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칼럼]일본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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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칼럼]일본의 딜레마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6. 27.

강상중|도쿄대 대학원 교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이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으로부터 물려받은 환태평양경제협정(TPP) 참가교섭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비관세장벽’을 철폐하라는 압박을 받는 등 난제가 이어지고 있다. 노다 총리는 멕시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TPP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본래 TPP 참가교섭은 통상·무역정책 등에서 한국 등에 뒤처져 있는 일본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묘안으로 여겨져 왔다. 또 일본이 사실상 미국과의 경제연계협정이 되는 TPP에 참가하는 것은 가맹교섭국인 호주와 베트남과 함께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국 간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돼 왔다.

한편으로 TPP 참가교섭 표명은 한·중·일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진전시키는 지렛대가 됨과 동시에 3국 간 FTA 교섭을 진행시키는 것에 의해 TPP에서 유리한 참가조건을 이끌어내려는 목표도 있었다. 확실히 이런 목표대로 FTA 타결을 향해 연내에 교섭을 개시하자는 데 3국은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의 FTA 체결에 신중하면서도 중국과의 양자 교섭에는 전향적으로 나서며 조기 타결을 꾀하고 있다.

 

일본 미야기현 농부들이 환태평양경제협정(TPP) 반대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내가 보기에 한국은 ‘일본이 TPP 참가교섭에 과감히 나서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한국 쪽에서 본다면 TPP 참가교섭에 일본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외교교섭상의 일종의 책략 같은 것이고, 국내적으로는 TPP 참가교섭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조건이 정비돼 있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는 것 아닐까. 다시 말해 FTA 참가교섭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일본이 그보다 훨씬 장벽이 높은 TPP 참가교섭에 발을 들여놓는 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한국은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세 증세와 사회보장 개혁을 둘러싸고 국내 정국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이 분열되면서 정국이 정계재편 국면으로 직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FTA의 경우도 한국이 그랬듯, 체결까지 가려면 국내의 비판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거버넌스(통치구조)가 불가결하다. 하물며 TPP라면 한국에서 발생한 것 같은 분쟁 이상의 혼란이 예상돼 예전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반대투쟁에 버금갈 만한 반대운동이 벌어질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럴 경우 내각이 한두 개 무너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런 수라장을 견뎌낼 만한 거버넌스를 갖춘 정권 만들기가 가능할 것인가.

소비세 증세의 타결을 둘러싸고 정계의 유동화와 재편이 이뤄지고 여기에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가 이뤄진다면 정치 불안정화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국내에 안정된 정권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분쟁의 씨앗이 될 TPP 참가교섭을 추진하는 모양이 된다. 그러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TPP도 한·중·일 FTA도 진척이 없는 ‘전혀 아무것도 없는’ 결과로 끝나버리게 될지 모른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그렇다면 일본으로서는 우선 한·중·일 FTA 체결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으로서도 일본의 결정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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