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에 해당되는 글 215건

  1. 2018.01.22 [정동칼럼]안팎의 훼방자들에 대비하라
  2. 2018.01.16 [송두율 칼럼]전쟁과 평화
  3. 2018.01.16 [사설]북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 강요 있었는지 확인해야
  4. 2018.01.11 [사설]비핵화 조급증 버리고 남북신뢰를 쌓아야
  5. 2018.01.09 [조호연 칼럼]김정은의 에어포켓
  6. 2018.01.08 [사설]트럼프의 공개 지지로 힘 실린 남북대화, 책임도 커졌다
  7. 2018.01.04 [사설]남북고위급 회담 성사로 단절의 시대 끝내야
  8. 2018.01.02 [세상읽기]한·미동맹의 관성
  9. 2017.12.28 [동서남북인의 평화 찾기]일왕 방한이 한·일관계 ‘특효약’인가
  10. 2017.12.22 [정동칼럼]2018 한국 외교, 유턴은 가능할까?
  11. 2017.12.19 [조호연 칼럼]대화는 북핵 면죄부가 아니다
  12. 2017.12.06 [이대근 칼럼]마지막 탱고
  13. 2017.12.05 [사설]대화론 사라지고 전쟁론으로 뒤덮인 한반도
  14. 2017.11.27 [사설]주권침해 논란까지 부르는 중국의 사드 압박
  15. 2017.11.07 [사설]미·일동맹 강화가 한반도에 퍼뜨리는 불안
  16. 2017.11.06 [사설]한국은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뜯어먹어야 산다
  17. 2017.11.01 [사설]한·중관계 정상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의 길로
  18. 2017.10.27 [사설]대북 특사 필요하다는 조지프 윤 미국 대북특별대표
  19. 2017.10.23 [사설]아베 정권의 개헌선 확보가 일본·한국에 드리운 그림자
  20. 2017.10.18 [사설]내달 초 트럼프 방한, 북핵 평화적 해결책 찾는 계기로

-2018년 1월 19일자 지면기사-

 

2018년 벽두부터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해빙의 조짐이 일고 있다. 25개월 만에 남북대화가 복구되었다. 아직은 설익은 희망사고라고 할 수 있지만, 만화처럼 비현실적이고 삼류영화의 막장대화처럼 북·미 간의 말폭탄이 난무했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기대와 들뜸은 허용될 만하다. 물론 해결된 것 하나 없고, 장애물은 끝도 없이 많아 보인다. 평창 올림픽까지는 어떻게든 갈 수 있겠지만,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아득하다. 북한이 지금까지는 놀라울 정도로 협조적이지만 여차하면 무산될 수 있는 위태함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 외에도 안팎의 훼방자들이 걱정을 더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나라를 걱정하고 실패를 우려하는 듯하지만, 속내는 성공을 향한 국면전환을 두려워한다.

 

먼저 해빙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내부의 훼방자다.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시점부터 한·미관계 이간질을 위한 통남봉미 전술이라고 비판하더니, 평창을 인질로 금품을 요구할 것이며, 위장평화공세로 이미지 세탁과 비핵화압력을 비껴가려는 북한을 문재인 정부가 도와주며 호구인증에 나섰다면서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예단이기는 하나 고려할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비판의 동기가 성공을 위한 우려가 아니라 판 뒤엎기의 예열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이미 거짓으로 판명난 개성공단의 핵개발 자금 유용이라는 프레임의 부활, 남북관계 개선은 곧 한·미동맹의 붕괴라는 근거 없는 흑백논리가 어김없이 뒤따른다.

 

분단고착세력들은 평창 올림픽과 남북대화의 성공보다 미국의 심기가 중요하며, 한반도의 해빙보다는 전쟁위기의 한파를 오히려 편안해한다. 왜냐하면 얼음이 녹으면 이들의 기득권은 수장되기 때문이다.

 

협상국면이 달갑지 않은 외부의 훼방자는 미국의 강경파들이다. 그들의 사고체계로는 북한이 변할 수 없고, 또 변해서도 안된다. 수용할 수 있는 변화는 북한의 항복 또는 붕괴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대화국면을 북한의 계략이거나 한국 종북진보의 반동으로 인식한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을 방해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으나, 내심 ‘탈선’을 기다리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사드 조기 배치로 압박했었던 그들이 이번에는 샴페인에 취한 탓이라고 매도했다. 다행히 트럼프가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데 동의했고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고 말함으로써 일단 이들의 입은 닫혔다. 물론 지난해 전쟁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던 당사자인 트럼프의 변화조차도 신뢰하기는 어렵다. 무력시위를 통한 위협전략에 피로감이 생길 즈음에 협상이라는 다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 정도일 수 있다.

 

이렇듯 주어진 기회는 제한적이며 시한부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이 부여하는 외교 지렛대의 위력을 경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외교농단의 결과로 코리아 패싱을 말하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미국은 한국이 과연 북한을 끌어낼 능력이 있는가를 시험하고, 북한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상대인 미국을 한국이 견인할 수 있는지 주시한다. 중국 역시 북·중관계가 최악인 동시에 북한의 전략적 유용성은 도리어 커지는 딜레마 상황에서 한국이 과연 북·미를 설득해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지켜보고 있다.

 

우리의 외교력을 최대치로 발휘해 시한부 국면을 지속가능한 체제로 만들기 위해 양다리가 아닌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훼방자들에게 더 이상의 여지를 줘서는 안되며 당황할 정도의 속도와 규모로 대화국면의 비가역을 확보해야 한다. 지뢰밭을 제거하려면 하나씩 조심스럽게 제거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은 폭발을 통해 한꺼번에 제거하는 방법이 필요한 때다. 미국을 너무 의식해서 길목마다 비핵화의 단호함을 언급함으로써 스스로 장애물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해빙무드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 벌거벗은 임금님의 우화에 갇히고, 아라비안나이트처럼 연명을 위한 이야기만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어차피 훼방자들은 약간의 파행만 있어도 한·미동맹 위기를 들먹이고 주한미군 철수카드로 위협할 것이다. 현재 배후에서 단일팀 구성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본질을 흔드는 선동은 앞으로 비핵화를 전제조건화하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동시에 미국 강경파의 동조를 얻어 문재인 정부를 코너로 몰아붙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비핵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의 단일 테이블만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테이블을 동시 추진함으로써 완충시켜야 한다. 치밀하게 준비하되 굴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평화의 담대한 ‘문’을 여는 ‘문’재인 정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Posted by KHross

인류의 역사는 크고 작은 위험과 재앙으로 점철된 기록자체라고 볼 수 있다. 평안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려는 본래적인 욕망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늘 시달려 왔는데 그중에도 전쟁은 인간 스스로가 초래한 가장 참혹한 재난이었다. 이 시각에도 이러한 재난은 시리아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 끝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외국언론에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다루는 기사나 논평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런 까닭에 평소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진 동료나 친지들도 한반도에 정말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나에게 묻는다. 어떻든 걱정스러운 상황이기에 나는 국내와 해외언론의 동향을 더 열심히 챙겨 보게 된다. 한반도의 전쟁위기에 대해 국내와 해외의 일반적 평가나 반응이 서로 조금 엇갈리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위기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전쟁위험과는 거리가 먼 서울시민의 일상적인 생활과 반대로 전쟁위험이 크다고 보는 서방 측 언론은 위험에 대한 서로 다른 판단기준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는 호랑이가 아직 우리 안에 갇혀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후자는 호랑이가 이미 우리에서 빠져나와 마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아예 없다거나 아니면 작다거나 또는 상당히 크다고 여기는 판단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위험을 사회심리학에서는 우선 사회성원 사이에 퍼진 공포감, 불확실성과 무지에 근거한 집단적 반응으로 본다. 구성주의적 갈등이론도 권위를 행사하는 언론, 학계, 정치와 경제엘리트 등이 어떤 사태를 위험으로 규정하고 소통을 통해 이를 정치화하는 행위에 주목한다. 모두 다 위험의 주관성을 강조한다. 가령 심장병환자의 위중 정도나 기업경영에 나타나는 위험 정도를 상당히 객관화시켜 볼 수 있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위험(risk)은 큰 암석이 굴러떨어질 수도 있는 바닷가에 있는 절벽(rhiza) 밑을 항해하는 배의 위기적 상황을 묘사하는 고대그리스어로부터 유래하고, 위험(危險)의 위(危)자도 원래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서 있는 사람과 그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을 형상화하였다. 두 단어 모두 완결되지 못한, 극도로 불안정한 정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호랑이가 우리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나 호랑이가 이미 밖에 나와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판단도 위험이 지니고 있는 미완의 긴장성을 지나치고 있다. 위험을 단순히 안전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여기고 있기에 이의 부재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을 우리 삶의 불가피한 요소라고 본다면 차라리 호랑이를 가두어 둔 우리가 정말 튼튼한지에 대하여 먼저 관심을 돌려야 한다. 그럴 때 평화학자 요한 갈퉁의 주장처럼 단순히 전쟁이 없다는 의미로서 이해되는 ‘부정적인’ 평화는 물론 온전한 평화체제를 적극적으로 확립하는 ‘긍정적인’ 평화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인 난기류는 자기이해에 따라 과대평가될 수도 있고, 또 과소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은 전쟁이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관습화된 믿음과 안이한 태도를 가지고는 위에 지적한 긍정적인 평화는커녕, 부정적인 평화도 기대될 수 없다. “너희들이 삶을 걸지 않으면 너희들의 삶은 얻어질 수 없다”는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lt;발렌슈타인&gt;의 유명한 대사도 위험이 오히려 새로운 자유를 촉발한다는 역설을 지적하고 있다. 일상 속에 안주하려는 무기력하고 지루한 연속을 일시에 혁파하고 부정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강한 긍정이 위기를 기회로 전화시키는 힘이다. 이런 까닭에 위험은 모험이나 결단 또는 운명적인 기회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우리는 한반도에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진 두 국가를 세운 지 70년을 맞는다. 냉전시대의 최초의 혈전이 남긴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을 겪은 지도 이미 65년이 지났건만 우리는 여전히 ‘휴전체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기최면에 걸린 안전과 사이비 평화 속에서 살고 있다. 정치사회적인 위기에 직면해서는 4·19의거, 5월 광주항쟁, 6월항쟁 그리고 작년에는 ‘촛불혁명’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요한 계기들이 긍적적인 평화는 물론 부정적인 평화로도 이어지지 못했다. 두 번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크고 작은 남북의 만남도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창출하지 못했다. 이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단체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온 한반도 안팎의 세력이 아주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북핵 문제가 촉발시킨 위험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현상유지에 충격을 주고 새로운 변화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쇄빙선이 얼음에 갇혀 더 이상 항해를 지속할 수 없을 때는 선체 안에 적재한 많은 물을 좌우로 강하게 흔들어 생길 때 얻어진 힘으로 얼음을 깨고 전진한다.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현상유지라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충격을 주고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까닭에 위험에 관해 지금까지 타성에 젖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도 당연히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 속에 집어넣으면 개구리는 죽을힘을 다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를 미지근한 물 속에 놓고 점차적으로 수온을 높이면 개구리는 그 속에서 편안하게 죽는다. 니체의 ‘자라투스트라’에게는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길목에 있는 성문의 현판에 쓰여진 단어 ‘순간’은 지루한 시간을 이어온 고리를 단번에 끊는 화두였다. 한반도의 위험이 증폭되는 요즘이 바로 그러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동력은 결코 소진되지 않았다. 촛불혁명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나 민생과 개헌 문제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의 삶을 옥죄어 왔던 근본 문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체제의 결손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촛불혁명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힘있는 계기로 승화되는 소식을 그래서 더욱더 기대하게 된다.

 

<송두율 | 전 독일 뮌스터대학교 사회학 교수>

 

Posted by KHross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 때 단체로 남한에 온 북한식당 여종업원의 송환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15일 “북측이 기존 입장을 저희에게 다시 얘기하는 정도”였다며 확인했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공개된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탈출’만큼 의혹투성이인 사건도 드물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식당 ‘류경’의 여종업원 12명과 남성 지배인 1명 등 13명은 2016년 4월5일 돌연 식당을 벗어나 상하이 푸둥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상하이를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이틀 만에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하루 뒤인 4월8일 통일부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여종업원들의 입국 사실을 공개했다.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채희준(오른쪽), 천낙붕 변호사(왼쪽)가 법정에 들어서기 앞서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입국 직후부터 숱한 의문이 제기됐다. 우선 탈북민의 제3국 경유 입국이 한 달 넘게 걸리는 점에 비춰 단 이틀 만에 입국함으로써 국가정보원의 간여를 짐작하게 했다. 정부가 사진까지 공개하며 입국 사실을 발표한 것도 고위급 인사가 아닌 한 신분과 탈북경로를 공개하지 않는 원칙에 어긋난다. 이런 의혹은 총선 승리를 위한 ‘북풍공작’이라는 의심을 키웠다. 입국 이후의 행적도 의문투성이다. 여종업원들은 정보당국의 특별관리를 받으며 사회와 격리돼 왔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7월 민변 변호사들과의 면담에서 “여종업원들은 국정원의 특별보호대상”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의 특별보호대상은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한정되는데 여종업원들이 그럴 대상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이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여종업원 중 일부는 강제로 입국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인권보고관은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종업원은 집단탈출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진술이 있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강요에 의해 원치 않는 탈북을 함으로써 가족과 생이별한, 새로운 이산가족이 됐다는 뜻이다.

 

정부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및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서는 물론 단 한 사람의 인권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보편적 인권 규범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파장이 워낙 커 다루지 않는 듯하지만 언제까지나 덮어둘 수는 없는 문제다. 여종업원들 모두 자기 뜻으로 탈북했는지, 자의에 반하는데도 왔는지 확인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

남북한은 그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10년 가까운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교류와 협력의 시대로 재진입했다. 이를 북핵 측면에서 본다면 문재인 정부가 북핵 게임의 새로운 주도자로 등장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도 해결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 해결을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은 남북 사이에 북핵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는 남측의 입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핵보유국으로서 비핵화협상에는 응하지 않으며, 핵·미사일 문제는 북·미 간 현안으로 남한과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남북대화가 남북관계 개선을 넘어 비핵화 대화로 발전하려면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핵화 성과에 대한 조급증이 불거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남북대화가 재개되자 시민 사이에서 비핵화에 대한 때 이른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 냉전적 보수세력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비핵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남북대화는 소용이 없다며 대화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보수세력은 나아가 남북대화 자체에 대해서도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에 말려 북핵 완성 시간을 벌어주는 정치쇼”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비핵화는 긴 여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남북한과 미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복잡한 사안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다. 더구나 남북대화는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남북대화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호의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남북대화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태도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로 발전하고, 비핵화 단계로 진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핵 동결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동결이라는 목표도 결코 달성하기 쉬운 과제는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당장 비핵화가 가시적이지 않다고 남북대화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남북대화와 교류를 확대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이다.

 

Posted by KHross

새로운 대북게임이 시작되었다. 운전석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앉았다. 운전자는 바뀌었어도 북·미대화로 가는 차로는 그대로다. 남북대화 현실화에 혼란스러워하던 트럼프도 이내 그것을 깨달았다. “두고보자”던 유보적 태도에서 이틀 뒤 “100% 지지한다”고 돌아선 것은 특유의 손익개념이 발동한 것이다. 과연 트럼프 ‘스럽다.’

 

사실 트럼프로서는 손해볼 게 없다. 어차피 북·미는 꽉 막혀 있다. 남북대화가 잘되면 북·미대화로 연결되지만 잘 안될 경우 책임은 대부분 문 대통령이 진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가 트럼프의 공로라며 한껏 체면을 세워주었다. 그걸 자랑하지 않을 트럼프가 아니다. 즉각 트윗에 “내가 확고하고, 강력하고, 북한에 대해 모든 ‘힘’을 쓸 의지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지금 남북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불과 몇 주일 전만 해도 남북대화에 냉소적이던 그 트럼프가 맞나 싶지만 이게 트럼프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회담은 남북의 운명이 걸린 중대하고 소중한 기회이다. 항간에서 회자되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회담인 건 맞다.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은 운전석에서 내려와야 한다. 남북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잃은 채 강대국들의 손에 미래를 맡기는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변덕스러운 트럼프는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힘을 실어준 유용한 존재에서 언제 다시 한반도 평화를 흔드는 위험한 인물로 표변할지 모른다.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동맹은 약화되고 그 반대면 강화되는 식이다. 이것이 나쁜 이유는 정치 선동과 음모의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 시도를 동맹 이간책으로 몰아가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수용돼 여론화되는 것이다. 이번 남북대화 성사 과정에서도 이런 병폐가 나타났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회담 성사에 많은 것을 걸어야 했다. 미국의 의심을 감수하면서 ‘3불 정책’과 한반도 전쟁 반대,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주장했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한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미국의 전략과는 배치되는 사안들이다. 하위 동맹인 한국으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문 대통령 개인도 대가를 치렀다. 근육 자랑을 하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끼인 채 미국으로부터는 추종을 강요당하고, 북한으로부터 냉대당하면서 진정성 하나로 버텨냈다. ‘항우의 가랑이 밑을 긴 한신’으로 비유되기까지 했다. 만에 하나 고위급 회담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이 모든 것은 허사가 돼 버릴 것이다. 남북대화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직접적 계기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 문재인 정부의 회담 환경 조성 노력이 없었다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물론 남북 고위급 회담은 일정한 성과를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시사하고 한반도 평화와 다방면의 남북 접촉·왕래를 장담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회담을 수락하는 전통문에서 “남북관계 개선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불안한 구석도 많다. 예컨대 김 위원장이 거론한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과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가 ‘한·미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영구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지만 당장 시행할 환경은 전혀 조성돼 있지 않다. 북측이 이를 남측에 수용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경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패를 쥔 것은 자신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대화는 북한의 에어포켓이나 다름없다. 고립된 북한이 국제사회와 연결된 유일한 출입문이자 생존공간이기 때문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은 남측보다 북측에 훨씬 더 소중하다. 남북대화에서 패를 쥔 쪽이 유리하고 반대쪽은 불리하다고 여기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대북 게임의 운전석에 앉은 것은 문 대통령만이 아니다. 운전을 잘못하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와 만나야 한다. 더 위험하고 험난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모든 것을 걸고 핵개발을 해왔지만 이번 회담에도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남북은 2000년대 초반 10년 동안 남북화해·협력의 길을 함께 걸었다. 당시 김대중·노무현-김정일 그룹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로를 닦는 노력을 기울였다. 문재인-김정은 그룹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족적을 따라가면 되는 일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이고 명확한 목소리로 남북대화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남북 고위급 회담을 “큰 시작”이라고 평가한 뒤 “남북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대화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남북대화에 이보다 더 큰 힘을 실은 수사가 또 있을까 싶다.

 

트럼프의 지지 표명은 실로 의미가 크다. 트럼프는 과거 몇차례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확실하게 북한과의 대화를 지원한 적이 없다. 이번 언급으로 남북대화에 대해 한·미 간 ‘이견 돌출’이나 ‘대북 엇박자’ 주장이 무색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국이 적절한 시점에 북한과 대화에 참여하고, 자신이 직접 김정은과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은 남북대화가 북핵 대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의 발로이자 메시지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공개적으로 남북대화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모처럼 조성된 것이다.

 

남북은 주말 이틀 동안 회담 대표단 구성을 마무리하는 등 회담 준비를 마쳤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고의 남북대화 전문가이며, 북측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역시 남북 군사실무회담 등을 이끈 대표적인 대남통이다. 회담을 실무적으로 진행할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또한 남북대화에 정통하다. 회담의 최우선 의제인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를 다룰 인사들은 해당 분야 실무에 밝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 등 차관급으로 채워졌다. 북측은 남측이 제시한 명단에 대표단의 급을 맞춰 ‘격 논란’을 불식시켰다. 과거 어느 때보다 중량감 있는 대표단이 꾸려짐으로써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그만큼 남북대화의 책임성은 더 커졌다. 남북회담이 궁극적으로 북·미 및 북핵 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북한과 무조건 대화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결과가 어떨지 좀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모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대화 모멘텀을 저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도 모처럼의 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초당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9일 회담에서 북측이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한다. 핵·미사일 도발 중단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Posted by KHross

정부는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단 참가 및 남북대화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정부가 대화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평창 올림픽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과일 것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단순한 체육 행사 참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올림픽 개막식의 남북 동시 입장이나 북한 응원단 문제 등 남북 간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차관급 회담을 거치는 절차 대신 곧장 장관급 이상의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것도 회담의 시급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북회담 재개에 대비해 충실히 준비해왔다는 자신감도 내비친 셈이다. 북측 역시 김 위원장이 제의할 정도면 상당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 만에 당국 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대화는 필수다. 이것이 바로 남북 모두 대화 단절의 시대를 끝내야 할 이유다. 남북대화는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포격으로 2010년 대화가 중단된 이후 간헐적으로 재개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실상 8년 가까이 단절된 상태였다. 대화의 소중함은 대화 없는 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고, 이로 인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급기야 한반도 전체가 전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대화는 최소한의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물론 지금 대화 환경은 썩 좋지 않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자칫 남북대화가 고립될 수 있다. 만에 하나 남북대화와 제재가 부딪치지 않도록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우선 남북대화를 남북관계 전반의 회복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 남북관계 회복이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북핵 해결책을 제시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대화의 시대를 맞이할 만한 준비가 돼있는지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협력적 자세가 특히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평화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대화는 김 위원장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증명할 것이다.

 

Posted by KHross

한국 외교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 합의 건을 두고 한랭전선이 만들어졌다. 한·일관계가 긴 동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 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해 사실상 배후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던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 일이라고는 해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은 당분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운 사람들은 이제 남은 건 한·미동맹 약화뿐이라는 냉소적 반응 일색이다. 중요 정책이 대통령 한 사람의 태도에 결정적으로 좌지우지되었던 상황이 어처구니없기는 해도 실상이 드러난 이상 더는 재발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돌이켜보면 2017년은 사실상 미국과 북한 간 ‘강대강’ 대치가 최고조에 이른 한 해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작년 한 해에만 무려 4차례의 대북 제재 결의(2356·2371·2375·2397호)를 채택했다. 작년 5월 취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안보불안 지수는 심리적 최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 25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2397호)를 단호히 배격한다고 발표했다. 안보리가 22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2397호에는 북한이 도발하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트리거 조항’이 들어있다. 북한은 “추종세력들까지 씨도 없이 박멸하자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한결같은 복수의 외침”이라고 겁박했다. 한국과 일본도 핵위협에서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떡하다 한반도가 비트코인 가치보다 불안정한 처지가 됐다.

 

이제 북한 핵보유는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까지 없다고만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이 북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비확산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문제에 근본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그 어떤 성공적 성과에 상관없이 내파적(內破的) 위험에 다가가는 셈이다. “역사는 한 번은 스스로를 교정할 기회를 준다”는 경구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외교국방 참모들은 북핵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상상력의 실타래를 푸는 입구일 수 있다.

 

한·미동맹을 메시아로 여겼던 때가 있었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도 없지만 그 불편한 진실을 쉽사리 부인하기도 어렵다. 누군가가 묻는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 무슨 일이 남아있는가. 아픈 질문이다. 그 아픔을 문 대통령이 먼저 느꼈다.

 

작년에 대통령은 “우리에게 (현 위기를)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비감하게 말했다. 국가를 보위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문 대통령은 강대국 정치 중심의 엄혹한 국제 현실에 개입하려고 할 때 상황은 늘 우리가 지니고 있는 힘보다 큼을 말하고자 했다. 지정학적 운명이다.

 

그 운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반도가 전장(戰場)이 될 수 있다는 불길한 예측도 있다. 한·미동맹을 축으로 했던 국가안보 패러다임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지도자의 외교적 용기를 필요로 하는 수평적, 쌍방적, 호혜적 관계로의 질적 변화는 불가피하다. 속도와 방향이 관건이다.

 

새해에는 기존의 동맹문법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한반도 문제를 숙의했으면 한다. 이는 북핵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동맹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함을 말하는 것이지 동맹의 파기를 주장함이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중관계가 복잡하게 뒤엉킨 전회(轉回)의 시기에 한국 외교국방 주체들의 뼈아픈 각성이 있어야만 관성의 극복도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Posted by KHross

요즘 일본 천황 방한설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그것도 일본이 아니라 교착상태에 있는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초대형 카드로 정부·여당의 지일파들이 물밑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몇 차례 “천황의 방한이 실현되면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큰 계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수훈 주일대사도 천황 방한에 대해 “한·일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라고 기대한다.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방일 이래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일본 천황 방한을 한·일 간의 현안을 해결하는 특효약처럼 매달려 왔지만, 천황의 방한이 정말 한·일 간의 현안을 해결하는 특효약이 될 수 있을까?

 

조선이 천황 개인의 소유물이었던 일제하에서도, 해방 후에도 천황 방한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열화와 같은 민족적 저항이 있어 조선에 왔다가는 안전을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해방 후에도 천황에 대한 민족적 분노와 원한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측에서도 우익들이 천황이 위해나 수모를 당할까봐 방한에 반대해왔다. 거기에는 지엄한 천황이라는 신격화와 일본인의 반한·혐한 감정이 개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화한다면 천황 방한의 가능성은 한·일 간의 역사청산 수준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다.

 

한·일 간 갈등의 근본원인은 일본의 한국병합조약이 적법하다는 일본 측의 인식에 있다. 식민지 지배, 피지배의 관계를 청산하고 주권국가로서 대등한 국교를 수립하고자 하는 취지의 한일조약에서 “병합조약은 이제 무효”라는 어구로 한국병합의 불법성을 호도하려 했다. 박정희 군사독재는 배상금도 보상금도 아닌 국교정상화 축의금으로 유·무상 5억달러를 받아 일본의 식민지 지배 범죄를 면책했다. 일본은 그렇게 부정·불의하게 만들어진 조약이 날개를 달자 그 후 반세기에 걸쳐 세상을 누비고 왔으며, 악질 고리업자처럼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너희가 도장 찍지 않았느냐”며 낡은 증서를 끄집어 낸다. 쓰러져가는 박근혜 정부가 민의의 수렴도, 합의문의 공개도, 국회의 비준도 없이 외교장관의 구두 발표로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12·28 합의와 그 구도가 똑같다.

 

그런데 촛불정권 들어서도 누가 봐도 부당한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외교적 합의라고 주장하는 아베 정부에 정면으로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고, 무슨 TF를 만들어 검토하니 하면서, ‘합의’가 불법적이고, 문제의 봉쇄를 위한 것이라는 근본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무슨 ‘소통 부족’이니 하면서, 우리 국민의 눈치를 살피며 합의의 무효화와 재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역사문제니 인권문제보다 외교적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서 한·일 셔틀 정상회담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겠다.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아베 정권의 행태이다. 아베는 일본제국주의의 범죄를 인정치 않고, 그 영광의 부활을 꿈꾸는 자로서 과거 청산에 대한 의지는 추호도 없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대한 민족적 우월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 천황 방한을 추진하려는 지일파들의 심정과 논리는 무엇인가?

 

우선 일본 국민의 호감도가 80%를 넘는 천황이 방한한다면 혐한·반한에 찌든 일본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혐한·반한적 태도를 키우는 아베 정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지 천황의 인기에 기대어 일본 사람들의 호감을 얻으려는 심산은 너무 저열하다.

 

‘지일파’ 정치인이나 한국 언론은 아키히토 천황을 ‘평화주의자’이며, ‘호헌파’라고 치켜세우고, 환상을 뿌리고 있다. 물론 아키히토가 교활한 아버지 히로히토보다 착할 수도 있으며, 성품도 야비한 아베보다 온화할 수 있다. 지난 10월, 1300여년 전 고구려에서 유래된 사이타마(埼玉)현의 고마(高麗)신사를 방문했으며, 2001년 기자회견에서 “나로서는 간무(桓武天皇)의 어머니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데에, 한국하고의 인연을 느낍니다”라고 천황가의 뿌리에 대해서 언급한 점, 2019년 4월30일로 예정된 퇴위를 앞두고 방한을 못다 한 과업으로 유념하고 있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아키히토가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흐뭇해하는 정치인·언론인도 많다. 아키히토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오키나와, 태평양의 섬에까지 해마다 전쟁 희생자에 대한 위령 순례를 지속하면서, 일본 국민의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1991년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과거사 사죄 순방을 한 바 있고, 1992년 10월23일 일본 천황 중 최초로 중국을 공식 방문해 “중국 국민에게 심대한 고난을 준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면서 중일전쟁 등 과거사를 사죄한 바 있다.

 

그러나 천황이 한반도의 핏줄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우쭐댈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수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희생자를 낸 천황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다. 천황이 위문 순례를 하는 것도 그 책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며, 제국시대에 천황이 자기의 위세와 인자함을 과시하기 위해 한센 병원이나 고아원, 고도·벽지를 순시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일본에서 평화문제나 헌법문제가 나올 때 어쩌다가 나오는 천황의 말 한마디에 여론이 요동친다는 점이다.

 

2006년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종전의날(8월15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다고 했을 때 아키히토는 천황의 시종인 도미타의 메모를 누설하여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것으로 고이즈미의 참배를 막지는 못했으나, 일본 여론에서 천황이 민주주의자고 평화주의자라는 호감도가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천황의 선정에 기대어 그 날개 밑에서 숨쉬는 일본의 평화나 민주주의를 ‘천황제 평화주의’니, ‘천황제 민주주의’니 하고 비꼬기도 한다.

천황은 수천만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전범으로 단죄되어야 했음에도 미국의 패권전략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일본 헌법에서는 신의 지위에서 “국가와 국민 통합의 상징”(헌법 제1조)으로 내려왔고, “헌법에 정해진 일정한 국사행위(國事行爲) 이외 국정(國政)에 관한 권리의 주장과 행사는 불가하다”(동 제4조)라고 규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일본 천황은 은연중에 정치에 개입해왔다.

 

한·일 간의 적폐청산은 어디까지나 현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훗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하물며 ‘천황제 한·일 화해’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일파의 업적 만들기에 끌려서 천황 방한을 서둘러서는 안된다.

 

<서승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연구고문>

Posted by KHross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전혀 과도하지 않았던 2017년이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촛불시민혁명이 만들어낸 기적의 기억이 어제인 듯 생생하면서도 이후 일어난 수많은 일들이 만들어낸 두께로 인해 마치 수년이 흘러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주저앉아버렸던 나라는 모든 것이 어려웠고, 또 그래서 모든 것에 희망을 걸게 했다. 역사가 늘 그랬듯이 희망은 시간의 흐름과 반비례하며 작아진다. 소수의 주동자들과 앞잡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있지만 수많은 공모자들은 겁을 먹었다가, 눈치를 보다가, 다시 뻔뻔해졌다. 반성하지 않고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바로잡으려는 노력들을 사사로운 복수나 세상물정 모르는 아마추어리즘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전혀 낯설지 않다.

 

한국 외교는 긴 터널에 갇혀 있었다. 지난 10년간 지정학적 저주의 그림자는 걷히기는커녕 짙어질 대로 짙어졌다. 미·중 패권경쟁은 동북아에 다시 진영대결구조를 만들고, 남북관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신정부는 촛불혁명의 산물이었지만, 외교에 부여하는 프리미엄은 거의 없었다. 역대 어떤 정부보다 더 자주 더 크게 북한의 도발에 시달려야 했으며, 중국의 제재와 일본의 이간질은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환갑을 훨씬 넘긴 한·미동맹은 한국전쟁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지만 사상초유·예측불가의 미국 대통령은 전쟁위기를 고조하며 우리에게 더 큰 시름을 안겼다. 방어적 동맹을 원하는 우리와 공세적 동맹을 가지고 싶어 하는 미국의 인식은 65년의 긴 역사도 무색하게 태평양만큼이나 격차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전은 시작부터 온통 난관이었다. 사드 조기 배치를 새로운 한국 대통령의 사상검증처럼 거칠게 밀어붙이던 미국의 압력을 수용하면서 우리의 입지는 커진 것이 아니라 도리어 훨씬 더 위축되어버렸다.

 

북한 핵개발로 인해 더 위험해진 한반도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서로의 주판알이 다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이 달라졌고, 과거 어떤 행정부보다 신뢰나 리더십은 물론이고, 위선마저 던져버렸다. ‘위기를 생산하고 무기를 판다’는 전형적 군사주의 미국의 민낯을 드러냈다. 트럼프가 부르짖는 미국제일주의는 단순한 국익우선의 정책이 아니라 상대가 적이든 친구든 상관없이 미국이 만족할 때까지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선언이다.

 

최근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최초로 공개된 국가안보전략(NSS)은 온통 미국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국과 러시아를 현상수정세력 또는 적대관계로 규정함으로써 냉전적 대결관점을 확실히 했으며, 북한과 이란을 깡패국가로 규정한 것은 부시독트린을 연상케 한다. 국경을 보호하고 이민을 통제하며, 미국의 우월적 힘을 이용해 통상이익을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것에서는 대외정책을 국내정치에 종속시키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험난한 새해를 예고하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평화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법과 합법을 교환할 수 없다는 원칙과 쌍중단의 중국 제안과는 선을 그으면서도 올림픽이 가진 레버리지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극한의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북·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상황을 풀 수 있는 유턴의 묘안이 될 수 있다. 사실은 한국 대외정책의 유턴 결심은 지난 10월31일의 한·중 3불 입장 발표와 그에 이은 방중이라고 본다. 대중경사론 또는 굴욕외교라는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외교 운신의 폭을 넓히고 한반도 평화의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시작일 뿐이다. 한국 외교의 유턴을 가로막는 도전은 이제부터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자신들이 만든 구도를 들이밀 것이고, 미국의 최대 압박노선은 불변이다. 3불 입장은 미국 외교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질 것이며, 따라서 다가올 미국의 저항과 압박은 사드 조기 배치 요구보다 거셀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전략은 한·미·일 동맹을 통한 대중견제 또는 봉쇄이고, 그 핵심엔진이 미사일 방어이며, 미사일 방어의 출발이 사드라는 점은 NSS에서도 재확인했다.

 

북한과 함께 우리 외교력이 발휘되어야 할 우선 대상은 미국이다. 동맹중독증과 더불어 미국이 한반도 긴장고조의 당사자라도 미국의 존재감과 우리의 의존도가 상승해버리는 덫에 걸려있다는 점에서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창을 포함한 2018년 상반기는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순간이 될 것이다. 재유턴하지 말고 버텨주기를, 더 나아가 새 길을 개척하기를 촛불혁명 정부에 간곡히 바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Posted by KHross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대북 무조건 대화’ 제안은 사흘 만에 폐기됐다. 백악관이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덮은 것이다. 혹시라도 제재·압박 체제에 누수가 생길까봐 황급히 빗장을 거는 모양새다. 온탕 냉탕을 오가는 미국의 태도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대화는 북한에서도 찬밥 신세다.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도 유엔에서 “비핵화 대화를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북 대화 시기상조론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지금은 제재하고 압박할 때라는 것이다. 대화무용론도 퍼져 있다. 대화했지만 핵개발을 멈추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러면 압박과 제재하는 동안 핵개발 속도가 빨라진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대화는 소득을 낳는다. 합의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대 의중 파악은 가능하다. 북한이 무슨 의도로 핵을 개발하는지, 핵위협의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 도발행진을 멈출 건지 가늠할 단서를 제공한다. 모두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지만 모르는 것들이다. ‘닥치고 제재·압박’으로는 얻어낼 수 없는 효과다.

 

미국과 한국 보수층은 대북 대화 제의를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면죄부나 보상으로 간주한다. 심지어 김정은에게 나라를 갖다 바치기 위한 음모로 몰기도 한다. 이는 오해일 뿐이다. 남북은 1983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 공작원들이 설치한 폭발물이 터져 17명이 사망한 아웅산 사건 1년여 뒤 대화를 시작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끌어낸 바 있다. 미국 역시 푸에블로호 납북 사건 때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었다. 대화가 보상이나 무조건적인 용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둘 다 성사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화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위협적 행동이 감소하는 것도 검증된 사실이다. 제재와 압박 역시 유용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을 외면한 채 제재하고 압박하면 북한이 손들고 항복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상상하는 것과 달리 대화는 결코 유화 조치가 아니다. 상충하는 국익이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무대이기 때문에 온갖 지략과 책략, 독설과 협박이 난무한다. 괜히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보수층이 대화를 깎아내리는 것은 북한과의 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협상장에서의 북한은, 협상으로 먹고사는 미국도 손을 들 만큼 집요하고 강력하다. 북한의 벼랑끝전술이나 살라미전술은 세계적으로 호가 났다. 이런 북한을 상대하다 실패할까봐 지레 겁을 먹고 아예 시작조차 않으려는 것 아닌가 싶다.  

 

보수층은 대북 강경책을 신봉한다. 하지만 이 강경책은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김정은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책을 펴는 동안 3대 세습 권력자에서 핵대업을 완성한 ‘사회주의 위인’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기세다. 외부에서 제재와 압박을 가할수록 지도자를 중심으로 응집력이 강화되는 북한 체제의 특성 때문이다. 오랜 제재에도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경제가 성장하는 현실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물론 국제 정세가 북한에 유리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 규범을 무시한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력은 한계에 달한 상태다. 틸러슨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책을 논의했다는 놀라운 정보를 공개했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이 이를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응징과 엄벌 감정이 위험수위라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대화와 압박, 어느 한쪽을 절대화하거나 백안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문제를 이념의 좌표로 삼는 행태를 배격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도덕적, 이념적 잣대가 아니라 오로지 실용적 차원으로 접근할 사안이다. 문제를 풀 수만 있다면 대화든 압박이든 가릴 이유가 없다.

 

현재 북핵 대화의 여건은 무르익은 상태다. 북한이 실질적인 핵무력 완성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순간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협상력 극대화를 노린 대화 신호로 보인다. 미국도 북핵·미사일의 실전배치 이전에 현 수준에서 동결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결론은 대화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 거부는 대화 조건을 둘러싼 기싸움 성격을 띤다.

 

원래 대화는 조건 없이 하는 것이다. 신뢰와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다가 실패한 과거를 답습할 시간이 없다. 대화를 통해 얻어낼 결과를 대화 시작의 조건으로 거는 것은 시간이 필요할 때나 구사하는 전략이다. 자존심과 적대감 때문에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조호연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노동신문 사설은 이렇게 썼다. “희세의 천출위인이신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만이 안아 오실 수 있는 특대사변, 대승리이다.”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트로피를 함께 들 사람이 있다. 오바마와 트럼프다.

 

미국은 대북 정책 실패를 통해 북핵 개발에 기여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은 북한의 요구에 대한 미국의 대응, 미국의 요구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얽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까지 미국과 함께해왔다. 완성 선언 이후의 길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라는 동반자가 있다. 김정은 홀로 가지 않는다. 이번 2인무(二人舞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완성 선언 이전보다 좀 더 민감하고 복잡하다는 사실뿐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서로 엇갈리는 두 개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완성을 선언, 선을 넘지 않으리라는 암시를 했다. 미국에 예방공격 명분을 주지 않은 것이다. 평창 올림픽과의 시간상 거리도 적당하다. 올림픽 코앞인 1월에 발사했다면 협상으로 국면 전환할 틈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협상도 가능하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아직 대화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없다. 그리고 미리 완성 선언을 해놓음으로써 비핵화로 되돌릴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으로 명기했을 때처럼 비핵화 꿈을 단념케 하려는 심리적 선제공격이다.

 

미국이 완성 선언을 미심쩍어하고, 그 때문에 미국의 대북 자세가 여전히 뻣뻣하다고 느끼면 북한은 핵무기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경우 재진입 기술을 개발해 태평양 상공에서 폭발 실험을 단행하는, 이른바 특대형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 놓여 있다. 하나는 북한이 추가 도발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북한이 현재의 핵개발 수준에 만족하고 대화에 나서도록 국면 전환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트럼프의 다른 선택지는 북한이 굴복할 때까지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짐짓 그걸 과시한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김정은과 트럼프 두 사람 앞에 각각 두 가지 길이 있다면, 상호 작용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네 가지다. 둘 모두 정면충돌하거나 둘 다 충돌을 피해 대화하는 경우, 둘 중 한쪽이 대결적 자세로 나가고 다른 쪽이 맞서지 않는 경우다.

 

최악인 정면충돌을 피하고 최선인 대화국면 전환을 위해서는 정책 결정권자가 냉정하고 매우 이성적이어야 한다. 북한이 만일 미국의 어떤 행동에 자극받아 핵무력에 대한 신뢰를 100% 보장해 보이겠다며 기술 개발에 다시 나섰다고 치자. 그래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완전한 ICBM을 시험 발사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과 미국 모두 곤란해진다. 전쟁 상황에 직면해서도 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누가 먼저 시작하든 전쟁은 북한의 종말을 가져온다.

 

트럼프에게도 딜레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상태를 방치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탄핵당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을 상대로 예방공격을 해야 하나? 미국인을 포함한 엄청난 희생을 각오하고, 천문학적인 군비를 쏟아부으며 전쟁의 수렁에 빠져야 하나? 한국·중국·러시아가 모두 반대하는 전쟁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게임 참가자가 합리적이면 최악의 게임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트럼프는 서로 미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은 1.5트랙 대화에서 트럼프가 정말 미친 것인지, 그저 미친 척하는 것인지 미국 전문가에게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미친 강아지라고 했다. 바로 이 두 사람이 지금 서툰 탱고를 추며 네 개의 문 가운데 하나를 통과하려고 한다.

 

북·미관계는 상대의 신호와 선택이 나의 신호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성에 지배된다. 두 사람은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한발 한발 내디뎌야 한다. 상대의 주파수를 잘 파악해야 한다. 좋은 신호는 좋은 반응을 유도하고, 나쁜 신호는 나쁜 반응을 부추기기 딱 좋은 순간이다. 탱고와 같은 2인무는 박자가 안 맞으면 몸이 부딪치거나 상대의 발등을 밟게 된다. 최악을 피하려는 상대의 입장을 약점이라고 여기고 더 몰아붙여 보라. 즉각 파국이다. 두 사람은 전쟁으로 가는 문을 피하고, 평화로 가는 문을 통과할까?

 

<이대근 논설주간>

Posted by KHross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그제 한 포럼에 참석해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가 전쟁 가능성을 고조시켰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매일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이 핵으로 무장할 잠재적 위협은 중국에도, 러시아에도 이득이 아니다”라고 한·일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어제 CBS에 출연해 “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핵탄두로 미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선제공격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대화론이 사라지고 전쟁론이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이 브리핑 룸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전쟁론과 선제타격론은 한 달여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맥매스터는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뒀을 때만 해도 “전쟁 없이 북한 문제를 푸는 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을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표다. 그레이엄 의원의 선제타격론도 미국 내 대북 여론의 강경 회귀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위기 고조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책임이 크지만 미국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북한이 최근 두 달여 동안 도발을 중단했을 때 제재 강화 외에 적극적인 대화 시도 등 다각적인 북핵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8년 임기 동안에는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다. 과거 대북 정책에 대한 성찰 없이 이제 와서 한반도 위기를 부추기는 초강경정책을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미국이 전쟁을 언급한 것은 전략적인 의도도 엿보인다. 선제타격이나 전쟁론은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협상에 앞서 기싸움을 벌이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중단 및 폐기로 맞서고 있다. 의도야 어떻든 한반도의 파멸로 이어질 선제타격은 절대 안된다. 설령 대북 대화를 위한 전략적 카드라고 하더라도 자제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은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KHross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지난 1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더니 사흘 뒤에는 리커창 총리가 사드의 ‘단계적 처리’를 거론했다. 지난 22일에는 왕이 외교부장까지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사드를 언급했다. 지난달 31일 한·중 양국이 ‘관계개선을 위한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드 갈등이 봉합됐다’고 한 것과 다른 행동이다. 다음달 한·중 정상회담에서까지 이 문제가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임 후 첫 방중한 강 장관은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과 회동하며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일정과 양국관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을 봉합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 결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가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는 점을 누누이 밝혔다. 시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가 임시 조치라는 점까지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불(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을 하지 않는다)’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외교부 장관이 공언하고,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중국의 우려 사항을 이해한다고 밝혔으면 중국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한국 당국자들을 만날 때마다 사드를 거론하고 압박하는 것은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 중국은 ‘3불’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넘어 사드 운용에 제한을 가하는 ‘1한(限)’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사드에 대한 기술적 설명과 성주 기지에 대한 현지조사, 사드 레이더 중국 방향 차단벽 설치 등 세 가지 조치 이행을 요구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망발이다. 한국의 보수층은 정부가 3불 이외에 추가로 양보한 것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 합의 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작 한국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국을 압박한다면 다른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중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 주의해야 한다. 각자 입장이 다르더라도 구동존이의 자세로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미래로 가자면서 자꾸 사드를 건드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중국이 역지사지의 자세로 임할 것을 촉구한다.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의 공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문명 세계와 국제 평화 및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전략적 인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외교전략으로, 트럼프는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추가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아베는 “북한이 정책을 바꿀 테니 대화하자고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도쿄 _ EPA연합뉴스

 

두 나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을 빌미로 한 군비증강도 논의했다.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산 군사장비를 대량 구매하길 바란다”면서 “이 장비로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안보 아닌, 경제 문제로 접근하고 나아가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간접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는 이에 대해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 있다”고 호응했다. 일본 방문 직전 트럼프가 지난 8~9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본은 요격했어야 했다”면서 “무사의 나라인데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드러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일 기업경영자 간담회에서 “미국과 인도·태평양의 주권국가들은 안보, 번영, 평화의 미래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은 백악관이 밝힌 트럼프 순방의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와 연대해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대중국 포위전략’이다. 이 구상은 중국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허용해 자칫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대북 공조를 빌미로 한 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미·일 정상회담의 중요한 목표다. 이를 재확인한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7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풍향계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기조에 기초해 문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세운 뒤 협상에 나서는 트럼프의 전략에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Posted by KHross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일주일이 시작됐다.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10일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사이 9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북핵 위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역량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국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싱가포르 CNA방송과 한 인터뷰 내용을 야권이 문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일 공조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 빌미가 되어선 안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출처:경향신문DB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은 문재인 정권은 물론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해온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광해군 코스프레”니 “삼전도 굴욕”이니 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중국 편향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해 한국의 생존만 생각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과 동시에 국가 발전과 통일 기반 마련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숙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하나 경시할 수 없는 국익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높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추진 중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야권은 균형외교가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짧은 소견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한·중 협력과 한·미동맹 유지·발전의 병행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소는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뜯어먹어야 산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균형외교의 성패는 이해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든 외교역량을 기울여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Posted by KHross

한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양국 관계를 조속히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어제 이런 내용을 담은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지난해 사드 배치 이후 악화일로였던 양국 갈등이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양측은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고, 모든 외교적 수단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천명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여는 데도 합의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이 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류 및 관광에 대한 금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내 항공사들도 한국행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거나 확대할 것이 예상된다. 31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중국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사드 문제에 대한 실용적 접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은 사드 포대를 배치한 현 상황을 유지하는 선에서 사드 문제를 봉합하기로 한 것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 점을 인정하되, 그 문제로 갈등하기보다 협력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 전략이다.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과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중국은 우려 입장을, 한국은 기존 입장을 각각 합의문에 명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번 합의는 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한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핵과 미·중 대결로 동북아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이 최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2기 체제를 정비하면서 양국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해결을 유보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중 간의 사드 문제 처리 방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만큼 불씨는 남아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다시는 사드와 같은 미·중 갈등 이슈가 한·중관계 악화로 비화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이번 합의의 전제나 다름없는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MD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한·미·일 3국 간 군사동맹 반대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중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이 한·미동맹을 넘어 대중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왔고 실제 사드 갈등의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므로 만에 하나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만 추종할 경우 중국과 큰 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일 북핵 대응 방침과도 배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만큼 균형 외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한·중관계 정상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구축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는 만큼 양국의 협력 공간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강경일변도 북핵 대응 기조를 압박과 대화의 병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한·미동맹 강화와 제로섬 게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 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안정에 필요하다.

 

한·중 양국의 합의가 양국 관계의 실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인식이 악화된 것이 큰 문제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당국 못지않게 민간 사이의 다양한 교류채널 확대가 시급하다. 교류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위한 제도화·규범화도 뒤따라야 한다.

Posted by KHross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고위급 특사의 북한 파견을 포함, 북한과 미국 간 대화재개를 위한 힘겨운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이 보도했다. 북핵 6자회담 대표인 윤 대표가 의회 관계자들에게서 북·미 양측을 충돌로 몰아넣는 격한 말의 공방보다는 외교적 해법이 중시될 수 있도록 행정부를 설득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또 의회보좌관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백악관이 외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취지의 토로를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보도만으로는 윤 대표의 발언 내용과 맥락이 분명치 않다. 하지만 발언의 당사자가 북·미 협상 담당자이고 발언 내용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윤 대표가 의회에까지 도움을 요청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미루어 짐작하기로는 북핵 문제에 대해 큰 틀의 해법은 물론 구체적인 전략도 없이 냉탕·온탕을 수시로 오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북핵 대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기조 아래 면밀한 정책 검토와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즉흥적으로 대응하거나 국정난맥과 지지율 하락이라는 자신의 국내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북핵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반도 운명이 걸린 북핵 문제는 이처럼 가볍게 취급할 일이 아니다. 워싱턴의 강경파들에 둘러싸인 채 고군분투하는 윤 대표의 처지를 결코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이유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돼야 한다. 북핵 문제는 외교적 해법이 중요하며, 마침 미 행정부 내에 이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전문 부서의 의견을 수용해 적극적으로 대북 대화와 협상을 벌이기 바란다.   

  

한국 정부도 이들을 적극 지원하고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윤 대표가 추구하는 외교적 해법은 한반도 전쟁반대,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정부의 북핵 정책과 맥락이 같다. 고위급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윤 대표의 견해도 시의적절하다. 날로 험악해지는 한반도 정세를 생각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사태의 출구 모색을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의 방안도 정당성을 갖는다.

 

Posted by KHross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공명당이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개헌 발의선(31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아베로서는 그동안 추진해 온 안보·경제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 논의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게 됐다. 실제로 아베가 개헌을 추진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신조 총재는 시즈오카 현 야 이즈현의 선거 운동 기간에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개헌은 아베의 정치적 숙원이다. 개헌 총리로 교과서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베는 그동안 개헌 행보에 신중을 기했다.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안보법제를 밀어붙이면서도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이나 ‘군국주의 회귀’와 같은 국내외의 비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자민당은 자위대의 합헌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의 개헌 방향을 이번 총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는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명시한 평화헌법 9조를 건드리지 않고 자위대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것이다.

 

아베는 연립여당이 독자적인 개헌 발의선을 확보함으로써 개헌 추진을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럼에도 아베가 개헌을 실행에 옮길지는 불투명하다. 국민투표가 부결될 때 정계에서 은퇴해야 하는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진하더라도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3연임 도전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압승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우려스럽다. 아베의 압승은 경제 호조, 야당 분열과 함께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주효했다. 사학 스캔들로 퇴진 위기에 몰린 아베가 조기 총선 카드를 선택해 기사회생하게 된 데는 북한 리스크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북한 미사일의 일본 상공 통과는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아베는 이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북한 리스크를 관리할 적임자로 떠올랐다. 북핵 위기가 계속될 경우 아베의 강경 대응 기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대북 강경 대응은 언제든 북한을 자극해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독도 영유권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한반도 안보 상황은 북핵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군사대국을 꿈꾸는 아베의 우경화 독주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북핵 위기를 함께 풀어가야 할 문재인 정부로서는 더 강경해진 아베를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베의 승리는 일본을 넘어 한국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초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하고 국회 연설도 할 예정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한은 그 자체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규모 병력이 대치하는 한반도의 위험천만한 현실을 직접 보고 깨닫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방한의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10월16일 (출처:경향신문DB)

 

트럼프의 이번 방한은 한·중·일 3국 연쇄 방문의 일환이다. 향후 국제사회 북핵 대응의 골간이 이번 3국 방문 기간에 결정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북 담판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만에 하나 한반도 안보가 분수령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방한을 통해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백악관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우정을 기념하고, 국제사회에는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에 동참하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국회 연설에서도 핵우산 약속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압박하는 모종의 대북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 압박 노선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다. 북핵 문제 해결의 첫번째 원칙은 평화적 방법을 잊어서는 안된다.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설령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트럼프의 방한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마침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시사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앞서 제임스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북핵 위협이 관리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트럼프 방한은 자신의 북핵 구상을 제기할 흔치 않은 기회다.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가 격화하면 한국 정부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게 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북핵 해결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트럼프를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논의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안된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