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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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55

[기자메모] 외신 비판에 마구잡이 ‘반론’ 요구…추락하는 외교의 ‘격’ 뉴욕총영사관 관계자는 6일(현지시간)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비판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주간지 더네이션의 보도에 반론 게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두 언론사와 반론문 게재를 협의하고 있다”며 “만나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싶었는데, 더네이션 쪽에서 e메일로 보내주면 게재를 검토해보겠다고 해서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팀 셔록 기자는 지난 1일 더네이션 블로그에 올린 ‘한국에서 독재자의 딸이 노동을 탄압하다’라는 글에서 박근혜 정부가 노동자와 농민들의 정당한 집회를 과도하게 탄압하고 재벌이 원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셔록 기자는 7일 통화에서 “그들은 편집자에게 내 기사의 사실관계가 틀렸는지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고 기사가.. 2015. 12. 7.
공포와 근대국가라는 쌍생아 1588년 어느 날 영국 서남부의 맘스버리라는 내륙 시골마을에서 한 여성이 스페인 무적함대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놀라 아기를 조산했다. 아기는 훗날 “나와 공포(fear)는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한 토머스 홉스다. 홉스는 ‘길 가다가 누가 뒤에서 돌로 내려치면 어떡하나’ 같은 상상에서 시작해 평생 공포를 생각하며 살았다. 그에게 가장 큰 공포를 안겨준 것은 영국 왕당파와 공화파의 내전이었다. 안정적 정치체제가 필요했고, 결과물이 이다. 시민들의 계약에 의한 근대 주권국가 개념은 결국 공포와 함께 태어난 셈이다. 다시 공포가 배회하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벨기에에서 테러 모의가 적발돼 거리가 온통 얼어붙고,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연휴를 앞둔 미국 대도시 행인들의 표정에서도 두려움을 읽을 수 있다. .. 2015. 11. 24.
[특파원칼럼] 안보 무임승차론 “과거 트럼프보다 더한 공약을 내건 사람도 있었는데, 당선된 뒤 어떻게 했는지 잘 알지 않느냐.” 도널드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한 기자의 물음에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한 외교관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며 한 대답이다. 트럼프가 지미 카터처럼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내걸고 있지도 않거니와, 당적이 다르고 40년 시차가 있는 두 사람의 발언 배경을 비교하는 것은 여러 모로 맞지 않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군부와 관료조직은 그의 입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그대로 정책이 수립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보통 미국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회복지 전문 변호사인 티.. 2015. 11. 3.
자본주의 중심서 변화 시작 지난 9월26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눈길을 끄는 글이 실렸다. “서구 국가들이 카를 마르크스의 끔찍한 전망이 틀렸다고 입증하고 싶다면 중산층을 어떻게 살릴지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 글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전기작가 찰스 무어가 기고한 글이다. 무어는 대처의 유족으로부터 다른 전기작가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자료들을 제공받아 책을 써서 ‘공인된’ 전기작가로 불린다. 글은 1987년 대처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나눈 대화에서 시작한다. 고르바초프가 ‘가진 자들을 대변하면서 사람들에게 누가 진짜 권력을 갖고 있는지를 숨긴다’며 대처를 비판했다. 대처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가진 자들로 이뤄진 사회이지, 가진 자 계급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모든 사람들을 가진 .. 2015. 10. 13.
‘트럼프현상’의 이면 요즘 워싱턴 정가의 관심사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의 높은 지지율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이다. 6월16일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이라고 부르며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성마른 이 부동산 갑부가 오래 못 갈 줄 알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공화당의 초반 경선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대중유세와 TV토론을 거치며 그의 언행은 계속 논란이 됐다. 이민자들을 범죄시한 데 이어 베트남전 포로 출신인 존 매케인을 영웅으로 볼 수 없다고 하는가 하면, 여성앵커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 한국이 잘살면서 왜 계속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느냐며 미국인들 세금을 다른 나라 지켜주는 데 쓰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도 했다. 논란이 일수록 그의 인기는 치솟았고 두 달 이상 공화당 후보 여.. 2015. 9. 22.
노동개혁을 한다고요? 지난달 27일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본사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 인정 결정은 그 중요성에 비해 국내의 다른 매체들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은 감이 있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그 내용을 상세하게 짚으려고 한다. NLRB는 우리로 치면 노동 관련 분쟁을 심사하는 준사법 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해당한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의 폐기물 처리 업체 브라우닝페리스 산업이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인력회사에서 파견받은 노동자 60여명의 본사 노조 가입을 막으려 하면서 불거졌다. 브라우닝페리스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조원으로 받으려 했지만, 사측은 이들의 노조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NLRB의 지방사무소는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 2015. 9. 1.
[기자메모]미·쿠바도 악수하는데… 서울·평양 ‘시간마저 따로’ 세계에서 쿠바와 수교하지 않은 마지막 남은 두 나라 중 한 곳의 기자가 쿠바에 들어가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취재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주재 쿠바이익대표부(7월20일부로 대사관이 됐다)와 멕시코의 쿠바대사관을 오가며 두 달 가까이 시간을 바쳤지만 결국 허사로 그치고 관광비자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직 미국-쿠바 직항편이 여의치 않아 멕시코를 통해 입국하는 데에는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이방인들에게 이렇게 호의적이지 않은 나라에서 과연 취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막상 들어가니 싹 사라졌다. 이 름을 밝히고 인터뷰에 응할 뿐 아니라 집안을 보여주고 타고 가던 말까지 선뜻 내놓는 쿠바인들의 열린 자세에 놀랐다. 이렇게 놀기 좋아하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어떻게 54년간 가혹한 제재를 참고.. 2015. 8. 13.
“중, 북한에 핵우산을”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황당 제안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15일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서 도발적인 제안을 했다. 황 총장은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한·미동맹과 동북아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국제사회의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이 실패했다”며 “중국의 대북 핵우산 제공이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전략적 맥락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어서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듯이, 북한도 중국 핵우산 아래에 있다면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참석자들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사회자가 의견을 물어도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토론회 후반부에 한 방청객이.. 2015. 7. 16.
앵무새 죽이기와 인종주의 하퍼 리가 이후 55년 만에 처음 내놓는 소설 이 야단스러운 ‘스포일러’와 함께 미국 시간으로 14일 서점에 깔린다. 의 초고에 해당하는 은 58년 전 ‘완전히 다시 썼으면 좋겠다’는 출판사 편집자의 권유로 사장됐지만 최근 재발견되어 출간하게 됐다. 지금은 없어진 리핀코트 출판사의 편집자 테이 호호프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을 출간하지 않은 이유로 “완성된 소설이라기보다 일화의 나열 같았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하퍼 리가 50대 후반 베테랑 편집자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2년여 집필을 거쳐 내놓은 책이 다. 초고의 20대 여주인공은 여섯 살 소녀가 되어 홀아버지, 오빠와 함께 앨라배마주 시골마을에서 살았던 시절을 회고했고, 화자는 전지적 작가에서 1인칭 주인공으로 바뀌었다. 이 소설은 1962년 같은 이름.. 201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