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 ' 카테고리의 글 목록 (7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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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141

[카페 아메리카노] 번스타인 교수와의 저녁 식사 저명한 학자들의 사교적 대화는 어떤 것일까?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주제로 대화에 임할까? 이런 의문은 지난 일요일 밤에 있었던 리처드 번스타인 교수의 저녁식사 초대 자리에서 해소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의문은 오래전 조가경 교수님 댁에서 그와 가다머, 그리고 하이데거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본 뒤부터 가지게 된 것이니, 꽤나 오래된 의문이었다. 버팔로 대학의 조가경 교수 조가경 교수님은 6․25 전쟁당시 국비 유학생으로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귀국하여 후진을 양성하다가 1960년대 말에 당시 활동하던 미국의 1세대 현상학자인 마빈 파버 교수의 후임으로 뉴욕주립대학 버팔로 대학에 부임하여 팔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계시는 대표적인 재미한인 학자이다. 1990년대 초에 그는 대학으로.. 2010. 10. 11.
[카페 아메리카노] 뉴욕, 전통의 불편 영어 표현 가운데 ‘historical underbrush’ 라는 말이 있다. 언더브러쉬(underbrush) 는 큰 나무 밑에서 자라는 관목이나 덤불을 말한다. 이 정도 크기의 관목은 보기에 좋을 수 있지만 그 수풀을 헤쳐 걸어 나가는 것은 그냥 걷는 것 보다는 성가신 일이 된다. 이 말 앞에 '역사적인'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 그 말의 의미는 "우리들이 나아가는 길에 역사가 (혹은 전통이)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 된다. 역사는 보기에 아름다울 수 있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역사가 걸림돌이나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역사 혹은 전통은 부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역사와 전통의 영향력 역사적 전통이라는 말이 한국과 미국 가운데 어느 나라에 더 어울릴까. 우리.. 2010. 10. 11.
미국인들은 왜 잔디에 목을 맬까 Lawn People (이 제목은 Paul Robbins의 2007에 발행한 'Lawn People'에서 왔음을 밝힙니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의 집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어느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빠가 그러는데 도시는 돈 없는 거지나 히피들이 사는 곳이라던데요.” 주인공들은 원래 살던 교외 주택가에서 도시(뉴욕)로 이사를 가는 중이다. 미국 중산층 사람들은 도시에 살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나 홀로 집에’ 에 나오는 주택가들은 도시에 있지 않다. 보통은 중심가에서 적어도 30분 이상 떨어져 있는, 이층집에 살고 있다. 일층은 대개 거실이나 부엌 등의 공동으로 쓰는 공간, 이층은 침실로 이뤄져 있는 그런 집들. 누군가 표현하기를 자신만의 성(城)을 만드는 것이 .. 2010. 10. 6.
도대체 환경공부가 뭐길래 내 전공의 명칭은 정말로 말 그대로 환경공부다. 영어로 Environmental Studies. 미국 사람들도 들었을 때 그게 전공이름이 되나 하는 표정이 된다. 나도 되는지 몰랐다. 엄밀히 따지자면 환경이나 공부나 단어 자체는 어쩌면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데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 ‘수질 환경’과 ‘깨끗한 환경’이라는 단어를 놓고 봤을 때 각각에 있는 환경이라는 말의 이미지를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환경이라는 단어의 넓은 범주가 실감이 된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갖다 붙이기 좋은 단어에 대한 학문은 그 학문의 정의를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뭐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는 건 어디든 필요하니까. Environmental studies 역시 이 학문이 무.. 2010. 9. 29.
[벨기에에서 쓰는 다른 경제 이야기] 이념적 소비를 위하여! 엄형식(벨기에 리에쥬대학 사회적경제센터 박사과정 연구원, hseom73@hanmail.net)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지배하는 세력이 있고, 그들의 논리가 있지요. 그리고 그들의 논리는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지배자이기 때문에 그 시대에 통용됩니다. 그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가 도래하면, 이전 세대에 진리로 믿어졌던 많은 것들이 지배세력의 기망이었음이 드러나곤 하죠. ‘시장’이라는 우상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하 시장교도라 부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분들이 시장의 논리를 이야기할 때는 절대적인 진리를 이야기하는 경외감을 가지고 있기에 교도라 부르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합니다)이 다스리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한국 유명 마트체인의 젊은 경영주가 트위터를 통해서 사람들과 논쟁.. 2010. 9. 27.
내 몸에 대한 시선 환경을 ‘공부’ 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어떻게 해서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지루하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조금의 조율을 시간을 줘야겠다 하는 순간, 미국 생활과 각 나라를 나다니며 계속적으로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 중에 하나가 떠올랐다. ‘자연’ 환경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지만, ‘사회’적 환경에 관한 이야기. 시선. 이번에 처음으로 미국에 공부하러 오게 된 아가씨와 룸메이트로 지내고 있다. 꽤나 말라 보이는 몸에도 불구하고 식성이 좋아 간만에 냉장고에서 버리는 음식이 없어지는 것에 즐거워하는 나날. 함께 우적우적 음식을 해먹으며 간간히 이야기 하다 어느 한국에서의 아가씨들의 모임과 마찬가지로 몸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언니, 전 여기에.. 2010. 9. 23.
새시대의 지식인, 빛나는 자존감 내게는 같은 책을 두고두고 되풀이해서 읽는 습관이 있다. 어떤 책의 어떤 문장을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갑작스런 충동이 사랑병처럼 강렬하게 차오를 때도 종종 있다.때문에 한번 좋아진 책은 몇십 년이 지나도 버리지 못하고 다 끌고 다녔다. 그런데 나는 요즘 남에게 책을 주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한다. 좋아하고 유익한 책이라도 한번 읽었으면 아낌없이 주려고 한다. 책이란 소유하는 게 아니라 널리 읽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권은 예외다. 법륜 스님의 "마음의 평화, 자비의 사회학"은 남에게 빌려줬다가도 다 읽었다고 하면 쏜살같이 달려가 받아온다. 이 책은 책장에 꽂혀있는 법이 없고 항상 화장실이나 침대 밑에 널려 있다. 며칠 전 읽은 한 대목을 소개한다. "현재를 읽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 2010. 9. 23.
세상에 대한 편견 가득한 이야기: 환경을 공부하는 이상한 세계 이 블로그에 무엇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밖에서 본 안’ 혹은 ‘안에서 못 느꼈던 밖’ 이라는 것에 꽤나 당혹스러웠다는 걸 인정해야 겠다. 외국에서 살고 공부하면서 한국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부하는 내용(내 경우는 ‘환경’이다. 환경을 파괴하지 못해 안달난 나라에서 살다가 온 내가 지금 이 곳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공부하고 있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다. “왜 이런 거 있잖아, 완전 희한하지 않냐?”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 그런 이야기를 꺼내 놓는 것은 쉽다. 하지만 나라는 한 인간이 느끼거나 배울 수 있는 절대적인 경험치는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을 단순히 어떻더.. 2010. 9. 12.
독일 이자르 강, 시련의 역사 임혜지 님은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이주, 칼스루에 공과대학 건축과에서 공부하고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뮌헨에서 살면서 프리랜서로 독일 문화재청 문화재 실측조사와 발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 실린 글들은 임혜지 님의 개인 블로그 (http://hanamana.de)에 실린 것을 옮겨오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원래 뮌헨은 운하의 도시였다. 12세기 건립 이래 19세기까지만 해도 베니스처럼 운하가 뮌헨 시내에 실핏줄처럼 촘촘히 얽혀 있었다. 지금은 시내의 거의 모든 운하가 자동차 도로와 지하철에 밀려 복개되거나 폐쇄되었지만 인구 몇 만의 작은 도시였을 때에도 총 운하 길이가 70km였다니 그 장관을 상상할 수 있겠다. 오늘의 피스터 거리(Pfisterstr.)에 있던 피스터 천, 1907년 사진. (.. 2010.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