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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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2036

[경향의 눈] 푸틴발 핵전쟁 위험, 어떻게 막을 건가 “우리는 사고나 오판, 광기에 의해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가장 가느다란 실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핵검(核劒) 아래에 살고 있다. 전쟁 무기들이 우리를 없애기 전에 그것을 없애야 한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1년 유엔 총회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연설 속 ‘다모클레스의 핵검(a nuclear sword of Damocles)’은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우스와 신하 다모클레스의 일화에서 유래된 ‘다모클레스의 칼’을 빗댄 말이다. 디오니시우스는 권력과 부를 부러워하는 다모클레스를 화려한 잔치에 초대해 한 올의 실에 매달아 놓은 칼 밑에 앉혔다. 권력자의 운명이 언제 떨어질 줄 모르는 칼 밑에 있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케네디는 ‘다모클레스의 칼’을.. 2022. 10. 20.
이란인 이웃의 한숨 매일 아침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눈인사를 나누던 학부모가 이란 출신이라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석연찮은 죽음이 촉발한 시위를 두고 그는 “2009년(녹색운동)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좀 더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연에서도 이란계 미국인의 목소리를 접했다. 청중 질문 기회가 주어지자 순식간에 학생 십수 명이 마이크 앞에 줄을 섰다. 두번째 질문자로 나선 이란계 여학생은 “미국이 어떻게 이란 정권에 책임을 물을 계획인가”를 따져물었다. 조 바이든 정부는 과연 미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이란인들에 응답할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2009년 이란 시위.. 2022. 10. 19.
스웨덴이 마주한 정치 양극화 지난 9월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은 스웨덴 정치사에 길이 남을 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좌파 정당 연합과 우파 정당 연합 간 치열했던 접전으로 인해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가 엇갈렸으며, 극우 성향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제2정당으로 도약해 스웨덴 정치의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349석 가운데 우파 정당 연합이 176석을 가져가 사회민주당의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좌파 정당 연합 173석보다 3석 앞섰다. 지난해 11월 스웨덴의 첫 여성 총리가 됐던 안데르손 총리는 총선 결과에 승복하고 사퇴했으며 2014년 총선 이후 올해까지 장기 집권을 이어왔던 사민당 주도의 좌파연정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은 30.3%(107석)의 득표율로 제1 정.. 2022. 10. 12.
엔데믹 시대의 ‘갈라파고스’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貴州)성에서 지난달 18일 새벽 버스 1대가 전복됐다. 버스에는 구이저우성 성도 구이양(貴陽)을 출발해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첸난부이족먀오족자치주 리보현으로 가던 주민 45명과 운전기사 등 47명이 타고 있었다. 27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였다. 인명피해도 인명피해지만 중국 내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사고 버스는 코로나19 격리 대상자들을 다른 지역의 격리시설로 이송하던 중이었다. 중국은 아직도 감염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밀접 접촉자는 물론 2차 접촉자까지도 시설에 강제 격리시키는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취하고 있다. 사고 당시에도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감염자와 같은 동에 사는 주민들이 시설로 이송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22. 10. 4.
[국제칼럼] 두려워하라! 우린 모두 함께다 “나도 아미니처럼 죽을 수 있었어요.” 최근의 시위 상황을 묻는 나에게 20대 이란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왜 2022년 이란의 민중들은 거리에서 히잡을 태우고, 총성 앞에서도 분노의 목소리를 거두지 않는가? 히잡을 적절하게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이란 내 쿠르드 소수민족인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이란 전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남녀노소, 쿠르드 민족, 버저르 시장 상인들과 대도시의 상류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민족과 계층을 아우르는 가장 큰 시위라 할 수 있다. 이란에서 여성들에 대한 이슬람식 복장과 히잡에 대한 단속은 일상적이다. 매번 거리를 나갈 때마다 여성들은 자신의 옷매무.. 2022. 9. 28.
[여적] 여자 무솔리니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대표이자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조르자 멜로니가 26일(현지시간) 로마의 Fdl 본부에서 연설한 뒤 ‘고마워요. 이탈리아’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마 | AFP연합뉴스 파시즘은 이탈리아에서 싹텄다. 파쇼(fascio)의 말뿌리도 이탈리아어(묶음·단결)다. 1차 세계대전 후 극심한 사회갈등에 넌더리가 난 이탈리아 민심을 간파한 베니토 무솔리니가 ‘로마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1922년 검은 셔츠단을 이끌고 ‘로마 진군’ 쿠데타를 일으켜 20년 이상 극우 독재를 했다. 두체(Il Duce·지도자)로 불리던 그는 1945년 민중에 의해 처형됐지만, 독일과 달리 이탈리아에서는 역사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명맥을 유지하던 이탈리아 파시즘이 ‘로마 진군’ 100년 .. 2022. 9. 27.
한·미 확장억제 실행 방안 논의가 의미하는 것 한·미가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4년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갖고 북한의 핵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이 제공하는 전략자산을 더욱 확장된 규모로 적시에 한반도에 전개하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하기로 약속하고 EDSCG를 정례화함으로써 억제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협의의 틀을 마련한 것을 성과로 꼽고 있다. 한·미가 확장억제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해 ‘플랜B’를 가동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년간의 북핵 외교는 철저히 실패했으며 북한은 이제 남한을 전술핵으로, 미국을 전략핵으로 위협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미국의 핵우산으로 북한의 핵공격을 막는다는 개념적 .. 2022. 9. 23.
[여적] 푸틴의 동원령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군동원령 반대 시위에 참석한 한 남성이 경찰에 잡혀 끌려가고 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7개월 만에 최악의 패배를 맛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대응책을 내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지난 21일(현지시간)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전면 동원령은 군 경력이나 전쟁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을 징집할 근거가 된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4개주에서 러시아와의 병합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은커녕 확대될 위기에 처했다. 푸틴에게도 동원령은 고민거리였다. 러시아 내 강경파들은 지속적으로 동원령을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푸틴은 수용하지 않았다. 자칫 국내의 반전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 2022. 9. 23.
요소수·전기차 사태의 공통점 지난해 11월 중국발 요소수 수급 파동이 불거지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각종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내놓았다. 중국 등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 가동, 각 부처 내 경제안보·공급망 전담 태스크포스(TF) 설치, 첨단 품목 등의 수입 다변화 및 국내 생산기반 확충…. 그 무렵 만난 고위 당국자는 “경제안보 제1과제인 대중국 의존도 줄이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중국보다 더 강력한 패권국을 진원지로 하는 경제·통상 이슈가 밀려들고 있다. 경제안보 시대를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돌파하겠다던 윤석열 정부는 대미 외교의 공력을 온통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대응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실무·고위급을 망라한 정.. 202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