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전쟁’에 빠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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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전쟁’에 빠진 미국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0. 16.

임기 내 ‘두 개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 개의 전쟁’을 남겨놓고 백악관을 떠나게 됐습니다. 백악관은 “오바마 정부가 8년 전 물려받았던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IS(이슬람국가) 격퇴전 모두 미국의 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미군이 2017년까지 아프간에 주둔하게 됐다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의 미군 주둔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바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끝없는 전쟁(endless of war)’에는 반대하지만 아프간은 여전히 안보가 취약하다”며 “아프간군은 무장세력에 맞설 만큼 아직 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처



오바마는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피난처로 아프간을 이용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군의 주둔을 연장하는 것이 아프간의 평화유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9·11 테러처럼 미국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결국 오바마 정부의 철군 계획은 무산되는 것인가요.


오바마는 “미군의 전략은 온건하면서도 의미있는(modest but meaningful)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집권 초부터 내세워왔던 철군 일정은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원래 현재 9800여명 규모인 아프간 지원군을 내년까지 완전히 철군시킨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까지 현재 인원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2017년에는 규모를 5500여명으로 줄이고 향후 아프간 상황에 따라 철군계획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야말로 ‘계획’일 뿐입니다. 2017년 1월 이후 백악관은 새 주인을 맞게 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파병 연장 결정에 대해 “오바마가 현실에 고개를 숙였다”고 평했습니다. 오바마는 2008년 “조시.W.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두 개의 전쟁을 임기 내 끝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바마가 말한 두 개의 전쟁은 이라크전(2003년)과 아프가니스탄전(2001년)입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오바마 대통령이 (물려받았던 것보다는) 매우 진전된 상황을 물려받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하나의 전쟁을 더 추가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국제연합군을 이끌고 시작한 IS 격퇴전입니다. 


-‘세 개의 전쟁’은 갈수록 더 꼬이고 있는 듯합니다.

 

전쟁 수가 늘어난 것보다는 세 개의 전쟁 모두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 개의 전쟁에서 오바마 정부가 세운 원칙은 깨졌거나 실패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정부군을 훈련해 장기적으로 미군을 대신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군의 파병전략은 돈만 버렸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현지군을 강화하겠다는 미군의 전략은 리더십 부족과 전투 의지 부족, 복잡한 현지 상황들로 돈만 버리고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지난 15년동안 아프간군 재건을 위해 들인 비용은 650억 달러(약 76조원)가 넘습니다.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는 난민 중에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훈련받은 전직 군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테러조직과 싸우는 대신 무기를 버리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고, 이들이 쓰던 무기는 IS등 테러조직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프간 병원 오인폭격을 비롯해, 오폭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탈레반이 쿤두즈 등 아프간 북부지역을 장악한 뒤 미군이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을 오인 폭격해 22명의 사망자를 낳은 사건은 미군의 정보력과 전투력 모두를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군은 처음에는 아프간 정부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받았다고 책임을 미뤘다가 비난이 커지자 “우리의 실수이고 책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미국 온라인미디어 인터셉트(Intercept)는 15일 미군 내 기밀자료를 입수해 “2011년~2013년 초까지 미군이 실시한 드론공격 중 90%가 오폭이었다”라고 폭로했습니다. 인터셉트는 “56번의 공습 중 사실된 용의자는 35명이었고, 219명은 공격 명단에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IS 격퇴전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IS격퇴전은 지지부진하다 지난 달 러시아가 끼어들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는 ‘IS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공습에 나섰지만, 미국과 유럽이 퇴임을 요구하고 있는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고 있습니다.


IS와 싸우고 있는 아사드 정권을 도와야 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는 시리아 내 반군 주둔지까지 폭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방법은 잘못된 것이고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시리아 정부의 공식 요청으로 IS 격퇴에 나선 러시아군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합니다. 


미국은 지난 11일 IS와 싸우고 있는 시리아 반군과 쿠르드 민병대 조직에 전투기로 무기를 투하했습니다. 미국은 무기 지원이 무장조직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그동안 민병대 등 반군에 무기지원은 하지 않았으나 원칙을 깼습니다. IS와 격퇴전을 벌이고 있지만, 자치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 반군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터키 정부는 미국의 무기 지원에 격분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IS격퇴전에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언제까지 유지될 지 알 수 없습니다. 미 의회는 이미 지난 2월 필요시 외국에 지상군을 파병할 수 있는 안을 통과시켰고, 공화당은 지상군 투입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국제부 장은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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