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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河北)성 이(易)현 시골 마을에 있는 한 사당은 1년 수입이 17억원에 달한다. 특별히 큰 운영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들어오는 돈이 그대로 수입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사당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에 사당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유독 이곳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차신(車神)이라는 21세기 신 덕분이다.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도포를 입은 차신은 두 손으로 자동차 핸들을 꼭 붙잡고 있다. 사당 한쪽 벽에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그려져 있다. 운전면허시험을 보기 전에 여기 와서 절하면 찰떡같이 붙고, 교통사고도 나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자동차 핸들과 신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관리인은 하루에 한 번 ‘공덕함’에 모인 돈을 수거해 간다. 많게는 몇 백만원씩 쌓인다고 한다. 변변한 관광지가 없는 이 시골 마을은 대부분의 수입을 차신으로부터 얻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신이 정말 ‘무사고 안전운전’을 책임질 거라고 믿는 걸까. 그보다는 신이 핸들을 들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찾고, 찾은 김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절도 하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재미를 찾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일종의 ‘놀이’인 셈이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행사인 광군제(光棍節·11일)가 지나갔다. 모두가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일 하루 동안 1682억위안(약 28조3078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 하지만 싱글들이 쇼핑하거나 선물 주는 날이었던 광군제가 쇼핑 축제가 되고 8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이면에는 바로 ‘재미’가 있다.

 

알리바바는 니콜 키드먼, 판빙빙 같은 국내외 유명 배우 등을 모아 전날 밤 갈라쇼를 연다. 마윈 회장은 올해 갈라쇼에서 직접 출연한 무술 영화 <공수도>를 공개했다. 기업 회장이 뒤에 엄숙하게 앉아 있지 않고 무대의 주인공으로 직접 나섰다. 전 세계 스타와 기업의 회장과 임직원이 다 함께 광군제를 축제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야 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소외된다. 이 거대한 파티에 참여하고 싶게 만드니 매출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올해 광군제의 의미는 천문학적 매출액 자체보다는 쇼핑을 얼마나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만드느냐에 있었다. 온라인 매체인 ‘텅쉰오락’은 “화려한 갈라쇼를 보면 명절 전 설렘과 비슷한 기분이 들고, 그 기분에 홀려 다이어트, 피부 관리, 건강을 비는 마음으로 관련 상품을 사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골 마을의 사당도, 할인행사도, 즐거움이 있어야 지갑이 열린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주목받았던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올해로 3년째를 맞지만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 힘들다. 할인품목과 할인율의 한계, 연휴 및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행사 효과 반감, 낮은 행사 인지도가 장애물로 꼽힌다. 정부가 주도하는 이 행사에는 판매자도, 소비자도 즐겁게 참여하는 이를 찾기 힘들다. 페스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축제로 승화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마윈 회장은 13일 CCTV와의 인터뷰에서 “광군제는 알리바바에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알리바바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광군제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더 큰 기쁨을 주고 싶고 그래서 택배뿐 아니라 전자페이, 판매 플랫폼 기술을 계속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알리바바가 수익에 연연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광군제의 기본 신념만큼은 새겨볼 만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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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한 명문대의 한국인 유학생회가 학교 법무처로부터 경고문을 받았다. 유학생회에서 단체 점퍼를 맞춤제작하면서 대학명과 휘장을 넣은 것이 명백한 지적재산권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대학 측은 해당 휘장이 상표등록이 된 무형재산이기 때문에 재학생이라 해도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유학생회는 결국 제작을 취소하고 이미 받은 점퍼 비용을 환불 조치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학들은 재학생들이 비영리 목적으로 휘장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흔히 중국을 ‘가짜의 천국’ ‘세계의 짝퉁 공장’이라고 부른다. 서방국가에서 중국을 공격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적발된 가짜·위조 상품 중 80%가 중국산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슈퍼 301조’도 중국의 지재권 보호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중국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재권은 보호받아야 할, 지켜야 할 권리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의 지재권 재판 결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중국의 스포츠의류업체 챠오단(喬丹·조던의 중국명)과 4년간 상표권 소송을 벌였다. 줄곧 패소하던 조던 측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챠오단 측이 조던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2006년부터 중국 내 ‘트럼프(TRUMP)’라는 상표를 두고 분쟁했지만 연이어 패소했다. 그러다 10년 만인 지난 2월 ‘트럼프’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중국의 국민음료인 량차 브랜드 왕라오지(王老吉)와 자둬바오(加多寶)도 7년 법정 전쟁을 이어왔다. 왕라오지를 생산하는 국유기업 광저우의약그룹과 홍콩에 기반을 둔 자둬바오의 훙다오그룹 간의 분쟁은 당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겨졌다. 상표권과 광고 분쟁에서 훙다오가 연패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캔 포장을 둘러싼 공방에서는 두 회사 모두 붉은색 캔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사실상 훙다오그룹의 승리다.

 

중국은 2025년 지재권 강국건설을 목표로 2015년 초부터 지재권 보호 강화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제조업 고도화)’ ‘의법치국(법에 의한 통치)’과도 직결돼 이 같은 흐름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출판광전총국 부국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지재권 침해 문제에 대해 묻자 “중국 매체에 보도된 ‘검망행동’을 주의 깊게 봤는지 모르겠다”면서 당국의 보호활동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중국의 저작권침해 관리 조치인 검망행동을 설명하며 “중국은 국내외 저작권권리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지난해 상표 출원건수는 369만1000건으로 15년 연속 세계 1위이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효상표 총량은 1237만6000건에 이른다. 발명특허 출원건수도 전년 대비 21.5% 증가한 133만9000건으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발명특허 보유량은 110만3000건으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100만건을 넘겼다.

 

어마어마하게 쌓인 특허권과 상표권은 언제든 한국 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전략 무기화하고 있다. 유커의 거대한 소비력을 경제보복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보상 수단으로 쓴다. 한국과 대만 관광을 금지하고, 대신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해 필리핀 관광을 활성화하는 식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중국법원은 삼성전자가 화웨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8000만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중국이 제대로 지적재산권을 챙기기 시작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

 

<베이징 ㅣ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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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료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인 위폰(WePhone)의 개발자 쑤헝마오(蘇享茂)가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위폰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을 무기로 200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인기 앱이다.

 

쑤헝마오는 자살 직전 위폰의 메인 창에 “회사 대표가 악처에게 죽임을 당해 더 이상 위폰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인 쑤헝마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쑤헝마오는 지난 3월 말 결혼정보 모바일 앱인 시지쟈위엔(世紀佳緣)에 가입했다. 이 회사는 전도유망한 쑤헝마오에게 VIP 회원자격을 부여했고, 현재 전처가 된 아름다운 ‘그녀’를 소개받았다. 6월에 백년가약을 맺고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운명 같던 사랑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혼 과정도 순조롭지 못했다.

 

위폰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다. 인터넷 전화를 쓰기 위해 외국에서 결제하는 사용자가 많은데, 위폰 측은 중국 당국에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탈루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공안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신혼집과 1000만위안(약 17억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전처의 협박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이 사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쑤헝마오 본인은 괴로워하다 잘못된 선택을 했고, 부모는 생때같은 아들을 잃어버렸다. 위폰 사용자들도 피해를 봤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가장 큰 곤경에 처한 것은 쑤헝마오에게 전처를 소개해준 결혼정보회사 시지쟈위엔이다. 그녀는 쑤헝마오와 만나기 전에 이미 결혼했던 경력이 있었지만 이 회사는 이를 알리지 않고 미혼으로 소개했다. 그녀의 실명인증도 하지 않는 등 ‘검증’이 부족했다. 누리꾼들은 그녀가 결혼 전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쑤헝마오에게 접근했고, 시지쟈위엔이 이를 방조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모든 비난은 시지쟈위엔에 쏠렸다. 쑤헝마오가 자살 한 후 시지쟈위안의 모회사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모바일 세상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중국은 앱 천국이다. 지갑이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구매, 결제, 배송 등 거의 모든 경제생활이 가능하다. 음식 배달부터 결혼, 구직, 난치병 치료까지 인생이 걸린 중대사도 앱과 의논한다. 이런 현상에 기대어 중국의 사회문제가 모바일 앱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

 

산둥의 한 농촌에서 태어난 리원싱(李文星)은 유명학교인 둥베이대를 졸업한 후 구직구인앱인 ‘보스지핀(BOSS直聘)을 통해 톈진에 있는 소프트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소프트회사 껍데기를 쓴 다단계회사였다. 리원싱은 다단계회사에 시달리다 못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수차례 돈을 빌렸다.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누가 전화하든 절대 돈을 주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졸업생을 이용한 다단계회사에 1차 책임이 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다단계회사의 횡포보다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스지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지난해 희귀암에 걸린 대학생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가 추천한 병원에서 엉터리 치료를 받다가 숨지자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바이두의 검색 광고다. 중국의 허술한 의료정보 감독관리 제도 문제는 쑥 사라졌다.

 

정보의 홍수, 모바일 세상에서 관시(關係·관계)보다는 검색의 힘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검색 결과가 나오면 실존대상이지만, 검색해도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무존재와 마찬가지다.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무책임한 중개 앱의 운영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플랫폼 운영자는 당연히 검증의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린다고 해서 당국의 관리 소홀 책임까지 면책된다고 볼 수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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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진출한 중국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음식점 하이디라오에는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여전히’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불과 10일 전 쥐가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불결한 주방이 공개되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위생 상태가 낙제점을 받았지만 하이디라오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그래도 한번 봐줘야 한다” “여전히 좋다” 등 옹호하는 글은 물론 “다른 식당이라고 더 깨끗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이디라오의 인기가 불결한 주방 공개를 계기로 오히려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하이디라오는 특급 서비스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으며 전국에 117개 지점이 있고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연간 매출액 5000억원을 넘고 직원도 2만명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중국 법제만보가 4개월에 걸친 잠입취재로 베이징 진송점과 타이양궁점 두 곳의 위생 상황을 폭로했다. 쥐가 들끓는 주방에서 직원들은 훠궈 식탁에 올리는 국자로 막힌 하수구를 청소했고 식기세척기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엉겨 붙어 있었다. 1994년 창립 이후 2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하이디라오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하이디라오는 더러운 위생 상태와 동영상이 공개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신속하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조사 결과 매체에 보도된 문제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고 송구스럽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어떤 경제적, 법적 책임도 다할 것이며 하이디라오의 설비에 대해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신속한 잘못 인정, 진솔한 사과, 사태 수습 방안이라는 사과의 요소가 두루 갖춰졌다. 다시 2시간 만에 해당 점포에 대한 5가지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각 개선 조치에 대한 책임은 본사 임원진이 맡기로 했다. 중국인들이 감동한 부분은 이 같은 본사의 책임지는 자세였다. 식당 체인인 하이디라오는 비정규직이 많다. 본사는 해당 점포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 “본사가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며 모든 책임은 회사 이사회가 지겠다고 나섰다.

 

하이디라오의 사과 화법은 공산당의 화법과는 반대다. 공산당은 직답하지 않는다. 수수께끼 같은 모호한 대답을 늘어놓는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앞둔 지난 2월 말 간담회에서 ‘올해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구간으로 발표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공산당 간부는 주저 없이 “그것은 양회 개막일에 리커창 총리가 알려줄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차관급인 공산당 부부장은 19차 당대회 개막일을 묻는 기자들에게 날짜는 귀띔해주지 않고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공산당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도 인색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탓을 한다. 부처끼리 책임을 미루고,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만들기 일쑤다. 특히 행정집행으로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비정규직 집행요원이 거의 모든 책임을 짊어진다. 산시성 옌안시에서 발생한 주민 폭행 사건, 저장성 창난현에서 사진 찍는 행인을 때려 다치게 한 사건, 구이저우 카이리시에서 과일 노점상 여주인을 구타한 사건 등은 모두 비정규직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라는 해명으로 꼬리를 잘랐다. 전국을 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비정규직이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바쁜 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마 공산당의 모호한 사과법에 질린 중국인들이 하이디라오의 깔끔한 사과에 열광했는지도 모르겠다. 비정규직 탓만 하는 공산당 때문에 본사가 모든 잘못을 떠안은 하이디라오가 면죄부를 받았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누구나 제대로 된 사과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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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형 쓰레기통’ ‘말하는 쓰레기통’ ‘태양열 쓰레기통’….

한 해 2억t에 가까운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중국은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분리수거를 강제로 시행하고 2020년까지는 주요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분리수거를 시행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강제 시행이 다가오자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각 지방정부는 갖가지 쓰레기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주민들의 비판도 나온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나비 쓰레기통(위 사진)은 모양은 예쁘지만 청소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장성 닝보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점수를 적립해 준다. 중국 닝보망

신식시보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시에는 ‘화분형 쓰레기통’이 등장했다. 위쪽에 녹색 식물을 심어 놓아 멀리서 보면 마치 화분으로 보인다. 지역 환경위생관리감독 기관이 직접 디자인한 쓰레기통은 현재 안개꽃 등 3가지 식물을 심었지만 향후 1∼2개월에 한 번씩 바꿔 심을 계획이다.

 

항저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말하는 쓰레기통’이 놓였다. 센서가 설치돼 사람이 다가가면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녹색, 기타 쓰레기는 황색 쓰레기통에 넣어주세요. 분리수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안내말이 나온다.

 

앞서 충칭시는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한 에너지 절약형 쓰레기통을 선보였고, 닝보(寧波)시는 QR코드를 이용한 쓰레기 재활용 제도를 실시해 정확히 분류하면 점수를 적립해준다.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등장한 나비 모양 쓰레기통은 비싼 가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흰색 몸체에 야광 나비 모양으로 설계된 쓰레기통은 외관은 아름답지만 내부를 청소하기 어렵다. 지역 언론은 개당 5000위안(약 82만원)이나 하는 쓰레기통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우창구 당국은 “새 쓰레기통을 소중히 아껴 쓰자는 마음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걸 강조하려다 잘못된 보도가 나갔다”며 개당 1400위안(약 23만원)이라고 밝혔다.

 

지방정부들은 벌금 부과 등 제도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독려에도 나서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 246개 중대형 도시 연간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1억8564만t에 이른다.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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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의 청핀(誠品)서점 둔난점은 낮보다 밤이 더 활기차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 서점의 ‘골든타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부터 데이트를 하는 커플,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좋은 책은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좋은 책 주변에 모여든다. 책을 보러 왔다 커피를 마시며 얘기도 나누고, 문구나 생활용품을 사기도 한다. 인파를 쫓아 서점 입구에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들어섰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과 문화와 경제 활동이 선순환한다.

 

이 서점이 특별한 이유는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만이 아니다. 도서관처럼 꾸며진 서가 곳곳에 수백개의 의자가 있다. 잡지나 화보 같은 고가의 서적도 밀봉해놓지 않는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잘 팔리지 않아도 좋은 책이라고 판단되면 잘 보이는 진열대에 배치한다. 3개월간 팔리지 않는다고 창고에 넣지도 않는다. 서가를 15도 정도 기울여 위쪽에 꽂힌 책을 편하게 꺼낼 수 있게 했다. 책을 파는 것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중시하는 이 서점의 경영 방식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이곳을 아시아 최고의 서점으로 선정했다.

 

청핀서점을 창립한 우칭요우(吳淸友) 회장이 지난 18일 타이베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사업가 정신을 되새기는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 회장은 중화권 최고 재벌이 아니다. 지명도도 높지 않다. 그러나 서점을 인문학 공간으로 창조해냈다. 애도 움직임은 대만보다 중국 본토가 더 뜨겁다. 조급한 성공과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시대에 고귀한 정신을 가진 사업가라는 이유에서다.

 

우 회장은 생전 “돈이 없으면 청핀서점이 살아갈 수 없죠. 그러나 문화가 없다면 나 또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모여 책에서 값진 보석을 발견하게 하겠다”고 했다.

 

서점 이름은 우 회장의 아버지가 지었다고 한다. 재물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정성(精誠)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 담겼다.

 

청핀서점에 대한 대만인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대만 작가인 룽잉타이는 “청핀서점의 성공은 우리가 인문학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룽 작가는 “서점은 책과 문구를 파는 상점으로 전락할 수 있지만 우칭요우는 생활의 미학과 문화의 지표로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몇 년 전 우칭요우는 한 강연에서 “뭔가를 진정 이해하려면 최소 20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7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8년간 청핀서점에 정성을 들였다.

중국 본토인들은 우칭요우 같은 사업가가 없는 점을 애석해하고 있다. ‘대만에는 우칭요우가 있지만 우리에겐 뤄전위(羅振宇)밖에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 인기 인터넷 방송인 ‘로직사유’의 진행자인 뤄전위는 문화와 인문학을 내세우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문화 장사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최근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 세워진 이 편의점은 종업원 대신 인공지능이 관리한다.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센서와 위치 추적 시스템으로 고객을 관리한다. 물건 값은 휴대전화 속 전자페이로 자동 결제된다. 무인 편의점은 손쉽다.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러나 사람은 사라지고 거래만 존재한다. 문화는 없고 기술만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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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9살인 류루이링은 2년 전 세계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사교사가 꿈인 그는 고향인 산시성 뤼량시 직속 교육기관의 모집공고를 발견하고 흥분했다. 열심히 준비했고, 200명 넘게 응시한 필기시험을 가뿐히 통과했다. 면접 대상자 6명 중 2명을 뽑는 3 대 1의 경쟁률. 석사학위 소지자는 류루이링뿐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 인사과에서 갑자기 면접시험 자격 취소를 통보해왔다. 모집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역사학 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데 당신의 전공은 세계사이지 역사학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했다. 역사학의 세부과목인 세계사가 역사학에 속하지 않는다니.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이치라 세계사가 역사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중국 누리꾼들은 ‘법률 석사는 법학 전공이 아니다’ ‘중국언어문학부는 중국언어문학 전공이 아니다’ 같은 패러디를 하며 부당한 처분을 비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해당 기관은 업무상 착오였다고 해명하고 류루이링에게 다시 면접시험 자격을 부여했다.

 

이 뉴스가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홍당무 채용’ 관행 때문이다. 홍당무나 무를 땅에서 뽑고 나면 딱 맞는 구멍 하나가 생기는 것을 빗대, 내정자를 뽑기 위해 자격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정부 산하 교육기관이나 사업 단위에서 ‘관시(關係)’가 얽힌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해 쓰는 꼼수다. 지난해 푸젠성의 핑난현 재정국 직속 유가증권관리소가 모집공고에서 내건 지원 자격이 대표적인 예다. ‘학사학위 소지자(석·박사 불가), 외국학교 학위, 국제회계 전공, 대학 영어 4급, 여성, 25세 이하, 핑난현 호적.’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영국에서 국제회계를 전공하고 귀국한 재정국장의 딸뿐이었다.

 

졸업 시즌을 맞아 취업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795만명에 달한다. 대학 졸업 후 창업하는 이들 중 3년 내 성공할 확률은 1%. 수백만의 졸업생은 좁은 취업문으로 몰린다. 마오타이주로 유명한 마오타이그룹은 최근 술 제조 등 업무에 337명의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그룹 측은 서류전형과 면접뿐 아니라 남성은 1000m, 여성은 800m 달리기에서 4분30초 내에 들어와야 한다는 체력검정 항목까지 넣었다. 그러나 구직자 수십만명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 본점 관리직 691명의 간부 중 221명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관련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시’로 무장한 일부 계층이 기회를 선점해 다른 지원자들은 기회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계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기회의 제공은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대표적 빈곤 지역인 간쑤성 딩시시에 사는 장애인 웨이샹은 대입시험인 가오카오에서 750점 만점에 648점을 받아 원하던 칭화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선천적 척추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어머니의 돌봄 없이는 대학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는 칭화대 측에 어머니와 함께 거처할 기숙사를 마련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에도 ‘간쑤성 대입 고득점자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렸다.

 

사연을 들은 칭화대는 웨이샹에게 편지를 보내 “무료 기숙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인생은 고달프지만 믿음을 갖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중국장애인협회에서 전동휠체어를 선물하고 생활보조금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칭화대가 웨이샹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에 박수를 보냈다. 웨이샹에게 무료 기숙사를 내주기로 한 칭화대의 결정에 특별대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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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시의 한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중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을 본 이들은 분노했고 학생들의 마음에는 생채기가 났다.

 

청두 룽취안(龍泉)고등학교 고3 학생들은 지난 5월 졸업 앨범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인화된 사진 속에는 촬영할 때는 없던 교장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사진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으로 교장의 사진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 그렇게 바쁘세요? 이거 졸업 사진인데 어떻게 조작할 수 있죠?”라고 분개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재단에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다 보니 교장이 반마다 다니며 단체사진을 찍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올해 졸업하는 고3 학생들만 28개 반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장은 이 중 2개 반인 엘리트반 학생들과는 직접 사진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 ‘촬영 차별’을 한 것이다. 가장 순수해야 할 학교에서 숭고한 교육의 정신이 무너졌다는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교육계도 성적 우선주의냐 인성을 중시하는 인재 양성이냐 하는 고민에 부딪혀 있다. 난제를 풀기도 전에 취업난이 심화되고 경쟁이 격화되자 성적 우선주의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뜻의 중국 속담인 ‘까마귀 둥지에서 봉황이 난다’는 실현되기 힘들다. 지난달 상하이의 유명 사립초등학교인 양푸(陽浦)소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은 지능(IQ) 테스트를 치러야 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양육 상태를 상세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연좌제’다.

 

상하이의 또 다른 사립학교인 칭푸(靑浦)세계외국어학교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조부모의 직업과 학력을 조사했다. 학부모들에게는 최종 학력이 아니라 최초 입학 대학을 따로 물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체 임원이 되면 명문대 대학원에 쉽게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학력은 변별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좋은 집안 자제를 가려 뽑기 위해 학업 능력 파악과는 무관한 질문에 몰입했다. 교육의 기회는 균등해야 하지만 초등교육부터 부모의 지능, 학력, 직업, 재력으로 갈라진다.

 

올해로 중국 수능인 가오카오(高考)가 회복된 지 40년이 됐다. 대학 입학시험은 문화대혁명(1966~1977년) 10년간 사라졌었다. 당시 학생들은 지식 청년을 노동 현장으로 보내는 하방(下放) 정책에 따라 농촌에서 일하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 쉽게 갈 수 없었고 추천제만이 유일한 입학 통로였다. 학업 성적보다는 당에 대한 충성이 우선시됐다.

 

신경보는 “가오카오는 펜으로 찬란한 미래를 그릴 기회”라면서 “4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 가오카오란 사치스러운 희망에 불과했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가오카오가 수천, 수만명의 중국 청년들에게 운명을 개척할 기회를 줬다”고 평가했다. 1977년 입시제도가 되살아난 후 대학에 들어간 이들은 현재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가 됐다. 시진핑 주석도, 리커창 총리도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칭화대, 베이징대에 입학해 대학 교육의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40년간 중국이 경제적으로 무섭게 성장하면서 교육은 운명을 개척할 기회가 아니라 또 다른 부의 상속 방법으로 변형되고 있다. 교육은 인간의 존엄을 세우고 국가의 명맥을 이어가게 한다. 교육이라는 공정한 계층 이동 통로가 사라진 사회는 암울하다.

천바오셩 교육부장(장관)도 문화대혁명이 끝난 이듬해인 1978년, 22세에 베이징대에 입학했다. 그는 중국의 교육이 상식, 본분, 초심, 꿈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본’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교육은 상식적이고 본분에 충실한가, 초심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이 없을 것이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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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6월 잠비아 대통령과 만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중국의 국제적 의무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마오 주석은 “전 세계가 (제국주의에서) 해방되지 못한다면 중국 역시 스스로 완벽한 해방을 이룰 수 없다”면서 “먼저 독립한 국가는 나중에 독립한 국가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1955년 4월 열린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에서 내정 불간섭 등을 앞세운 비동맹 외교로 제3세계 국가들의 마음을 열었다. 이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기 위해서는 물질적 보상이 필요했다. 공산주의의 우월함을 과시하면서 ‘맏형’ 역할을 꿰차고 싶었던 중국은 대외 원조에 몰두했다. 1967년 중국이 대외 원조에 쓴 돈은 19억9400위안으로 국가 재정 지출의 4.5%에 달했다.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794억위안에 불과했다.

 

 

그 후 50년이 흘렀다. 중국은 미국과 맞먹을 정도의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GDP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10조3511억달러 규모에 달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세계에서 두 번째 경제 대국을 이끄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체제 이데올로기 대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라는 더 세련된 방법으로 체면을 세우고 싶어 하는 듯싶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금전이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세계를 향해 내놓는 돈 보따리 크기도 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세계 각국의 참여를 요청하는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 _ AP연합뉴스

 

지난 14일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개막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통 큰 계획을 발표했다. 일대일로 건설을 위해 실크로드 기금에 추가로 1000억위안(약 16조3600억원)을 지원해 총 3000억위안(49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29개국 정상과 130개 국가의 대표단 앞에서 막대한 숫자를 내세우며 중국의 체면을 세웠다. 포럼이 끝나자 중국 정부는 포럼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과 76개 항목, 270개 항의 경제협력 사업 추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 계획을 발표한 후 중국은 이를 통해 국내외 영향력 넓히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국내 빈곤 문제 해결이 아직 초보 단계인 수준에서 점점 규모를 키우는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문제도 해결 못하는데 대외 과시용으로 쓰는 예산이 너무 많다며 ‘가난한 대범함’ ‘빈곤한 큰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대일로 포럼을 열면서 베이징 시내 교통은 수시로 통제됐다. 그러자 ‘일로일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왔다. 베이징 순환도로인 2환의 한쪽 차로는 통제 때문에 텅텅 비어 있고, 반대편 차로는 주차장처럼 차가 들어찬 광경을 두고 한쪽은 길이고 한쪽은 주차벨트 같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평소에도 아프리카 국가 등 각국 지도자들이 베이징에 오면 예우를 다하기 위한 통제 때문에 차로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소시민들에게 일대일로는 먼 얘기다.

 

일대일로 포럼은 시진핑 주석이 주도한 세력 과시 이벤트인 동시에, 중국 공산당 정권의 국제적 지위를 보장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마오쩌둥 시대 같은 강력한 지도력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시 주석의 체면은 세워줬다.

 

지난해 3월 마오 주석 이후엔 나타나지 않던 얼굴을 새긴 배지가 등장했다. 배지에는 시진핑 주석의 얼굴이 인쇄됐다. 지난 3월에는 관영 CCTV가 시 주석의 하방(下放) 시절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초심(初心)>을 방송하며 시 주석의 과거 미화에도 나섰다. 올가을 열리는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시 주석의 통치이념을 정리한 시진핑 사상이 당의 헌법인 당장(黨章)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50년 전 마오 시대와 닮아간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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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올 9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가 열릴 중국 남부도시 샤먼(廈門)에는 특이한 이름의 도로가 있다. 2009년 개통된 이 도로명은 ‘성공의 큰길’이라는 뜻의 성공대도(成功大道)다. 같은 발음인 ‘성공까지 닿는다’는 의미도 담았다. 시내와 공항을 잇는 이 도로의 원래 이름은 봉황(鳳凰)이었지만 막힘없이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개명했다.

 

세계에서 이름짓기에 가장 민감한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사업의 첫 단추는 회사나 브랜드의 중국어 네이밍이다. 좋은 뜻과 발음을 두루 고려한 좋은 이름이 사업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다롄 조선소에서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001A형 항모를 진수했다. 옛 소련의 항모를 개조한 첫 항모인 랴오닝함과 달리 레이더, 통신, 무기 같은 핵심 시스템을 중국의 독자 기술로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새 항모의 이름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랴오닝함처럼 지역 이름을 따 산둥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지만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다.

 

국력과 직결되는 항모를 자국 기술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중국인의 체면을 세워줬다. 이런 항모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를 놓고 여론은 달아올랐다. 한 홍콩 매체가 30만명의 중국 누리꾼을 상대로 함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대만함, 베이징함, 광둥함같이 지역명을 딴 이름이 우세했다. 샤먼과 대만을 근거지로 명나라 부흥운동에 나선 정청궁(鄭成功) 장군의 이름을 딴 정청궁함이나 손오공을 뜻하는 제천대성(齊天大聖)함도 나왔다.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대만함이다.

 

대만 매체들은 이 대만함이라는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랴오닝함 항모전단이 지난해 12월 보하이만을 출발해 서해, 동중국해, 서태평양으로 해역을 넓혀 가면서 훈련을 벌였다. 중국 언론은 중국 항모전단이 처음으로 제1도련선(열도선)을 돌파했다고 흥분했고, 대만은 F16 전투기 2대를 긴급 출격시키며 경계했다. 첫 국산 항모 이름을 대만함으로 정하자는 여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 대변인 양위쥔은 지난달 월례브리핑에서 대만함이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온라인 투표는 누리꾼들의 관심의 표현일 뿐”이라며 “갯가재함이라는 함명을 제의한 누리꾼도 있었고 적지 않은 이들이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투표를 한다고 해도 갯가재함이라는 이름이 채택될 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함명이 정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관영매체들은 첫 중국산 항모 앞에 ‘국지중기(國之重器)’라는 표현을 덧붙여 쓰고 있다. 나라의 중요한 기구라는 뜻으로 옥새를 뜻한다. 제왕의 인장을 옥으로 만든 것은 예로부터 군자를 옥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옥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오래가는 특성을 군자의 도덕 수양과 비교했다.

 

아무리 스스로의 기술을 높이 평가한다고 해도 항모를 옥새에 비유해 부르는 것은 너무 나간 듯하다. 항모는 자국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에 불과할 뿐이다. 일본이 자위대 헬기 탑재 호위함 등을 진수하면서 ‘가가’ ‘이즈모’ 같은 군국주의 시절 이름을 되살려낼 때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해왔다. 때로는 이름이 실체보다 더 중요한 작용을 한다.

 

다시 샤먼의 ‘성공의 큰길’로 돌아간다. 개통된 지 8년이 지난 지금, 성공대도는 급증한 교통량과 교통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신호체계로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2억2000만위안(약 3603억원)을 쏟아부은 이 도로는 결국 이름값을 못했다. 현지 운전자들은 ‘가장 성공하지 못한 도로’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하물며 자국민뿐 아니라 인접국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항공모함은 어떻겠는가.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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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 누리꾼들이 가장 뜨겁게 지지하는 공무원은 다캉(達康) 서기다. 한둥(漢東)성 징저우(京州)시 서기인 그의 머릿속은 온통 GDP(국내총생산)로 가득 차 있다. 원리원칙주의자인 데다 다혈질이라 뜻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리해라” “이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냐”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누리꾼들은 그의 이런 모습이 귀엽고 인간적이라며 열광한다.

 

다캉 서기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한둥성 징저우시도 가상의 도시다. 지난달 말부터 방송 중인 반부패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가 창조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방송 일주일 만에 온라인 조회수가 10억뷰를 넘었고, 전국 시청률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를 넘었다. 1%만 넘어도 국민드라마급 인기로 치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다캉 서기가 수시로 차를 마시는 컵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캉 서기 물컵’이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가고, ‘다캉 서기의 GDP는 우리가 지킨다’는 팬들의 구호까지 등장했다. 엄숙한 지도자가 아니라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정치드라마를 보지 않던 1980~1990년대생 젊은층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2004년 미디어산업을 총괄하는 광전총국은 반부패를 소재로 한 드라마 방송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비슷한 소재가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함량 미달작이 많아 공산당에 대한 인민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후 10여년 동안 사라졌던 반부패 드라마가 다시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반부패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다. <인민의 이름으로>는 공직자의 뇌물수수를 중점 조사하는 최고인민감찰원 반부패총국을 배경으로 중국의 정치세계를 다룬다. 시 주석 집권 2기에 접어드는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방송돼, 시 주석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한 고도의 선전술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선전에 TV 같은 매체를 동원한 건 오랜 전통이다. 최근 관영 CCTV는 문화대혁명 당시 시 주석의 하방(下放) 생활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초심(初心)>을 방송하며 시 주석 선전에 나섰다. CCTV는 지난해 6중전회 개막에 맞춰서는 황금시간대에 반부패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원히 길 위에서>를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들은 젊은층까지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민의 이름으로>는 트렌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후난위성TV에서 만들면서 젊은 시청자들을 흡인했다. “중국 젊은이들은 후난TV에서 만든 것은 뭐든지 본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산당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청바지 차림 영국인이 출연한 4분 남짓한 홍보 동영상을 공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랩을 가미한 ‘나의 양회’라는 동영상을 내놓았다. 인민해방군도 힙합스타일의 랩을 넣은 모병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이런 동영상에는 공산당의 정책이나 구체적 성과는 없고 공허한 이미지만 맴돈다. 가장 절박한 스모그 문제, 부동산 가격 상승, 취업 정책 중 주효한 정책은 찾기 힘들다. 성과가 변변치 않으니 이미지 같은 허상 만들기에만 몰두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표창을 받은 모범 당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창당 후 가장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잘살게 됐다”는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공산당 지지율이 몇 퍼센트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다캉 서기가 <인민의 이름으로>에서 연기한 장면을 캡처한 이모티콘과 대사를 편집한 랩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인기다. 앞뒤 맥락은 알 수 없고 ‘말해봐’ ‘해결해라’ 같은 단문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반복된다. 보고 나면 재미있는 표정만 머릿속에 남는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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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리비사(Trivisa·樹大招風)>가 9일 열린 제36회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하는 순간, 중국 본토에 생중계하던 온라인 사이트가 갑자기 끊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금상장 시상식도 중국 본토에서는 공식 중계되지 않았다. 영화제를 궁금해하는 중국 팬들의 수요에 맞춰 ‘비리비리(bilibili)’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비공식 중계를 했지만 최우수작품상 수상 장면은 차단됐다.

 

<트리비사>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최우수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상을 모두 휩쓸었다. 사실상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중국 귀속을 앞둔 1997년 홍콩을 배경으로 세 명의 범죄자 이야기를 담은 액션 스릴러다. 트리비사는 세 가지 독(毒)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탐욕, 분노, 무지를 뜻한다. 밀수꾼, 납치범, 금은방 털이범으로 살아온 전설적 범죄자들이 중국 귀속을 앞두고 어려움에 부딪히자 서로 만나 힘을 합치려 한다는 내용이다. 홍콩 반환이 갖는 사회적 불안과 의미를 잘 그려냈다는 평가다.

 

영화 <트리비사>의 한 장면

 

중국은 당연히 이 영화의 수상이 달갑지 않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트리비사>의 내용은 전혀 소개하지 않고 “본토 영화관에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한 영화”라고만 전했다. 행사가 생중계되지 않은 이유도 저작권 문제라고만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금상장은 중국 통치하의 암울한 홍콩을 그린 <10년>에 최우수작품상을 안겼다. 2025년 홍콩을 배경으로, 본토 말인 만다린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고통을 받는 택시기사와 마치 홍위병처럼 어른들을 감시하는 어린이 얘기 등 5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환구시보는 터무니없는 불안과 비관론을 확산시킨다고 이 영화를 비난했다. 전년까지 계속되던 시상식 중계가 중단된 것도 이때부터다.

 

1990년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계를 휩쓸던 홍콩 영화는 막대한 중국 자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한 지 오래다. 홍콩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은 본토 영화나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올해로 중국 귀속 20주년을 맞는 홍콩의 복잡한 속내는 영화상 수상 소감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램 카퉁(49)은 “홍콩 배우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홍콩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역할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신인감독상을 받은 웡 춘(29)은 “상상력을 확장해 홍콩 영화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었던 홍콩 사회의 활기는 크게 사그라들었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던 우산혁명은 좌절됐고, 당시 시위를 강경 진압한 캐리 람(林鄭月娥·59)이 차기 행정장관으로 당선됐다.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밀렸지만 1200명의 선거위원이 뽑는 체육관 선거에서 ‘중앙이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인 람의 당선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람은 9일부터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를 예방하며 차기 행정부를 준비하고 있다.

 

1990년대 홍콩 영화는 독특한 색채의 누아르로 세계의 관중을 사로잡았지만 지금은 선거권조차 없는 홍콩 시민들이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됐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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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핫한’ 베이커리 ‘파린(Farine)’이 문을 닫았다.

과거 프랑스 조계지였던 우캉루(武康路)에 위치한 이 베이커리는 프랑스 제빵사가 프랑스서 직접 공수해 온 재료로 최고의 빵을 만든다고 알려지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국의 블로거들도 상하이 맛집으로 여러 차례 소개한 집이다. 케이크 한 조각의 가격이 40위안(약 6500원)으로 웬만한 한 끼 식사 값을 넘지만 관광객들뿐 아니라 인근 국제금융센터의 고소득 화이트칼라들이 몰려 보통 30분씩 줄을 섰다.

 

상하이 최고 베이커리 파린의 몰락은 내부자의 고발로 이뤄졌다. 한 직원은 이 가게가 유통기한이 지나 시퍼런 곰팡이가 핀 밀가루를 사용하고, 주방도구는 더러운 물에 대충 헹궈 쓰고 있었으며, 주방에는 쥐가 들끓었다는 사실을 알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상하이 식품안전당국에 이 동영상을 보냈고, 조사에 나선 당국은 곰팡이가 핀 밀가루 2800여 포대를 찾아냈다. 외국인을 포함해 관련자 8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베이커리 ‘파린(Farine)’

 

베이커리 문화가 발달하고, 품질도 세계 여느 대도시 못지않다고 여기던 상하이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이 가게의 이름인 파린은 프랑스어로 밀가루라는 뜻이다. 상하이시는 지난달 20일 가장 엄격한 식품안전법규라고 내세운 ‘상하이시 식품안전조례’를 실시했다. 이 조례에 따라 예전 같으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이번 사건은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화려한 명성에 가려진 추악함을 들춰낸 이 직원의 용기를 계기로 중국에서는 내부고발자라는 뜻의 ‘추이샤오런(吹哨人)’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영어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에서 따 호루라기 부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 직원은 아이들이 곰팡이가 핀 밀가루 빵을 먹는 모습을 보고 ‘호루라기를 불게 됐다’고 밝혔다.

 

시안(西安)시 지하철 3호선에 쓰인 불량 전기케이블 사건도 내부자의 호루라기 덕분에 알려졌다. 전선회사인 아오카이(奧凱)에서 생산된 불량 케이블이 시안시 지하철에 쓰였고, 시안뿐 아니라 다른 지역 지하철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발’ 지하철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분노는 더했다. 이 회사는 뒷배경도 수상하다.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인 2014년부터 전기 케이블 생산을 시작해 굵직한 납품을 따냈다. 2년간 2억5000만위안(약 407억원)을 벌어들였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빠른 성장에는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심증이 굳어진다.

 

가짜 분유, 가짜 계란, 가짜 소고기 등 파동을 겪어 온 중국에서 내부자들의 역할은 절실하다. 특히 언론이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못하고 있어 더하다.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소비자의 날(3월15일)을 맞아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晩會)>를 방송한다. 소비자 권익을 신장시킨 공로도 있지만 애플·금호타이어 등 외국 기업을 겨냥하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이 프로는 올해 방송에서 일본 무인양품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무인양품은 방송 후 CCTV가 회사 소재지를 생산 지역으로 둔갑시켜 잘못 방송했고, 중국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상하이 식품안전위원회도 무인양품의 식품이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됐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CCTV는 체면을 구겼다.

 

각 지방 정부는 내부고발 독려책을 내놓고 있다. 선전시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보상금으로 최고 60만위안(약 9889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시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최대 30만위안(약 4890만원)의 보상금과 고발 전용 핫라인 ‘12331’을 만들어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자들의 호루라기 소리는 아직 미미하지만 중국 사회가 거는 기대는 크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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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까지 열흘 넘게 이어지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수많은 제안과 법안이 쏟아진다. 쑨밍보(孫明波) 칭다오맥주 회장은 이번 양회에서 “칭다오맥주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시장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품질은 브랜드의 기본”이라며 “맥주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말했다.

 

칭다오는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다. 작년 12월 기준 칭다오맥주의 브랜드 가치는 357억8700만위안(약 5조9400억원)에 달한다. 100년 이상 기업에 부여하는 ‘중화노자호(中華老字號)’ 중 단연 으뜸이다. 그러나 널리 알려져 있다 보니 유명세도 제법 치른다.

 

지난달 17일 대만 국민당 기자회견장 테이블에 난데없이 칭다오맥주 캔 묶음이 올라왔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국민당 부당재산위원회 측은 “칭다오맥주는 국민당의 재산”이라며 “조사해 환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소 황당한 주장을 더 선명하게 각인하기 위해 맥주 캔까지 동원한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국민당의 제1호 재산은 1948년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세워진 치루(齊魯)기업이다. 이 기업 산하에는 칭다오맥주를 비롯해 밀가루, 유리, 식품 공장들이 있었다. 국민당은 낡은 자료 더미를 뒤지고 뒤져서, 1200억법비(국민당 정부 옛 법정 화폐 단위) 상당의 치루기업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증거 문서를 발견해냈다. 국민당이 대만으로 후퇴하면서 재산이었던 칭다오맥주를 잃어버렸다는 설명이다.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가 들어선 후 부정축재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당 재산 166억대만달러(약 6400억원)를 환수하기 위해 당 재산 동결 등 조치에 나서자 “숨겨진 재산도 찾아와 환수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 본토에서는 물론 대만 민진당도 이들의 주장에 냉담하다.

 

칭다오맥주는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 소용돌이 속에서 탄생했다. 1903년 칭다오가 독일의 조계지였던 시절, 독일과 영국 사업가들은 맑기로 유명한 칭다오의 라오산 물에 주목했다. 독일에서 들여온 생산설비와 원료에 라오산 물을 더해 맥주를 만들었다. 첫해인 1903년의 연간 생산량이 2000t에 달했다. 칭다오맥주는 3년 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맥주 세계 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전국이 되자 칭다오맥주의 주인은 일본으로 바뀌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야 중국의 손으로 돌아갔다. 칭다오맥주는 1949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영기업이 됐다. 혼란한 역사 속에서 칭다오의 좋은 물, 독일의 설비, 일본의 생산기술이 합쳐져 중국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중국 내 판매 1위 맥주는 스노(雪花·쉐화)이지만 해외에서는 칭다오맥주가 훨씬 더 유명하다. 독일에서는 저가 현지 맥주보다 3배 비싼 가격에 팔린다.

 

한국에서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올 1~2월 매출이 급성장하며 이마트 수입맥주 순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3만6159t으로 6년 만에 7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칭다오맥주의 공이 컸다. 이 때문인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중국이 보복을 본격화하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칭다오맥주 불매운동 주장도 일어나고 있다.

 

지금 칭다오맥주는 국영기업이 아닌 상장사다. 일본 아사히맥주회사가 20%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벨기에 안호이저-부쉬인베브도 칭다오맥주의 지분을 사들였다. 칭다오맥주 불매운동이 중국에 직접 손해를 끼친다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외교는 외교고, 경제는 경제다. 롯데마트나 소주, 한국 화장품이 사드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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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필리핀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질문에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를 꺼냈다. 왕 부장은 “양국 협력이 가속도를 내면서 이전에 지체됐던 시간을 보충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반년도 채 안돼 필리핀으로 가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1000개팀 가까이 늘었다”고 답했다.

 

중국이 막대한 숫자의 유커를 전략 무기화하고 있다. 유커의 거대한 소비력을 경제보복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혹은 보상 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악화됐던 중국과 필리핀 관계는 반미·친중국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10월 두테르테가 베이징을 찾자 중국은 필리핀 다바오, 비사야, 민다나오섬 항공 노선 신설 등 관광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중국에 불리하게 나온 후 망고 불매운동까지 벌인 중국이, 두테르테의 제스처를 보고 ‘유커’라는 당근을 준 것이다.

 

필리핀으로 가는 중국 관광객은 크게 늘었다. 마닐라타임스는 지난 1월 필리핀에 온 유커가 지난해 1월보다 76%나 늘어 국가별 관광객 수 3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차이나트래블뉴스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도 필리핀으로 떠난 중국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20% 증가했다고 전했다.

 

출처: 경향신문DB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과의 갈등이 심화되자 중국 당국이 꺼내든 보복카드는 관광 중단이었다. 롯데그룹이 사드부지를 제공한 직후 중국은 한국행 단체·개인관광, 크루즈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시켰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1720만명이며 이 중 절반 정도인 806만명이 중국인이다.

 

춘제(설) 연휴였던 1월27일부터 2월2일 사이에 해외로 떠난 중국인은 총 615만명으로 세계 최대 관광객 송출국임을 재확인시켰다. 중국 당국은 춘제 기간에 한국행 전세기 운항 신청은 불허하면서 라오스와 캄보디아에는 전세기를 띄우게 허용했다. 지난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던 나라들이다.

 

중국은 대만과 양안갈등을 겪을 때에도 어김없이 ‘여행금지령’을 채찍으로 삼았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지난해 5월 취임하자 여행 제재에 나섰고, 대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넉 달 새 30%가 줄었다. 국경절 연휴 대목이던 지난해 10월에는 대만에 가는 중국인 수는 전년 대비 55%나 줄어들었다. 관광업계 종사자 2만명이 대만 총통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자 해협관계협회장인 천더밍(陳德銘)은 지난 4일 “대륙을 상대로 사업하는 대만인들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게 기본조건”이라고 했다. 관영 언론들은 대만 관광버스 사고 등을 집중 보도하면서 위험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2012년 일본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 때에도 비슷한 보복이 있었다. 일본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는 2012년 9월부터 11개월간 월평균 28.4%씩 줄었다.

 

중국이 관광객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관광객 숫자가 많기도 하지만 관광산업이 여전히 정부 통제하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여행사총사(CTS)와 중국국여(CITS) 등 대표 여행사들은 대부분 국유기업이다. 관영언론을 통해 제주도 유커 입국 거부 같은 부정적 뉴스를 집중보도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기도 쉽다. 쏟아져오는 유커에 열광하던 한국 관광업계는 사드 제재 대응이라는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지난해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중국인 8000명의 삼계탕 만찬, 인천 6000명의 치맥 파티 같은 이벤트는 당분간 보기 어렵게 됐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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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떠오르던 드라마 <도깨비> 방송분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 공유의 웨이보가 검색 1위에 오르고, OST가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화제 중심에 있던 드라마다. 최근까지 웨이보에 올라온 영상파일로 모두 볼 수 있었으나 얼마 전 삭제되고 홍보 동영상만 남았다. 저작권 문제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이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한한령이 TV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며 ‘죽의 장막’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쿠(優酷), 아이치이(愛奇藝) 등 중국 동영상 공유사이트에서는 한국 프로그램의 신규 업로드가 중단됐다. 예능프로그램은 지난해 방영분까지만 볼 수 있으며 올해 방영분은 접속되지 않는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피노키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온라인으로 방영한 중국 내 온라인 투도우(土豆) 고위 관계자는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한령과 관련 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면서 “외교부 대변인이 말한 것처럼 아무래도 중국 인민들의 감정이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방송사와 방영을 논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묻자 “논의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태양의 후예>를 온라인으로 독점 방영해 톡톡히 득을 본 아이치이도 한국 콘텐츠 방영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tvN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한국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중국판인 저장TV의 <달려라 형제>는 최근 시즌 5에 들어가면서 제목을 <달려라>로 바꿨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것도 한한령과 관련 짓는다. <나는 가수다> 중국판은 제목을 <가수>로 바꾸었고, <보이스오브코리아>와 똑같은 포스터를 썼던 <중국의 목소리>도 디자인을 변경했다.

 

그동안 중국 내 콘텐츠 한류는 체계적인 공략보다는 행운에 기대온 측면이 많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시작으로 <대장금>, <가을동화>가 전성기를 이끌었고, 한류가 위기에 빠졌다고 할 때마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같은 메가 히트작으로 생명력을 이어왔다.

 

중국 정부는 한국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 한류 스타의 출연을 막거나 각 지역 위성TV에 한국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못하게 하면서 한한령의 강도를 점점 높여왔다. 이제 온라인 한류까지 제한받게 됐다. <런닝맨>은 2011년 중국 특집을 시작으로 상하이, 마카오 등에서 촬영하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는데 인터넷 방영조차 막힌 셈이 됐다. 제작사인 SBS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태후 신드롬’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불어닥친 한파는 중국으로의 문화수출이 정치바람에 얼마나 쉽게 휘둘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여전히 ‘당국의 입김’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다. 게다가 한한령을 사드 때문에 벌어진 일로만 여길 수도 없다. 베이징 고위 외교 소식통은 27일 “정치적 요인(사드) 외에 중국 예능프로그램 육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내 ‘한류 시장’은 대략 1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사드나 자국산 콘텐츠 키우기를 넘어, 중국이 한류를 ‘동아시아 문화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 23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한한령은 동아시아를 통제하고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끝없는 싸움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문화상품이 중국시장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중국시장을 버릴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상하이에서 벗어나 중소도시들로 시장을 확대하고, 대륙 시장이 얼어붙으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 대만과 협력해 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식의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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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맞선(中國式相親)>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 두 달도 채 안돼 뜨거운 인기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상하이 동방위성TV에서 제작한 이 프로는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서만 시청 횟수가 4억8000만건을 넘었고, 공식 웨이보 방문자 수도 2억명에 근접하고 있다. TV 맞선프로 자체가 새로운 형식도 아니고, 막강한 경쟁자 <페이청우라오(非誠勿擾)>가 8년째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구닥다리 프로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의외로 인기 비결은 구닥다리를 살려냈다는 데 있다.

 

이 프로 출연자는 부모 혹은 집안 어른과 함께 등장한다. 5명의 출연자와 가족들이 이성을 선택하는데 당사자는 선택권이 없고 가족들이 면접을 통해 배우자감을 고른다. 중국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과 배경의 가족들이 출동하니 온갖 희한한 질문이 쏟아진다. 그런데 질문의 내용들은 봉건사회로 회귀한 건가 싶을 정도로 고루하다. 남성 출연자 가족이 여성에게 던지는 단골 질문은 “집안일을 할 수 있느냐”다. 여성이 해외 유학파이든, 사회에서 어느 지위에 있든 괘념치 않는다.

 

<중국식 맞선>프로그램의 한 장면.

 

여성 출연자 가족들은 남성에게 월수입과 생활이 안정됐는지를 주로 캐묻는다. 자신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데다 외모도 뛰어난 한 40세 여성은 어떤 가족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나이가 너무 많아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가 나왔다. 여자는 손발이 따뜻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가족도 있었다. 딸과 함께 나온 부모들은 “딸이 연애 경험이 없고 백지같이 순수하다”고 강조한다.

 

‘번개혼(閃婚)’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중국은 결혼 초스피드 시대다. 만난 지 며칠 만에 결혼했다거나, 오전에 결혼하고 오후에 이혼했다는 믿지 못할 뉴스가 쏟아진다. 이런 중국에서 <중국식 맞선>의 예상 밖 인기는 취직을 해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평균 결혼 연령은 26세 정도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직장을 잡더라도,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하기 전에 가정을 꾸려야 한다. 게다가 끝을 모르고 오르는 대도시 집값을 감안하면 부모 도움 없이는 결혼이 불가능하다. 상하이의 평균 결혼 비용은 20만위안(약 3300만원). 여기에 집이며 자동차 구매 비용까지 주로 남자 집안에서 부담하니 부모의 입김이 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중국어판은 이 프로의 인기를 보도하면서 “중국식 전통사상인 남존여비는 완전히 사라진 적이 한번도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스테디셀러인 가부장제와 남존여비를 잘 버무린 <중국식 맞선>이 적시에 출시됐다는 것이다. 누리꾼들도 한마디씩 보태고 있다. “캥거루족 천지인 현실을 묘사한다”는 의견도 있고 “결혼은 집안의 결합이기 때문에 <중국식 맞선>이 옳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은 갖가지 현상과 문제에 중국식이라는 표현을 끌어다놓기를 좋아한다. 중국식 민주, 중국식 효율, 중국식 지혜 등 모호한 개념이 차고 넘친다. “왜 국가 차원의 반부패법을 만들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서방 기자에게 중국 고위 간부는 “서양 기자는 중국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하는 것도 봤다. 그러고 보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말도 아직 완전히 해독되지 못했다. 공산주의 국가로서 시장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인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역설적 표현이다.

 

<중국식 맞선>의 사회자는 조선족 동포 출신 트랜스젠더 진싱이다. 무용가로 활동하다 성전환을 한 후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독일인 남성과 결혼해 입양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전통 가치관과는 반대점에 있는 진싱이 이런 구식 맞선의 중매쟁이를 맡은 이 아이러니한 상황도 ‘중국식’의 한 부분일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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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강한 국가가 있어야 가정도 부유해집니다. 나는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가정을 사랑해요.”

올해 중국 국영방송 CCTV <춘완(春晩)>의 클라이맥스는 청룽(成龍)이었다.

 

대형 오성홍기와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 오른 청룽은 ‘국가(國家)’라는 노래를 불렀다. ‘국가와 가정이 함께하면 지구의 기적을 창조한다’, ‘우리나라를 사랑한다’는 식의 노골적 ‘국뽕(국가+히로뽕)’ 가사가 담겼다. 대표적 친중국 홍콩스타인 청룽은 소수민족 대학생 대표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애국과 단합을 강조했다. 그가 전통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카메라는 수시로 거대한 오성홍기를 클로즈업했다. 공연 후 청룽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인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춘완>이 말하고 싶었던 진짜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 셈이다.

 

<춘완>은 전통이 된 종합예능프로그램이다. 중국인들은 35년째 춘제(春節·설) 전날 저녁 이 프로그램을 보며 카운트다운을 하고, 새해 인사를 나누고, 만두를 먹는다. 인기 절정기였던 1980∼1990년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지고 그에 비례해 매년 점점 더 무료한 쇼가 되고 있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춘완>을 켠다. 덕분에 올해도 7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은 높지만 어떤 화제도 생산해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리한 애국심 고취 때문이다. 공연, 무술, 서커스 등 공연 사이에는 방청석의 홍군 노병들의 인터뷰가 삽입된다. 훈장을 가슴에 단 이들은 애국을 강조한다. 42개로 구성된 큐시트는 ‘아름다운 중국의 해’, ‘어머니는 중화’같이 중국의 우월함을 내세우는 노래로 채워졌다. 빠른 노령화, 취업 문제, 의료 보장 같은 사회 문제를 언급한 코너는 찾아볼 수 없다. 나라에 대한 자부심은 ‘국민교육헌장’을 외운다고 생기는 게 아닌데 억지로 주입하려니 괴리감은 점점 커진다.

 

1985년 <춘완>은 공인체육관 야외무대에서 했다. 실내스튜디오가 아니라 무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고, 추위에 시달린 출연자들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최악의 춘완’으로 꼽힌다. 당시 CCTV는 대중의 비판이 계속되자 보름 만에 메인 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사과했다. 지금은 어떨까. 웬만한 사고가 발생해도 CCTV의 사과를 보기는 힘들 것이다. 파급력이 없는 탓이다.

 

중국은 문화예술의 당의를 입혀 애국이라는 약을 먹이고 싶어 하는 듯하다. CCTV는 29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만화 캐릭터와 육성을 담은 애니메이션 동영상 ‘대단하다, 우리의 2016년’을 공개했다. 상대를 칭찬할 때 쓰는 ‘대단하다, 우리 형’이라는 인터넷 유행어에서 따온 제목이다.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중국 여자배구의 리우 올림픽 금메달 획득, 1000만명 빈곤구제 같은 성과를 랩에 담았다.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공산당의 지도를 바탕으로 중국 부흥의 길로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한다. 젊은층을 겨냥해 인터넷 유행어와 랩이라는 형식을 빌려왔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지난해 초에도 시 주석의 주요 지도자상인 ‘4대 전면’을 다룬 랩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찬양일색 뮤직비디오에 공감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세계적인 스타 청룽이 ‘중국 찬가’를 아무리 불러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랩으로 포장한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공감을 얻지 못한 <춘완>은 규모에 승부를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 4개 도시와 생중계로 연결하고, 올해는 가상현실(VR) 기술까지 도입해 시청자 잡기에 안간힘을 쓴다.

 

문화는 자연스럽게 퍼지는 현상이다. 애국심도 억지로 생기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강제로 묶어 전파하려니 제대로 효과가 날 리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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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중국을 휩쓴 대표적 유행어가 바로 ‘소목표(小目標)’다. 평범한 이 단어를 단숨에 유행시킨 이는 중국 최고 재벌인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이다. 왕 회장은 지난해 8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세계적 갑부가 되겠다는 방향은 옳지만 목표가 없다”고 지적한 뒤 “먼저 1억위안(약 174억원)을 벌겠다는 작은 목표(小目標)를 세워 기한 내에 달성한 후 다음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이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은 목표부터 꾸준히 실천해 목표를 이루라는 왕 회장의 조언은 옳다. 그러나 평범한 서민들이 평생 벌기 어려운 174억원을 ‘소목표’라고 표현한 점이 공분을 샀다. 패러디도 넘쳐났다. “다이어트 할 거예요. 먼저 35㎏을 빼겠다는 소목표부터 달성해야죠”라고 말하는 과체중 남성, 인터넷 스타가 꿈이라며 “우선 10만명과 친구를 맺겠다는 작은 목표부터 실현해야죠”라고 밝히는 회사원이 인구에 회자됐다. 왕 회장이 전수해주고 싶었던 ‘부자 되는 법’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고 자조와 체념이 뒤범벅된 유행어만 남게 됐다.

 

중국은 지난해 각 분야에서 수많은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들은 넘쳐났지만 실현된 목표는 찾기 힘들다.

 

작년 양회(兩會)에서 매연 배출이 심각한 380만대의 노후 차량을 퇴출시켜 시 단위 이상의 대기오염 일수를 전년 대비 25% 줄이겠다는 스모그 대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새해 초까지 연일 이어지는 극심한 스모그에 민심이 폭발했고, 결국 천지닝(陳吉寧) 환경보호부 부장이 “죄책감을 느낀다”며 “나를 비난해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칭화대학 총장을 지낸 천 부장은 환경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도 다가가지 못한, 대기오염 25% 감소 자체가 이루기 힘든 ‘소목표’였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모호한 근거를 들이밀며 목표를 달성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 초기부터 강도 높게 추진한 반부패 정책이 “압도적 대세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초 “압도적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반부패의 성과를 뚜렷하게 자평한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저우융캉, 보시라이, 궈보슝 등 고위 관리의 심각한 위법 행위를 적발하고 엄정하게 다스린 점이 당과 국가에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에 대한 사정은 개인 비리뿐 아니라 시 주석과의 권력 투쟁 과정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다. 반부패 투쟁의 성과로 자부하기엔 석연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미·중 간 무역분쟁이 터지거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시작된다면 중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더 복잡해진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은 5년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3조달러를 가까스로 지켰다.

 

그러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 경착륙 우려를 강하게 부인하며 관리능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작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 기관이 내놓은 예상치보다 높은 6.7% 수준이 될 거라고 전망했고, 경제 총규모도 5조위안가량 증가해 70조위안을 돌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과잉 생산력 해소, 기업 부채, 부동산 시장 등 각 분야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전망만 내놓았다.

 

자신감은 좋다. 그러나 중국이 실현하기 어려운 ‘소목표’만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고 있다고 근거 약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자조와 체념 섞인 결과가 나와도 손쓰기 힘든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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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국민감정 자극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변학자와의 인터뷰, 논평을 동원해 원색적으로 사드 배치를 비난하고 있는 환구시보가 국내 매체의 그래픽까지 트집 잡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8일 한 국내 매체가 사드 관련 기사에 삽입한 그래픽 중 사드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겨냥하고 있어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발표 후 반년 동안 비슷한 그래픽이 8번 나왔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해당 매체 관계자가 오성홍기는 배경일 뿐이고 중국을 겨냥한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발언을 넣었지만 반감을 사고 있다는 부분을 교묘하게 더 부각시켰다. 관련 보도는 9일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환구시보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그래픽이 오해인지 여부에 대해 온라인 투표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3000여명의 누리꾼이 참여했다.

 

중국 환구시보가 국내 한 매체가 게재한 오성홍기가 포함된 그래픽에 대해 트집잡고 나섰다. 사진 웨이보 캡쳐

 

중국 누리꾼들은 이 기사를 보고 오히려 흥분하는 분위기다.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게재된 해당 기사에 악의가 가득하다, 사드가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 분명해 졌다는 등의 댓글이 올리고 있다. 이 매체의 보도 후 신화망, 시나닷컴 등 다른 언론에서도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매체는 사드 한반도 배치 발표 직후부터 여론 몰이에 앞장서 왔다. 지난 7월에는 성주군 제재를 준비하고, 미사일로 사드를 겨냥하라는 제목의 평론을 통해 성주군에 대한 제재조치를 즉각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매체는 더 나아가 성주를 포함해 경상북도 전역에 대해 교류 중단 등의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도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한류가 유행하고 수백만 명이 한국 관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60여 년 전의 전쟁(6·25전쟁)과 그 전쟁에서 숨진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대립의 길을 가겠다면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고 위협하는 등 국민 감정을 부추기는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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