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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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종전선언에 외교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있다는 설은 있으나 봤다는 사람이 없는 게 도깨비불이라더니 지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이 그 상황이다. 정부는 종전선언이 마치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며 시대적 소명인 듯 당위성을 내세우면서 이 문제에 대해 미국과도 거의 합의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거의 다 됐다는 그 합의가 당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종전선언인지, 달라진 형태인지,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남·북·미·중이 모두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면서도 ‘북한이 호응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종전선언이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주장과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정치적 계산으로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비난이 오간다. 국민들은 뭐가 뭔지 모를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 2021. 12. 17.
한반도 평화 노력의 결과가 왜 군비경쟁일까 임기 내내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으되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결과물은 결국 ‘군비경쟁’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 진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 정착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문재인 정부였기에 이 같은 결말은 잘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비친 한반도의 현실이 그렇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이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북한도 이에 뒤질세라 SLBM을 발사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외신들은 ‘한반도 군비경쟁 시대’를 언급했다. 지난달 19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대해서도 세계는 남북 간 군비경쟁에 미칠 영향과 북한의 반응에 주목했다. 남북 최고지도자들의 최근 언급도 군사력 증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위력.. 2021. 11. 5.
이제 ‘파이로프로세싱’의 진실을 말해야 할 때 한·미 원자력연료주기공동연구(JFCS) 운영위원회가 지난 1일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재처리)에 대한 보고서를 승인했다. 10년 공동연구의 결과물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파이로프로세싱을 승인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이 보고서는 오히려 파이로프로세싱이 핵연료 재활용과 핵폐기물 저감 등에 이용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고서 공개 대신 설명자료를 통해 “보고서에 파이로프로세싱의 타당성 등에 대한 결론은 포함되지 않았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들어 있다”고 했다. 연구결과 보고서도 공개하지 않고 추가 연구를 제안한 것은 곧 실패를 의미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10년 전에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2021. 9. 24.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의 꿈’은 왜 실패했나 2018년 2월10일 김여정 당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특사로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김 부부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신영복 교수가 쓴 ‘통(通)’이라는 휘호와 한반도 모양을 옆으로 누인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을 함께 걸어 ‘통일’이라는 글자를 완성한 배경 앞에서다. 이 사진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통일은 국가 대 국가의 ‘통일(統一)’이 아니라 소통하고 협력하고 왕래하는 ‘통일(通一)이다. 국가적 통일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고 후유증도 크기 때문에 전 단계로 군사적 긴장을 늦추고 평화를 구축해 교류협력을 시작한 뒤 동질성을 회복하면서 공존·상생하는 길.. 2021. 8. 20.
정상회담 불발이 보여준 ‘한·일 현주소’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에 참석해 한·일 정상회담을 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한·일관계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일 모두에 불행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일본 방문 계획을 철회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일본의 경직된 태도와 주한 일본대사관의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 막말을 무릅쓰고 일본을 방문하는 것이 모양 사나워서가 아니다. 강행했더라면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일은 정상회담의 형식과 성과 등을 놓고 감정적인 공방을 벌였다. 소마 공사 막말 파문으로 국민감정은 더욱 악화됐다. 정상회담 성과는커녕 환대를 받기도 어려웠다. 또한 국내적 여론을 의식해 회담 실패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비난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 2021. 7. 23.
북핵 문제 돌파구를 위한 대러시아 외교의 중요성 지난 16일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은 예상대로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회담을 의도적으로 긍정 평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은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인생에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불빛만 지평선 너머에 있을 뿐’이라는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신뢰의 불빛을 봤다”고 했다.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는 회담을 이같이 평가한 것은 양국 모두 ‘냉전 이후 최악의 상태’인 미·러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세계질서를 양분했던 구소련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세계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주목한 것은 양국관계의 변화가 세계.. 2021. 6. 25.
아직은 바이든 대북정책을 환영할 때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공개한 새로운 대북접근법을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라고 표현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외교적 방법’을 통해 북한의 핵위협을 ‘단계적으로 감소’시키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실제 내용은 단계적 접근법이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됐던 외교적 해법의 대부분이 단계적 접근법이었다. 1994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나 2005년 6자회담 참가국의 9·19 공동성명이 대표적이다. 단계적 접근법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행 과정에서 정권 교체와 같은 국내 정치적 환경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시작하기가 쉽고, 일단 시작하고 나면 외교적 노력이 진행 중임을 내세워 정치적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게.. 2021. 5. 21.
북·미 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난의 행군’이다. 그는 지난 8일 6차 세포비서대회 폐회식에서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북한 상황이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대외전략·경제·내부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김 위원장의 직접 언급과 북한의 발표 등을 통해 이미 드러나 있다.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의 계획은 미국과의 협상, 경제 회복, 내부 장악력 등 모든 분야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고난의 행.. 2021. 4. 16.
억지 명분으로 분담금 더 주는 게 동맹 강화인가 제11차 한·미 SMA(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올해 한국은 이전보다 13.9% 늘어난 1조1833억원을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또 향후 5년의 협정 유효기간 동안 매년 국방비 증가율만큼 분담금을 더 내도록 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중기국방계획에 따라 해마다 평균 6.1%의 국방비를 올리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은 ‘한국은 매년 분담금을 6~7%씩 늘리기로 한다’는 문장을 협정문에 명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결과 협정 마지막 해인 2025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했던 50% 증액이 이뤄지게 된다.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5년 뒤로 미뤄 들어주는 셈이다. 국방비 증가율을 연간 분담금 변화에 연동시킨 것은 명분도 근거도 없다. 따라서 전례도 없다. ‘국방비 연동’ 이유에 대해 정부.. 2021.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