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왔다 갔다…불신의 ‘시계추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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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 왔다 갔다…불신의 ‘시계추 외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0. 19.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방문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최상급 수사를 연일 쏟아냈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을 자극하고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마치 지난달 베이징 전승절 행사 참석으로 미국에 진 빚을 갚으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미동맹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을 기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반도 남녘에서 기적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한·미동맹이 이제 한반도 전역으로 기적의 역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만들었다. 한·미가 협력해 북한을 붕괴시키고 통일 이후 주한미군이 북한에 주둔하도록 하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문제 삼기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_경향DB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중관계 발전을 지지한다”는 립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중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으나, 미·중 간에 문제가 발생할 때는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이 채택한 대북 공동성명도 북핵을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적시해 놓았지만, 정작 이 시급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 역할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핵에 대한 한·미의 강경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한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미·중 사이에서 박 대통령이 보여준 외교는 균형감과는 거리가 멀다. 미·중 사이에서 양쪽을 오가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은 균형외교가 아니라 기계적인 ‘시계추 외교’다. 이런 기계적 균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운신폭을 좁히고 결과적으로 미·중 양쪽으로부터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박 대통령이 다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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