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엄형식(벨기에 리에쥬대학 사회적경제센터 박사과정 연구원, hseom73@hanmail.net)


유럽대학의 등록금을 나라별로 조사해보았습니다. 코멘트나 추가정보 있으시면 환영합니다. 유럽 진보신당 회원들 4명이서 같이 수집하고 편집한 자료입니다.

[참고]
1유로 = 1,547원 (2011년 6월 1일 기준)
 

캠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대학생들 (출처: 경향신문 DB)



[벨기에] (2011-2012년 기준, 등록금은 1년에 한번 학년초 가을에 납부)

- 교육에 대한 권한은 연방정부가 아닌 언어정부의 권한이다. 참고로 지방정부는 왈룬정부, 플랑드르정부, 브뤼셀정부가 있으며 주로 행정, 경제 영역을 담당한다.
- 불어권 언어정부에 속한 대학들은 학부와 마스터의 경우 등록금이 850유로이다. 박사과정은 첫 해에는 855유로이나 두번째 해부터는 35유로이다. EU출신 학생들은 벨기에 학생들과 같은 조건이지만, 학부와 석사의 경우, non-EU 비OECD국가출신 학생은 1,923유로, non-EU OECD국가출신 학생은 3,845유로를 추가로 내야 한다.
플랑드르어권 언어정부에 속한 대학들은 학부와 마스터의 경우 등록금이 보통의 경우(취득학점과 일부 특별 전공 제외) 578.7유로이며 박사과정은 입학년도와 디펜스 년도에만 275유로이고 그 사이에는 등록금이 없다. 불어권과 달리 non-EU출신에 대한 별도 비용은 없다.
- 공립과 사립에 관계없이 기본적인 등록금 시스템은 동일하다.

[프랑스] (2011-2012년 기준, 등록금은 1년에 한번 학년초 가을에 납부)

- 일반대학 등록금은 1년에 174유로, 석사는 237 유로, 박사과정은 359 유로이다.
- 엔지니어 학과 (주로 그랑제꼴)는 550유로
- 의대,약대,치대의 등록금 예과 174유로,  본과 237유로 전문의과정 462 유로이다.
- 저소득층에게는 등록금 면제

[독일] (2011-2012년 기준, 등록금은 1년에 두번 학기초 납부)
 

- 2007년까지는 디플롬 (석사에 해당)이나 새로 생긴 베첼러(학사에 해당) 과정 학비가 전액 무료였으나 현재는 주에 따라 다르고, 계속 바뀌고 있다.
- 학비와는 별개로 모든 주(16개)에서 등록금을 내는데 금액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개 50유로 정도이며, 등록금을 내고 받는 학생증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역시 주마다 다르지만, 대개 교통비, 은행 수수료, 전화비, 영화나 극장, 박물관 등에서의 전액 또는 부분 할인을 받는다.
- 기성회비(서류처리비)는 2009년 4월 현재 바덴-뷔템베르크, 바이에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브레멘, 헤센, 그리고 니더작센 주에서만 50유로 정도를 낸다.
- 수업료는 최대 500유로(2009년 4월 현재)로, 6개 주(2011/2012년 겨울 학기부터는 사민당/녹색당이 집권하면서 학비가 없어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을 뺀 5개)에서 내는데, 수업료를 내지 않는 주에서도 5년제인 디플롬을 7년 안에 끝내지 못했을 경우 내는 징벌적 수업료(최대 800유로)를 내는 주는 4개, 수업료를 내고도 늦어질 경우 더 내는 주는 1개가 있다.

[이탈리아] (2011-2012년 기준, 등록금은 1년에 한번 학년초 가을에 납부)

- 대학과 지방마다 등록금에 차이가 있고 부모의 수입에 따라 등록금은 달라진다.
- 볼로냐 대학의 경우 학부의 첫번째해는 660유로, 그 이후 또는 박사과정은 1년에 990유로.

네덜란드 헤이그 대학 (출처: 경향신문 DB)


[네덜란드]


- 30세 미만, 전업 학생의 경우 1620유로, 30세 이상 전업 학생의 경우 2200유로

- 파트 타임 학생의 경우 약 1200유로

[스페인]

- 학사: 첫번째 등록일경우 학점당 9.5-16유로, 두번째 등록(재수강)일 경우 학점당 21.5-21유로.  세번째 등록일 경우 학점당 18-30유로. 학사는 총 180학점을 수료해야하며 1년에 80학점을 수강한다.
- 석사 : 학점당 21-30 유로. 총 90-120학점.
- 박사 : 학점당 27-53 유로.

유니버시티 칼리지 등과 함께 런던 대학교의 일부인 킹스 칼리지 런던(출처: 경향신문 DB)

[영국] (2012-2013년 기준, 등록금은 1년에 한번 학년초 가을에 납부)

- 영국의 모든 대학은 2012년 등록금으로 최소 6000 파운드를 책정했다. (최대 9000 파운드)

[오스트리아]

- EU 학생과 non-EU 학생 다르게 적용, 모든 경우에 Student Union에 학기당 16유로를 지불
- EU 학생인경우 (교환학생 포함) 등록금 면제.
- EU 학생이 아닌 경우 학기당 363,33 유로. 두개의 대학에 등록할경우 한번만 내면 됨.


[핀란드]
 

- 모든 학생은 (EU, non-EU) 등록금 면제. non-EU 학생이 핀란드어나 스웨덴어 이외의 어학코스를 수강하기를 원할때는 등록금이 적용될수 있다.
- 동록금 면제에 해당사항이 없는 학생을 위한 장학금이나 지원이 마련되어 있다.

[스웨덴]

- 54살 이하의 모든 학생은 자신 또는 부모의 수입 그리고 사는 지역과 무관하게 월 2572 SEK(약 290유로, 2011년 5월 현재)의 기본생활비보조를 받는다.
- 그 밖에 월 4920 SEK (약 550 유로)의 대부를 받을 수 있는데 25년 안에, 또는 60살이 되기 전에 갚아야 한다.
- 스웨덴의 대학 교육은 지금까지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었으나, 2011/12 겨울 학기부터 유로 존 밖의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이 부과된다. 액수는 학교와 과정에 따라 다른데, 스웨덴의 학교와 학생 교환 협정을 맺은 학교는 제외된다


[덴마크]
 

- EU 학생은 등록금 면제, EU 학생이 아닌경우 평균적으로 일년에 10,000 유로.


[스위스]
 

- 학사, 석사, 박사 550 CHF,  외국인은 790 CHF (1CHF=0.77euros)

[노르웨이]
 

- 공립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등록금 면제
- 학생은 학기당 50유로 정도를 의무적으로 Student Union에 내는데 이로인한 혜택이 다양하다. 학생식당 할인, 대중교통 할인 등.

원문은 유로진보넷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출처 : 유로진보넷 (http://eurojinbo.net/)
*작성자 : 비단터

내가 튀니지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파리의 한 동학은 세계혁명에 동참하러 가는줄 알았단다. 그럴꺼면 이집트로 갔어야지..;;

튀니지에 혁명이 발발한 것은 학위받고 바람도 쐴겸 튀니스에 사는 지인을 보려고 이너넷으로 미리 (취소가 거의 불가능한) 비행기표를 사놓은지 고작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불안하게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표를 날릴수 없어 튀니스공항에 도착한 것이 2월 4일.. 아직 혁명은 기운이 채 식지 않은 시점이었다. 가서 보니 프랑스정부는 7일까지 튀니지로의 단순여행을 금지시킨 상태였는데 14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뉴스에 나왔다. 역시 비행기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프랑스인은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넘덜이 겁이 많긴 하지만 그 와중에 기어들어간 난 모냐고..ㅡ.ㅜ

이참에 혁명의 자취를 제대로 디벼보리라 마음 먹었다. 2005년 프랑스에서 이민 2, 3세들이 소요를 일으켰을 때도 그 진원지인 클리쉬 수부아 에도 가보고 공존의 기술 : 방리유, 프랑스공화주의의 이면 도 작업하지 않았던가. 이거 가지고 또 글을 쓰면 소요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질지두..^^; 


아직 튀니스 시내 곳곳에 장갑차와 군인들이 배치되어 있어 아직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었다. 사진은 시내 중심에 있는 내무성 앞.

그러나 한켠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아랍어라서 구경하던 다른 시민에게 물어보니 (지난 정권 인사인) 총리도 바꾸고 군인들 치우라고 요구하는 거라는데..


사진을 찍다가 만난 마누바대학 학생들.. 이후 한시간 넘게 시내를 같이 다니면서 생생한 얘기도 듣고 여러가지 정보도 얻었다. 덕분에 혁명관련해서 출판된 따끈따끈한 책과 잡지도 사왔다. 이번 튀니지 탐방의 가장 큰 수확이다. 역시 시위확산에 페이스북의 영향이 컸다는걸 알려주듯, 조금 얘기하고 나자 바로 페북아이디를 물어왔다.

드디어 자유다. 자유 만세!

민주주의와 세속주의


튀니지 여성은 자유로우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거리의 다른 한켠에서는 또다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혁명과정에서 죽은 희생자에 대한 보상 요구

사람들이 모이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혁명과정에서 굶주리고 성난 군중에 의해 불타고 털린 대형마트들이 많다. Geant도 털렸다는데 Carrefour는 빨리 대처했는지 무사했다. Carrefour 앞에는 아직도 장갑차가 지키고 있었다. 사진은 모노프리.

밖에서는 별거 아닌듯 보이지만...

내부는 처참했다.

대통령 벤 알리도 문제였지만 마눌인 트라벨시 집안이 무쟈게 말아 잡수셨단다. 그래서 혁명과정에서 부촌에 있는 몇몇 집들도 불타고 털렸다. 사진은 처조카 이메드 트라벨시의 집. 낮고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담장은 그들이 아무런 신변의 위협조차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이 사건이 얼마나 급작스러웠던 것인지 알려준다.

창문까지 떼어갔는지 깔끔하다. 동행했던 미모의 KOICA 튀니지 소장도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역시 정치학전공이라 그런지 혁명의 자취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통했다.

 

완전히 불타고 털린 집 내부.

뒷뜰에 세워둔 차도 완전히 전소된 상태.

* 원문보기 : 이슬람 민주화혁명의 진원지를 가다 (유로진보넷)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봄내

한국형 실업극복 모델을 발견하다. – “징벌적 근로국가 모델 (Punitive Workfare State Model)”
OECD 데이터를 검토하다가, 한국과 관련하여 눈에 띄는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장기실업률 데이터를 검토하면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8년 현재 한국이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장기실업율이 멕시코 (1.7%)에 이어 가장 적은 2.7%가 아니겠습니까? 소위 선진국, 복지국가입네 하는 나라들은 몇몇 예외적인 나라를 제외하고는 기본이 10%가 넘고, OECD 평균은 25.9%나 되는데 말입니다. 물론 한국의 실업률도 인상적으로 낮습니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아이슬란드에 이어 3.2%로 네 번째로 낮은 실업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OECD 평균 6.1%).

이는 한국의 경제발전모델이 실업극복 모델에 있어서는 어느 OECD 국가보다도 우수한 모델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제 대통령께서 밝히신 것처럼 ‘국격’을 높이기 위해, 낡고 후진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을 모방하기 보다는 한국의 경험을 세계 만방에 모델로 제시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이렇게 낮은 장기실업률과 실업률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를 영국 좌파들의 위장전술인 “슘페터리안 근로국가 모델 (Schumpeterian Workfare State Model)”의 기만성을 넘어서는 진정한 “징벌적 근로국가 모델 (Punitive Workfare State Model)”이라는 놀라운 효과를 가진 실업극복 모델로서 제시하고자 합니다.

 

1. 낮은 사회복지 비율 (2005년 현재 GDP 대비 사회지출 최고 낮음 6.9%, OECD 평균 20.6%)
ð 낮은 수준의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실업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길거리에 나가 앉을 수밖에 없으므로 죽기살기로 일자리를 구해야 함. 반면, 복지국가를 자랑하는 다른 OECD국가들에서는 실업이 오래 지속되어도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실업상태로 지낼 수 있음.

è  효과 : 낮은 실업률 및 장기실업률

 
2. 높은 노동유연성
ð죽기살기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리 허접한 일자리라도 금방금방 채울 수 있음. 느슨한 노동법과 법원판결에도 굴하지 않는 재벌들의 비정규직 운용이 시스템의 다른 축을 이루고 있음.

è 효과 : 기업경쟁력 강화

 

3. 높은 스트레스
ð 죽기살기로 일해야 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함. 이러한 높은 스트레스는 일자리 창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함.

è 효과 : 매일 음주가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요식업 및 성산업 발달. 대부분의 요식업은 자영업의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높은 기업가 정신의 일상화가 이루어짐.

è 효과 : 음주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많아지기 때문에 의료업 및 생명공학 발달

 

4. 치열한 경쟁
ð 그나마 같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특정 대학들을 입학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시스템을 경험하게 함. 일부 선진적인 지역에서는 고등학교부터 입시를 함으로서 좀더 어린 시절부터 경쟁을 배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

è 효과 : 사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서비스업 발달

 

스웨덴 국왕도 회의를 품고 있다는 낡은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 보다, 미국도 영국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선별적 복지국가 모델 보다 (이런 점에서 오세훈 시장은 복지주의자들에게 타협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의 기적을 일구었고 G20 의장국도 해본 한국의 反복지국가 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실업극복 모델을 달성했음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이를 알려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이 모델은 국민, 특히 노동자, 농민, 서민의 행복은 절대로 보장하지 않습니다.


유로진보넷http://eurojinbo.net 원문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김홍수영 / 영국 런던정경대학 사회적배제센터 박사과정 samarakim01@hotmail.com


큰 사회 프로그램의 비난에 대한 돌파구

그러나 이러한 비판 여론 가운데에서도 캐머런 내각은 약간은 예상치 못한 대안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어서 관심을 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정부는 봉사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봉사활동과 연결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통신회사나 일부 기업들이 포인트를 적립하면 영화, 레스토랑 등 문화시설을 누릴 수 있는 고객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도 대형 슈퍼마켓이나 기업에서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Nectar, Tesco 그리고 Recycle Bank 카드와 같이 기업의 유명한 포인트 서비스와 제휴하여 봉사활동을 했을 때 이와 같은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화폐제도(LETS)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것으로서 사회적 공헌을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에게도 이득이 되는 1석 2조의 효과를 갖는 아이디어다.




재원 확보에서도 일단 위기를 모면한 상태다. 2010년 11월 25일 보수당 정부는 당초 예상했던 6천만 파운드의 두 배에 이르는 1.5억 파운드의 자금을 출연하여 ‘큰 사회 은행’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총 목표 금액인 4억 파운드에는 못 미치지만 대단한 수확이다. 
큰 사회 은행에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은행들은 바클레이즈,HSBC, 로이즈 뱅킹그룹, 스코틀랜드 뱅크, 산탄데르 영국 법인 등 5개 대형 은행이다. 
은행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러한 대대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것은 보수당의 협상력 때문이었다. 캐머런 총리는 은행권에서 직원들에게 100만 파운드 이상의 보너스 지급을 할 때 그 세부내용을 공개하도록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은행권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영국 사회에서 가장 임금이 높은 직업으로 보수 문제에 대해서 항상 사회의 눈총과 정부의 감시를 받아왔던 은행원들에게는 환영할만한 협상카드였다. 영국은행협회(British Bankers’ Association)에서는 "은행들이 보수지급과 관련한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의 사회적 의무를 알고 있다"며, "정부와 펀드 참여를 논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큰 사회’ 프로젝트는 캐머런의 획기적인 구상에서 출발하여, 황당하고 엉성하다는 비판을 거쳐, 다시 전략적인 대안을 내놓는 방식을 거듭하면서 변모하고 있다. 때문에 아직은 정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진보파의 예상대로 시장화의 압박을 가속화하게 될지, 아니면 정말로 사회가 커지는 결과를 가져올지 예견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조화로운 사회를 향한 끊임 없는 성찰

그러나 이 초기 단계에서 확실히 아쉬운 점은 하나 있다. 바로 관심의 초점이 "큰 정부냐, 큰 사회냐"와 같이 양과 규모에 치중하여 있다는 점이다. 
사실 ‘사회’는 귀에 붙이면 귀걸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가 되는 애매모호한 단어다. 대처는 1987년 ‘사회’를 ‘국가’라는 말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했다. 그녀는 개인과 가족이 인간의 복지를 개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세상에는 사회라는 실체는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society)’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는 국가의 권력을 대폭 없애겠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캐머런은 ‘사회’와 ‘국가’를 포함하거나 서로 다른 개념으로 사용한다. 캐머런은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사실 세상에는 사회라는 실체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와 같은 것은 아니다 (There is such a thing as society. It is just not the same thing as the state)’. 
다시 말해 개인 차원을 넘어섰지만 국가가 아닌 공동체, 예를 들어 시민사회나 시장이 엄연히 존재하고, 큰 사회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는 큰 국가가 아니라, 큰 시민사회나 큰 시장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시민사회의 부흥을 암시하는 이러한 표어 때문에,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2010년 10월 3일 미래포럼에서 발 빠르게 큰 사회 프로젝트를 한국의 시민단체들에 소개하고 선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지난 노동당의 ‘큰 정부’이나, 보수당의 ‘작은 정부’ 그리고 최근의 ‘큰 사회’ 담론에서는 질과 과정에 대한 성찰이 빠져있다. 
정부의 역할을 시장이 대신한다거나, 정부가 줄어들면 시민사회가 커질 것이라는 계산은 다소 기계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장, 정부, 시민사회는 결코 다른 영역이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시장만큼 자원을 자유롭고 신속하게 교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드물며,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시장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시민사회는 지역주민들이 살아가는 생활세계이고 따라서 시민들의 실상과 욕구가 제일 잘 반영된 공간이다. 그러므로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행정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나 공동체를 활성화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시민사회가 자유롭고 참여적인 민주주의를 진작시키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전체적인 조율과 큰 그림을 짜는 역할은 모든 이익집단과 단체를 넘어설 수 있는 정부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부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따라서 누구의 역할을 줄이고, 늘이느냐의 문제와 함께 반드시 논의 되어야 하는 것이 ‘큰 사회’라는 틀 안에서 정부, 시민사회, 시장이 어떻게 권력을 배분하고, 협력하며, 자신의 역할을 담당해나갈 것이냐는 문제다. 
다시 말해 ‘큰 사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조화로운 사회’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조화로운 행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 시민사회, 시장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수 있는 상설적인 협상, 토론기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파트너십이라는 명목 하에 한쪽 기구, 예를 들어 시장에만 권력이 쏠리는 시장화나, 정부의 역할만 커진 비대한 정부나, 시민사회의 카오스를 면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철학자 하버마스는 ‘의사소통(communication)’만이 민주주의 사회를 성숙시키는 최고이자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큰 사회 구상에는 정부, 시민사회, 시장이 어떻게 소통하면서 세부 사업을 진행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 단계인 큰 사회가 말 그대로 큰 사회를 넘어 조화로운 사회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몸집 크기만이 아니라 소통이 흐를 수 있는 혈관을 놓는 작업이 더 필요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TAG 영국
김홍수영 / 영국 런던정경대학 사회적배제센터 박사과정 samarakim01@hotmail.com


큰 사회 담론에 대한 일차적 평가 

사실 캐머런이 ‘큰 사회’ 구상을 처음 발표했을 때, 여론의 전반적인 반응은 어리둥절함이었다. 

보수파 역사가 제임스 헌터는 큰 사회는 ‘시민의 책임감과 자존감을 고양시키고, 참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철학’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파와 좌파가 ‘큰 사회’라는 모토에서 받은 첫 인상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큰 사회 정책과 관련한 시사 및 학술토론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토론 주제는, "그래서 결국 보수당이 하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였다. 
추상적인 뜻 때문에 비판의 초점도 다양했다. 일부 보수 여론은 큰 정부가 제 3의 길을 따라서 한 ‘블레어의 유령’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했고, 진보 여론은 국가의 힘이 없어도 풀뿌리 시민사회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두루뭉술한 ‘미국식 민주주의의 환상’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캐머런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큰 사회 프로젝트를 위해 네 도시를 ‘전위 지역 (vanguard area)’으로 지정했는데, ‘전위’란 사회주의자 트로츠키와 레닌이 사용했던 용어다. 또한 공동체 운동 활동가들을 정부로 직접 초대하며 공동체 조직화(community organising)와 주민 지도력(group leaders)의 발굴을 격려한 것은 사회개혁가인 알린스키의 사상을 연상시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큰 사회 프로젝트를 ‘보수파의 급진적인 혁명’이라고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당에서는 큰 사회 담론을 허울 좋은 수사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대한 사회라는 수사로 정부가 사회서비스를 철회하려는 의도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밀리반 노동당 당수와 더불어 노동당 전 장관인 크리스 브라이언트도 큰 사회 정책을 ‘싼 정부’ 정책이라고 비하했으며, 6만 명의 회원이 속해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 사회단체인 Unite the Union도 큰 사회 담론은 ‘시장화’의 다른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큰 사회는 그저 담론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강령과 공약은 대부분 지루하기 마련인데 큰 사회 구상은 흥미진진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발상이 상당히 독특하고 세밀하고 급진적인 프로그램들이 속속 제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사회 프로젝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는 실제 실행되는 하위 프로그램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의 큰 사회 프로그램들

큰 사회 기획 중에 먼저 관심을 끄는 점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동체 조직화(community organizing)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전 정부들도 지역의 시민단체나 자선단체 및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들을 해왔다. 그러나 캐머런 내각은 이와 같은 간접적인 지원을 넘어서, 정부가 직접 5000여명의 공동체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훈련시켜, 이들이 각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조직을 건설하고, 확대시키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이외에도 16세의 아이들을 활동적이고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는 목적으로 이른바 시민권 서비스(National Citizenship Service)라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릴 때부터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을 갖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지역공동체 활동에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공동체 조직화’라는 말은 한국에서도 알린스키에게 영향을 받는 빈민운동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진보적인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역 공동체 조직 운동에 국가가 개입하여 주민과 학생들을 훈련하는 방식은 알린스키의 사상보다는 상명하달식으로 마을을 조직했던 ‘새마을 운동’의 지도자 육성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때문에 제럴드 워너라는 논평가는 ‘위로부터 명령하는 정부의 정책을 철폐한다고 선언한 정부의 수상이 큰 사회 정책을 사회에게 하달했다’며 캐머런의 자가당착적 말을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큰 사회 구상을 한국식 새마을 운동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큰 사회 구상에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직접 정부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행정 정보를 민간에게 공개한다는 정책 골자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지방정부에서는 매달 시민들에게 각 공무원들의 임금 수준, 각 지역의 범죄율과 종류 등을 밝힐 예정이다. 
또한 지역사회 주민들이 지방행정에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지방정부의 예산계획, 의결, 집행과정을 공개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곳에 얼마의 예산을 분배할지에 대한 우선 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정부가 지방세를 올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이나 우체국이나 지역의 가게들 문을 닫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도 공동체 시민들에게 부여한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노동자소유기업 등 제 3섹터 시장을 육성하며, 공공영역의 서비스를 제 3섹터 시장에게 넘긴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예를 들어, 공공영역의 노동자들이 노동자소유기업을 창설하여 독립하면, 지방정부가 지금까지 직접 운영하고 있던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들을 이들에게 위탁하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지역의 전철 및 마을버스 운영, 인터넷망 구축 사업,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 사업, 학교운영 등도 지역주민과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계획도 큰 사회 구상에 포함되어 있다.




정책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재원확보 방법에 대해서는 더 파격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공동체 운동가를 훈련시키고,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등 ‘큰 사회’ 프로젝트에 드는 기금을 은행의 휴면예금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몇 십 년 간 영국 은행들에 잠자고 있는 휴면예금이 약 4억 파운드에 달한다고 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 같은 휴면예금을 모아 ‘큰 사회 은행(Big Society Bank)’을 설립하면 정부의 예산을 쏟지 않고도 자선단체와 사회적 기업, 자원봉사 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캐머런 내각은 위와 같은 사회의 전반적인 개혁을 기념하고 홍보할 ‘큰 사회의 날(Big Society Day)’을 지정하여 공포할 것이라고도 한다.

큰 사회 프로그램들에 대한 평가

큰 사회 프로젝트의 일부 사업들은 아직 지방자치행정이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볼 수 없는 한국사회의 입장에서는 다소 무모해 보인다. 예산집행을 지역주민에게 공개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게 한다는 것이나, 학교 운영에 지역사회 주민들이 참여하게 하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지방행정이 폐쇄적인 곳에서는 자칫하면 지역의 유지나 일부 사회단체가 예산집행이나 사업위탁을 독차지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보다는 자치의 경험이 오래된 영국사회의 경우 이러한 일이 완전 허황된 계획은 아닌 것 같다.

사실 큰 사회 기획의 많은 프로그램들은 이미 노동당 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던 사업의 일환이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예전부터 ‘우리 길거리 고치기(Fix My Street)’ 운동을 진행해 왔다. 그것은 지방정부가 연간 집행해야 하는 예산이 남았을 때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고 공사하는 데 돈을 쏟아 붙는 관행을 없애고, 실제로 꼭 고쳐야 하는 거리를 보수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자는 운동이다. 
이를 위해 픽스마이스트리트(www.fixmystreet.com)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주민들이 직접 발견한 벽의 낙서, 고장 난 가로등, 깨진 보도블록을 신고하는 것이다. 구글의 지도창을 이용해 문제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면 관공서에서 민원을 제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다음 날 해당 관공서에 문제가 보고되고 바로 해결될 수 있다. 
이는 동네 구석구석을 전부 살피기 어려운 구청공무원들이 지역 주민들의 협력으로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집행할 수 있는 효과를 갖는 전략이다. 이 운동을 통해 주 평균 1,000여 건의 문제지역이 정부에 보고되고 있고, 2010년 11월 현재까지 111,467건의 도로공사가 이를 통해 진행되었을 만큼 성공한 정책 아이디어다. 캐머런이 제안한 참여적 예산집행(participatory budgeting)은 이러한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큰 사회 정책에 포함된 자유 학교(free school)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미래를 위한 학교 세우기(BSF: Building Schools for the Future)’라는 이름으로 노동당 정부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BSF는 영국 정부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학교 리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낙후된 학교 시설을 시장의 자금력을 동원해 개선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BSF는 시장의 논리에 건설 및 진행과정을 맡기지 않는다. 우선 건설회사들은 원칙적으로 학교 주변지역의 주민과 실업자들을 건설노동자로 고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건설 및 리모델링 과정에 인턴으로 직접 참여하도록 기회를 주고, 그 중 유능한 학생을 건설회사에 특별 채용하는 기회를 부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신식으로 리모델링한 학교 시설은 방과 후에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지역 문화센터로 사용하는 것이 BSF의 목적이다. 지역사회, 시장, 그리고 정부가 BSF를 중심으로 매우 유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제 3섹터 시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은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영국은 사회적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수가 전체 노동자의 5%를 넘어섰다. 따라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육성은 갑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United the Union이 지적했듯이 첫째는 인력의 문제이고 둘째는 재원의 문제다. 
첫째, 인력 면에 있어서, 영국은 자원봉사활동의 전통이 강한 사회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예산감시에서부터 쓰레기수거, 마을버스 운영까지 민간인들이 참여하려면 엄청난 수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처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빡빡한 삶을 살고 있는 노동자가 정부 행정 전반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사회참여에 할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논평가 에드 웨스트는 결국 종교단체와 모임처럼 사회봉사에 헌신하는 일부 사람들만 봉사활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The Times는 "만약 마을버스 운영과 같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경영이 필요한 사업을 민간 자원봉사 단체들에게 맡긴다면, 초기에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마을버스를 운전하겠다고 나서겠지만, 결국 몇 년이 못 가서 열정은 식어버릴 것이고 모든 마을버스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고 전망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 년 간 약 3 백만 명의 외국인이 이주해왔을 정도로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되어버린 영국에서, 정부의 조율과 조정이 없이 각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동체의 자치를 맡긴다는 것은, 결국 여러 민족과 이민자들의 분열과 분리,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마디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참여에 기댄 사업들은 지속성, 전문성 그리고 형평성 면에서 현저히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재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재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큰 사회 기획의 핵심재원을 휴면계좌의 예금으로 충당한다는 구상이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민들의 동의도 없이 예금을 ‘훔치려’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우려가 되었던 점은 결국 정부의 구상이 발표되면서 시민들이 휴면계좌를 다시 살려서 예금을 출금하거나, 휴면계좌를 통해 은연중에 수익을 누렸던 은행이 순순히 기금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큰 사회 정책을 실행하는 데 총 4억 파운드의 예산이 들 것이라고 계획했지만, 이보다 훨씬 적은 6천만 파운드로 큰 사회 은행이 출발한다는 발표했고, 따라서 부족한 재원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했다.

가디언(The Guardian)과 같은 진보적 언론은 프로젝트가 안정적인 인력과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탄탄한 인력과 자본을 가진 시장기업이 공공서비스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중교통, 의료서비스, 인터넷 시설 구축을 민간에게 맡긴다는 뜻은 실체가 모호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시민사회조직에게 맡긴다는 말이 아니라, 시장기업에 맡긴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크로동(Croydon)과 같은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시민사회단체에 정부가 지원하던 예산의 70%를 삭감하기까지 했으니, 큰 사회가 사실 시민사회단체나 공동체 조직을 촉진시킨다는 정책이라기보다 정부의 재원을 줄이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TAG 영국
영국 런던정경대학 사회적배제센터 박사과정에 계신 김홍수영(samarakim01@hotmail.com)님께서 유로진보넷에 올리신 글입니다. 저자의 동의를 얻어 이 곳에도 게재합니다.


1997년부터 지난 14년 간 집권했던 영국 노동당 내각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2010년 5월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이 이끄는 보수당이 정권을 잡았다. 

‘큰 사회(Big Society)’ 프로젝트는 노동당과 보수당이 접전을 벌이던 5월 총선부터, 이후 보수당과 자민당의 연립 내각이 출범하고현재에 이르기까지, 올 한 해 동안 영국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보수당 정부의 새로운 정책 청사진이다. 
‘큰 사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과거 토니 블레어가 이끌던 노동당의 정책 지표인 ‘제 3의길’만큼이나 뜨겁다. 연일 뉴스와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개그만이 풍자소재로 삼기도 한다. 영국만이 아니라 유럽 학계에서도 ‘큰 사회’를 주제로 연구와 논평을 내놓는것이 대세가 되었다. 정계에 몸 담은 사람이라면 큰 사회라는 말을 하루에도 한번은 하고 넘어갈 만큼 큰 사회의 사회적 파장이 문자 그대로 크다. 

아직 보수당이 집권한 지 1년이 안 되었고, 큰 사회라는 공약이 밑그림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0년 7월 이후부터다. 따라서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조금 이르다. 하지만 큰 사회 담론은 대처리즘이나 제 3의 길처럼 영국을 넘어서 세계 정책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큰 사회가 시민단체를 통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점에서, 민간 파트너십으로 진행되고 있고 사회적 기업을 자활사업단의 발전 모델 중 하나로 보고 있는 한국의 자활사업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 따라서 영국의 ‘큰 사회’ 프로젝트에 대한 비평은 한국 사회의 사회정책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2월 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AP


‘큰 사회’ 프로젝트가 표방하는 핵심모토는 화이트홀(영국 관청 밀집 구역)로부터 지역사회로 권력을 대대적으로 이양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수-자민당 내각은 

1) 시민사회단체에 공공서비스를 위탁하고
2) 협동조합, 자선단체, 사회적 기업 등 제 3섹터 시장을 육성하며
3) 지역사회 주민들이 지방 행정에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4) 정부의 행정정보를 민간에게 공개한다는 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이 청사진을 실행하기 위해서 정부는 우선 셔턴, 버크셔, 에덴밸리, 리버풀 4개 도시를 정책 시범 실시 지역인 이른바 ‘전위 지역(vanguard areas)’으로 지정했다. 또한 지난 7월 지역 공동체 운동 활동가들(community activists)과 시민단체 지도자들을 초대해 큰 사회 네트워크(Big Society Network)라는 전국 시민단체 조직을 발족시켰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Teach First의 창시자인 냇 웨이를 큰 정부 프로젝트의 공식 정책 조언자로 내정하고, 그를 상원의회의 의원으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이러한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관료주의적이고, 융통성이 적은 거대한 정부(big government)가 갖는 폐단을 줄이고, 영국의 파손된 사회(broken society)를 아래로부터 개혁하여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된 거대한 사회(big society)를 재건하는 것’이 영국의 새로운 국정 철학의 목표라고 밝혔다. 
사실 이와 같은 보수당 내각의 국정 철학은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2005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보수당의 당수가 된 캐머런이 주도적으로 구상하고 밀고 나갔던 공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사회 프로젝트를 말할 때, 캐머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정치적 전략가, 캐머런 총리 

캐머런 총리는 한마디로 영리한 이미지 메이커이자 전략가다. 
정치선거에서 이미지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는 케네디와 닉슨의 미국 대통령 선거다. 케네디에게 닉슨이 결정적으로 패배하게 된 이유는 당시 미국 선거에 도입되기 시작한 TV 토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지 경쟁이 관건인 TV 프로그램에서 평범한 스타일인 닉슨은 수려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케네디를 이기기에는 어려웠다. 
물론 선거에서는 정책내용과 유권자의 이해관계가 승리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하지만 정치가 사람의 마음을 끌고 이끌어가는 활동이라고 할 때 후보자의 이미지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서도 정치인의 이미지, 상징색깔, 로고송이 중요한 선거 전략 포인트가 되고 있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서 캐머런도 케네디만큼 영리하고 한편으로는 운이 좋은 정치인이다. 

운이 좋았던 것은 그의 경쟁자가 고든 브라운이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였던 토니 블레어에 이어 노동당 당수가 된, 정책 브레인 출신 고든 브라운은 일선 지도자가 되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며 추진력이 없다는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캐머런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및 경제학을 졸업한 수재라는 사실만이 아니라, 학교 클럽에서 마약을 하며 방황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점이 함께 부각되면서, 능력도 있지만 원칙만 고수하지는 않는 자유분방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보여주었다. 
캐머런의 역동적이고 도발적인 모습은 오히려 보수적인 이미지인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을 탐탁지 않아 했던 노동당의 일부 지지층과 젊은 층의 표를 흡수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아내 사만다의 임신 소식은 캐머런 스스로가 말했던 것처럼 총선의 ‘비밀병기’가 되어주었다. 캐머런 부부가 어린 아들을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임신 소식이 상당한 동정표를 끌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전략가적 면모는 정치적 수사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대처리즘은 아니지만 대처를 존경한다."고 말하며, 보수당의 대처 지지자들을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대처리즘의 비판세력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자신을 "토니 블레어의 상속자"라고 선전하며, 블레어 이후 리더십 있는 지도자를 찾던 노동당 지지자까지 자신의 지지층으로 만들었다. 
‘큰 사회’ 담론은 캐머런 스스로 선전하듯이 ‘제 3의 길’의 보수당 버전이다. 블레어 노동당 전 총리가 사민주의의 길에 자유주의의 길을 가미한 제 3의 길을 발표하면서 진보당 내에서 보수적 색깔을 띤 것처럼, 캐머런은 보수당 총수로 집권했지만 보수당 내에서는 다소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이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공공부분을 시장과 개인에게 이양하여 정부의 재정부담 줄이는 것이 목표였던 ‘대처리즘’과 중앙정부의 권력과 공공서비스를 지역사회와 공동체로 이양한다는 ‘큰 사회’는 결과적으로 같은 그림일 수도 있다. 이것이 노동당의 새 지도자 에드 밀레반(Edward Miliband)이 ‘큰 사회는 민영화를 포장한 말장난일 뿐’이라고 비난한 이유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캐머런의 정책 청사진에서는 대처를 비롯한 보수당이 공공연하게 밀고 나갔던 ‘작은 정부’라는 용어를 쉽게 찾을 수 없다. 대신 작은 정부와는 정반대의 인상을 주는 ‘큰 사회’라는 표어를 내건다. 

캐머런은 큰 사회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큰 사회 정책은 정부 재정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더 크고 멋지게 만들려는 목적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정부 재정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는 작아질(smaller)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의 목소리는 더 커질(louder) 것이다. 왜냐하면 시민사회가 국정에 참여하도록 촉진시키고 신장시키고 격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지만 정부의 역할을 줄인다는 표현보다는 사회의 기능을 촉진한다는 말이, 문제를 축소한다는 표현보다 장점을 확대한다는 말이 훨씬 듣기 좋다. 캐머런 내각이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것은 기가 막힌 정치적 수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노동당의 비판처럼 단순히 말장난이라고만 비하할 수는 없을 듯하다. 정책이 어떤 지향점을 표방하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가 정책의 공급자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큰 사회’는 수요자적 관점에서 정책을 설명한 것이다. 물론 진짜 의도는 정부 예산 절감에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존의 시각에 반전을 시도하는 도발, 그것이 캐머런이 보수당의 10여 년간의 열세 속에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TAG 영국
그날 그렇게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내가 그곳에 발목이 잡힌 것은 순전히 닐니리맘보 때문이었다. 꽃분홍 실크 브라우스 박종선 아저씨의 닐리리맘보만 아니었어도...


한인회 회장을 맡은 순희 언니가 내게 전화해서 한인회 추석잔치를 도와줄 수 있을지 물었을 때 나는 차마 바빠서 못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밤근무를 하면서 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언니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독일 사람인 우리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건강이 안 좋아서 골골하던 남편은 순희 언니네 아저씨 혼자서 그 많은 식탁과 의자를 끌게 할 수는 없다며 자기가 먼저 승낙해 버렸다.

막상 잔치날이 되었을 때 나는 미리 가서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시간이 넘어가도록 책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4대강사업 국민소송에서 정부측 위증을 증명하는 독일 자료를 날짜 맞춰 번역하느라고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기다리다 지친 남편은 화가 나서 문을 쾅 닫고 먼저 가버렸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단 가서 준비만이라도 도와주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헐레벌떡 잔치 장소에 도착했다. 시작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아 있었지만 벌써 준비가 다 끝나 있었다. 아까 버럭 화내면서 먼저 나간 것이 마음에 쓰여서 남편부터 찾았더니 보이지 않았다. 남편도 늦게 온 탓에 도와줄 일이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순희 언니네 아저씨가 무대 위의 태극기를 반듯하게 고쳐 달면서 “그 사람 컨디션이 안 좋아보이길래 마침 그 쪽 방향으로 가는 차편이 있어서 돌려보냈다”고 마치 큰형처럼 푸근하게 말했다.

남편도 못 도와줬다면 그 많은 탁자들과 의자들을 대체 누가 날랐단 말일까? 몇몇 언니들이 그 무거운 것들을 손으로 들어서 날랐는 것이다. 올해는 도와줄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나와서 슬슬했다며 영호 언니는 생색도 내지 않고 순하게 웃었다. 나는 언니들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언니들은 구박은거녕 오래간만에 이렇게 얼굴 보니까 반갑다고 나를 얼싸안았다.

홀에는 탁자며 의자들이 정렬되어 곱게 물든 단풍 장식을 이고 앉아 추석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부엌에선 잔치 음식을 커다란 쟁반에 소담스럽게 담아내왔다. 잡채, 삼색나물, 고기, 생선전, 야채전, 오징어 무침, 김밥, 김치, 깍뚜기가 뷔페 상을 가득 채웠는데도 음식쟁반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독일의 한인잔치를 빛내주는 올디 가수 박종선 아저씨가 시작 전에 몸풀이로 부르는 흘러간 옛노래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서로 어울려 나를 유혹했다. 가지 마, 가지 마.

나는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4대강이 생각나서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일어나려는 순간 나를 다시 주저앉힌 것은? 닐니리 니일니리 닐니리맘보오 풍짜풍짜~ 내 몸이 저절로 끄덕거렸다. 하필이면 왜 이 노래인지, 닐리리맘보가 내 인생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기억도 안 났지만 난 순간적으로 신나게 춤추며 놀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날 밤, 나는 원도 없이 춤을 췄다. 음악에 맞춰 사교춤을 추는 나이 지긋한 한독 거플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먼저 가버린 남편을 아쉬워하던 나는 맞은편에 앉은 꼬마 총각이 음악에 맞춰 끄덕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꼬마 총각 손을 잡고 앞으로 와다다다 뛰어나가서 우아한 커플 옆에서 개다리춤을 마구 췄다. 꼬마 총각도 신이 나서 맞장구를 쳤다. 흥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한인회 임원 언니가 뒤에서 음료수 팔다 말고 혼자서 몸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언니를 무작정 앞으로 끌고 나왔고, 그날 처음 한인회 잔치에 나온 명주가 그걸 보고 센스 있게 얼른 쫓아가서 음료수 판매를 맡았다.

명주와 현정이는 그날 한인회 잔치에 처음 나왔다. 글을 통해 만난 우리는 서로 좋게 생각하는 것에 비해서 만날 시간이 없어서 늘 아쉬웠다. 제대로 한번 만나자고 벼르기만 하면서 몇 년을 보내느니 일년에 두 번씩 한인회 잔치에서 얼굴이라도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지나가는 말처럼 흘린 적이 있는데 그날 그것이 실현된 것이다. 그냥 얼굴만 봤어도 기뻤겠지만 그 와중에 우리는 흘러간 옛 사연을 풀어놓으며 서로 남의 일에 감동해서 찔끔거리며 울기까지 했으니 한인회 잔치를 그야말로 알뜰하게 활용한 셈이다.

현정이가 물었다.
“언니, 저기 어린아이 안고 있는 젊은 부부 있지, 누군지 알아?”
“한인회 잔치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난 누군지 모르겠어.“
현정이는
”그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하더니 벌떡 일어나서 그 커플을 손으로 불렀다.

그 자리에서 통성명이 이루어지고 신상정보가 교환되었다. 다음 음악이 나오자 그 부인이 와서 현정이에게 춤을 청했다. 나는 너무나도 시원하고 신선한 현정이의 태도에 존경의 눈길을 마구 퍼부었다. 몇 년이나 한 가족이 와서 혼자 놀고 가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눈인사 외에는 따스한 말 한마디 붙이지 못했다.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독일식 예절이랄까 독일인 특유의 망설임이 어느새 내 몸에도 배어 있었다.

한국에서 산 시간의 두 배가 훨씬 넘는 37년의 세월을 독일에서 보내고 있는 나. 나는 한국인들과 늘 접촉하며 산 것은 아니지만 한인회 잔치에는 꼬박꼬박 나갔다. 언젠가 친구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고 내게 물었다. 어려서 한국을 떠나서 독일 사람처럼 살면서 한국에 대한 미련도 아쉬움도 없어 보이는 내가 한인회 잔치에 열심히 쫓아다니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당장 내게 필요한 모임은 아니라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모임이라면 지지하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평생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한인회 잔치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필요할 모임이 아니라 처음부터 내게 당장 필요한 모임이었던 것 같다. 독일인들과 경쟁하며, 또는 그들에 동화되어 사는 동안 어느새 내 몸 안에 스며든 독일식 정서를 털어버리고 하루 저녁만이라도 옛날의 정서로 돌아가 보는 후련한 굿판이었던 것이다. 이런 굿판을 통해 정기적으로 영적인 해방감을 맛보며 다시금 독일 생활에 매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체성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편인 나는 우리 아이들을 독일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며 키웠는데, 알고 보니 아이들은 크면서 나름대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럴 때 아이들이 한국인의 특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면 별 문제가 없다. 우리 아이들이 가볍고 따스한 한국식 정서를 한인회 잔치를 통해 잊을 만하면 한번씩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복이었다.

늙어서 치매가 들면 나중에 배운 언어를 잊어버리는 수도 있다고 한다. 나중에 그런 일이 생기면 평생을 함께한 독일인 배우자와 자식들도, 한국에 사는 부모 형제도 소용이 없다. 오직 같은 도시에 사는 한인들만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람들이 될 것이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모국어로 말 붙여주며 김치라도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뮌헨에서 만난 언니들, 동생들과의 인연을 각별하게 여긴다. 우리는 극한상황이 닥치면 서로에게 가족 이상으로 의지가 되어줄 사람들이다. 

곧 있을 한인회 구정잔치를 생각하면 나는 즐겁다. 이런저런 이익을 떠나서 그냥 즐겁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들을 만날 일이 즐겁고, 한국식 잔치 음식을 먹을 일이 즐겁고, 춤추고 놀 일이 즐겁다.

그리운 님들! 2월 12일에 뮌헨에서 만나요, 닐니리맘보~


뮌헨 한인회 구정잔치는

2011년 2월 12일 토요일 오후 5 시

Pfarrsaal der Kreuzkirche in der Hiltenspergerstr. 55, 80796 München (U2 Hohenzollernplatz 하차)에서 열립니다.

신순희 회장님(Tel. 089-848532)이나 한인회 홈피(http://www.haninhoe-muenchen.de)에 문의하시면 친절하게 안내해드립니다.

지난 해 마음만 있었지 사정이 안 되어 만나지 못한 친지들과 한인회 구정잔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세요.

*글,사진 출처 : http://www.hanamana.de/hana/(빨간치마네 집)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제가 며칠 전에 올린  '(운하) 한반도에 퍼지는 역행침식 현상' 을 읽은 한 네티즌께서 그 내용을 증명하는 사진들을 찾아서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쓴 글이지만 그 내용을 사진으로 직접 확인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한번 보셔요.

<이하 목로주점님의 글>
님의 글을 읽고 정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검색을 좀 하였습니다. 사실 지난 추석 신진교가 무너진 것도 독일 땅에 있으니 전혀 모르고 있다 뒤 늦게 알았거든요.
사진들을 보니 그 역행침식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이 가네요.

추적 60분에서 서울의 남산 규모의 자갈과 흙을 강바닥에서 퍼냈다고 보도한 바로 그 곳, 여주 근방 남한강 사업구간만 찾아보았는데 그 곳으로 흘러드는 샛강만도 6개, 거기서 모두 침식현상이 다음과 같이 일어나고 있어요. ㅠㅠ

간매천 둑의 무너짐 (상류쪽 방향) - 아래 사진


간매천 옆의 논길도 무너지고..(하류쪽 방향) - 아래 사진
 


금당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설치한 하상보호공도 물의 힘에 싹쓸이..- 아래 사진



여주읍을 가로지르는 소양천의 둑이 와르르- 아래 사진



소양천 둑 옆의 도로 지반이 완전히 꺼졌어요.- 아래 사진



이런! 연양천의 신진교는... - 아래 사진



연양천 끝에 설치한 하상보호공 역시 다 쓸려나갔네요.- 아래 사진



금당교 교각은 허공에 붕 떠있어요. 이게 강바닥이 침식되어 다 깍이는 역행침식인거죠?- 아래 사진



여주 사는 친지에게 물었더니 부서진 다리만 급히 철거하였고 나머지 무너진 부분은 아직까지 방치되어 있다는군요. 강을 계속 퍼나가는 공사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로를 수리하는 것보다 더 급한가봐요.

첨에 강바닥에서 퍼낸 그 모래와 자갈을 몽땅 팔아 지자체와 정부가 반씩 나누어 갖는다는 말에 얼씨구나 했을 여주시가 이렇게 허물어진 피해지역의 공사비용으로는 모래 판 값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이젠 실감을 하겠네요.
그러니까 말씀하시는 강바닥의 준설로 역행침식이 진행된다는 것은 이런 현상이 이제 앞으로 계속 생긴다는 뜻인가요?

<이상 목로주점님의 글>
목로주점님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님이 하신 똑같은 질문을 KBS 취재진이 인터뷰에서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님께 드렸습니다. 답변은 "이제 시작입니다"였습니다. 울고 싶습니다."
인터넷으로 마음을 모아 진실을 밝혀주시는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랫글 '(운하) 한반도에 퍼지는 역행침식 현상' 을 퍼가신 고마운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이 사진들도 퍼가셔서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모두가 보셔야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작년 올해 서울에는 평소의 겨울보다 눈이 더 많이 온 것 같다. 적어도 들리는 느낌으로는 그렇다. ‘서울에 눈이 옵니다. 올 예정입니다라는 뉴스를 꽤나 많이 들은 것 같다. 아니면 눈이 많이 와서 도로 교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대중교통은 혼잡하다는 뉴스들. 그런데, 그런 뉴스를 들을 때 마다 도대체 그 만큼의 눈이 뭐가 대설특보란 말인가 하고 시라큐스에서 몇 해 보낸 사람 답게 비웃고는 한다

통칭, 업스테잇 뉴욕(Upstate New York) 에 속해있는 시라큐스는 엄청난 적설양으로 악명이 드높다. 나의 한국의 상황을 보며 느끼는 비웃음을 뉴욕타임지(12 23)에서 잘도 표현했다. 사실 나 뿐만 아니라 시라큐스 사람들도 다른 지역(최근의 맨하튼의 폭설로 인한 JFK 공항 폐쇄라던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었던 것이다.

 “As much as the people here enjoy complaining about the snow, they may take greater pleasure mocking the less hardy citizens, for whom snowfall is a catastrophe rather than just weather.” 여기 시라큐스 사람들이 눈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즐기는 것 만큼, 그들은 눈오는 것이 재앙인 지역에 사람 사람들을 놀리는 것에 엄청난 즐거움을 느낀다. 라고(꽤나 재밌는 기사니 시간 있으신 분들은 원문: http://www.nytimes.com/2010/12/23/nyregion/23snow.html?_r=3&hp 를 읽어보시길

그도 그럴 것이 아래에 다시 말하게 되겠지만 95시간 동안 단 한시간의 쉴 틈도 없이 눈이 왔을 때 조차 여기의 공항은 단지 15분간 운행을 중지했고, 다른 공공기관및 학교도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12월 눈오던 날의 시러큐스


더 춥고 더 눈 많이 오는 곳도 물론 있지만, 적설량에 있어서는 사실 시라큐스 알래스카를 제외하고는 다른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다 라고 쓰고 실질적으로 얼마나 내리는지 정확하게 알아봤더니 알래스카와 산간지역을 제외하고 터크힐고원(the Tug Hill Plateau) 지역에 위치한 시라큐스와 워터타운(Watertown)이 다른 곳에 뒤지는 것이 아니라 적설량 많은 것은 미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연간 평균 200인치(507.9센티, 5미 터)의 눈이 내린다고 한다(출처: http://www.erh.noaa.gov/ National Weather Service). 알아보고 되려 내가 더 놀랐다. 생각해보면 이번 2010 12월에 삼일동안 내린 눈이 약 45인치( 115센티), 이번 12월 동안 내린 눈이 71.9인치( 183센티) 였으니 쉽게 납득이 가기도 한다. 차곡차곡 눈이 쌓여 창하나를 거의 다 막았었으니까. 사실 그렇게 눈 오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이곳에 내리는 눈은 결정체가 큰 편이라 육안으로도 결정체의 모양이 꽤나 자세히 볼 수 있고, 때문에 더 반짝거리고 푹신푹신한 눈이라 꽤나 이쁘고 이벤트적인 요소가 있다. 다른 곳과 확연히 다른 시라큐스의 눈은 이곳의 지리적인 요소로 인한 것이다. 아직은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기후변화 때문이 아닌.

온타리온 호수에서 생긴 눈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

이 곳의 눈은 다른 곳에서 내리는 눈과는 그 형성방법이라던가 내리는 형상 같은 것이 다르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맨하튼(물론 차로 4시간이 걸리지만)에서 12월에 눈 폭풍이 내릴 때 이 곳은 잠잠했다. 이런 차이는 레이크 이팩트(Lake Effect, 호수 효과)라고 하는 기후적 특성에 의한 것인데, 예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는 The Great Lake(대호수)가 근처 지역에는 엄청난 눈이 내리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이름처럼 너무나도 커서 운송을 위한 이리 운하(Erie Canal) 을 만들게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호수 효과로 생기는 눈은 아주 찬 공기(혹은 바람)가 큰() 호수 수면을 지나갈 때, 호수 표면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이 증기로 변해 차가운 공기와 합류하면서 순간적으로 얼어버림으로서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증기의 합류는 오래지나지 않아 근처의 지역에 눈으로 떨어지게 되는게, 이렇게 빠른 순환의 증기는 성격이 특이한 눈(좀 더 부슬부슬한)을 만들어 땅에 뿌리고, 이런 지역을 일컬어 Snow Belt (대설지대) 라고 한다. 미국의 북동부의 많은 지역(미시간, 미네소타, 버팔로 등등) 이 여기에 속하는데 시라큐스의 경우, Great Lake, 혹은 온타리오 호수 (Lake Ontario)의 물이 터크힐고원(Tug Hill Plateau) 남쪽에 있는 시라큐스에 눈으로, 혹은 비로 내린다.

레이크 이팩트에 영향을 받는 지역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곳 답게 그 방비는 철저하다. 왠만한 눈에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학교 등도 눈 때문에 문 닫는 일이 없다. 밤새 내려도 1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며 눈 치우는 공무원(위의 뉴욕타임즈에서는 눈 전사’: snowfighter 라고 표현했다) 덕분에 어쨌든 대부분의 큰 도로는 말끔하다. 눈을 치우기 위해 사용되는 강력한 소금 덕분에 가죽옷이나 동물 모피 같은 것은 입을 수도 없으니 동물보호단체들이 보면 환영할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소금 때문에 매해 부식되는 도로를 보수해야 하니 결국엔 셈셈인가. 이 곳의 눈이 지겹기도 하지만, 기후 변화 같은 걸로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은 더 싫을 것 같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95%로 넘는 이 곳은 이 곳답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했으면 좋겠다. 지구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KBS <추적 60분>에서 누락된 내용

지난 9월 홍수에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몇몇 지천에서 제방 등 강변시설들이 휩쓸려 내려가고 여주읍 연양천의 신진교가 무너졌다.
정부는 다리가 노후한 탓이라고 발표했지만, 어째서 그 지역 너덧 개 지천에서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동시에 났는지, 어째서 예전에 더 많은 비가 왔을 때는 괜찮을 수 있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붕괴된 남한강 4대강 공사장 인근의 여주 신진교. (여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런데 그 이유를 한 독일인이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4대강공사의 모델로 삼았다는 독일의 공무원으로 평생 국책 하천공사의 후유증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일을 해 온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다. 박사는 작년 가을 4대강공사 현장을 직접 조사했다.
그는 KBS <추적 60분> 취재진에게 그 조사결과와 지난 9월 홍수 자료(유속, 수심, 홍수위, 강우량)를 종합하여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방송되지 못했다. '윗선'의 방해로 결방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방영된 <추적60분>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편의 최종 편집에서 박사의 인터뷰 대부분이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강을 준설해서 깊게 만들면 강은 스스로 변형하여 사람이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다음 번 대홍수로 인한 수해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 셈입니다”며 말문을 그는, 매우 위험한 ‘역행침식’ 현상이 한국의 4대강 본류를 통해 지천들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진행중이라고 진단했다.

‘역행침식’이란 강바닥과 강기슭이 끊임없이 저절로 무너져 내리는 침식이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강 본류의 수위가 어떤 이유로든 낮아지면,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 수위와 낙차가 커져서 물이 더 빠르고 세차게 떨어지면서 강바닥과 강기슭을 파괴하게 된다. 일단 파괴가 시작되면 또 다른 낙차와 파괴를 유발한다.
결국 이런 침식현상이 강 상류 쪽으로 서서히, 모래강일 경우 빨리, 퍼져나가게 된다. 결국 지천과 본류가 합류하는 지점에서 일어난 침식은 본류와 지천을 타고 올라가며 전국적으로 퍼진다.

붕괴된 신진교는 지천(연양천)과 본류(남한강)가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했다. 동시에 근처에 있는 네 개 지천의 본류 합류지점에서 다리와 제방을 받치는 지반이 허물어져 떠내려갔다. 강바닥에 축구장 두 개 크기로 새로 깔았던 돌무더기 하상보호공도 그 아래 지반과 함께 쓸려내려갔다.
4대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천은 전국적으로 367개가 된다고 한다.

역행침식의 독일 사례

150년의 하천공사 역사를 가진 독일에는 역행침식 현상과 관련하여 어떤 경험이 축적되어 있을까?

10대 시절 나는 라인강 중류에 위치한 본(Bonn)의 교외에서 살았는데, 집 앞에 작은 시내가 졸졸 흘렀다. 시내는 폭이 1m쯤 되고 종아리가 잠길 정도로 얕아서 나는 껑충 뛰어넘기도 하고 옆집 아이와 물장난 치며 놀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작은 시내가 라인강으로 흘러들면서 큰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인터뷰에서 알게 되었다.
지엽적인 집중호우로 그 시냇물이 몹시 불어난 상태로 라인강에 흘러들었는데, 마침 라인강 상류 지방에 비가 오지 않아 라인강 수위가 낮았기 때문에 낙차가 생겨 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졌다고 한다.

박사는 “소용돌이치며 떨어지는 거대한 물의 힘에 의해 역행침식 현상이 느닷없이 순식간에 조용히 발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라인강변에 쌓은 돌벽과 산책로가 바로 붕괴되어 떠내려갔고 인근 주민들도 긴급히 대피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낙차는 1.8m에 불과했다. 신진교가 무너질 당시 그 지역 남한강 수위는 4.91m 낮아져 있었다. 4대강공사로 준설했기 때문이다.

역행침식 현상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재앙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본 시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라인강 깊숙히 설치해 그 합류지점을 보강했다.
그 작고 얕은 시내가 본류로 유입되는 지점을 보강하는데 거의 50만 유로(7.5억 원)의 건설비가 들었다고 한다.

박사가 소개하는 또 다른 사례 역시 라인강에서 발생했다.

라인강 중류 라인가우(Rheingau) 구간의 뱃길 수심을 약간 깊게 하기 위해 뱃길을 좁히는 구조물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 물이 강바닥을 깎아내는 침식이 일어나 20-30cm 정도 깊어졌다. 그 결과 라인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강바닥과 강기슭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수많은 라인강 지천에서도 침식이 일어났다.
역행침식 현상은 무려 수십km에 걸쳤다. 수많은 강변도로, 다리, 마을이 위험에 처하자 독일정부는 당장 시설보강공사를 벌였고, 큰 돈이 들었다.

“역행침식은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라고 말하는 박사는 그러나, 독일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독일“강의 강바닥 높이를 유지하고 강바닥을 좀 더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추척 60분> 취재진이,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4대강공사를 시작하자마자 침식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물었을 때, 그는 4대강사업의 공법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강에 보를 설치하기 이전에 먼저 강바닥을 준설했기 때문에 재앙이 일어날 준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순서가 매우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재앙이 공사 중에 벌써 일어나는 것입니다.
... 강바닥을 준설하여 강을 깊게 만들고 나면 공사가 끝난 후에도 침식작용은 저절로 계속 진행됩니다. 이것이 강이 스스로 변화하며 발전하는, 매우 위험한 자가역동 현상입니다.”

비현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공법

그는 보를 연달아 설치하는 공법도 비현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공법이 초래할 홍수 위험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홍수가 나서 보에서 물을 방류하게 되면 그 물은 홍수로 지류에서 내려온 물에 추가되기 때문에, 역사에 없었던 홍수위 상승효과가 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대적인 가동보로 인해 홍수 위험이 오히려 증가합니다.”

충남 공주 금강 사업지구에서 금강보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홍수가 나면 보가 연달아 설치된 강(본류)은 보가 없는 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다고 한다. 즉, 중·하류 구역 지천에서 불어난 물이 본류를 통과해 바다로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본류 상류의 홍수로 불어난 물이 높은 속도로 합류해버린다.
더구나 보를 건설하면서 자연상태인 강변과 범람원이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효과는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홍수의 위력은 여러모로 겹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보가 건설된 4대강 주변의 수해는 특히 하류지역을 강타할 텐데, 서울, 부산, 창원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와 공업지대가 집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리고 그는 4대강공사가 완공된 후 한국에서 일어날 후유증을 감당하기에는 독일의 경제력 정도로도 턱 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인들은 스스로 저지른 실수를 값비싸게 복구한 경험을 한 덕분에 보 건설은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보를 건설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보를 건설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지난 홍수와 같은‘경고 사격'을 받은 즉시 4대강공사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국민경제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이런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의견은 미국 버클리대의 콘돌프 교수 및 일본 교토대 야마모토 교수의 의견과 일치한다.
하천공사의 후유증을 경험한 나라들의 외국 전문가들 뿐 아니다. 한국의 박창근 교수, 박재현 교수를 비롯한 많은 국내 전문가들도 그간 꾸준히 같은 주장을 해왔다.

나는 4대강사업의 계획과 홍보에 참여하는 국·공립 연구소의 수많은 전문가들도 속으로는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3년 전까지만 해도 강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개념에 근거해서 이수와 치수를 연구하고 추진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4대강사업과 정반대였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갑자기 말을 바꾸었지만, 과학기술의 원리가 바뀔 수는 없다.

박사는 한국의 유능한 인재들에게 실력을 발휘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4대강사업이 너무 성급하고 경솔하게 진행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가혹한 환경재앙

대다수 국민들도 4대강사업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어떤 이들은 다음 선거에서 보자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4대강공사의 피해는 선거를 통해 되돌릴 수 없다.
나중에 책임자들에게 아무리 많은 벌금을 물리고 아무리 오래 징역을 살려도 전국적으로 변질되고 파괴되는 환경은 결코 되살릴수 없다.

그나마 독일의 하천공사는 150년에 걸쳐 진행되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때마다 그때그때 대책을 세워 막을 수 있었지만, 전국에 걸쳐 단기간에 밀어부치는 4대강공사는 이 모든 부작용을 한꺼번에 초래할 것이다. 부작용과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인들은 150년 전에도 역행침식의 무서움을 알아서 절대로 피했던 대규모 준설까지 겹친 4대강공사. 이 공사가 불러일으킬 재앙의 수준을 예측할 경험치가 지구상 단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변형되어가는 한국의 강을 생각하면, 시간 가는 것이 무섭다.
의사가 오진으로 환자를 마구 해치고 있는데 얼른 메스부터 빼앗아 환자를 살려야지, 나중에 고발하겠다고 인증사진만 찍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자기 돈 10만원만 빼앗겨도 억울해서 잠을 설치지만, 미래의 환경재앙에 대해서는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모두에게 골고루 분포되는 어떤 추상적인 현상이라고만 상상한다.
그러나 환경 재앙은 물, 공기, 음식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품목의 질을 떨어뜨리고 값을 올려 개개인의 삶이 고단하고 피폐해지는, 개인에게 직접 피해가 가는 현상이다.

더구나 홍수 같은 재앙은 불공평하고 무작위적으로 닥치기 때문에 당한 사람의 입장에선 무척 억울하다. 더욱 억울한 점은, 환경 재앙을 유발하는 사업으로 돈을 번 부자들은 재앙이 일어나도 돈의 힘으로 피해갈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속절없이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돈을 번 부자들은 재앙을 이용해 또 돈을 벌면서 세력을 더욱 탄탄히 키운다. 돈과 권력에 대한 중독성이 강해서 자기 물건이 아닌 국토를 팔아 공짜로 돈 먹는 이런 사업은 아무도 자발적으로 그만두지 못한다.

사대강사업의 역사청산

국민은 세금과 국토를 좀 먹는 4대강공사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논리가 아닌 힘에 밀려 미리 막는데 실패했다. 국민의 자긍심에 커다란 상처가 남았다

환자의 생명을 무시하고 엉터리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고발하고 벌해야 한다. 복수가 아니라 재발방지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뻔뻔한 한탕주의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사라진다.

수술을 도운 수련의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오진인 줄 알면서 동조했건 모르고 복종했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정말 몰랐다면 그들에게 의사로서 자질은 없다. 그래야 그때만 잘 넘기면 되는 기회주의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사라진다.

독일의 학교는 히틀러 시대 침묵하고 동조했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나치 범죄의 주요 공범이라고 가르친다.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강제수용소 하급간수처럼 하찮은 역할이라도 그 죄질이 인정되면 세계 어디서든 찾아내어 90세 노인이 되어도 법정에 세워 책임을 묻는다.

이렇게 개인에게 자기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워야만 그런 역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부도덕한 행위에 동참하여 이익을 보고도 당시의 적법성이나 사회분위기를 핑계로 면죄받는 나라에서는 그런 역사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전국토에 역행침식 현상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한다. 언론 탄압에 앞장서는 인사들과 4대강사업에 엉터리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학자들 때문이다. 훗날 이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자들이 권력기관에 맞춤형 연구결과를 제공한 댓가로 받은 연구비를 환수하는 법을 청원하자는 정인걸 교수의 제안에 나는 적극 찬성한다(정인걸 교수 블로그 보기).

지금 현재도 한반도의 크고 작은 강들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무너져내리는데, 한편에서는 중장비가 이에 질세라 열심히 강을 파헤치고 있다.
이 절박한 순간에 나는 무기력하게 앉아서 과거와 미래를 논하는 글이나 쓰고 있다. 착잡하다. 그리고 무섭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환경과 미래를 팔아 정권을 유지하는 토건국가의 고리를 결단코 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은 없는가?

(번역연대에서 수일 내에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PS 이 글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지만 아마 주요 언론에서 다루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알음알음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네티즌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안녕에 참 무심한 것 같다.
2002년 이래로 구제역 청정구역이던 대한민국에서 구제역이 창궐하도록 쉬쉬하며 수수방관하다가, 이제는 매일 십만 마리씩 산 채로 묻어서 땅에서 벌건 핏물이 올라오고 농민이 자살하고 수만명의 농장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는데도 대통령 이하 주요 언론에서는 별 언급도 없다.
방역이 얼마나 허술한지 이제는 축산연구소에서 보호하는 씨소들까지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그와 동시에 지금 전국으로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역시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민들이 식수로 길어먹는 우물 50m 옆에다 감염된 오리떼를 파묻지 않나, 그 중에서 몇 마리는 탈출하여 마을을 돌아다니지를 않나, 조류인플루엔자(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에게 전염되는 무서운 병인데도 정부는 국민의 건강에 이렇게 무신경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세구기자)


때마침 독일에서 발암물질에 오염된 사료가 유통되었다는 보도가 언론을 타자마자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독일산 돼지고기 금수조처를 내려서 주목을 받았다. 자국 국민의 건강을 잘 챙기는 것은 국격을 높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난 솔직히 말해서 해외교포로서 낯이 좀 간지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에 독일 공영 라디오방송에서 한국의 구제역 전염상황을 상세히 방영해줬다.

낯 간지러울 일은 그 외에도 더 있다. 환경조사를 소홀히 한 4대강공사로 인해 국민들이 마시는 식수에 발암물질이 섞이고 있다는 사실이 KBS의 <추적60>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편을 통해 알려졌는데도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밖에서 보기에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졌고, 그런 나라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빨리 수입 고기를 통제하여 국민 건강을 보살피는 척하는 제스처는 낯 간지러움을 넘어서 낯이 뜨거울 정도였다.

4대강 공사판에 쏟아붓느라고 간난아기들의 예방주사 예산도 날치기로 없애는 판에 소 돼지 백신에 쓸 돈이 국고에 남아 있지 않아서 이 지경이 된 건지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소홀히  다룬다는 것이다.
<추적60>에 의하면, 4대강공사로 인해 강변 농경지가 물에 잠기자 정부에선 그 땅에 준설토를 덮어서 농토를 새로 만들어 준다며 농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강변 땅이 비옥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데 그 위에 성질이 다른 흙을 덮어 놓고 농사를 지으라니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그런 계획을 세우는 건지 의심스럽다.


낙동강 공사 현장. (강윤중기자)


현정부는 국민의 건강 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도 대단히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국민 안녕의 기반을 이루는 홍수, 가뭄, 식수 해결에 장기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4대강공사를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시작부터 해놓고 시종일관 날치기로 진행하는 것을 보라.
국민의 식수인 강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강변에서 농사 짓던 유기농민을 쫓아낸지 몇 달 만에 그 자리에 카지노와 골프장 등의 위락, 주거, 산업시설을 지을 수 있는 법을 날치기로 결정하는 파렴치한 이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정치가들인지 모르겠다. 자식 보기에 낯 뜨겁지 않을까?

한국 정부가 4대강공사의 모델로 삼았다는 독일에서 하천공사의 성과를 예측하는 정부측 전문가로 평생을 보낸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한국의 4대강공사 현장에서 직접 조사활동을 벌인 결과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독일의 150년 경험으로 보건대 준설과 보 건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수해를 불러일으키고 수질을 악화시킬 것입니다. 강물과 지하수의 물길구조를 바꾸고 토양을 변형시켜 한국의 농립업은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농작물이 전세계적으로 품절되고 비싸지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농업에 미치는 후유증은 경제적으로 절대로 보상될 수 없는, 영구적인 피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KBS의 <추적60> 취재진이 인터뷰한 이 발언은 결방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방영된 <추적60>의 최종 편집에서 누락되었다.

이렇게 해 놓고 흉작이 들어 농산물 값이 오르고 전국 서민들의 삶이 곤궁해지면 정부에선 지난번 배추파동 때처럼 외국에서 수입할 궁리부터 할 것이다.
이렇게 자국의 농민을 천대함으로써 식량의 해외의존도를 높이는 국가는 앞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기는커녕 가뜩이나 격동적인 국제사회에서 자주성과 안보에 심각한 훼손을 입을 것이다.
왜냐면 농사 짓는 대신 달리 돈을 벌어서 돈으로 식량을 사겠다는 계산인데, 사람은 돈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여차하면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돈 외에도 다른 것까지 바치며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 외교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의 안녕을 이렇게 소홀히 하면서까지 정부가 꼭 이루어야할 그 무엇은 도대체 무엇인지? 무슨 영광을 물려주겠다고 자식들을 마구 짓밟으며 정신없이 어디로 뛰어가는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원문: 임혜지의 '빨간 치마네 집' http://www.hanamana.de

크리스마스 트리의 마지막 촛불이 타고 있다. 저것만 다 타고나면 나는 트리를 치우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할 것이다. 마지막 촛불 아래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글을 쓰지 못했다. 4대강사업을 막기 위한 공부를 하고 거기에 대한 의견을 쓰긴 했지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하지 못했다. 몇 군데 출판사와의 약속도 어겼다.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였다.


Baum2010


글은 못 썼지만 사실은 겪은 일도 많고 사연도 많아서 충만하고 행복한 한 해였다. 유치원에 출근하려고 새벽길을 나서면 어떤 때는 달님이 얼굴을 내밀고 말갛게 웃었다. 이자르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나는 바지가랭이를 타고 올라오는 새벽 바람이 제법 매서워졌다고 마음속으로 글을 썼다. 밤에 보육교사 수업을 마치고 공동묘지 담길을 따라 자전거로 집에 오는 길은 늘 행복했다. 뽀얀 가로등 불빛이 닿는 구간마다 소복히 깔려 있는 낙엽의 황금빛, 빨간빛이 참으로 찬란하다는 문장을 만들어 내 앞에 펼쳐지는 장면과 비교하곤 했다. 몇 주 후에는 가로등에 비치는 낙엽이 갈색으로 변해 있었고, 겨울비를 맞아 날카롭게 번쩍이거나 싸락눈에 덮혀 포근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낮에는 유치원에서 실습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길에 다니면서 빵을 먹거나 주로 공부시간에 하루의 칼로리 섭취를 다 했다. 공부시간에 뭘 먹으니까 피곤함도 달아나고 집중이 더 잘 되었다. 공부시간에 나는 시계를 자주 봤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것이 아까워서였다. 그간 궁금하던 것을 누가 정리해서 가르쳐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내가 처음에 유치원 선생님이 되기로 했을 때 나는 어디를 가던 2인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1인자가 되면 책임감도 크고 서류도 만지고 사무도 봐야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줄어들 것이 염려되어서였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실습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실질적인 교육을 받다보니,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유치원에서 실행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치원이란 사회에서 굳어버린 관습의 타성을 깨려면 내가 실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도 일도 슬렁슬렁 하면서 인생을 즐기려던 계획에 약간의 수정이 가해져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집에 오면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집에 오면 옷도 벗지 않고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국의 4대강사업에 관련하여 일은 끝이 없었다. 국민소송 날짜에 맞춰 자료를 번역할 때는 그대로 밤을 꼬박 새우고 다시 유치원에 출근한 날도 있었다. 어떤 날에는 그대로 밤을 꼬박 새우고 이튿날 저녁까지 계속해서 번역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보 건설의 폐해를 가장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서 독일 법정에서 무적무패의 전문가로 통하는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글은 정말 어려웠다. 그가 쓴 글은 연방정부의 국책을 의논하는 전문가들과 소통하기 위한 글이라서 내용도 어렵고 문체도 어려웠다. 독일 대학 수리수문학 전공서적 역시 어려웠다. 그런 글을 한국의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번역하기 위해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머리에서 쥐가 났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여러 명이 번역연대란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와 함께 밤을 새웠다. 어떤 회원이 글을 올렸다. "이 문장 너무 어렵습니다. 독일어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요. 제 머리와 컴텨에서 동시에 김이 나서 거기에 뭐 찜쪄 먹어도 되겠다는." 오밤중에 그 글을 읽은 나, 갑자기 눈 앞에 찐빵이 오락가락하며 출출한 속에 찐빵이 땡겨서 죽는 줄 알았다. 

번역을 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재독한인들이 교류하는 포털사이트에 도움을 청했다. 그 사이트에 질문을 올리면 나보다 번역을 더 잘 하는 사람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금방 나타나서 가르쳐줬다. 내 컴퓨터에는 액셀 프로그램도 없는데 액셀로 통계 낼 것이 많아서 쩔쩔매다 할 수 없이 그 사이트에 SOS를 쳤더니 어디선가 액셀 천사들이 나타나서 한 뭉텅이씩 들고 가서 금방 해결해줬다. 그 사이트에다 인터넷을 통한 협동작업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위의 찐빵 얘기를 썼다. 

며칠 후에 남편이 웬 찐빵을 들고 들어왔다. 어느 교민 언니가 전해줬다는, 아직 채 식지 않아 김이 얇게 서린 봉지에는 "니가 좋은 일 하느라고 밤 새워 고생하는데 내가 다른 건 못해줘도 찐빵은 언제든지 만들어줄 수 있지."라고 쓰여진 쪽지가 붙어 있었다. 그날 하루종일 굶고 찐빵을 받아드는 나의 손이 떨렸다. 한입 덥석 베어물었더니 포근한 이스트 냄새가 피어오르며 난데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남편이 굴라쉬(맵고 짠 헝가리 스프)를 끓여 저녁을 차려줬다. 나는 굴라쉬 한 입 먹고 앙꼬가 든 찐빵을 한 입 먹었다. 처음에는 번갈아 먹다가 나중에는 찐빵에 굴라쉬를 막 찍어서 먹었다. 그때 찐빵이라고 쓰지 않고 찐만두라고 썼으면 굴라쉬랑 더 잘 맞았을 터인디... (떽! 앙큼해라.)

며칠 후에는 뮌헨 근교에 사는 다른 언니가 반찬을 전해주고 갔다. 내 시간을 빼앗지 않겠다고 대문간에서 전해주고 도망갔다. "4대강사업 막느라고 수고하는 게 고마워서... 공부한 사람이 그렇게 계속 노력해줘. 난 이렇게 도울게." 봉지 안에는 밥만 지으면 끼니가 해결되도록 김치를 비롯해서 갖은 밑반찬이 옹기종기 담겨 있었다. 그리고 국민소송 모금 운동에 써달라는 돈 봉투가 들어 있었다.

4대강사업을 막기 위한 작업은 이렇게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할 때면 앞에 나서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조용한 응원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힘들다고 내 맘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밖에도 나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국민을 설득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글은 나보다 글을 더 잘 쓰는 친구의 검토를 받았다. 그 친구는 감정이입의 상태에 몰입해서 글을 읽어본 후에 '생각이 같은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하다'는 조언과 함께 글을 고쳐주곤 했다. 언제 부탁해도 마치 자기 일처럼 성심을 다하며 그 친구는 간단하게 말했다. "우리의 일이잖아요?"

이렇게 앞에 나서지는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국민소송은 올해 겨울에 국민의 패소로 막을 내렸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입었을 마음의 상처를 염려했다. 나는 실망은 했지만 마음의 상처는 입지 않았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목적은 '4대강사업을 막는 것'이 확실하지만 그  동기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일을 하는 동기는 단순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이고, 올해 나는 부지런히 일했기 때문에 도리어 뿌듯하다. 

사대강사업 덕분에 나는 번역연대에서 함께 번역하는 동지를 얻었고, 나 하나 어떻게 되어도 이 많은 정보들이 묻히지는 않겠다는 안도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번역연대에서 새로운 협동과 창조의 세계를 경험했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 포기하고 싶을 때 지구 저편에서 나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희망의 등불이었다. 단어도 떠오르지 않고 모든 것이 자신 없어서 포기하고 들어가서 잠시 눈을 붙인 후에 다시 들어와 보니 어느새 내가 고심하다 팽개쳐둔 문장이 말끔하게 완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느닷없이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내가 신세진 많은 분들이 도리어 '할 수 있는 일을 주어서 고맙다'고 내게 인사하듯이, 나 역시 혼자서 멀리서 발만 동동 구르는 대신 무엇인가 행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주신 한국의  "4대강 국민소송단 변호사단+ 운하반대 교수모임+ 4대강사업저지범대위소속 환경운동가+ 국민소송의 원고들"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게 돈을 모아주시고 마음을 모아주신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감사를 올린다. 

새해에는 사대강사업의 진실이 더욱 널리 알려지고,  국민 모두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연히 들고 일어나 한 삽이라도 더 뜨기 전에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는 아기자기한 글도 올라오지 않는 블로그를 변함 없이 찾아주시는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금 현황 보고

4대강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소송을 위한 모금의 독일 현황을 알려드립니다.  

2010년 1월초에 모금 계좌를 연 이후로 총 2485유로가 들어왔습니다. 880유로를 2010년 3월에 한국으로 송금해서 국민소송에 보탰고, 9월에 독일의 전문가를 한국으로 모시는 일에 1100유로를 독일 모금에서 보탰습니다. 한국의 방송국에서 독일 전문가에게 213유로를 드릴 일이 있는데 일이 지연되어 저희 모금에서 일단 먼저 내드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잔액이 290유로지만 방송국에서 돈을 받으면 총 503유로가 되는 셈입니다. 모금액 덕분에 지난 가을에 독일 전문가를 한국에 모시는 일이 수월했습니다. 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크게 도움 주신 재독한국여성모임에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신문에 모금 광고를 내주신 프랑크푸르트 김정숙 박사님께도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지난 11월 6일에 뮌헨한인회 신순희 회장님과 재독한국여성모임 사대강 위원회 김정숙 박사님께 모금에 관한 모든 은행 서류를 보여드리고 모금액 감사를 받았습니다. 

KontrollSammlung15

모금 운동을 다시 한번 하려고 합니다. 새해에는 한국에서 4대강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연대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질 예정이어서 해외에서도 조금이나마 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5유로도 좋고 10유로도 좋으니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돈을 보내주시는 대부분의 독일 교포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선 단돈 10유로도 함부로 쓰지 않는 분들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큰 돈 보내지 마시고 작은 돈으로, 널리 참여해주시면 더욱 기쁘겠습니다. 

4대강사업 중단을 위한 국민소송
Kt.Nr. 04 212 514 01
Commerzbank Muenchen
BLZ. 700 800 00
Name: Hea-Jee I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1976년부터 2008년까지 독일연방자연보호청(한국의 환경부에 해당함)에 재직하며 독일 하천에 건설된 보가 자연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고, 이 조사결과는 독일 정부가 강에서 보 계획을 취소하고 자연 상태를 되돌리는 하천정책을 채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사는 한국의 '운하반대교수모임'과 ‘4대강 사업 위헌·위법 국민소송단’초청으로 2010년 9월 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4대강 공사현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와 한국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비교한 후,“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낙동강 재판에 제출된 <전문가 감정서>에서 "한 나라의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공사의 즉각적인 중단이 요구된다"고 증언했다. 그는 독일의 선례로 보아 한국의 4대강공사는 ‘돌이킬 수 없는’ 수질의 악화와 홍수의 증가, 그리고 농경지의 폐해를 일으키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전문가 감정서>는 한강 사업 소송에 제출되었으나, 2월 3일 행정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번역연대>에서는 헨리히프라이제 박사가 읽을 방대한 한국 자료를 독일어로 번역하고, 독일어로 된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전문가 감정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번역연대>는 이 귀중한 문서를 법원의 서류 더미에 갇혀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 '4대강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근본적인 허점: 13가지 예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전문가 감정서>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쾌히 동의해주신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와  '국민소송단'에게 감사드린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라인강, 다뉴브강, 엘베강, 오데르강, 잘레강 등 독일의 4대강에 해당하는 대형하천 및 그 지류의 하천공사를 다루는 독일 법정에서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는 최고 권위의 하천전문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법정에 증인으로 설 기회를 박탈당한 후, 한국의 강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쓴 <전문가 감정서> 는 다름 아닌‘한국 국민에게 고하는 글'이다.

150년에 이르는 하천공사의 경험을 가진 독일인 전문가의 경고가 4대강 공사를 온몸으로 막고 있는 환경운동가를 비롯하여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확고한 신념을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이하 국민소송단이 한강소송에 제출한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감정서 번역 전문)


<전문가 감정서>
대한민국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근본적인 허점: 13가지 예를 중심으로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2010년 11월 20일
본(Bonn)
.
.

목차

1 감정서 작성의 동기

2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근본적인 허점의 예
2.1 수질 부분
2.2 수리학 및 생물학적 관점을 고려한 하천 종단면과 횡단면의 상세도면 부재
2.3 공사 구간 대축척도면의 부재
2.4 부정확한 고도 정보 (함안보 물막이 구간의 예)
2.5 하천공사로 인한 지하수위 변동에 대한 평가 부실
2.6 하천 본류와 지류 인근지역 지하수와 관련하여 특히 높은 위험성에 대한 불분명한 정보
2.7 지하수위가 상승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정의 부재
2.8 4대강 사업 구역에 지하수 관측소가 너무 부족한 점
2.9 건설사업에 따른 지하수위의 변동을 공인 고도체계에 기반하여 작성한 대축척도면의 부재
2.10 수위변동이 식생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 부실
2.11 강변 지대에서 상승하는 지하수가 보 하류로 흘러갈 수 있는 배수조치의 부재
2.12 기후변화의 상황에서 보로 인해 심해질 물부족 현상에 대한 평가 부실
2.13 보로 인해 높아질 홍수위험에 대한 평가 부실

3 최종적인 해석과 평가
4 요약과 결론
5 참고문헌
6 첨부
.
.

1 감정서 작성의 동기

본 서명인(필자)은 독일연방정부 기관의 범람원 전문가이자 감정인으로서 하천개발로 인한 각종 후유증에 대하여 수십 년간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은 전문적으로 많은 의문점을 야기하고 있어, 이에 필자는 한강과 낙동강의 실제적인 건설작업에 대한 전문가적인 의견을 집중적으로 교환하기 위해 '운하반대교수모임'과 '4대강 사업 위헌·위법 국민소송단'의 초청으로 2010년 9월 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을 방문하였다.

수리공학 엔지니어와·생물학자 등 여러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한강과 낙동강 현장을 직접 찾아가 조사하고, 4대강 개발 계획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단 몇 달만에 만들어진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질악화와 홍수위험, 그리고 농경지의 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좀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계획이 필수적이므로 4대강 공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유럽의 몇 가지 유사한 사례에 비추어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이하 <환경영향평가서>) 상에 나타난 수많은 허점 가운데 시간 관계상 13가지만을 아래에 열거한다.
.
.

2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근본적인 허점의 예

2.1. 수질 부분
낙동강과 한강의 수질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볼 때 영구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아래에 나열하는 하천공사가 그 원인이다.

a) 강바닥의 자갈과 모래를 육지로 퍼냄으로써 수심을 키우는 준설공사(예: GAUMERT, ARGE ELBE 2008; 표 17)
 
b) 기존의 보를 높이거나 새로운 보를 설치하는 공사. 보를 연달아 설치하여 물을 막아 놓으면 유속은 장시간에 걸쳐 느려지고 수심이 매우 깊어진다(예: 하천수질표 2000).

a)유형의 공사에는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수질이 악화되는 경우(사례 1)가 있고, 현상유지되는 경우(사례 2)가 있다. (그림 1)

사례 1: 강에서 퍼올린 토사를 강 바깥으로 옮기는 경우 수심이 깊어지고 물의 양이 증가하므로 산소공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수량 대비 수표면적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에 수심이 평균적으로 깊어지고 물의 산소공급이 나빠진다. (사례: 긴 구간에 걸쳐 깊은 준설을 하는 한국의 4대강 사업)

사례 2: 강에서 한쪽에서 퍼올린 토사를 강물 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 토사를 옮겨 쌓는 곳에는 산소공급에 중요한 낮은 수심 구역이 새로 생기게 된다. 따라서 강 전체의 평균 수심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수로가 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산소공급은 예전 상태로 유지되거나 더 좋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강바닥의 구성요소와 수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준설방식은 독일연방 수로 공사 때 실행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경우 배가 다니는 부분만 조금 파낸다.
.


그림1: 수로준설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 공사 방법에 따라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각기 다르게 나타남사례1: 강의 토사를 강 밖으로 퍼내는 경우: 수질 악화 (한국 4대강 사업의 예)사례2: 준설한 토사를 강 속 다른 곳에 두는 경우: 수질 유지 (독일연방수로 중 자유로이 흐르는 구간의 예)

수심이 1m까지 얕거나 2m까지인 구역은 물살과 바람을 통해 대기로부터 산소를 공급받는다. 수심이 얕은 구역(주로 수심 1m까지, 빛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수심1-2m 사이)에서는 수초를 통해 산소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런 면에서 수심을 낮추는 모래섬은 강변과 마찬가지로 물의 산소공급에 도움이 된다.

b)유형의 공사는 물이 보로 막혀 수질악화가 일어난다(그림2)

보로 막힌 곳에서는 수심이 깊어지고 수표면적에 비해 수량이 늘어난다. 수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수심이 얕은 구간은 준설 공사와 보 공사를 하기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다. 대기 중의 산소는 연중 내내 강물로 흡수되지만 단지 수표면에서만 흡수된다. 수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유속이 떨어져 거의 고여 있다시피 하거나 물갈이가 거의 안 되는 경우 공급되는 산소량은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로 경미해진다.

또한, 보로 인해 막힌 구간에는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에 비해 수초가 생산하는 산소량이 현저히 줄어든다. 수심이 1m보다 더 깊어지면 물 속으로 투과되는 빛이 감소하여 그 안에 사는 수초의 산소생산량은 산소소모량보다 적어진다. 따라서 높은 보로 인해 수심이 불균형적으로 깊어지게 되면 수중 산소는 만성적인 부족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보의 건설, 특히 보 여러 개를 연달아 설치하는 일은 수질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그림 2: 1)바람과 2)보 없는 하천구간에서의 자유스러운 물살과 3)빛의 유입이 수심 2m 이내의 얕은 물과 하천 깊은 곳의 산소유입에 미치는 영향

도나우 강의 바이에른 주 구간인 레겐스부르그와 스트라우빙 사이에 보 설치 후 수질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독일 공인지도 <2000년도 생물학적 지표·수질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다. 이 지도는 서명인(필자)이 "2010년 9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국회간담회 및 기자회견"에서 참고자료로 소개하였다.


2.2 수리학 및 생물학적 관점을 고려한 하천 종단면과 횡단면의 상세도면 부재

강의 수리적·형태적 변화가 서로 연관성을 띠면서 세밀하게 묘사된 대축척도면은 하천공사 내용을 개괄하고 분석하는데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자료이다. 수위 변화의 영향을 받는 식생계가 공사 후에 그 분포와 발육상태에 있어 어떻게 변하는 지는, 이런 상세한 지형도면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유추해낼 수 있다. 각 식생구간의 고도를 현장에서 직접 측정하여 표준고도(m EL)로 환산한 값이 기재된 상세 지형도면은 건설사업 계획을 분석하는 작업의 전제조건이다.

그 외에도 지면높이가 하천공사 전후로 변화하는 상황과, 식물뿌리가 뻗어내리는 이토·점토의 토양층이 하천공사 전후로 변동하는 상황도 제시되어서, 하천공사가 농업생산력에 미치는 영향을 학술적·공학적으로 해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바이에른 주 도나우강의 보 설치 계획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때, 적어도 이런 수준을 갖춘 도면이 찬성측과 반대측에 모두 공개되었다.

시간 관계상 한국 4대강 사업의 전문성 결여 문제는 소수의 선별된 예로써 짧게 설명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환경영향평가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2.3 공사 구간 대축척도면의 부재

피해농민의 경작지에 미치게 될 4대강 공사의 영향을 위치별로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예측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세한 대축척도면(축척 1:2,500 에서 1:10,000 사이)이 필요불가결하다. 보 설치 후에 토지에 생기는 변화는 소유지 경계선 단위로 포괄적으로 표시되는 게 아니라, 각 소유지 내에서도 실제 변화가 있는 부분이 정확한 표준고도(m EL)와 함께 자세하게 표시되어야 한다.


2.4 부정확한 고도 정보 (함안보 물막이 구간의 예)

<환경영향평가서> 낙동강 제1권역 462쪽의 표 7.2.2–37에는 몇 가지 고도가 나오는데, 각 마을당 단 하나의 지표 고도만 적혀 있다(2번째 열). 그러나 이것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인지, 중간 지대인지, 아니면 가장 낮은 곳의 고도인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등고선이 1m 단위로 올라가는 여느 지도와는 달리, 이룡 지구에서는 특이하게도 소수점 한자리 수로 표시된 미터 단위로 표준고도가 기재되어 있다(18.3 m EL). 그러므로 이 수치는 여러 곳의 고도를 집계한 평균수치임을 알 수 있다.

1:5,000 지형도에서 서명인(필자)이 등고선을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이룡 지구는 높고 낮은 곳이 다양하게 분포된 지역이고(표준고도 10 m EL부터 30 m EL 이상까지), 그 중 몇몇 거리에 위치한 건물들은 18.3 m EL보다 확실히 낮은 곳, 즉 10~15 m EL 사이에 위치한다. 표 7.2.2–37에 나오는 정체가 불분명한 고도를 기초로 해서는 공사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이 표에는 저지대의 실제 모습을 나타내야 할 여러 고도가 빠져 있고, 등고선은 적어도 0.5m 단위로 매겨져야 하지만 그 역시 빠져 있다.

함안보를 높게 쌓아서 보 상류부분은 침수되고 보 하류부분의 지표수와 지하수위가 하강하는 현상이 일어날 때, 어느 높이의 경작지·주택지·농공업단지에 위치한 지하실에서 피해가 날 수 있는지, 그 수리학적 경계고도를 미리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다.

함암보 상류 쪽 강에서 매우 가까운 도심발달 지역인 남지읍(이격거리 7.2km)의 경우, "보 설치로 인해 영향을 받지않는 것으로 검토되었다"(462쪽 제 3 문단, 마지막 행)라고만 언급되었는 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한다. 또 표 7.2.2-37(462쪽)의 첫 행 지하수위에서 공사 전후에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즉 강을 끼고 나란히 자리하는 남지읍의 지하수위가 공사 이전에도 3.4m(표 3열), 공사 후 낙동강의 수위가 상승해도 여전히 3.4m(표 4열)로 기재되어 있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하천 인근으로 소규모 취락시설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462쪽 제2 문단, 마지막 행)라는 문장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공식지도(1:5,000과 1:25,000)에 의하면 단지 소규모 취락시설이 아니라 작은 마을 다수와 많은 건물군이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수위가 7.5 m EL 상승하는 것으로 계획된 함안보 상류지역에는 상당히 넓은 땅이 고도 10 m EL 미만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 이후 상승된 하천수위로 인해 몰려들 지하수를 빠지게 할 배수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 매립을 통해 저지대 경작지의 고도를 높이는 것은 자연의 수문균형면에서나 토질면에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경작지의 고도를 높이고 나면-아주 오랜 기간 동안-현재의 비옥한 토질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또한 함안보 영향권에 있는, 길고 경사가 대단히 완만한 계곡 3개의 정확한 고도가 빠져 있다(471쪽, 표 7.2.2–24). 계곡의 경사가 완만할수록 보로 강물을 막아서 영향을 미치는 지역은 넓어진다.


2.5 하천공사로 인한 지하수위 변동에 대한 평가 부실

하천공사의 영향권에 있는 경작지 이용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사 후 지하수위의 변동이다. 지하수는 지표수보다 더 너른 면적에서 장기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예로 <낙동강 1권역 환경영향평가> 7장 수리수문의 462쪽과 463쪽에서는 불분명한 수치가 등장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유발시킨다.

(1) 지하수위의 변동폭이 몇 m이길래 어째서 단 하나씩의 지하수위만(표의 3번째와 4번째 행) 기재되어 있는가?

(2) 이 정체불명의 지하수위는 어떤 시기의 값인가? 갈수위, 평수위, 홍수위? 이 세 시기의 지하수위는 매우 다르므로 보 건설이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를 모두 알아야 한다.

(3) 이 조사에서는 평균수치만 사용되었는가?

보 건설에 따른 휴유증을 예측하는 작업에서 지표고도와 수위를 기록할 때, 이미 평균한 여러 개의 값으로부터 다시 평균값을 얻어 사용하거나 실제 대표값이 아닌 수치를 선택하여 대표값으로 사용하면 실제적 위험에 대한 예측결과가 왜곡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범람원 조사에서는 절대로 평균수치를 사용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범람원에서는 지표의 높낮이가 다양하고 식물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층의 두께가 장소마다 제각각이며 수위변동이 수 m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계를 전제로 한 영향조사에서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HENRICHFREISE 2003).


2.6 하천 본류와 지류 인근지역 지하수와 관련하여 특히 높은 위험성에 대한 불분명한 정보

그림 7.2.2-16은 합천보 상류 및 하류 부분에서 공사 후 지하수위 변동을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림에는 등고선 단위가 1m 간격일 뿐 아니라 척도표시조차 없는 작은 조망도에 불과하다. 적어도 이런 용도의 도면이라면 대축척으로 상세하게 기재되어야 하고 등고선 단위도 0.5m 혹은 그 이하여야만 한다.

게다가 지하수위 등고선의 바탕이 되었을 지하수 관측소 위치에 대한 정보 조차 없다.

경험상 강에 인접한 지역은 장기간 넓은 면적에서 지하수위가 상승하는 현상을 겪게 된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서(낙동강 1권역)>는 이렇게 보 건설 후 강물을 막아 발생하는 지하수위의 변동을 가장 심하게 받게될 지역마져도 그저 대략적이고 불분명하게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하천 인근에 위치한 일부 저지대 농경지에서는 지하수위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예상된다." (462쪽 4.문단의 마지막 문장).

이것은 공사계획을 하는데 필요한 정확한 환경영향평가의 조사결과가 빠져 있다는 표시다. 이렇게 빈약한 자료로는 지하수의 현재상태도 제대로 알 수 없고 공사 후 상태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그 대안 혹은 보완조치를 계획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지하수 현재상태의 파악이 이렇게 심각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사실은, 이를 바탕으로 계획된 모든 공사과정이 허용할 수 없는 수준임을 반영한다.

또한 지하수위 변동은 경사가 심한 상류구간에만 표시되어 있을 뿐(그림 7.2.2-16, 463쪽), 경사가 완만한 하류구간, 즉 지표면에 가까우며 그 영향이 훨씬 심각한 구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2.7 지하수위가 상승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정의 부재

지하수위가 상승한다는 것은:

•보 구간에서 강물이 지체되면서 강바닥에 거의 완전한 불투수층이 형성된 후 지하수위가 약간 상승하여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강바닥에 불투수층이 형성되기 이전인 보 건설 직후 몇 년간의 특히 높아진 지하수위를 뜻하는가?

그 두 상태 모두에 대한 정보가 제시되어야 한다.

-강에 직접 면한 암반구간 때문에 그 일대 지하수가 홍수방지용 둑 뒷편에서 흘러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합천보 구간처럼 그렇게 중요한 구간에서 왜 언급되지 않는가? (이에 대한 추가 설명은 2.11 참고)

MODFLOW 프로그램(지하수 유동 모델링 프로그램: 역자주)에서는 우선 공간을 세분한 후 각 공간마다 상이하게 나타나는 중요한 물리적 경계 조건을 입력해야 한다. 오직 이런 방법을 통해서만 현실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필수적 공간분화작업을 아예 생략했거나, 아니면 이행하고도 <환경영향평가서>에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 건설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수위가 토양와 식생에 미치는 영향은 세분화된 공간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를 기록하여 제시한 예를 휘긴&헨리히프라이제(1992)가 작성한 라인강 상류 지도에서 찾을 수 있다(첨부 자료 1.1 에서 1.4). 이 지도는 물리적으로 각각 상이한 지역들을 1:5,000 축척으로 나타냈다. 이와 같은 자료수집이 4대강 사업 계획의 타당성 검토에서도 필수적이다.


2.8 4대강 사업 구역에 지하수 관측소가 너무 부족한 점

더구나 하천계곡에서 직접·간접적으로 4대강 사업의 영향을 받을 지역에 있는 지하수위 관측소의 수가 너무 부족하여 지하수의 변화에 관한 현실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 공사 계획을 위해서는ㅡ특히 계획된 보 건설과 관련하여ㅡ수많은 관측소에서 지하수위를 기록해야만 한다. 그리고 여러 해에 걸쳐 관측한 지하수위의 홍수위·갈수위·평수위를 제시해야 한다.

지하수는 식물생장을 위한 최적조건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따라서 계곡의 농림업 생산성 확보에 결정적이다.

따라서 보를 건설하여 크게 달라지고 급격해질 수위변동이 끼칠 영향이 더 심도있게 조사되어야 하며, 아주 중대한 실제적 변화들은 상세한 대축척지도에 자세하게 표시되어야만 한다.

독일 사례와 비교 :

-엘베강의 주요 지류인 잘레강 하류의 보 건설 계획구간 11km에 대해 지하수 수위변동이 측정되었다. 이를 위해 50개 이상의 공식 관측소와 본류 이외의 지표수에 약 30개 관측소가 설치되었다. 이와 같은 장기적 조사결과는 지하수와 지표수의 균형 및 총체적 수자원 균형의 평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보 건설로 인해 국민경제가 받을 피해를 방지하는데 기여했다.

-지하수위 관측소 약 830개소 및 부차적인 지표수 관측소 225개소를 도나우강 외곽에 설치했고, 거의 수십년에 걸쳐 수위변동을 기록하는데 이용했다. 독일연방의회가 스트라우빙(Straubing)으로부터 필스호펜(Vilshofen)에 이르는 도나우강 69km 지점에 예정되었던 보 건설을 거부한 것도, 이 관측소에서 수집된 자료에 의거한 판단이었다.

이와 같은 관측소의 설치는 도나우강, 라인강 상류, 엘베강에서도 경제적으로 귀중한 그 일대 지하수 및 지표수와 관련된 수자원의 균형과 관리에 중대한 손상을 막고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2.9 건설사업에 따른 지하수위의 변동을 공인 고도체계에 기반하여 작성한 대축척도면의 부재

공사와 관련해서는 또한, 지면 상승 및 식물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층과 관련된 추적 가능한 지하수 수위변동에 관한 정보들이 공공기관에서 통용되는 절대적인 고도체계(m EL)로 표시되야 하는데 이것이 누락되어 있다. 미터로 표기된 표고(m EL)가 없는 상대적인 정보만 있을 뿐 아니라 그 축척단위도 지나치게 협소하다(<환경영향평가서> 그림 7.2.2-15 및 그림 7.2.2-16, 463쪽).

4대강 사업 한강 구간의 <환경영향평가서>(한강 본안)에서도 공사에 따르는 지하수위 변동을 소축척지도 몇 장에 표시해 놓았을 뿐이다.(본안, 7.2.2 수리수문. 그림 7.2.2-19 와 7.2.2-30 (쪽수 표시 없음))

그림 7.2.2-19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두 개 지도는 원래 색깔이 있는 도면이기 때문에 천연색 인쇄를 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평가서에는 흑백으로 나와 있다. 그래서 왼쪽 그림에서 "Head" 밑에 첫 색깔(숫자 30, 오른쪽의 회색 직사각형)과 마지막 색깔(같은 농도의 회색 직사각형, 숫자 300)의 차이가 구분되지 않는다. 두 그림 모두 회색의 농도차가 거의 없어서 지도로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없으며, 보기 쉽게 크게 써 놓은 숫자들은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어느 선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아볼 도리가 없다. 게다가 왼쪽 그림에는 축척단위와 위치정보도 빠져 있다. 양쪽 그림 모두에서 "Head" 밑에 숫자들의 단위가 표시되지 않다.

그림 7.2.2-20에도 축척정보가 없고 그림이 너무 작다. 따라서 지하수 관측소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모든 관측소가 강에 가까이 있다는 말인가? 어디에도 강이 흐르는 방향과 직각으로 나란히 서 있는 관측소의 표시가 없다. 하지만 강 주변 대지에서 일어나는 공사 전후의 지하수위 변동을 알기 위해서는 강에서 직각 방향으로 위치하면서, 규칙적인 간격으로 강에서 점점 멀어지는 관측소를 통한 측정이 필요하다. 이 영향평가서에서 수위를 구분하는 단 한 가지 표기는, 보 상류쪽으로 수위가 1m까지 높아진 것과 보 하류쪽으로 1m까지 낮아진 것의 표기 뿐이다.

범례의 표기도 불완전하다: 만약 A-1에서 A-6이 지하수 관측소를 칭하는 것이라면, 그 숫자가 너무 적다. 이렇게 적은 수의 관측소로는 지하수 변동에 관하여 요구되는 어떤 증거도 제시할 수 없고, 공사 전 상태의 지하수위를 측정해서 공사 후 상태를 예측하는 지하수 모델을 사용할 수도 없다 이렇게 정보들이 부실한 것을 볼 때 이 자료들은 전문가적 지식 없이 급하게 작성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이런 불충분한 자료들을 가지고는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서>의 자료가 매우 서둘러 준비되어 부실하고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서>(한강 본안)에서 쪽수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법원에서는 해당 내용을 다시 찾아보고 확인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가끔 그림이나 도면이 빠져 있다. 예를 들어 <환경영향평가서>(한강 본안) '제7장 환경현황조사, 예측·분석, 저감방안'의 '7.2.2 수리수문'에서 그림 7.2.2-13, 그림 7.2.2-21, 그림 7.2.2-22, 그림 7.2.2-23에는 빈칸만 있을 뿐 내용이 빠졌고 쪽 수 표시도 안 되어 있다.

기술적·학술적으로 탄탄한 사업계획을 세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이처럼 하천수위·지하수위의 하락 및 보 건설이 식생과 성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유용한 정보를 담은 지도가 프라이부르그 지역위원회 수자원부와 독일연방 환경청이 합동으로 실측조사하여 출간되어 있다(HÜGIN & HENRICHFREISE 1992, 본 보고서의 부록으로 첨부, 1.1~1.4).

이 지도는 독일 및 기타 국가에서 유사한 공사계획을 세울 때 작성하는 지도의 척도가 되고 있다.


2.10 수위변동이 식생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 부실

아래 그림 3은 도나우강의 지류인 이자르강 하구언(도나우강 하구로부터 2,282.5km 지점)에서 보로 인해 물이 지속적으로 막혔을 때 식생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도면이다. 도나우강에 보를 건설하려는 계획은 2002년 연방의회에서 거부당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 그림에서 왼쪽 칼럼은 오늘날 자연 상태인 범람원의 전형을 보여주고, 오른쪽 칼럼은 심하게 손상된 잡종범람원(hybrid floodplain)을 보여준다. 잡종범람원은 너무 높은 지하수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범람 빈도가 너무 낮거나 범람 시간이 너무 짧은 경우에 생긴다. 잡종범람원이 이렇게 심각하게 손상되는 이유는, 보로 강물을 막으면 범람원 저지대에서는 지하수위가 기존(푸른 점선)에 비해 월등하게 매우 다양한 형식으로 상승(중간 화살표 세 개로 표시)했고, 고지대에서는 지하수위가 기존에 비해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왼쪽과 오른쪽 칼럼을 비교해 보면, 물을 막은 지역(308m에서 309.1m로 수위가 1.1m 상승)에서만 식생 피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강변 전 지역에 걸쳐 모든 수위가 근본적으로 변동됨에 따라 고지대의 참나무•느릅나무 숲까지 말라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가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도나우강 하구로부터 2,282.5km 지점에 위치한) 이자르 강 합류점에서 보로 강물을 막았을 때 그 구간에서 발생하는 최저 갈수위로부터 1.1m 상승이라는 수위의 비교적 작은 상승폭에도 불구하고 물을 막은 곳의 강바닥에 불투수층이 형성된다. 그 결과 범람원 숲 지대보다 낮은 저지대에서는 범람원 고유의 생태계가 거의 말살되고, 범람원 특유의 버들나무 숲을 변질시켜 버드나무가 거의 몰살된 잡종범람원 상태가 되게 하고, 참나무•느릅나무 숲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숲의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한강과 낙동강의 보 건설 및 준설작업이 주변 식생에 끼치는 영향은 상기한 사례에서보다 더 클 것이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이 대체로 많은 물을 막는 공사인데다 하천수위와 지하수위의 본질적인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대규모 고지대의 건조현상이 도나우 유역에서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기 소개된 그래픽처럼 여러 지점에서 조사한 수치를 표준고도(m EL) 기준으로 전환한 단면도를 많이 작성하여 하천공사의 영향 정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있어야만 계획된 공사가 가져올 득과 실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고 계획을 조절해나갈 수 있다.


그림 3: 도나우 강(본류)에 세운 보가 이자르 강(지류) 하구에 미치는 영향 (설명은 2.10에 있음)

.
2.11 강변 지대에서 상승하는 지하수가 보 하류로 흘러갈 수 있는 배수조치의 부재

4대강에 설치되는 보 가운데 일부는 암벽으로 이루어진 강변에 직접 연결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류에 모여지는 물이 하류로 흘러갈 수 있는 길이 막히거나 불충분해지므로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처럼 물길이 막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극단적인 형태로 보가 설치되어 부작용을 일으키게 될 한 예가 낙동강 합천보이다.

낙동강 하구로부터 181.15km 떨어진 합천 부근에 건설 중인 보는 강변을 막는 바위절벽 바로 아래 세워 상류쪽 강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곳에서는 다음 여러 방향에서 오는 물이 막히게 된다.

-산 쪽에서 내려오는 일반 지하수
-합천보 관리수위인 10.50m EL 높이로 막아 놓은 물의 강한 수압 때문에 강 옆 토양으로 밀려 나오는 물
-오른쪽(하류쪽을 보고 섰을 때)지류들의 강물
-장마철의 집중호우

보로 인해 지하수와 지표수가 정체되는 현상은 강변 오른쪽의 보 구간 전체에 걸쳐 일어난다. 이렇게 잘못 설계된 보를 비롯해 유사하게 잘못 설계된 보들의 존재는 장기적으로 생산성 높은 농업중심 경작지대를 파괴할 것이고 이렇게 훼손된 지역의 토질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거나 가까운 장래에 복원하기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덕곡을 비롯한 다른 상류 지역의 마을들과 농경지의 고도를 (매립 등의 방법을 통해) 대폭 높여 준다 해도, 심한 물 정체 현상과 지표면의 습지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합천보 및 이와 유사한 보들의 건설을 막는 것이다.

서명인(필자)이 현장에서 직접 실측한 수치를 공기관의 수위 측정점 수치에 대입한 결과, 합천보가 관리수위 10.50m EL로 물을 막아 가두게 되면 다음 장소들이 영구적으로 침수될 것이다.

-수많은 동식물 종이 서식하고 있는 모래톱과 자갈밭
-버드나무 숲 전지역과 그 곳에 서식하는 생물군
-버드나무 숲과 범람원 관목림이 이어지는 구간
-범람원 관목림이 자라는 저지대

이 모든 범람원 지대는 비교적 얕은 물에 자주 혹은 가끔씩 장기간 잠겨서 물속에 산소를 생산하고 물리적·화학적 상호작용을 통해 수질을 유지·개선하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보를 건설하면 강의 관리수위가 평수위에서 4.4m 높아지고 (또는 <환경영향평가서(낙동강 1권역)> 467쪽 그림 7.2.2–22에서 갈수위(파란선)보다 4.37m 상승) 그로서 범람원 지대가 모두 잠겨 위와 같은 자연의 이로운 작용을 대부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서명인(필자)은, 강바닥을 준설하여 낮아진 최고홍수위로부터 보 건설로 유지될 계획관리수위에 이르기까지 하천수위의 중대한 변동사항에 관한 모든 자료를 아직 다 구하지 못했다. 대홍수시 첨두홍수량의 저하 수치만을 입수했을 뿐이다. 더구나 시간상의 문제로 더 이상의 자세한 언급은 현재로서는 자제한다.


2.12 기후변화의 상황에서 보로 인해 심해질 물부족 현상에 대한 평가 부실

보로 물을 막은 뒤 첫 몇 년간, 강물은 보로 물을 막은 구간에서 강변을 따라 개간해 놓은 지대로 스며드는 물의 양이 심하게 증가할 것이다. 그 때문에 이 경작지들은 습해지고, 지대가 낮은 경우 물에 빈번히 잠기며 잠기는 기간도 길어진다. 그 후에는 다양한 물리적 현상(미세입자의 퇴적 등)과 화학적 작용(중금속 산화물·황화물의 박막 형성 등)에 의해 강바닥에서 점차 불투수층이 형성되어 간다. 이에 따라 지하수위 변동폭은 줄어들고 지하수위도 서서히 낮아진다(HÜGIN 1980, 그림 11). 이렇게 농업생산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지하수위 변동폭이 줄어들면서 높은 지대의 지표면은 지하수가 이르지 못해 점점 더 말라버린다.

이런 이유로 보를 세우면 지하수 확충에 어려움이 생기며, 기후변화가 진행중인 상황과 맞물려서 특히 건기로서 생물의 주요성장 시기인 초봄에 매우 해롭다. 이 시기에 강으로 흘러드는 물의 양이 적으면 식수 수급의 어려움과 함께 농업용수 공급량이 부족해진다.

또한 반대로 보는 지하수가 강으로 흘러드는 것을 방해하고 저수지 표면에서 물이 지속적으로 증발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촉진한다. 강이 보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야 그 일대로부터 강물보다 훨씬 더 수질이 좋은 지하수가 강에 풍부하게 공급된다.

보는 언뜻 보기에 물을 대량으로 저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수지보다 훨씬 대규모의 물 저장고인 지하수를 손상시키고 질을 악화시킨다. 이 ‘지하 저수고’는 지표에서 증발로 사라지는 양보다 식물에 흡수되어 유용하게 쓰이는 양이 더 많으며, 강바닥을 침식해서 깊게 패이게 하는 일 없이 천천히 흘러 내려간다. 이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건조한 해에 수자원 불균형으로 인한 피해는 보를 건설하지 않은 경우가 건설했을 때보다 훨씬 작다.


2.13 보로 인해 높아질 홍수위험에 대한 평가 부실

보를 건설하면 홍수위를 저하하는 방류단면이 대단히, 효과적으로 확대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래의 사항이 꼭 참작되어야 한다.

(1) 홍수위험을 좌우하는 몇 가지 요소를 완벽하게 고려해야 한다.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설계의 계산에는 보 설치 후의 유속 뿐 아니라 보를 연속으로 세운 구간에 축적되는 물의 누가량, 매끄러운 강바닥 경사면으로 인해 빨라지는 유속, 준설과 보 설치가 동시에 실행됨으로 인해 현저하게 증가하는 유속 등등의 변수가 고려되어야 한다(BREZNIK 1992).

(2) 강바닥과 강변둔치 간에 벌어지는 높이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실측한 한강 오른편에 자리한 여주시의 강둑 지형을 보면, 강이 준설로 깊어진 외에도 강변 둔치가 돋우어져 높아져 있다. 이 경우 범람원 고유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말살될 뿐 아니라, 그 일대가 자갈과 모래로 덮혀 홍수 시 범람되는 소중한 공간이 상실된다. 자연 상태에서 낮고 너르게 형성된 곳을 자갈과 모래로 덮어 무려 3m나 높히는 것이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조성된 강변 상단 부분은 자연상태로 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둑보다 70m 이상까지 높아져 있다. 이것은 홍수 위험을 도리어 높이는 조치이다. 이보다는 강변 지대를 부분적으로 낮추고 강바닥을 높이는 것이 원래 목적에 부합한다. 실제로 중부유럽의 엘베·라인·도나우 강에서는 강과 범람원의 높이차를 적당하게 유지하여 편차가 너무 벌어지는 것을 막고 있는데, 이는 예전에 유사한 부작용을 경험한 뒤에 개선한 것이다.

(3) 강변과 범람원이 홍수를 머금는 작용 상실로 홍수의 위험이 증가함을 고려해야 한다.

강둑을 따라 지면이 홍수를 머금는 중요한 작용이 보 구간에서 불투수층이 형성되는 바람에 광범위하게 상실된다(BFG 1995). 1988년에 라인강에서 대홍수가 났을 때, 본과 쾰른 사이의 보 없이 자유로이 흐르는 30km 길이의 강변과 범람원이 8,000만m³ 이상의 홍수물을 머금는 작용을 하지 않았다면 쾰른의 홍수위는 15cm 더 상승했을 것이다. 백만 명 이상의 주민과 대규모 화학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라인 강 쾰른-레버쿠젠 구간에서는 홍수위 몇 cm 차이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 자연적 강변과 범람원이 홍수를 머금어 줌으로써 쾰른과 라인강의 하류 지역은 이렇게 훨씬 심각할 뻔했던 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다. 강변과 범람원이 홍수를 머금는 작용의 중요성은 라인 강 상류 및 중류에서도 연방수자원기구의 상세한 조사를 통해 확인되어 문서로 출간되었다.

(4) 결론

(1)에서 (3)까지 상술한 자세한 설명들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큰 강에 보를 세워 물을 막으면 홍수가 났을 때 물 흐름에 가속이 붙어 본류의 홍수와 지류의 홍수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바로 가장 큰 홍수위험이다(VIESER 1979). 보, 특히 한국의 4대강 공사처럼 여러 보가 줄지어 설치되는 보는 지하수와 지표수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균형인 유량대사에 손실을 입히고, 홍수방지에도 역시 악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비가 적게 오는 극단적 가뭄이 늘고 있다. 바싹 마른 땅은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빗물이 메마른 땅으로 잘 스며들지 못한다.

그러므로 더욱 더 지하수 형성을 방해하고 홍수 발생을 높이는 보 건설을 피해야 한다. 연달아 보를 설치하는 행위는 홍수위험을 추가로 야기한다. 보를 하나 더 지을 때마다 강 하류의 거대한 인구밀집지역의 홍수위험이 단순비례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VIESER 1979).

중부유럽과 달리 한국처럼 강의 유량이 적을 때와 많을 때 차이가 매우 큰 나라에서는 앞으로 그런 극단적인 차이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홍수를 방지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보를 일정 간격으로 연달아 설치해 놓으면 완화는커녕 양 극단의 차이를 더 심하게 벌여놓을 뿐이다.


3 최종적인 해석과 평가

본 감정서는 임시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빠르게 진행되는 4대강 공사로 인한 시간적 압박
–아직 작성 및 제출되지 않은 중요한 사업계획 자료의 부재(본문 2.1과 2.13 참조).

본 감정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4대강 사업의 엄청난 규모에 비해 너무 짧은 감정 기간, 허점 많은 정부측 사업계획 서류, 입수 불가능한 사업계획관련 자료 등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그러나 본 서명인(필자)은 2010년 9월에 대한민국 현장에 직접 가서 목격하고 측정한 자료의 분석 결과와 4대강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중대한 전문적인 결함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사항에 끼칠 심각한 악영향에 대한 정확한 소견을 일차적으로 제시한다.

-수질에 미칠 악영향
-홍수예방에 미칠 악영향
-지하수 균형상태와 그에 따른 토지이용에 미칠 악영향

이런 폐해들이 예상되기 때문에 관할법원과 관련당국은 전문적이고 법률적인 형평성을 보장하는 독립적인 감정서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경우 포괄적인 감정서 작성에 필요한 모든 자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독립적인 감정서의 필요성은 4대강 사업의 중요성에서 도출된다.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의 주요 하천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수심을 높이고 연달아 보를 설치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문제는 이런 중요한 공사에서 하천과 토양에 끼치는 물리적·화학적 영향 및 상관관계에 관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전문지식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확립된 지식을 참고함으로써 쉽게 피할 수 있는 피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땅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않는 공사일정만 선택해도 설계와 진행의 개선은 가능하다
.
.

4 요약 및 결론

<환경영향평가서>가 수질·지하수 균형·토지이용·홍수방지 등과 같은 중대한 평가부문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은 그 허가를 위한 전문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 나라의 주요 하천을 이렇게 대규모로 한꺼번에 공사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로서, 이 사업은 지하수의 균형상태와 지하수에 의존하는 토지이용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식수확보 및 수질을 위협하고, 홍수위험을 증가시키며, 지역경제상 의미 있는 생물적 다양성을 손상하는 등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4대강 사업(‚종합개발계획'으로 하려면 전부 다 고쳐야 될 듯)은 그 다양한 공사목적 내에 여러가지 심각하고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보는 지표수를 고여 있게 하기 때문에 특히 여러 개가 연달아 설치되었을 때 수질을 증명할 수 있을 만큼 명백하게 악화시키고, 지하수량을 감소시키며 홍수위험을 높인다. 그뿐 아니라 계획된 보 건설은 기존의 매우 비옥한 토지나 계곡의 농업생산성에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이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유익한 다목적 댐이라는 기대는 국제적 수준의 학술적, 공학적 기준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물과 땅 사이의 기능적인 연관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4대강 사업의 구상은 심각하고 지속적인 피해만을 초래할 것이다

한 나라의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공사의 즉각적인 중단이 요구된다.

(서명)
.
.

그림 및 첨부자료 목록

그림1: 수로준설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 공사 방법에 따라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각기 다르게 나타남
사례1: 강의 토사를 강 밖으로 퍼내는 경우: 수질 악화 (한국 4대강 사업의 예)
사례2: 준설한 토사를 강 속 다른 곳에 두는 경우: 수질 유지 (독일연방수로 중 자유로이 흐르는 구간의 예)
그림 2: 1)바람과 2)보 없는 하천구간에서의 자유스러운 물살과 3)빛의 유입이 수심 2m 이내의 얕은 물과
           하천 깊은 곳의 산소유입에 미치는 영향
그림3: 도나우강(본류)에 세운 보가 이자르강(지류) 하구언에 미치는 영향 (설명은 2.10에 있음)

첨부자료 1.1에서 1.4 까지 1:50 000 도면 "라인강변숲의 식생과 수문대사"(휘긴 & 헨리히프라이제 1992) 대표적인 지역.

첨부자료 1.1 부호해설
첨부자료 1.1 부호해설 2편
첨부자료 1.2: 이펜츠하임 보 하류쪽에 위치한 범람지역 (파란 바탕에 파란선)
첨부자료 1.3: 이페츠하임 보의 바로 상류에서 보가 연속적으로 세워진 구간 (1977년 보 가동)
첨부자료 1.4: 바젤 북부의 건조지대, 라인강 직강화 공사 이후로 강바닥이 저절로 침식하고 지하수가 하강하면서 토양이 메마르게 되었다.
.

참고문헌

엘베강 연변국 및 연방 합동 연구회 (ARGE ELBE), 가우메르트, Th. 2008: 엘베강 하구 하천 수에서 지난 100년 간 생성되어진 산소 부족곡의 원인- 엘베강 하구 하천수의 산소 수요와 공급에 대한 워크숍, 2008년 4월 22일, 함부르크

수자원과학을 위한 연방기관 (BFG), 1995 : 본-쾰른 조사 지역에서의 라인강과 지하수 사이에 교환 관계, 제 2편 : 쾰른 관측소의 수위로 본 강변 저수 능력의 영향력. BfG 보고 0779

브레츠닉, M., 1992 : 도나우강과 그 지류에서 직강화 와 발전용 보로 인한 홍수 시 유량 상승 – 14권. 수리적 예측과 수리 수산업 원리에 대한 도나우 연변국 회의 – 유네스코 국제 수문 프로그램과 WMO의 작전 수문 프로그램을 위한 독일 연방 공화국 국가 참의회 편찬, 코블렌츠, S. 293-300

헨리히프라이제, A., 2001: 잘레강에서 특히 고려된 보설치로 인한 문제점에 관하여- Nova Acta Leopoldina NF 84, Nr. 319, S. 149-156, 할레 시

헨리히프라이제, A., 2003 : 현 시대에 맞는 하천- 유역 개발을 위한 평균치는 어떠한가? 자연과 지형, 총권 78권, 제4.권 160-162 쪽

휘긴, G., 1980 : 독일 남부 라인 상류 범람원림에서 라인강 조성사업을 통해 발생한 변화 - Colloques phytosociologiques IX, Les forets allluviales, 677-706쪽

휘긴, G. & 헨리히프라이제, A. 1992 : 라인강변림의 식생과 수문 균형 – 식생학을 위한 집필연대, 24권, 7 개 그림과 1:50000 총천연색 지도, 48쪽

비이저, H.-J., 1979 : 홍수 연구 위원회, a) 수문학 – 라인강 상류의 홍수 예방, 1979년 1월 18일 라슈타트의 보도 행사, MELUF 바덴-비템베르크 주, 수자원 경영 관리소- 슈트트가르트, 11-28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맨해튼을 처음 구경했던 것은 유학 초인 1992년 12월 성탄절이었다. 지금은 허드슨 강 건너편 뉴저지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가 그때는 뉴욕시에 속한 베이사이드에 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자동차로 8시간을 달려 찾아 간 친구 집에서 민폐를 끼치며 지내던 중, 크리스마스날 맨해튼 구경을 나갔다. 우연히 주차한 곳에 성 패트릭 대성당이 있었다. 


성당 안에 있는 동성애자를 위한 기도처

성 패트릭 대성당은 1906년에 고딕식으로 지은 성당이다.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수호성자이기 때문에 이 성당은 아일랜드계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이 성당은 세계 4대 성당 가운데 하나라고 할 정도로 그 웅장함과 섬세함이 탁월한 곳이다. 7000개가 넘는 파이프가 달린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성당의 아름다운 외관과 내부를 구경하다가 한쪽에 작은 촛불들이 한가득 모여 있고 그 위 벽에 기도문을 써 붙여 놓은 곳이 눈에 들어왔다. 예배당 안에 위치한 그곳은 에이즈로 죽은 이들을 추모해 만들어 놓은 기도처였는데, 동성애자들을 위한 기도문도 함께 있었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당시 나는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이나 걸리는 천벌 정도로, 더욱이 동성애는 종교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짓”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성당의 벽면에는 예수님이 재판을 받고 십자기를 끌며 골고다 언덕에 까지 이르는 길을 나타내는 <비아 돌로로사>의 모습을 담은 스테인 글라스가 있었다. 종교적 장중함을 그대로 담은 성당과 기도처의 분위기는 참으로 잘 어울렸는데, 그때의 심정으로는 그러한 잘 어울리는 분위기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느낌을 주기까지 했다. 


김수현씨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김수현 씨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두 주 전에 끝났다. 우리 가족이 정말로 즐겨 보았던 드라마였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일들, 그리고 극단적 사건이랄 수 있을 장남의 동성애자로서의 커밍아웃이 그러한 일상을 어떻게 더욱 아름다운 삶으로 승화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말로 훌륭한 드라마로 생각이 되었다. 

경향신문 DB


하지만 동성애라는 주제는 한국 사회에서 쉽게 공개적으로 다루어질 수 없는 주제인 것이 사실이다. 이 드라마가 동성애를 중심 주제로 삼게 되고,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즐기던 사람들의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을 때 내가 아는 신학자 한 분이 기독교계통의 신문에 “동성애에 대한 판단을 강요하지 말라”라는 비판적인 칼럼을 썼다. 핵심 논지는 김수현씨의 드라마는 동성애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드라마를 전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주장은 내게는 ‘동성애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한국의 목사로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읽혔다. 물론 이것은 내가 오독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후 내가 만난 나와 친하게 지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과 김수현씨의 드라마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면 대체로, 김수현 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번 드라마가 “그 짓” 다루기 시작하자 더 이상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짓”이란 물론 동성애를 말하는 것이다. 불편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를 찍는 과정에서 동성커플 경수와 태섭의 언약식 장면을 성당에서 찍으려다 성당 측의 반대로 쫓겨난 이야기며, 다른 곳에서 촬영한 언약식 장면이 실제 방영에서 삭제되었다는 이야기도 읽을 수 있었다. 18년 전 맨해튼의 성당에서 본 광경이 이런 이야기와 겹쳐 내게 다가왔다. 


럿거스 대학생의 자살 사건

이런 와중인 지난 9월 중순에 뉴저지에 위치한 럿거스 대학의 한 학생이 뉴저지와 맨해튼을 잇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 소식이 들려왔다. 죽은 학생인 타일러 클레멘티(Tyler Clementi)는 기숙사 방을 함께 사용하는 룸메이트인 라비에게 친구와 함께 있을 동안 잠시 자리를 비워줄 것을 부탁했는데, 라비는 클레멘티가 동성연애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 방에 웹켐을 설치하면서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할 것을 예고했고 또 실제로 그렇게 중계방송을 해버린 것이다. 클레멘티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학교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니 이 일로 인해 받은 정신적인 충격을 어쩌지 못하고 결국 그 다음날 자살을 해버린 것이다. 조지 워싱턴 브리지는 클레멘티의 가족이 살고 있는 릿지우드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사건이 나자 지역경찰은 이 일이 동성애에 대한 증오범죄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는 모습을 보였다. 뉴저지 동성애 권리운동 단체의 대표인 스티븐 골드스틴은 “이 일이 한 젊은 이의 성적 정체성에 근거한 괴롭힘과 학대 행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하였다. 몰래카메라를 찍었던 그 학생에 대한 처벌은 과연 그 사안이 증오범죄가 아닌가의 여부가 가장 큰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뉴욕 타임즈>는 보도했다. 지나친 장난행위와 증오에서 발생한 행위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고, 특히 후자일 경우에는 증오범죄를 중시하는 미국사회에서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증오범죄란 소수인종이나 소수민족, 동성애자, 특정종교인 등 자신과 다른 사람 또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이유 없는 증오심을 갖고 불특정한 상대에게 테러를 가하는 범죄행위를 일컫는 말이다미국사회에서는 차이의 문제가 증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오바마의 연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은 “상황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Things will get better)”라는 연설을 했다. 비디오 녹음 후 공개한 방식으로 제공한 이 연설에는 “동성애자가 왕따를 당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인간은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행복을 추구할 자유가 있다...미국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이런 자유다...그래도 매일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왕따(bullying)를 없애려는 노력에 한 몫을 한 것이다. 

이 연설 가운데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라는 자신의 신념을 담은 표현이 나온다. 그런 미국 정체성에 대한 신념이 타당한가라는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한 나라가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는 태도는 부러운 일이다. 우리 한국을 지배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또 우리는 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이름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 그렇다.


동성애 자체를 범죄로 볼 것인가?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리에게 어떤 관점에서 인생을, 그리고 삶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세심히 보여 주었다. 마지막 회에서 젊은 대학생 초롱과 동근 커플의 대화를 통해 문득 등장한 “인생은 60부터 철이 든다”라는 말에서, 동성애도 깊은 인생 경륜을 가진 어른스러운 이의 관점에서 살펴보라는 김수현 씨의 충고를 읽을 수 있었다. 인생의 행로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은 그대로 받아들일 일이지 선과 악의 문제로 바라볼 일이 아니다, 선과 악은 진리와 거짓 혹은 옳고 그름을 다루는 종교적 방식인데 동성애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라는 충고 말이다. 드라마에서 동성애자인 태섭이 한 말처럼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성당에서의 동성애 커플 언약식 촬영이 불가해진 뒤 선택된 장소는 자연 속이었다. 동성애는 과연 부자연스러운 행위일까?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자연스러운 법, 즉 자연법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오래된 것이었다. ‘순리’라는 말이 그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자연스러움’과 ‘순리’가 임의적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숲 속에서의 언약식 설정은 동성애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암시로 볼 수 있다. 
종교인의 염려는 동성애의 인정이 낳을 성 모럴의 급격한 변동에 있지 않나 싶다. “성을 권하는 사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에 치중하는 우리 문화를 염두에 둘 때 공감할 수 있다. 실로 동성애자나 이성애자 할 것 없이 성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순결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이들을 부당하게 힘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선욱의 카페 아메리카노>는 3주에 1회 경향신문 본지 월요일자에도 연재 됩니다. 
블로그에서는 분량의 구애없이 좀 더 다양한 글과 사진을 싣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 선 동성애 커플>의 신문 버전(2010.11.22)은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사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일들이 일어날 떄면 한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해보기도 전에 빠져들기 쉬운 자기 변명같은 패배감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삶은 남이 이끄는 대로 혹은 사회가 정해놓은 대로 쉽고 간편하게 따라 간다.
그러다가 어떤 큰 사건, 위에서 말한 전쟁이라던가 자연재해 같은, 이 직접 자신에게 닥치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분노한다.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왜!





슬프게도 바쁜 현대인들은 
그 바쁜 와중에서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유죄가 된다.
당신이 내가 아무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 구름 속을 헤집는 것 같은 담론들을 공부하면서 배운 것은 단 하나다. 똑똑한 사람들이 이미 했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체화시키는 것, 세상에 내일 멸망해도 사과나무 하나를 심겠다라는 마음 가짐.

이런 건 사실 쉽게 흘러버리기쉽다. 나같이 도시에 태어나 어려움없이 살아온 인간에게는 수단에서 총구가 나에게 향하고 협박을 받아도 그것이 내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구 저런.'

그럼에도 바뀔 것 같지 않은 것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을 보면 감동받는다. 그들의 현실에 혹은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에 새삼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감각이 요동치는 것이다. 아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M 은 환경주의자고 디스코 음악을 좋아하고 동성애자다. 그가 하는 연구는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자연자원의 낭비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이다. 자기자신은 무슨 어디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으로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실감없는 캐릭터면서  연구 내용은 완전 현실의 땅에 굳게 뿌리내렸다.
A는 네델란드에서 유학온 역시 동성애자 친구다. 네델란드에서 어쩌다가 환경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친구가 하는 연구는 여성 생리용품의 환경적 영향이다.

이 두 명의 연구가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전 연구와 이들와 연구의 다른 지점은 그들은 자신의 연구가 좀 더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재 그들이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한 번 쯤 그 대안을 생각해보고, 나아가 각자의 삶에 직접 적용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통제하는 데에는 공자 선생님도 사십년이 걸렸는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에게 항상 자극을 받는 것은, 그렇게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랄까.

M은 일본에서는 꽤나 유행하고(?) 있다는 화장실 콤포스트를 현재 미국의 화장실 문화의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예전에 말했던 미국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집 앞 잔디밭의 아이러니’와 맞물린다.




지금과 같은 화장실 디자인은 위생에 대한 관념의 발전과 연관된다. 
유럽에서 18세기 이후 발전된 상하수도의 시작은 물의 흐름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을 축소시켰다. 큰 자연에서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와버린 깨끗한 물과 더러운 물의 분리는,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 가속되어 현재의 화장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과 변기에서 내려가는 물이 같은 것이라고 인지하게 어렵게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변기에서 한 번 물을 내릴 때의 양은 약 9-15리터, 우리가 하루 종일 마시지도 못할 양(1.5리터는 마시나?)의 물을 버리고 있다.

컴퍼스트(Compost)는 대략 우리 예전 재래식 화장실과 현재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통의 중간쯤에 있는 무엇이다. 
너무 환경 친화적인 느낌이라 사람들이 처음에는 저어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세련되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접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역시 돈 들여서 현재의 편리함을 어떻게든 이어 나가겠다는 발상은 여전히 불편하다(하지만 솔직히 나도 내 편리를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사용했을 때 불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이제야 이 컴퍼스트 토일렛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단계지만, 그 개인들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화장실을 없애고 새로 콤포스트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것은 집 앞의 잔디밭이 아닌 자연스러운 화단의 관리와 이어져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부모님과 함께 살던 때, 재활용 처리는 50 50의 경우로 내 차지였다

주부 특유의 한 푼이라도 아껴보시겠다는 어머니의 의지는 돈으로 줘야 하는 쓰레기봉투에까지 영향력을 미쳤고, 때문에 분리수거는 어머니에게는 꽤나 사활이 달린 문제였다.
한꺼번에 이것저것 쌓인 재활용 용품들을 들고 매주 목요일에 터덜터덜 아파트 입구로 내려가 분리작업을 하고 있자면 도대체 내가 이렇게 열심히 분리하는데 제대로 그 뜻 그대로 활용이 다시 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무엇보다 분리하는데 항상 헷갈리는 플라스틱 종류들
, 예컨대 페트병과 그 뚜껑은 따로 분리 해야 하고 요거트 병은 또 다른 자루에 넣어야 했는데 언젠가 몇 개의 분리했던 자루들이 한 자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더더욱 의심은 깊어져만 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환경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도 저렇게 철저히 재활용을 하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좀 고민할 것 같다
. 하지만 어쩄든 본의 아니게 재활용에 대해 체득을 하고 미국으로 왔다.

이곳은 그야말로 일회용 쓰레기의 천국이었다

내 상식을 다른 곳에 적용시키는 것처럼 무식한 일이 없지만 그래도 얘네들은 해도 너무했다. 물자는 넘쳐나고, 땅도 넘쳐나고, 실용주의적인 마인드가 합쳐져 어마 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나오고 대체적으로 그것들은 하나의 아주 커다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학기가 시작하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모이는 만남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수의 공원만큼의 잦은 피크닉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절정을 이뤘다.

일회용품에 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고 후하기 그지없다
. 그에 반해 일회용품을 아예 쓰지 않은 사람들은 지독할 정도로 쓰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 학교에 상당 수가 이런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다양성, 그에 대한 존중이 이 나라의 힘이긴 하지만, 역시 환경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외부에서의 관섭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떤 문제를 막기 위한 행동이 선택적일 때 그 결과 역시 선택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보통 환경 문제는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재앙과 비슷한 것이니까 말이다.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에 있어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의 경우에는 시민들의 행동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경우가 많고, 자본 혹은 인프라가 가능한 나라의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단연 후자다

물론 최근에 들어와서 어느 정도의 규제가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재활용 관련한 산업이 먼저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은 오논다가 카운티에서 법률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적으로 법적으로 집행력이 있지는 않다. 실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은, 뉴욕주의 경우 페트병에 환경 추징금을 받기 시작한 것인데 이제야(올해 초반부터)시작되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재활용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재활용문제에 있어서는 주법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예컨대 콜로라도주의 경우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한 편이고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쓰레기수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지만, 위에서 밝혔다시피 뉴욕주는 상대적으로 쓰레기 배출에 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시러큐스
(오논다가 카운티 내)의 재활용 현황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재활용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물론 살고 있는 시민, 정부, 오논다가 카운티 자원 재생 기관(오크라 ; OCCRA: Onondaga County Resource Recovery Agency), 쓰레기 처리 기관(WM, Waste Management) 그리고 전자기구들의 재활용을 맡고 있는 개인 사업체, 메이븐(Maven)이다. 이렇게 시민 외에도 4곳이 시라큐스의 재활용 문제에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OCCRA(
오크라)는 일종의 정부대행 기관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재활용 문제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오크라는 WM(쓰레기 관리)가 각 거주지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의 수거를 위탁해 대부분의 재활용 물품에 대한 처리를 도맡아 한다.
전자기기 같은 경우에는 오크라에서 메이븐으로 다시 넘어가게 된다. 여기서 정부는 오크라에 자금을 지원하고 WM와 더불어 일반 쓰레기 수거를 한다. 큰 사이즈의 쓰레기는 정부에서 담당하지 않고 오크라에서 처리하거나 다른 개인 산업체(메이븐이라던가)로 넘어간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 시민이 자신의 재활용 쓰레기가 어떻게 재활용이 되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이런 주먹구구식의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넘기는 과정으로 인해 불가능에 가깝다. 오크라에서는 또 다른 업체를 선정하고 그 곳에서 최종적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재활용 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하여간에 복잡하다.

보통의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재활용품 처리에 관련한 산업 혹은 과정은 상상이상으로 복잡하다. 

우리나라의 재활용품 처리 문제와도 연관된다. 열심히 재활용품 분리를 하지만 이 분리된 물품들이 그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행인지 이 곳의 재활용 공장은 상당히 최신식이라 내 손으로 분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분리되는 하나의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곳에 도착만 하더라도 재활용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곳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분리될 경우 요거트 병을 종류별로 분리한 것이 정말로 각자 다른 곳으로 가는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물론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원래 이 칼럼의 문패는 <뉴욕 에세이>으로 계획되었다가 나중에 <카페 아메리카노>로 그 이름을 바꾸었다. 원래의 계획은 뉴욕시에서 거주하면서 그곳의 학자들과 만나는 이야기들, 뉴욕시에서 살아가면서 갖게 된 생각들을 글로 쓰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뉴욕시에서 한 달을 지낸 뒤 거주지를 뉴저지로 옮기게 됨으로써 그 방향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뉴저지라 해도 맨해튼에서 다리 하나 건너 있는 곳에 숙소를 정했기에 생활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문패명의 변경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카페 아메리카노>로 문패명을 정하면서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어느 카페에서 카페 아메리카노를 시킨 뒤 크림과 설탕을 달라고 했다. 직원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하는 말이, 카페 아메리카노는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고 먹는 커피라고 말했다. “미국 사람들은 커피를 항상 블랙으로 먹잖아요.”라고 덧붙이며 말이다.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적어도 내가 만난 수많은 미국 사람들은 커피에다 우유나 크림, 혹은 설탕을 섞어 먹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생각난 일은 유학을 떠나기 전의 일이었다. 자동차의 변속장치에는 자동과 수동이 있고, 요즈음 우리나라에는 자동 변속장치가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유학가기 전에만 하더라도 수종 변속장치가 대부분이었다. 한 지인과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그는 미국 사람들은 90% 이상이 수동을 사용하고 있는데 당신은 유학을 간다면서 그것도 모르느냐고 나를 힐난하는 것이었다. 피차 미국 경험이 없었기에 어떻게 그걸 알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책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 사람들은 실용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름을 더 많이 먹는 자동 변속장치는 인기가 없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래서 나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수동 변속기가 있는 자동차를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실제로 미국의 모습과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칼럼에서 미국은 이런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 것이다. 내가 경험하고 바라본 미국이래야 한 단면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건국의 정신을 담은 미국의 모습이다. 이는 미국에서 근래에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공화주의 사상과 연관하여 더욱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이것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정의에 대해 강의하는 샌델.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는 사회 정의의 기본 원리라고 했다. 


지난 11월 초에 하버드를 들러 샌델 교수의 그 유명한 강의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이메일을 통해 만날 시간을 조정해 보다가 결국 그의 강의 시간 후에 잠시 대화를 하기로 했었던 것이다. 마침 내가 방문한 때의 강의는 존 롤스의 정의의 원칙에 대한 것이었다. 롤스는 자유도 중요하지만, 한 사회에서 약자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평등의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사회적 혜택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샌델도 이 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 

무엇보다도 샌델은 미국의 건국 정신을 공화주의로 승화시킬 것을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시민의 자유는 공동체의 자치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선거에 임해 자신의 선호도나 이익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고 후보자에게 표를 준다는 문제 이상의 것이다. 시민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운명을 다스리는 힘을 형성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시민들은 시민적 덕목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 덕목들은 위기에 처한 공동체와의 도덕적 유대, 동료 시민들에 대한 의무감, 공동선을 위해 사익을 희생하는 정신, 그리고 공동의 목적과 목표에 대해서 잘 숙고하는 능력 등을 포함한다. 정치가의 덕목은 이러한 시민의 덕목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들이 시민과는 별개의 존재일 수는 없다. 특히 정치가에게는 공동선을 위해 숙고하고, 자신의 이익을 초월하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정치가의 덕목이다.


                                                                                             정의에 대해 강의하는 샌델

지난번 칼럼에 소개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의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As a nation we’re founded on the belief that all of us are equal and each of us deserves the freedom to pursue our own version of happiness; to make the most of our talents; to speak our minds; to not fit in; most of all, to be true to ourselves. That’s the freedom that enriches all of us. That’s what America is all about. And every day, it gets better.

-하나의 국민으로서 우리는 우리 모두가 평등하고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의 방식대로 행복을 추구할 자유, 우리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유, 억지로 우리 자신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자유, 특히 우리가 우리 자신들에게 진실할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는 믿음위에 기초 위에 서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자유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 부분에 덧붙여진 “이게 바로 미국이다.”라는 말이 참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미국의 현실이 멋지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말로 추구해 온 가치가 선명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중심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어떤 미국을 이루어갈 것인가에 대한 신념이 표현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 특히 국회 예산안의 폭력적 통과와 통과된 예산의 문제점, 특히 복지 관련 예산의 삭감에 대해 들으면서 과연 우리가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또 그러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다시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의 그들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했다. 샌델이 말하는 덕을 가진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김선욱의 카페 아메리카노>는 3주에 1회 경향신문 본지 월요일자에도 연재 됩니다. 
블로그에서는 분량의 구애없이 좀 더 다양한 글과 사진을 싣고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과 덕을 가진 시민들의 민주주의>의 신문 버전(2010.12.13)은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사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한나 아렌트의 묘비


한나 아렌트의 무덤을 찾아서

  
내가 하버드 대학과 뉴욕 시에 위치한 뉴스쿨을 놓고 연구년을 지낼 장소로 고민하던 순간에 결정적으로 나를 이끈 것은 뉴스쿨이 가진 한나 아렌트와의 인연 때문이었다박사학위 논문을 한나 아렌트와 위르겐 하버마스라는 두 현대 사상가의 이론을 다루는 주제로 썼는데귀국을 해 보니 하버마스는 이미 한국에 많이 소개되고 연구된 반면에 아렌트는 거의 소개가 되질 않고 있었다그래서 나는 귀국 후에 아렌트의 저술을 번역하는 일에 관심을 쏟게 되었고다른 동료 교수들과 더불어 기울인 노력 덕분에 지금은 대부분의 아렌트 저술들을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나는 한국에서 아렌트 연구가로 자리매김이 되어 버렸다.

아렌트 컨퍼런스에 대한 비판

역시 뉴욕은 아렌트의 흔적을 많이 담고 있었다뉴스쿨에 있는 아렌트 도서관은 물론이고뉴스쿨의 철학 교수들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아렌트의 사상과 관련을 맺고 있었다이번 학기에 새로 부임한 이태리 출신의 여교수도 고전철학을 전공하는 가운데에도 아렌트의 철학을 자신의 신화 연구에 활용하고 있었다아렌트는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했었으나 그 가운데서도 뉴스쿨은 정년을 할 때까지의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장식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사회사상가이자 내 논문의 다른 주요 인물이었던 하버마스도 아렌트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두 사람은 1968년에 뉴스쿨에서 처음 만났고이후로도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으며, 1980년에 있었던 뉴스쿨의 졸업식에서 하버마스는 자신의 사상의 발전에 있어 아렌트에게 크게 빚진 바가 있다고 고백을 했다. (지금의 디자인 학교인 파슨스 등의 학교를 포함하면서 규모가 커졌지만 원래는 사회연구를 위한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라는 이름의 대학원 학교로 시작이 되었고지금도 이 뉴스쿨은 8개의 인문사회분야의 대학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번스타인 교수 댁에서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난 제롬 콘은 아렌트의 마지막 조교였다
함께 만났던 여성철학자 셰일라 벤하비브도 아렌트 연구로 명성이 높다그 저녁식사 자리에서 10월말에 있게 될 아렌트 컨퍼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그러자 벤하비브는 화난 표정에 높은 언성으로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아렌트 사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자기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참석자 명단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었기 때문에참석을 통보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그러나 벤하비브의 대답은 강경했다.


한나 아렌트 컨퍼런스는 
10월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바드 칼리지에서 열렸다바드 칼리지는 뉴욕주에 속해 있고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를 운전해야 도착하는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바드 칼리지로 가는 1시간 반 동안 창밖에는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가던 길에 한 컷.



아렌트 컨퍼런스가 열린 바드 칼리지의 올린 홀. 숲 속에 건물이 있다.


미국에서 대학의 랭킹을 말할 때 종합대학과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구분해서 말한다
미국인들 가운데는 종합대학보다는 학생수가 8백명에서 15백명 정도의 규모로 섬세한 지도를 해 주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바드 칼리지는 상당히 상위권에 랭크가 되어 있는 대학이다

바드 칼리지 캠퍼스 안에 있는 도로 주위의 단풍 모습


이 대학은 한나 아렌트의 남편이었던 하인리히 블뤼허가 전임으로 강의를 했던 곳이고
지금 그 두 사람의 무덤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다.

  
머무름과 나아감


바드 컬리지의 아렌트 연구소장 로저 버코위츠



컨퍼런스의 주제는 
비인간적 시대의 인간이었으며초인간적인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진 이 시대에 인간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중심 테마로 하고 있었다마침 올해는 바드 칼리지가 생겨난 지 150년이 되는 해였고이를 기념하기 위해 일년내내 인간적이라는 것(to be human)”이라는 테마로 각종 행사를 벌여오던 터였다문제는 이러한 주제가 정치사상을 핵심으로 하는 한나 아렌트와는 별로 주제적인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주제 강연을 한 이는 레이 커츠웨일(Ray Kurzweil)이었는데그는 유명한 미래학자이가 기술발전을 통한 인류 진보를 신봉하는 이였으며강연을 통해서도 내내 인류가 궁극적으로 단수성(singularity)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역설하였다단수성은 인간의 근본적인 복수성(plurality)를 주장하는 아렌트의 사상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컨퍼런스에서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미래학자 레이 커츠웨일


이 강연이 끝난 뒤아렌트의 마지막 조교였던 제롬 콘과 나는 강연장 복도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그는 갑자기 열을 내면서아렌트가 이 강연을 들었다면 10분도 채 되질 않아, “넌센스라고 말하고 뭔가 듣기 좋지 않은 말을 내 뱉은 뒤 자리를 떴을 것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강연을 조직했던 로저 버코위츠와 강연자 레이 커츠웨일이 지나가고 있었다그들이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던 것 같았다로저 버코위츠는 바드 칼리지에 있는 아렌트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며 일 년에 두 차례 열리는 아렌트 컨퍼런스를 중심에서 기획하고 있는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학자이다

아렌트의 조교였던 제롬 콘(사진 가운데)과 엔젤소프트 사장 데이빗 로즈(사진 오른쪽). 두 사람은 서로 반대의 입장에서 불꽃튀는 주장을 펼쳤다.


사실 컨퍼런스 자체는 모험적이긴 했으나 유익했었다후대의 사람들이 아렌트의 사상을 활용하면서 그의 사상적 범주 안에만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새롭게 봉착한 문제들에 대해 아렌트적 관점에서 해명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은 얼마든지 필요한 것이다특히 우리와 같은 입장에서는즉 서구와는 동떨어진 정치적역사적지적 전통과 환경 속에서 활동하는 입장에서는아렌트 자체에 충실하게 머무르면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의 정치적사회적 경험을 이해하고 또 우리의 문화와 환경을 발전시키는 데 어떤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그런 점에서 컨퍼런스에 대한 논란그리고 컨퍼런스 과정에서의 토론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나란히 자리에 앉았던 사람은 아렌트의 책을 독일어로 번역한 우르술라였다
레이 커츠웨일의 문제의 강연을 나란히 앉아 들으면서도 누군지 몰랐으나나중에 제롬 콘이 서로가 누구인지를 알려주었다우르술라는 특히 <한나 아렌트의 사유의 일기>를 독일어로 내어 유명한 사람인데이 책의 일부는 번역된 아렌트 유고집 <정치의 약속>의 후반부에 정치로의 입문이라는 제목으로 들어가 있다아주 흥미로운 내용의 아렌트 글 모음이다그녀 또한 이번 컨퍼런스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이면서도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첫째 날 오후에 있었던 제롬 콘과 데이빗 로스와의 패널은 정말 재미있었다
제롬 콘은 아렌트의 사상을 정확하게 요약하면서 자동화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문제로서의 인간의 잉여성 문제를 정확하게 비판하였다하지만 엔젤소프트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의 사장이자 기술문명 신봉자인 로스는 자동화가 우리사회에서 불가피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일들이 가능하게 해 줌으로써 인간의 삶의 질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인지에 대해 달변의 웅변을 토했다

하지만 청중들은 그러한 진보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따라서 비판이 쏟아졌다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생각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미래의 진보에 대한 신념을 흔들림이 없이 토로하면서 강연장은 시종 팽팽한 긴장 속에 있었다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
물론 결론은 없었고 토론은 평행선을 길게 그으면서 끝났으며기술문명의 진보론자들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경제적 이윤추구와 더불어 물질적인 힘도 더불어 장악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고 있지만 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차분히 문제점에 대해 성찰하고 비판점을 빠짐없이 건드려보는 느리고 낮은 자세를 보일 뿐임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이 되자, 청중들이 설치된 마이크 뒤로 길게 줄을 서서 차례로 질문을 했다.


우르술라는 내게아렌트라면 여기서 어떻게 말했을까고 물어왔다그녀가 바라는 대답은잠시 여기서 중지하고 생각해 보라자신의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이라는 것이었다물론이다바쁘게 움직이며 과학과 기술이 닦달하는 대로 쫓겨 정신없이 발명하고 응용할 것이 아니라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이것이 과연 악을 창출하는 것은 아닌지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을 도모하는 길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Think! 
하지만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저처럼 강력한 신념을 가진 이들이 빠져 있는 이론적,논리적 자기모순점은 무엇인지를 짚어내면서 그들의 한계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생각은 필수적이지만그 생각 속에서 무엇을 짚어내야 할는지를 개인의 차원에서 곰곰이 생각만 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논거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형태로 제시되고 논의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렌트 무덤을 찾아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아렌트의 무덤을 찾아보았다패널 토론과 주제발표가 이루어졌던 강연장 뒤쪽 숲으로 약 5분을 걸어가니 조그만 공동묘지가 나왔다학교 캠퍼스 안쪽에 위치한 조그만 동산의 숲에 있었다

아렌트 부부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 전경



우르술라의 안내로 묘지를 찾았다어느 무덤에는 커다랗거나 작은 묘비가 세워져 있었으나아렌트의 묘지에는 평면으로 된 묘비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남편의 묘비와 나란히

아렌트 부부의 묘비. 앞쪽 바닥에 누운 가운데 두 개의 사각형 묘비 중 오른쪽이 아렌트의 것이고 왼쪽이 남편의 것.


사람은 이렇게 죽어 땅에 묻혀 있으나
그가 남긴 말은 지금도 살아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깨치고 더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렌트는 말하는 사람을 신뢰할 것이 아니라말을 신뢰하시오.”고 말했다

남편 블뤼허는 바드 칼리지 학생들에게 “비관주의자들은 겁쟁이들이고 낙관주의자들은 어리석은 자들이다.”라고 종종 말했다아렌트는 스승인 야스퍼스의 말 “과거나 미래에 굴복하지 말라.중요한 것은 전적으로 현재를 충실히 고찰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평생 깊이 간직했다


한나 아렌트의 묘비


무덤 앞에는 작은 돌로 된 벤치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혼자서 무덤을 찾아 간다면공동묘지 우측 끝 가까이 있는 의자를 찾으면 될 것이다묘지 전체에는 이 돌로 된 벤치와 나무 의자가 유일하게 이곳에만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무덤 앞 돌 벤치에 앉아 보았다.



아렌트는 커다란 교통사고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당했던 일이 있었다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한 그녀는 당시 임종했던 교황 요한 23세가 임종시에 한 말인, “모든 말은 태어나기에 좋은 날이고모든 말은 죽기에 좋은 날이다.”라는 구절을 당시에 쓴 어느 글에서 인용했다

그녀는 또 이후에 후두염으로 고생하면서도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확실히 건강을 위해 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할 것이오.”라고 말했다그녀는 죽었으나 그녀의 말은 살아 있고 그녀는 무덤에 묻혔으나 많은 살아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무덤 앞에 앉아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바드 칼리지의 가을


바드 칼리지의 가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번 가을은 이상 기온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지난 여름에 이 지역에는 전과는 다르게 비가 많이 내렸고또 무척 더웠다그래서 나무 잎사귀들이 무성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이번 가을에는 바람이 비교적 많이 불지 않아 아름다운 단풍잎들을 나무들이 오래 간직할 수 있었다이상 기온이 가져다 준 특별한 선물이 이번 가을의 단풍인 셈이다.이곳에 사는 이들도 유난히 아름다운 올해의 단풍을 즐기고 있다


학생 기숙사 앞의 아름다운 나무


학생 기숙사 앞의 아름다운 나무



하지만 바드 칼리지는 좀 특별히 느껴졌다이렇게 아름다운 학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미국에 와서 수많은 학교들을 보았지만바드 칼리지처럼 자연 속에 건물들을 세워 놓으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캠퍼스가 꾸며진 경우는 처음 보았다

물론 과문 탓일 것이다
미국의 수많은 학교 가운데 내가 방문해 본 학교래야 열 개 남짓할 뿐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렌트 컨퍼런스가 열린 이때는 일 년 가운데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때밝은 햇빛 아래 물들어가는 단풍들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는 순간이었다더욱이내가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철학자 아렌트의 무덤그리고 그 정신이 살아 움직이는 컨퍼런스의 장면과 함께 기억에 남을 캠퍼스이기 때문에 내게는 더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드 칼지에서 1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래된 마을인 라인벡의 중심가.
 

라인벡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여관, 베크맨 암즈 인.



<김선욱의 카페 아메리카노>는 3주에 1회 경향신문 본지 월요일자에도 연재 됩니다. 
블로그에서는 분량의 구애없이 좀 더 다양한 글과 사진을 싣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무덤을 찾아서>의 신문 버전(2010.11.1)은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사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10.10.10. 혹은 350 이런 숫자가 함께 있는 경우에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훌륭합니다. 당신은 환경운동에도 적극적인 세계시민으로 인정하겠습니다.” 라는 것은 반쯤 농담이지만 반쯤은 사실이다.  그럼 지구(을 위한) 시간, 지구촌 불 끄기 운동 (Earth hour)는 어떤가? 이건 들어봄 직하다. 이 둘은 확실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 힌트가 있다면 350에 대한 어렴풋한 짐작은 가능할 것이다.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기후변화, 지구(혹은 지구촌), 시민 운동이 될 수 있겠다.

지구촌 불 끄기 운동은 WWF(world wildlife fund)가 시작해 간결하고 명확한 참여방법으로 성공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지구 기후 변화는 이제 사람들의 공동의 적이 되었으니 불 끄기 운동의 일차적 목표,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주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간결한 메시지의 한계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는데 불 끈 이후의 담론 혹은 현실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점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350.org의 운동은 좀 더 적극성이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이름부터(350)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알아봐야 하지 않은가.

350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CO2의 대기 중 농도가 백 만분의 350 파트(PPM)이상이 있을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급격히 발생해 인간에게 해를 미치게 된다고 하는 숫자이다. 현재 이산화탄소는 350 이상으로 대기에 존재하고 있으며, 쓰나미 같은 대형 재해의 가능성, 즉 인간에게 미치는 자연재해의 영향이 과거의 횟수나 파괴력에 비해 높아졌다. 그래서 350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이전의 이산화탄소 350 이하로 낮추고자 하는 시민 운동이며, 그것을 각국의 지도자들이나 정책가들이 이 위험에 대한 인지 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기후 변화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에 대한 논쟁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북극 근처의 항해가 가능해졌다던가) 에 대한 담론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 자체와 그 영향력에 대한 싸움은 언론과 학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 지루한 옳고 그름에 대한 싸움이 계속되는 순간에도 사람들이 기부하는 것 조차 죄책감이 들 정도의 자연재해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한 예로 최근의 파키스탄의 홍수는 너무나 끔찍했지만 그 전에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한 관심이 제대로 분산되지 못해 원조가 원활하지 못했다.  

 기후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즉 자연재해는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일어났다고 가장 정치적으로 오른 쪽에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가정해보자.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렇게까지 인류가 부유한 적이 있었는지 그렇다면 언제부터인지도 알아보자. 인류의 부유라고 해야 할지 미국의 중산층의 확산이라고 말해야 할지는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물자가 풍부한 이런 시기는 인류의 역사에 있어 5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사이 동안의 변화는 그 한 중간에 있는 우리들도 놀라울 정도다이런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걸까, 어딘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충족되지 않는, 어쩌면 미디어로 인해 강요된 것일지도 모르는, 그런  알 수 없는 행복이라는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결국 패러다임의 문제다. 인류는 확실히 조금 더 평등하게 그 부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그 것이 모두를 위한 행복의 길이라고 믿는 사람과, 그 부의 확산이 한쪽으로 몰리고 있으며 그 속도와 그 끝 혹은 행복함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같은 환경문제를 보는 관점은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니 사실 기후변화가 거짓말이면 또 어떤가? 감기약을 먹는 시기는 감기가 걸릴 것 같을 때 먹는 것이지 감기가 걸리고 나서 먹어봐야 소용없다. 꼭 지구의 모든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일어나야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라는 거다. 도대체 감기(감기 정도로 가벼우면 좋겠지만)에 걸려가면서까지 추구해야 하는 부()라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알고 보면 유치원생들도 알만한 간단한 일이다. 욕심꾸러기 할아버지는 벌을 받는다. 문제는 그 벌은 욕심꾸러기 할아버지 보다 흥부에게 먼저 간다는 것이지만.

350의 운동은 패러다임이 이렇게 다른 사람들 간이 어떻게든, 그 끈을 이어보고자 하는 시민운동이다.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습니다. 대화를 이런 패러다임에 대해서도 고려해봅시다. 이산화탄소, 한 번 350 정도는 유지해봅시다, 그 유지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을 생각해봅시다 태양광도 있지 않습니까 하고 유쾌하게 시민들이 먼저 정부에 말을 거는 운동이다. 시작한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꽤나 큰 규모로 그리고 많은 지역에서 단순히 전깃불을 끄는 것보다 조금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www.350.org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지금 살고 있는 Syracuse(시라큐스) Onondaga county(오논다가 카운티)에 포함되어 있다

카운티(county)’는 개념상 우리나라의 에 가까울까미국의 한 주의 크기가 한국의 크기만 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주 아래에 있는 카운티는 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한 번쯤은 들어본 오렌지 카운티같은 듣기만 해도 영어 느낌이 물씬 나는 카운티와는 다르게 어째서 여기 이름은 오논다가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오논다가(Onondaga)는 시라큐스(Syracuse) 근처에서 천 년 가까이 살아온 미국 원주민의 한 부족의 이름이다.호디노사오네(Haudenosaunee) 혹은 이로쿼이(Iroquis)라고 부르는 6개의 부족들의 일종의’ 연합 안에 있는 부족그룹이다
이 연합(league)은 보통 문화적 특히 의례를 공유하는 집단이며 의례는 이들의 삶의 방식에 있어 아주 중요한부분이다. 6개의 부족(nation) 오논다가를 포함모호크(Mohawk), 오네이다(Oneida), 카유가(Cayuga), 세네카(Seneca)  그리고 비교적 최근(이라고 해도 1700년대) 리그로 들어온 투르카노라(Tuscarora) 뜻한다.

 



여기까지가 백과사전식의 지식.

 하나만 미국에서 가장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원래  원주민들의 행사그들에게 풍요를  하늘과 땅과 나무와 꽃들과 우주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날이다.

시라큐스의 남쪽에서 보면 두 개의 언덕이 있고 그 사이에 오논다가 호수가 있다그리고 그 호수는 지난 몇 십 년간 최악의 수질에서 이제야 조금씩 복구되고 있다
그 곳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많은 호수들 중 그들의 터전이 가장 먼저가장 심하게 파괴됐다. 

환경재앙이나 문제는 항상 사회의 보이지 않는
(사실 보이지만계층 중 가장 아래에 있는 계층부터 그 값에 대해 대가를 지불한다가장 환경친화적으로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오논다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이다. 그들의 활동으로 이 호수의 실태가 조금씩 지역 내에 알려지고 원주민들의 권리에 대해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호수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아직도 오논다가 호수에 오염을 방출한 기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다

이 호수의 오염을 막아내기 위한 오논다가 사람들의 싸움은 토지권리(
Land right) 운동과 연관되어 있다.


오논다가 호수


오논다가 사람들은원래 자기네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 호수 일대 토지의 권리를 돌려 받고자 뉴욕 주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다. 
이후에 이주해온 다른 부족들은 카지노 등의 사업권을 받고 대부분 땅을 포기했다. 이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그런 사업권을 받는 원주민들은 상당수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쉽게 벌어들이는 수익과 잃어버린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알코올 등으로 중독된다

오논다가 사람들은 카지노 등 정부가 제시하는 거래에 응하지 않았다. 삶의
 터전이 원치 않는 환경 오염으로 파괴되는 것에 분노하며전통을 지키면서도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에 융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그 중심에 있는 것이 땅을 돌려받는 토지권리 운동이다.




기회가 있어 오논다가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부족의 어머니(clan mother)' 와 오논다가 토지권리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시민단체 NOON (Neighbor of Onondaga nation 오논다가 부족의 이웃들)의 회장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인터뷰는 주로 그들의 삶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지만땅의 권리에 대한 '무족의 어머니'의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말이 계속 생각났다. 

시간의 흐름은 사람마다 다르고 문화마다 다르고 부족마다 다릅니다우리의 시간은 시계에 있지 않아요.자연의 순리에 있습니다그래서 우리의 축제는 곧잘 이곳(미국)의 시간으로 생각해본다면 생산성 없이 너무나 오랫동안 진행되고몇 개월씩 가기도 합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요하지만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잖아요.
우리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몇 백 년간 살아왔습니다삶의 방법을 바꿔야 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시간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바꿔야지 이렇게 억지로 바꾸려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나라는 자유주의국가잖아요.아무도 다른 개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 간섭하지 않습니다그런데 우리는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우리가 오랫동안 살아왔던 터전까지 더렵혀지고 있고요
그들 식으로 말하자면 그들이 우리의 삶의 방법을 침범할 아무런 법적 이유도 없죠이러한 법적 근거로 우리의 땅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9 22연방법원은 그들의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덧>이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의 링크로:

http://www.peacecouncil.net/NOON/landrights.html

http://www.onondaganation.org/land/complaint.html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