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8년 만에 되돌려 받은 ‘편지’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박영환의 워싱턴 리포트

공화당이 8년 만에 되돌려 받은 ‘편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1. 11.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9일(현지시간) 다수당이자 곧 집권당이 될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에게 편지 한 장을 보냈다. 8년 전인 2009년 2월 버락 오바마 정권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매코널이 집권당인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속도전으로 밀어붙이지 말라며 보냈던 편지를 수신자와 발신자 이름만 바꿔서 되돌려보낸 것이다. 공화당이 야당 시절 요구한 원칙은 지켜달라는 뜻이다.

 

매코널의 편지에는 인사청문회를 열기 위한 조건 8가지가 담겨 있다. 후보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배경 조사와 정부윤리청(OGE)의 서류심사 결과가 청문회 개최 공지 전에 위원회에 전달돼야 한다는 게 1·2번이다. 내실 있는 청문회를 열기 위한 야당의 요구 조건들이었다.

공화당은 이제 입장이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에 맞춰 최대한 많은 각료를 임명해야 한다. 매코널은 민주당의 요구를 “백악관과 상원까지 잃어버린 절망감 때문”이라고 깎아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고별 연설을 하고 있다. (시카고 AP=연합뉴스)

 

공화당의 일방통행은 민주당의 반발을 살 만하다. 10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 등을 시작으로 이번주에만 9명의 청문회가 몰려 있다. 게다가 9명 중 4명이 핵심 금융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OGE의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인사청문회 속도전은 민주당이 자기 발등을 찍은 결과이기도 하다. 2009년 당시 소수당이 인사청문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던 건 필리버스터라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로 인사에 계속 딴지를 걸자 민주당은 다수 의석으로 2013년 내각 인사 관련 필리버스터를 금지시켰다. 다수당의 일방통행을 막을 수단을 스스로 없앤 것이다. 슈머의 편지는 공화당에 ‘불만’으로 묵살당해도 뾰족한 수가 없는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