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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578

한자 문맹과 ‘화성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건군 92년 동안 네 차례 전군운동회를 열었다. 첫 회는 건군 25주년을 맞은 1952년 8월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출전한 선수만 1800명, 관중은 7만명에 달했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같은 국가 지도자까지 참석한 이 운동회에는 기괴한 규칙 하나가 적용됐다. 달리기 선수들이 신호총 소리가 아니라 ‘글씨’로 출발한 것이다. 출발선에 쪼그려 앉은 선수들은 규정된 글씨를 올바로 쓴 것을 확인받은 후에야 달릴 수 있었다. 달리기 실력이 아니라 한자 수준으로 순위가 갈린 셈이다.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이유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문맹’이었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직후 5억5000만명 인구 중 80%에 해당하는 4억명이 문맹이었다. 1953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문맹탈출’ 기준을.. 2019. 10. 23.
“모두 달라 좋다”구요? “모두 달라서, 모두 좋아.” 일본 동요시인 가네코 미스즈(1903~1930)의 시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의 마지막 구절이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과 역할이 있는,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90년 전쯤 지어진 이 시를 알게 된 것은, 놀랍게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난 4일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을 통해서였다. 아베 총리는 “모두 달라서, 모두 좋아”라는 구절을 언급한 뒤 “새로운 시대의 일본에 요구되는 것은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서로 인정해 모든 사람이 그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듦으로써 저출산·고령화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지역구 야마구치(山口)현 출신인 가네코의 시구를.. 2019. 10. 14.
중국 첫 ‘공화국 훈장’ 수훈자의 비밀 건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이 국가 훈장인 ‘공화국 훈장’을 처음 수여했다. 중국 건설과 발전에 공헌한 인물들에게 주는 최고 영예다. 8명의 수여자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선지란(申紀蘭·90)이다. 선지란은 평생 농촌개혁에 앞장서왔다. 고향인 산시성 핑쉰현 시거우촌에서 당 간부에 임명됐지만 30년간 월급을 받지 않았다. 관용차량도 거절하고 버스를 탔다. 출장에 가면 가장 싼 여관, 가장 싼 음식을 찾았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선지란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과 김일성 북한 주석 같은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도 그와 만났다. 지난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100인의 개혁선봉 표창 수상자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최고 영예.. 2019. 10. 2.
도쿄 올림픽과 ‘오모테나시’ “오. 모. 테. 나. 시.”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위원인 아나운서 다키가와 크리스텔이 손동작에 맞춰 한 음절씩 끊어 말한 ‘오모테나시’ 연설이 화제를 모았다. ‘오모테나시’는 특별한 대접을 뜻한다. 다키가와는 “오모테나시는 손님을 마음으로부터 맞이한다는 깊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연설은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모테나시’는 그 해 일본 유행어 대상에 올랐다. 다키가와는 지난달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과 결혼을 발표했다. 그렇게 유치한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1년이 채 안 남았지만, ‘오모테나시’ 전선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줄곧 지적돼온 폭염 등 날.. 2019. 9. 17.
중국의 불안감과 애국심 중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톈안먼(天安門) 일대는 지금 ‘공사 중’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초상화가 걸린 톈안먼 맞은편에는 붉은색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근처에 위치한 첸먼(前門)도 새 단장이 한창이다.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이곳 톈안먼 일대에서 역대 최대 9만명이 동원된 대규모 연습이 진행됐다. 다음달 1일 이곳에서 열리는 중국 건국 70주년 경축 행사와 열병식, 퍼레이드 합동 연습이 처음 치러진 것이다. 관영 매체들은 분위기 띄우기에 분주했다. 인민일보, 신화통신은 앞다퉈 “이번 연습이 질서 정연하게 조직되고 예상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국경절 경축 행사를 성대하게,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베이징 인근 경비는 물론 온라인 통제가 한층 강화됐고,.. 2019. 9. 11.
‘한국 때리기’의 구조 “요즘 뭐가 잘 팔리나?” “당연히 ‘한국 때리기’지.” 이달 초 도쿄 중심가에서 우연히 듣게 된 대화 내용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각의(국무회의) 결정하면서 한·일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던 때였다. 대화 내용으로 미뤄볼 때 언론·출판계에서 일하는 이들인 듯했다.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이런 대화를 하는 데 놀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요즘 일본 매체들의 ‘한국 때리기’는 도를 더하면 더했지, 전혀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여론에 영향이 큰 방송의 행태가 가관이다. 최근 한국에서 공분을 산 화장품기업 DHC의 자회사 ‘DHC TV’의 역사 왜곡과 한국 비하가 공중파 방송에까지 번진 모양새다. 뉴스나 연예 정보 등을 가볍게 다루는 .. 2019. 8. 28.
홍콩 민주화 시위의 ‘속살’ 올여름, 중국 대륙은 드라마 으로 뜨거웠다. 새로운 줄거리는 아니다. 당나라 수도 장안성에 자객들이 침투해 장안성이 위험에 빠지자 군인 출신 사형수를 비밀 투입해 위기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옛 시간 단위 ‘시진’을 끌어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미국 드라마 에서 구성을 따온 듯한 이 드라마가 ‘중국판 짝퉁’으로 전락하지 않은 것은 철저한 역사 고증 덕분이다. 시간적 배경이 되는 정월대보름의 풍속을 상세히 묘사하고 당나라 시대 화장법과 복식 등은 원형에 가깝게 고증했다. 단순한 역사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찬사가 나왔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기록을 근거로 제시한다. 직책이나 풍속을 설명하는 자막이 유독 많다.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했지만 정사(正史)만 따르지는 않았다... 2019. 8. 21.
톈안먼과 조기 29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국기게양대에는 오성홍기가 깃봉에서 한참 내려와 달려 있었다. 지난 22일 사망한 리펑(李鵬) 전 총리의 영결식이 이날 치러졌다. 톈안먼 광장의 조기는 오롯이 리 전 총리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게양됐다. 리펑 전 총리. 그는 ‘톈안먼 학살자’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인 톈안먼 사태 때 그는 총리였다. 계엄령을 선포했고 탱크를 앞세운 군부대를 투입했다. 중국 당국이 밝힌 희생자는 수백명이지만, 1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이 톈안먼에서 사라져 간 지 30주기 되던 6월4일, 중국 당국은 톈안먼 광장의 경계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어떤 추모 행사도 열리지 못했다. 중국 영토 중에서는 겨우 홍콩에서만 톈안먼 희생자를 기.. 2019. 7. 31.
트럼프의 백인 정체성 정치 미국 사회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멜팅폿(melting pot)’이다. 인종의 용광로, 즉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란 의미다. 강대국 미국에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스타벅스를 가도, 동네 마트를 가도, 영화관을 가도 뜻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언어가 들린다. 나의 두 아들은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립학교를 공짜로 다녔다. 초등학생 둘째 아들은 같은 피부색의 일본, 베트남 친구와 자주 어울렸지만 프랑스 여자 친구도 있었다. 큰아들은 공립학교이지만 인도, 중국 출신 학생들이 대부분인 고등학교에 다녔고 점심시간 식당에는 카레 냄새가 가득했다. 인종적 다양화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가 2018년 미국 인구통계를 인종별로.. 2019.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