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시진핑 사무실에 환구시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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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시진핑 사무실에 환구시보 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2. 21.

“내 사무실에 이 신문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인민일보사를 둘러보던 중 자매지인 환구시보를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환구시보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놓고 군사대응 불사도 거론하는 등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언론이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19일 인민일보사를 방문해 둘러보던 중 환구시보를 가리키며 “내 사무실에서 이 신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_환구시보 웨이보

시 주석에게 직접 거론된 환구시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환구시보는 20일 공식 웨이보(微博)계정에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하며 “바쁜 와중에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줘 시 다다(大大·시 주석 별칭)에게 감사한다. 중압감이 산처럼 커졌다”고 올렸다.

최근 사드를 둘러싼 한·중 이견이 커지면서 환구시보를 인용한 보도가 잇따랐다. 환구시보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중국 사회는 동북 지역에 해방군을 늘려 강력대응하는 것을 지지할 것”(16일),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한국은 독립성을 더 잃게 되고 국가적 지위에 엄중한 악영향을 받게 될 것”(17일)이라는 등 경고성 논평과 기사를 보도했다. 환구시보를 인용한 한국언론의 보도가 이어지자 한국 외교당국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한국 외교당국 측은 18일 베이징에 주재하는 언론사 특파원들에게 “환구시보는 인민일보 산하지만 상업성을 띈 국제전문 매체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의미를 절하했다.

이날 시 주석은 인민일보 등과 가진 여론공작좌담회에서 “당의 뉴스와 여론 작업은 당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당의 여론지도방침을 따라야 한다”면서 언론은 당과 다른 정치적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언론의 메시지를 애써 낮춰 보려는 것은 한·중 온도차만 더 벌릴 수 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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