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윤희일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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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윤희일의 특파원 칼럼47

[특파원칼럼]신조어 비판보다 급한 일 최근 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순수문학상 중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은 여류소설가 무라타 사야카(村田沙耶香·36)는 편의점 점원이다. 무라타는 18년 동안 같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오고 있는 36세 독신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으로 이 상을 거머쥐었다. 편의점은 작가 무라타에게 삶의 터전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처럼 편의점에서 매주 3일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다. 일본에는 무라타처럼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꽤 많다. 정규직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형태로 일을 하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프리터’라는 용어까지 존재한다. 무라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 등에서 일하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뭘까.. 2016. 8. 24.
[특파원칼럼]트램이 정답이다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살고 있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ㄱ씨는 트램(노면전차)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1945년 8월6일 아침, 미국은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했다. ㄱ씨는 당시 원폭 투하 지점에서 약 1.8㎞ 떨어진 곳을 달리고 있던 트램 안에 있었다. 12살이던 그는 트램 덕분에 살아났지만, 밖에 있던 사람들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숨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ㄱ씨는 트램을 아주 좋아한다. 트램이 단순히 자신의 목숨을 지켜준 존재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트램이 이용자들에게 최고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과 같은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없이 편리하다는 사실을 그는 오랜 삶을 통해서 알고 있다. 사실 히로시마는 대중교통수단의 전시장 같은 곳이다. 고속.. 2016. 8. 4.
개헌의 ‘개’도 안 꺼낸 아베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 기간 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연설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타고난 정치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연설은 대중을 휘어잡는 힘이 있었다. 자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아베 총리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가 쏟아낸 말들은 청중의 가슴속을 팍팍 파고들었다. ‘아베노믹스 덕분에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앞으로도 계속 밀어달라’는 식의 연설문에 이렇다 할 ‘내용’은 없었지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몇 마디 단어에 실어 보내는 능력은 뛰어났다. 지난해 그가 미 의회에서 행한 외교용 연설과는 달랐다. 아베 총리의 당시 영어 연설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부인 아키에 여사에 따르면 그는 밤새 연설 원고를 외우면서 연습을 했다고 하는데 그가 보여.. 2016. 7. 13.
걸그룹과 도쿄도지사 지난 18일 일본에서 인기 걸그룹 AKB48의 ‘총선거’가 열렸다. 이번 총선거에는 AKB48뿐 아니라 후쿠오카(福岡)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HKT48 등 일본의 각 지역 자매그룹 멤버 272명이 입후보했다. 후지TV의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는 HKT48의 멤버인 사시하라 리노(指原莉乃·24)가 24만3011표를 획득,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AKB48이 8월에 내는 싱글 앨범 곡을 부를 멤버를 뽑기 위해 열린 이번 선거에서는 이 그룹의 기존 싱글 앨범을 구매한 팬들이 투표했다. 득표수 상위 16명에게는 싱글 곡을 부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됐다. 걸그룹 앨범의 노래를 부를 가수를 인기투표로 선정하는 데 대해 시비를 걸 수는 없다. 걸그룹이 소속된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팬들의 인기를 반영해 .. 2016. 6. 22.
씁쓸한 ‘오코노미야키’ 뒷맛 일본 히로시마(廣島)는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로 유명한 곳이다. ‘오코노미야키’라는 말은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를 자유롭게 넣어 부쳐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 음식은 우리나라의 부침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넣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 뿌려 먹는 소스(양념)의 맛 등은 상당 부분 다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가 있는 동안 오코노미야키를 매일 먹었다. 바쁜 일정 속에 빨리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주문하면 바로 음식이 나오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다녀간 지난 27일 밤에는 히로시마의 명소로 ‘오코노미야키 골목’을 뜻하는 ‘오코노미야키무라(村)’를 찾았다. 오코노미야키로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 2016. 6. 1.
정신 바짝 차린 일본 어린 시절 당연히 한국에서 만든 것으로 여기고 본 등 유명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일본제였다.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내가 느꼈던 배신감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학창 시절 읽은 상당수 서양 문학 작품이 일본어로 먼저 번역됐다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TV 등 가전제품은 일제가 최고였다. 삼성전자나 금성사(LG)의 TV가 일반적일 때 소니TV가 있는 집에 가면 기가 죽곤 했다. 당시 소니TV는 요즘 독일제 자동차 이상의 고급스러움으로 다가왔다. 2003~2004년 일본에서 생활할 때 일본 가전제품 매장에서 한국의 TV나 냉장고, 세탁기가 싸구려 특판행사에나 나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쓰렸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일본에서 드라마 , 그러니까 가 크게 히트.. 2016. 5. 10.
지진과 일본인 3박4일이었지만, 정말로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지진은 하루에도 100차례 이상 반복됐다. 진동이 심할 때는 땅바닥에 앉아 기사를 써야 했다. 잠을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익숙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지진은 아무리 해도 내 몸과 친화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어지러웠고, 공포는 커졌다. 빨리 현장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의 일본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늘 웃음을 잃지 않았고, 멀리 이국 땅에서 온 취재진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집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한 노부부는 슬픔을 애써 삼키면서 지진 당시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현장에서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은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고, 모든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피난소.. 2016. 4. 19.
‘두 얼굴’의 일본 계적으로 일본은 ‘치안이 좋은 나라’로 꼽힌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들은 심야에도 별다른 걱정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일본의 거리를 좋은 점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의 치안이 실제로 좋기만 할까. 요즘 벌어지는 야쿠자(폭력조직) 사이의 분쟁 상황을 안다면, ‘치안이 좋은 일본’이라는 말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바라기(茨城)현 미토(水戶)시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최근 경찰관·교직원·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집단등교를 했다. 통학로에 위치한 야쿠자의 사무실에서 조직 간 충돌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조직의 사무실 건물에서는 5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됐고, 일부 총탄은 유리를 관통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주차장에서는.. 2016. 3. 29.
후쿠시마 사람들의 ‘혼네’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5주년(11일)을 앞두고 일본 후쿠시마(福島) 지역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후쿠시마 사람들은 처음에 보통의 일본인들처럼 입을 잘 열지 않았고, 속마음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 등 원전사고의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은 한결같이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사능 오염으로 정든 고향을 떠나 살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물으면 많은 사람들은 “곧 좋아질 것”이라며 희망과 “곧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표시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후쿠시마 현지에서 반정부 시위 같은 것이 열린다는 소식은 없었다. 도쿄(東京) 등 대도시에서 환경단체 등에 의한 반원전, 반정부 시위가 가끔 열리지만 현지는 .. 2016.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