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와 마셜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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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일대일로’와 마셜플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2. 3.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대일로 건설에 관한 공작 영도소조’가 회의를 여는 장면이 지난 1일 처음으로 중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중국이 다음달 초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전후로 일대일로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대일로 계획은 시진핑(習近平) 체제하 중국의 세계 전략이자 최대의 외교적·경제적 프로젝트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에서부터 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까지 걸치며 일대일로 구상이 포함하는 인구는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이용, 방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향후 10년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경제벨트 지역의 인프라 투자 수요만 우리 돈으로 최소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일대일로 계획은 긴 여정을 필요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벌써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서방 국가들과 일부 신흥국들의 거부감이 작지 않아 보인다. 신흥국의 경우 일대일로에 엮여 들어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중국이 관련 이슈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일대일로 사업은 흔히 미국의 마셜플랜에 비유된다. 마셜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서유럽의 동맹국을 도와 경제를 회복시킨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마셜플랜과 비교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피상적으로 비슷한 점만 보고, 사실을 왜곡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지난 1일 일대일로 계획이 다른 나라의 경제발전을 돕는다는 점에서 마셜플랜과 유사할 수 있으나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셜플랜이 유럽 동맹국들에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통해 소련의 팽창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반면 일대일로 구상에는 냉전적 사고가 없으며 모든 나라에 개방적이고 지역 패권보다는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설명이다. 더구나 마셜플랜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세우는 데 도움을 줬지만 중국은 미국의 길을 따르는 데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일대일로 계획이 미국에 맞서는 전략이 아니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근육질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적 행태에 주변국들은 불안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해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주최한 정상 만찬을 만방래조(萬邦來朝)에 비유했다. 모든 주변국(만방)이 조공을 바치러 중국에 온다는 뜻이다. 당나라 때 많이 사용되던 표현이다. 얼마 전 인민일보는 오는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전승기념 군 열병식의 목표를 거론하면서 자국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일본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을 들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첨단 무기의 향연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변국들은 중국이 아무리 친성혜용(親誠惠容·친밀, 성실, 혜택, 포용)의 외교를 펴겠다고 해도 중국의 패권욕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간쑤성 둔황의 명사산 기슭에는 2000여년 전부터 물이 흘렀다는 초승달 모양의 샘 월아천이 있다. 그 옛날 고비사막을 거쳐 둔황에 도착한 실크로드 상인들은 월아천에서 잠시 짐을 내려놓고 목을 축였다. (출처 : 경향DB)


일대일로 계획은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시키고 서부 지역의 발전을 가져와 국내적으로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외교적으로는 대국적 면모도 보여줘야 하는 험난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일대일로 계획은 한국 상품의 유럽 수출에 편의를 가져다주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이 한국에 끈질긴 구애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고민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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