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워싱턴 한국전쟁 기념비 앞 ‘두 개의 한국’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기자메모, 기자칼럼

[기자메모]워싱턴 한국전쟁 기념비 앞 ‘두 개의 한국’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7. 26.

워싱턴에서 1년 중 한국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듣는 때는 한국전쟁 휴전일이다. 미국은 전쟁이 시작된 6월25일보다 전쟁이 끝난 7월27일을 더 기념한다. 미국 대통령의 포고문이 나오는 것도 이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발표한 ‘한국전쟁 참전군인 휴전일’ 포고문에서 “압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유가 뿌리 내리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굴복하기를 거부했는지 기억하자”며 한국전 참전군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즈음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비 주변에서는 하늘색 재킷을 입은 참전군인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이들을 위한 행사도 많이 열린다. 25일 인근 링컨기념관 앞에서 열린 ‘리멤버 727’이란 행사도 그중 하나였다. 주미한국문화원 등이 후원하고 재미 한인 2세들이 주도해 마련한 행사다. 한복 입은 소녀들의 춤과 평화를 염원하는 노래 ‘이매진(Imagine)’ 열창에 많은 관광객들이 자리를 지켰다.


이 자리에서 발언한 두 명의 ‘용기 있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주몽골 부대사로 있던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해 공직을 사퇴한 미 육군 예비역 대령 앤 라이트(69). 그는 1차 대전, 2차 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등 워싱턴에 있는 네 개의 전쟁기념비를 언급하며 “전쟁기념비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분단은 남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모두에 군비증강의 구실을 제공하고 학교, 병원, 복지, 환경에 쓰여야 할 돈들을 군대로 돌리고 있다”며 “남북한 양국이 화해와 서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 작업은 전쟁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한 탈북자 조진혜씨(28)는 고통스러운 탈북 경험을 얘기하며 “레짐체인지(체제 교체)를 통해 김씨 가문을 끝장내는 것만이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탈출한 뒤 미국에 정착한 조진혜씨가 지난 30일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강당에서 열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공개 청문회에 나와 증언을 하면서 눈물짓고 있다. _ AP연합뉴스


한 명은 전쟁이 아닌 방식으로, 다른 한 명은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백악관 앞에서는 미군의 탄저균 한국 영토 반입에 항의하는 재미동포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튿날인 2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하며 ‘피를 나눈 미국과 영원히 같이 가겠다’고 했다. 이틀 전 세상을 떠난 <두 개의 한국>의 저자 돈 오버도퍼는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두 개의 한국’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의 책에는 “두 개의 한국 사람들을 위하여. 다시 하나 되기를, 조만간”이라는 지은이 헌사가 붙어있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