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군, ‘참수작전’ 공개…북 자극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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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군, ‘참수작전’ 공개…북 자극하려 하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8. 27.

 5년 전 일이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마지막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체포하는 작전으로 끝났다”고 소개했다. 이것이 기사화되자 군 당국은 ‘호떡집’이었다. 당장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런 군의 입장을 믿는 기자는 없었다. 대외비 ‘작전계획’의 일부분이 노출된 데 대한 당혹감과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나온 것임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군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육군 준장)은 27일 한국국방안보포럼 세미나 발제문에서 “한국군은 핵 억제전력을 ‘4축’ 개념으로 확대했다”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 등 기존 ‘3축’에 ‘참수(斬首·decapitation)작전’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세습 후계자 김정은이 열병식을 지켜보며 주석단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_경향DB


참수작전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핵무기 승인권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미리 제거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핵 전략 이론 중 하나인 ‘참수공격’과 같은 개념인 ‘참수작전’은 첫 공격에서 적 지휘부를 제거함으로써 이후 이어질 핵 보복 공격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참수작전은 요즘 이슬람국가(IS)의 잔혹한 참수 행위를 연상시킨다. 북측으로서는 ‘최고존엄’인 김 제1비서의 목을 자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만하다. 남북 고위급접촉 합의문의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발언이다. 군 장성이 참수작전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문제다.

작전은 ‘모호성’이 적에게 더 큰 두려움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북한은 당장 ‘최고 존엄’이 사라지면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핵보복에 나서는 소위 ‘파괴보장(Fail-deadly)’을 준비할 것이다.


박성진 | 정치부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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