는 공식 중계되지 않았다. 영화제를 궁금해하는 중국 팬들의 수요에 맞춰 ‘비리비리(bilibili)’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비공식 중계를 했지만 최우수작품상 수상 장면은 차단됐다.

 

<트리비사>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최우수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상을 모두 휩쓸었다. 사실상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중국 귀속을 앞둔 1997년 홍콩을 배경으로 세 명의 범죄자 이야기를 담은 액션 스릴러다. 트리비사는 세 가지 독(毒)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탐욕, 분노, 무지를 뜻한다. 밀수꾼, 납치범, 금은방 털이범으로 살아온 전설적 범죄자들이 중국 귀속을 앞두고 어려움에 부딪히자 서로 만나 힘을 합치려 한다는 내용이다. 홍콩 반환이 갖는 사회적 불안과 의미를 잘 그려냈다는 평가다.

 

영화 <트리비사>의 한 장면

 

중국은 당연히 이 영화의 수상이 달갑지 않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트리비사>의 내용은 전혀 소개하지 않고 “본토 영화관에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한 영화”라고만 전했다. 행사가 생중계되지 않은 이유도 저작권 문제라고만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금상장은 중국 통치하의 암울한 홍콩을 그린 <10년>에 최우수작품상을 안겼다. 2025년 홍콩을 배경으로, 본토 말인 만다린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고통을 받는 택시기사와 마치 홍위병처럼 어른들을 감시하는 어린이 얘기 등 5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환구시보는 터무니없는 불안과 비관론을 확산시킨다고 이 영화를 비난했다. 전년까지 계속되던 시상식 중계가 중단된 것도 이때부터다.

 

1990년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계를 휩쓸던 홍콩 영화는 막대한 중국 자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한 지 오래다. 홍콩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은 본토 영화나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올해로 중국 귀속 20주년을 맞는 홍콩의 복잡한 속내는 영화상 수상 소감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램 카퉁(49)은 “홍콩 배우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홍콩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역할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신인감독상을 받은 웡 춘(29)은 “상상력을 확장해 홍콩 영화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었던 홍콩 사회의 활기는 크게 사그라들었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던 우산혁명은 좌절됐고, 당시 시위를 강경 진압한 캐리 람(林鄭月娥·59)이 차기 행정장관으로 당선됐다.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밀렸지만 1200명의 선거위원이 뽑는 체육관 선거에서 ‘중앙이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인 람의 당선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람은 9일부터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를 예방하며 차기 행정부를 준비하고 있다.

 

1990년대 홍콩 영화는 독특한 색채의 누아르로 세계의 관중을 사로잡았지만 지금은 선거권조차 없는 홍콩 시민들이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됐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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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핫한’ 베이커리 ‘파린(Farine)’이 문을 닫았다.

과거 프랑스 조계지였던 우캉루(武康路)에 위치한 이 베이커리는 프랑스 제빵사가 프랑스서 직접 공수해 온 재료로 최고의 빵을 만든다고 알려지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국의 블로거들도 상하이 맛집으로 여러 차례 소개한 집이다. 케이크 한 조각의 가격이 40위안(약 6500원)으로 웬만한 한 끼 식사 값을 넘지만 관광객들뿐 아니라 인근 국제금융센터의 고소득 화이트칼라들이 몰려 보통 30분씩 줄을 섰다.

 

상하이 최고 베이커리 파린의 몰락은 내부자의 고발로 이뤄졌다. 한 직원은 이 가게가 유통기한이 지나 시퍼런 곰팡이가 핀 밀가루를 사용하고, 주방도구는 더러운 물에 대충 헹궈 쓰고 있었으며, 주방에는 쥐가 들끓었다는 사실을 알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상하이 식품안전당국에 이 동영상을 보냈고, 조사에 나선 당국은 곰팡이가 핀 밀가루 2800여 포대를 찾아냈다. 외국인을 포함해 관련자 8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베이커리 ‘파린(Farine)’

 

베이커리 문화가 발달하고, 품질도 세계 여느 대도시 못지않다고 여기던 상하이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이 가게의 이름인 파린은 프랑스어로 밀가루라는 뜻이다. 상하이시는 지난달 20일 가장 엄격한 식품안전법규라고 내세운 ‘상하이시 식품안전조례’를 실시했다. 이 조례에 따라 예전 같으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이번 사건은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화려한 명성에 가려진 추악함을 들춰낸 이 직원의 용기를 계기로 중국에서는 내부고발자라는 뜻의 ‘추이샤오런(吹哨人)’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영어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에서 따 호루라기 부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 직원은 아이들이 곰팡이가 핀 밀가루 빵을 먹는 모습을 보고 ‘호루라기를 불게 됐다’고 밝혔다.

 

시안(西安)시 지하철 3호선에 쓰인 불량 전기케이블 사건도 내부자의 호루라기 덕분에 알려졌다. 전선회사인 아오카이(奧凱)에서 생산된 불량 케이블이 시안시 지하철에 쓰였고, 시안뿐 아니라 다른 지역 지하철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발’ 지하철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분노는 더했다. 이 회사는 뒷배경도 수상하다.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인 2014년부터 전기 케이블 생산을 시작해 굵직한 납품을 따냈다. 2년간 2억5000만위안(약 407억원)을 벌어들였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빠른 성장에는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심증이 굳어진다.

 

가짜 분유, 가짜 계란, 가짜 소고기 등 파동을 겪어 온 중국에서 내부자들의 역할은 절실하다. 특히 언론이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못하고 있어 더하다.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소비자의 날(3월15일)을 맞아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晩會)>를 방송한다. 소비자 권익을 신장시킨 공로도 있지만 애플·금호타이어 등 외국 기업을 겨냥하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이 프로는 올해 방송에서 일본 무인양품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무인양품은 방송 후 CCTV가 회사 소재지를 생산 지역으로 둔갑시켜 잘못 방송했고, 중국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상하이 식품안전위원회도 무인양품의 식품이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됐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CCTV는 체면을 구겼다.

 

각 지방 정부는 내부고발 독려책을 내놓고 있다. 선전시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보상금으로 최고 60만위안(약 9889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시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최대 30만위안(약 4890만원)의 보상금과 고발 전용 핫라인 ‘12331’을 만들어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자들의 호루라기 소리는 아직 미미하지만 중국 사회가 거는 기대는 크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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