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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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2036

[국제칼럼] 두 여성에 들썩인 영국 지난주 영국은 두 여성에 대한 뉴스로 가득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왕좌를 지킨 엘리자베스 2세의 죽음과 영국의 첫 40대 여성 총리인 리즈 트러스의 등장은 전 영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오랜 재위기간 동안 정치적 권한이 없는 한계 속에서도 영향력과 존재감을 뽐냈다. 영국뿐 아니라 전 영연방 국가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함과 동시에 대중과 가까이하며 ‘유명인사’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여왕은 재위기간 중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와의 관계 강화에 힘쓰고 정치적 개입을 자제한 채, 왕가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이어왔다. 현재 다수의 영국인들은 여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지만 새로 취임한 찰스 3세에 대해서는 기대감보다 우려를 많이 내비치고 있다. 영국 왕실과 영연방 .. 2022. 9. 14.
[여적] 하르키우 퇴각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수복된 영토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부상당한 동료 병사를 부축하며 걸어가고 있다. 하르키우 | AP연합뉴스 올해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건립 875주년이다. 모스크바시는 해마다 9월 첫 주말에 기념행사를 연다. 올해는 10~11일이었다. 시민들이 크렘린 앞 붉은광장에 모여 축제를 즐기던 11일 러시아를 실망시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서 퇴각한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군을 퇴각시키는 등 이달 들어 영토 6000㎢(서울 면적의 약 10배)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11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꼭 200일이 되는 날이다. 초반 전세는 러시아에 유리했지만 이후 양측 간 공방이 팽팽.. 2022. 9. 14.
[여적]연방의 미래 지난 8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는 성대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10일간 애도기간을 거쳐 오는 19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장례식이 엄수된다. 12일장을 치르는 셈이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과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가 각각 13일장, 12일장이었다. 한국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장례가 9일장으로 비교적 긴 편이었다. 2011년 ‘국가장법’ 개정 이후에는 전·현직 대통령 등 국가장 대상자의 장례기간이 5일 이내로 규정됐다. 여왕의 장례식에는 영연방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지금까지 세계 정상이 가장 많이 참석한 장례식은 2013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때의 90여명으로 알려져.. 2022. 9. 13.
위기의 중국 조선족 살리는 법 중국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望京)에는 한국 음식점이 밀집돼 있고 한국어로 된 간판도 즐비하다. 한·중관계의 냉각기를 거치며 숫자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민들이 이곳에 모여 산다. 왕징에는 한국 국적의 교민들 이외에 한인 커뮤니티를 떠받치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동포들이다. 그들은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슈퍼마켓, 식당 등을 운영하거나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교민들과 얽혀 산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거나 개인사업을 하며 이래저래 한·중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이들도 많다. 조선족들은 중국인이라는 국가적 정체성과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는 간혹 충돌도 발생한다. 요즘 조선족 기성세대는 대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 2022. 9. 7.
[여적] 리즈 트러스와 ‘대처 신화’ 영국의 힘은 최대 식민지를 경영했던 1922년 정점을 찍은 뒤 쇠퇴의 길을 걸었다. 최근에는 국내총생산 규모 면에서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영국의 영광을 재건하겠다고 나선 보수 정치인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1925~2013)였다. 1979~1990년 총리로 재임한 그는 ‘영국병’을 사회복지국가에서 찾으며 노동조합 파괴,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에 주력했다. 신자유주의로 명명된 이 교리를 이후 다른 많은 나라들이 채택했다. 그 결과 영국이 다시 위대해졌을까. 아니다.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경제도 나아지지 않았다. 2020년 영국은 반세기를 함께한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브렉시트’라는 극약처방을 썼지만 그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에너지 가격 8.. 2022. 9. 7.
[여적]사회소요지수 ▲ 지난 7월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식량과 유가 급등에 분노한 시위대가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있다. 당시 파나마 전국 곳곳에서 1주일 넘게 거리 시위가 이어졌다. 파나마시티 | AFP연합뉴스 18세기 프랑스 노동자는 하루에 빵을 약 1㎏어치 먹었다. 일일 섭취열량의 90%를 차지하는 빵을 사려고 일당의 절반을 썼다. 1788년부터 이듬해까지 기상악화로 흉작이 거듭되며 빵값이 일당의 88%까지 치솟았다. 배급줄에 서더라도 도끼로나 잘릴 법한 검고 딱딱한 빵이 고작이었다. 의 장발장이 19년이나 옥살이를 한 것은 정제 밀가루로 만든 귀족계급용 빵을 넘봤기 때문이다. 결국 ‘빵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식량폭동이 1789년 프랑스 혁명이라는 체제 전복으로 이어졌다. 모든 빵 재료는 동일해야 한다는.. 2022. 9. 5.
블루 걸스의 함성과 축구 영웅 2022년 8월25일 이란 테헤란의 ‘자유’라는 의미를 가진 아자디 스타디움은 흥분과 열기로 가득 찼다. 테헤란의 에스테그랄 FC와 케르만의 메스 케르만 FC의 경기가 있었던 이곳에서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히잡을 쓴 여성들이 연신 “독타레 어비(블루 걸스)!”를 외쳤고, 일부 여성 팬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비록 500여명의 여성만이 분리된 경기장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었지만, 이날의 의미는 특별했다. 이슬람 혁명 이후 금지됐던 이란 여성들의 프로축구 경기 관람이 41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수년간 이란 안팎에서 진행됐던 #LetWomenGoToStadium 운동이 미약하나마 실현된 순간이었다. 에스테그랄의 포르투갈 출신 핀투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블루 걸스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우.. 2022. 8. 31.
[여적]북극 특사 북극 덴마크령 그린란드 쿨루숙 섬 앞바다에 거대한 빙하들이 부유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6일(현지시간) 북극기후위기가 역설적으로 북극 개발에는 기회다. 걸프스트림 영향으로 북극 일부 지역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8배 상승하고 빙하가 녹으면서 기존 수에즈 항로보다 30% 단축된 북극 항로가 열렸다. 2조달러 이상의 광물자원과 전 세계 미개발 원유·천연가스의 약 25%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서로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촘촘하게 배치했던 북극에서 강대국들이 신냉전 패권의 샅바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미 국무부가 26일(현지시간) ‘북극 특사’ 신설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존 ‘북극 조정관’에서 급을 올려 이해당사국들과 미국의 정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2022. 8. 29.
[여적]풍전등화 자포리자 원전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원자력발전소 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인 지난 2월24일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고 3월4일에는 자포리자 원전을 손에 넣었다. 1986년 이래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곧 철수했지만, 자포리자 원전은 계속 장악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자포리자는 우크라이나의 15기 원자로 중 6기가 모여 있는 유럽 최대의 원전 단지다. 2014년 러시아가 차지한 돈바스 지역에서 200㎞가량 떨어져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에도 위험한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 원전 운영은 전문가들이 맡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원전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자칫 방사능 누출 등 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 2022.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