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단둥 무역박람회 취소 ‘또 하나의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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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단둥 무역박람회 취소 ‘또 하나의 개성공단’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6. 9.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개최되는 한·중 국제박람회가 북한이 안전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이유로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단되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이면서 압록강을 사이에 둔 무역 관문이다. 단둥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한국 기업 150개를 유치해 한·중 교류를 확대하려는 열의를 보였다. 참가하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은 물론 유럽과 러시아로 진출하는 통로이면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발전 가능성이 높아 행사를 준비했다. 단둥시도 참가 기업들에 대해 현지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사후관리를 적극 지원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런데 중단되었다. 참가 기업들은 투자한 비용과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나, 대륙 진출의 꿈이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당황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처럼 북핵 리스크에 대한 공포감까지 휩싸여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지난 1월 북한 4차 핵실험과 2월 로켓발사로 개성공단을 폐쇄시켰다. 유엔이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고 미국·일본·유럽연합은 독자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피해 규모가 직·간접적으로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취소로 또 하나의 개성공단과 같은 피해가 나타났다. 참가 기업들은 한국제품을 널리 알리고자 미리 제품을 보내기도 하고 행사 기간에 더 많은 홍보를 하고자 많은 콘텐츠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님을 만나기도 전에 가게 문을 닫아버려 적지 않은 비용을 단숨에 날려버린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단둥 진출이 주는 효과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중요하다. 민간교류를 통한 자연스러운 접촉으로 북한의 내부붕괴를 촉진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2015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막을 올린 북·중 무역박람회에서 북한 판매원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 단둥_ 오관철 특파원



가장 폐쇄적인 공산 독재국가 북한에 그나마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장마당이다. 아무리 유엔 제재, 주요 선진국 봉쇄에도 여전히 물건이 공급되고 있고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상대적으로 단둥, 옌볜, 선양에서 한국제품을 파는 가게가 성황을 누리고 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위험해지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권력에 대해 용납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젊은 독재자가 그나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그가 가진 인위적인 힘이 아닌 장마당 경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풍선에 매달아 한국 소식을 보냈던 방식에서 드론을 이용해 대량으로 콘텐츠가 담긴 USB를 보내자고 한다. 인위적인 물량 공세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접촉과 함께 자연스러운 문화적 교류를 통해 북한을 교화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단둥처럼 북한과 중국 심지어 러시아까지 쉽게 교류가 가능한 곳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둥은 지리적으로 볼 때 중요한 곳이다. 러시아 가스전에서 만주벌판, 선양, 단둥, 평양을 지나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이 통과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는 물론 유럽을 연결하는 대륙간 횡단열차가 대륙을 넘어가기 전 무조건 쉬어가야 하는 정거장으로 단둥밖에 없다. 아직도 인건비가 낮고 집값이 싸 노동력이 풍부하다. 백두산 등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많지만 내세울 만한 국제공항이 없어 공항건설도 시급하다. 거기에 많은 천연광물들이 매장되어 있다. 그래서 단둥은 기회의 땅이자 희망의 땅이다.

미개척 노다지를 간과하면서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는 한 개성공단 재가동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통일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발 빠른 전략과 처방이 필요하다. 폐쇄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맛, 입맛, 눈맛을 느끼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방시키는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도 하루빨리 매듭짓고 대북정책의 유연함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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