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대북 제재 한 달…한국만 ‘퇴로 없는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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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대북 제재 한 달…한국만 ‘퇴로 없는 전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4. 3.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2일로 한 달이 지났다. 역대 최고 수준 제재라는 평가를 받는 유엔 결의 외에도 한·미·일 등은 독자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도 전면적인 제재 이행을 공언하고 실행중이다. 그런데 지난 한 달 동안 정부가 보여준 제재와 압박은 다른 나라와 성격이 다르다.

중국은 현재 충실하게 제재를 이행하고 있는 단계에 있지만 언제든 강약 조절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은 의회의 대북제재법을 통해 가능해진 ‘세컨더리 보이콧’을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행정명령을 통해 독자 대북 제재를 강화할 때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언제든지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두었을 뿐 실제로 그 카드를 쓰지는 않았다. 미 의회의 대북제재법이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총을 만들어 행정부에 준 것이라면, 이번 행정명령은 그 총에 장전을 해놓은 것에 해당한다. 쏠지 말지는 여전히 정책적 판단에 달려 있다. 일본도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통로는 차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대표들이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찬성의견을 표시하고 있다._연합뉴스

제재가 북한 태도를 바꾸기 위한 카드로 의미 있게 작동하려면 북한 태도에 따라 그 제재를 거둬들일 수 있어야 한다. 미·중·일 등이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 제재’를 택하고 최후의 수단은 아직 동원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재는 대화 재개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포함해 정부가 취한 대북 제재 조치는 마지막 카드까지 모두 써버린 ‘올인 베팅’이며 퇴로를 스스로 차단한 배수진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압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지지하지만 제재 강화 이후에 대한 분명한 전략과 정책적 방향이 있어야 한다. 제재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제재는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와 담판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협상용 칩’을 모으는 작업일 뿐이다.


정치부 | 유신모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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