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 /리비아 서바이벌'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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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리비아 서바이벌8

국경 넘자 나도 모르게 환호… ‘종군기자 제1수칙’은 지켰다 ‘띠링, 띠링.’ 지난 1일 오후 1시50분 리비아와 튀니지의 국경 부근에 다다르자 자동 로밍된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리운전이나 세일정보를 알려주는 스팸 문자가 그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국경을 건너자마자 ‘아, 이제 전화가 되는 곳으로 나왔구나’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고 환호성이 터졌다. 그동안 좋은 친구가 된 리비아인 운전기사 유세프 파토리(34)가 우리 앞에서 뻔히 운전하고 있는데도, 그는 리비아로 돌아가야 하는데도 리비아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가 벗어나 마침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던 그곳이 파토리에게는 사랑하는 임신한 아내와 세 살배기 딸이 있는 가정이자 고향일 텐데 말이다. ■ ‘왜 리비아로 가는가’ 다시 물었다 이.. 2011. 9. 5.
고국도 리비아도 못 가지만… 난민캠프엔 새 삶이 태어난 지 40일 된 베로니카는 살을 태우는 듯한 뙤약볕 아래서도 새근새근 참 잘 잤다. 부모의 어려운 상황을 알기라도 한 걸까. 3일 오전 11시30분. 유엔난민기구가 운영하는 튀니지 라스아지르의 슈샤 리비아 캠프를 찾았다. ■ 카다피 용병으로 의심 받아 이곳은 튀니지와 리비아의 해안 국경에서 8㎞ 남짓 떨어진 사막에 위치해 있다. 지난 2월 리비아 상황이 악화된 이래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 가운데 제3국 국민들이 머무는 캠프다. 특히 고국의 내전, 테러, 빈곤, 기근 등으로 인해 리비아로도, 고국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난민이나 난민 지위 신청자들이 모여 있다. 베로니카는 바로 이곳 슈샤 캠프에서 태어났다. 아빠 아담 로울리(26·가명)와 엄마 리븐스 돌(22·가명)은 에리트레아 출신 불법이민자이다. 리.. 2011. 9. 3.
떠난다고 하자 “수영장에 물 채우면 안갈 것” “좋은 아침입니다. 오전 4시 전에 이 종이를 문밖에 걸어두시면 아침식사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콘티넨탈 식사는 신선하게 짜낸 오렌지 주스와 크루아상, 토스트, 대니시 패스트리가 담긴 빵 바구니, 갓 내린 커피나 차로 준비됩니다. 알 와단(Al Waddan)만의 아침을 주문하실 경우 기름에 살짝 튀긴 양고기에 양파와 향신료를 첨가한 리비아 전통음식인 ‘글라야(glaya)’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기자가 머물고 있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알 와단 호텔 방에는 이 같은 내용의 아침식사 룸서비스 메뉴판이 아직도 문에 걸려 있다. 반군이 총을 들고 다니는 현실(이 호텔은 반군이 기숙사로 쓰고 있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 호텔은 이탈리아 식민지 시절인 1936년 지어진 이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트리폴리 .. 2011. 9. 2.
리비아 반군·카다피군·시민 한 병원서 치료 ㆍ입원 카다피군 병사 “나토의 공습 소식에 나라 지키려 자원”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시내를 걷다보면 눈돌리는 곳 어디에서나 반군의 삼색기를 볼 수 있다. 나무에도, 담벼락에도, 차량에도 반군을 지지하는 표식이 새겨져 있다. 차를 탄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승리의 V자를 그리면서 ‘리비아는 자유다’를 외친다. 지난 2월부터 8월21일 반군이 입성하기 전까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손아귀에 있던 트리폴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곳 사람들은 반군을 열렬히 환영하는 것일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녹색 광장(현 순교자의 광장)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친카다피 시위를 벌인 곳이 트리폴리 아니었던가. 지난 31일 찾은 트리폴리 살라에딘 병원에서는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지금까.. 2011. 9. 1.
10분거리 광장까지 7번이나 몸·가방 수색 ㆍ누군가 내 손을 당겼다… 얼떨결에 신발을 벗었다… 2만여명에 섞여 몸을 숙였다 라마단(이슬람 단식 성월)이 끝나고 닷새간의 축제인 이드 알 피트르가 시작된 31일(현지시간). 전날 오후부터 호텔에 잘 나오던 물이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배도 곯고 있는데 물까지 안 나오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는데, 새벽 3시쯤 수도관을 타고 물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물이 있을 때 씻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일어나 샤워를 마쳤다. 이날 오전부터 이틀 전 찾았던 트리폴리 중심가 순교자의 광장에서는 이드 알 피트르의 첫날을 맞아 대기도회 살라트가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새벽부터 광장으로 나가볼 생각이었다. 이날 기도회는 지난 2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가장 대규모로 이뤄지는 모임이다. 단지 종교적 의미.. 2011. 8. 31.
라마단 끝나도 식사는 고역 ㆍ현지 교민 집서 김치찌개… 어찌나 맛있던지 한그릇 뚝딱 리비아 라마단(이슬람 단식 성월)의 마지막 날인 30일(현지시간). 숙소인 알 와단 호텔이 반군 기숙사로 쓰이고 있는 덕분에 찬물이라도 물은 잘 나오지만 식사는 고역이다. 그동안 온종일 금식 끝에 오후 7시30분쯤 먹는 라마단의 저녁식사, 이프타르가 하루 중 제대로 된 유일한 식사였다. 하지만 배경음악처럼 창문 너머로 들리는 총소리가 익숙하지 않다.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치는 총 든 반군 청년들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무슬림들은 라마단이 끝나면 이슬람권 최대 명절의 하나인 이드 알 피트르(이드) 연휴를 시작한다. 각 지역의 종교 지도자가 달을 보고 “달을 보았다”는 공식선언을 하면, 라마단이 끝나고 그 다음달 첫날 5일간의 이드 연휴가 시작된.. 2011. 8. 30.
리비아 반군 본부 수도로 옮긴 날 ‘순교자 광장’선 축포·환호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위치한 ‘순교자의 광장’은 혁명의 해방구였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독재를 자신들의 손으로 끝낸 시민들은 축포의 의미로 총과 자동화기를 하늘로 쏘아댔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총소리는 트리폴리 사람들에게 이미 공포가 아니라 ‘영광과 자유의 소리’였다. 28일 오후 6시(현지시간). 도착 첫날 기사를 송고하자마자 시내 중심부 순교자의 광장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식민지배 당시 지어진 광장은 카다피 집권 시기인 1951~1969년 그의 사상과 이념을 강조하는 의미로 ‘녹색광장’이라고 불렸다. 카다피는 자신의 통치 철학을 담은 책을 그린북이라고 부르고 단색의 녹색기를 리비아 국기로 채택하는 등 녹색을 선호해왔다. 지난 22일 트리폴리를 장악한 반정부군은 녹색광장을 약 6개월간 친카다피군.. 2011. 8. 29.
4시간20분 불안한 여정 끝 트리폴리 도착… “리비아는 이제 자유” ㆍ곳곳에 반군 검문소 … 약탈 우려해 짐은 차 안으로 “환영합니다. 리비아는 이제 자유입니다(Welcome to Libya, Libya is free now).” 튀니지 국경을 건너 처음 만나는 리비아의 작은 도시 날루트(Nalut)에서 트리폴리까지 향하는 여정은 희망과 불안의 교차점이었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철권통치를 몰아낸 리비아 국민들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하늘을 찔렀지만 폐허가 된 트리폴리 시내 풍경이 말해주듯 현실의 시계(視界)는 잔뜩 흐림이었다.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인터넷이 가능한 호텔 로비를 찾아 기사를 작성하는 동안 바깥 어디에선가 총성이 울렸다. 트리폴리 시내와 검문소에서 만난 반군들은 환한 표정으로 승리의 표시인 브이(V)자를 그려보이며 “카다피는 이제 없다” “우리가 이겼.. 2011.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