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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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108

프랑스에 번지는 반소비주의 프랑스 사람들에게 애초부터 그런 기질이 없었던 건 아니다. 거리에 버려진 물건 주워서 쓰기 챔피언이고, 벼룩시장이라는 꼬질꼬질한 잡동사니 시장을 일찍이 관광지로까지 승화시키기도 했으며, 사는 것보다 뚝딱거리며 고치고, 만들어 쓰는 걸 좋아해서 백화점 지하가 통째로 자재 판매코너가 되기도 하는 브리콜라즈(집안의 목공일)의 천국이니까.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의 51%가 중고를 산 바 있다는 통계는 평소의 기질을 뛰어넘은, 급격한 사회적 흐름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에 충분하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경제위기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사회와소비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52%의 프랑스인들은 과거의 과시적 성향과 절연하고, 보다 ‘좋은 소비’를 열망하며 적게 소비하고자 하.. 2013. 6. 14.
축제가 된 첫 동성애자 결혼식 수많은 골짜기와 산등성이를 넘고 넘어, 드디어 프랑스에서 첫번째 합법적인 동성애자 결혼식이 지난 수요일 저녁(29일) 남프랑스의 도시 몽펠리에에서 열렸다. 사회당 출신의 여성시장 엘렌 만드루가 주례를 선 가운데, 몽펠리에 시청에서 치러진 이 역사적인 결혼식엔 50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고, CNN에서부터 러시아 방송에 이르는 234명의 기자들이 몰려와 이 멋진 순간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프랑스 첫 동성애자 결혼식을 치르게 된 몽펠리에시는 “프랑스에서 가장 동성애자에게 우호적인 도시”로 선언하고, 이날의 결혼식을 시민들의 축제로 만들었다. 이날의 주인공, 뱅상의 어머니는 “내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하다”라며 감격을 표현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우린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오늘은 축제의 날이다. 나는 내 아.. 2013. 5. 31.
프랑스 ‘문화적 예외 정책’ 시즌2 열릴까 지난 수요일, 제66회 칸 영화제가 빗속에서 개막되었다. 심사위원장에 할리우드의 대표적 아이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선정되고, 개막작으로 미국 영화 가 선정되었던 것부터, 이번 칸 영화제를 둘러싼 프랑스 영화계의 분위기를 심상치 않게 만들었다. 개막 이틀 전, 프랑스 문화부가 발표한 문화정책 개혁안 ‘문화적 예외’ 시즌2도 예사롭지 않았다. 개혁안이 현 프랑스의 문화 환경을 위협하는 주적(主敵)으로 미국 인터넷 관련 업체의 4대 공룡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화계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역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영화 관객수는 연 2억명을 돌파했고, 연간 제작 편수도 230편을 넘어섰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오스카상도 프랑스 감독과 배우들이 차지하기 시.. 2013. 5. 20.
사라져간 거리의 연인들 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거침없이 진한 애정표현을 주고받는 연인들. 눈앞에서 그런 광경이 펼쳐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제 갈 길 가는 지극히 쿨한 사람들의 모습은 파리지앵들의 자유로움과 개인주의를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센강변에서, 카페에서, 거리의 벤치에서, 움직이는 조각처럼 ‘연인’을 형상화하던 그들은 그러나 약 10년 전부터 조금씩 사라져가는 파리의 풍물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를 펴낸 정신분석학자 자크 앙드레는 지난 10년간 남성의 성에서 드러나는 뚜렷한 한 가지 현상을 ‘남성의 성이 여성화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여성의 해방에서 성해방은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며, 이는 또한 남성 내의 여성성에 대한 해방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남녀의 관계 맺기에서 일어난 변화의 주범으.. 2013. 5. 3.
이것은 관음증 민주주의? “파파라치 민주주의”, “야만적 사생활 공개”, “관음증 부추기기”…. 장관들의 재산을 최초로 공개한 후 쏟아져 나온 프랑스정가의 반응이다. 장관들의 재산공개는 제롬 카위작 전 예산부 장관의 해외 은닉계좌 고백 이후, 수습하기 힘들 만큼 실추된 사회당 정부의 도덕성을 만회해 보려 한 대통령의 특단 조치였다. 공개된 장관들의 재산목록을 들여다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생각보다 그들의 재산은 평범했다는 것. 그러나 과연 이게 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는 것. 그리고 정치권의 반응만큼은 아니었지만, 남의 사생활을 강제로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불편함이 없지 않았다는 것. 왜 지금까지 공직자의 재산이 금기에 부쳐져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들의 문화적 코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선 남의.. 2013. 4. 19.
프랑스를 뒤집어 놓은 카위작의 자백 목수정 | 작가, 파리 거주 2주 전 사임한 전 예산부 장관 제롬 카위작의 뒤늦은 자백이 프랑스를 발칵 뒤집고 있다. 그가 스위스에 계좌를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4개월. 그동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정치적 모함에 맞서 싸우겠다고 주장하던 그가 마침내 과오를 고백한 것이다. 이 아찔한 반전에 프랑스 정가는 물론, 사회당 정부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던 사람들까지 충격에 휩싸였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올랑드 대통령은 “그는 국가원수, 행정부, 의회 그리고 프랑스인 모두를 기만했다. 이는 공화국에 대한 모독”이라고 카위작의 뒤늦은 자백에 분노를 표했다.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결백을 주장하는 카위작 장관의 말을 대통령은 믿었다. 그는 국회에서도 “나는 과거에도, 또 지금 현재도 외국에 그 .. 2013. 4. 5.
프랑스 시민단체의 한국 재벌 안티 운동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bastille@naver.com 삼성의 기만을 고발하는 서명운동이 지난주에 프랑스에서 점화되었다. 지난 2월 말, 삼성을 법원에 고발한 프랑스의 3개 시민단체(인권법률가단체 쉐르파, 시민단체 ‘연대하는 민중’, 소비자단체 앵데코사-CGT)는 세계 전자업계의 거인인 삼성을 상대로 한 법정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인권법률가모임의 윌리엄 부르동 대표는 “지구 전체에 상품을 팔며,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소비자에게 자신을 선전해 온 삼성의 자기포장과 실제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분노할 만한 노동권 침해의 이중성을 바로잡기 위해” 서명운동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본격.. 2013. 3. 21.
스테판 에셀, 비처럼 쏟아진 오마주 목수정 | 작가, 파리 거주 의 작가 스테판 에셀이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 그를 향한 오마주가 프랑스 전역에 비처럼 쏟아졌다. 95년 동안 행복하고 환하게 타오르던 그 촛불이 꺼진 자리는 컸다.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메우느라 저마다 촛불을 하나씩 켜들었다. 지난 3년간,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이 남자는 가장 많은 사랑과 희망을 건네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죽은 날 바스티유 광장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들었고, 신문지면들은 온통 이 놀라운 인물의 생에 대한 저마다의 애틋한 술회로 넘쳐났다. 1917년 베를린생. 7살에 어머니를 따라 프랑스로 건너온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절친과 사랑에 빠져, 그가 살고 있는 파리로 이주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선택을 존중했고, 두 남자 사이의 우정은 건재.. 2013. 3. 5.
나흘 만에 끝난 낭트의 크레인 시위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프랑스 낭트, 한 40대 남자(세르주 샤르네)가 조선소의 고공 크레인 위에 올라갔다. 다음날 또 다른 남자가 연대를 위해 크레인에 오른다. 해고당한 수백명의 노동자의 복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혼 후, 전 아내가 데리고 있는 자신의 아이를 만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세르주는 전 아내의 동의 없이 아들을 두 차례에 걸쳐서 데려간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접견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세르주 등의 고공 시위 이틀 뒤, 총리는 법무부 장관과 가족부 장관에게 이들이 속한 ‘이혼한 아빠들의 협회’를 찾아가 이들의 요구를 듣고 대안을 논의할 것을 지시했고, 해당 지역의 시장은 아들을 만날 권리를 박탈당한 첫 번째 남자에게 당장 다음날, 법원의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즉석 청원서를.. 2013.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