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의 ‘도모다치’인가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누가 누구의 ‘도모다치’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3. 25.

3년 전 일본 동북지방에서 일어난 3·11 지진-해일-핵 참화에서 미군, 특히 해군과 해병대는 재난구호에 큰 역할을 했다. 그것은 일본어의 친구라는 의미의 ‘도모다치’ 작전으로 불린다. 미 해군이 보낸 20여척의 배 중에는 항모 로널드레이건호도 있었다. 이것은 중요하다. 센다이 공항이 파괴된 상황에서 로널드레이건호는 그 일대에서 유일하게 가용한 비행장이었다. 헬기는 함상에서 식량·옷·담요를 실어날랐고, 관측항공기는 피해 정도를 조사했으며, 해병대는 인명 구조와 제염 작업을 위해 파견됐다. 나중에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도모다치 작전으로 일본 내 미군의 인기가 올라갔다.

하지만 이제 그 ‘우정’이 도전에 직면했다. 로널드레이건호에 승선한 미 해군과 해병대원들 중 70여명(수는 늘어나고 있다)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쿄전력이 미 해군에 방사선 수치에 대해 거짓 정보를 줬다고 주장한다. 도쿄전력은 그들에게(당시엔 일본 국민과 세계에 말하는 형식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물질 누출은 건강에 위험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해군은 핵 문제에서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로널드레이건호는 핵추진 항모이다. 최근에 밝혀진 바로 로널드레이건호는 해안에서 160㎞가량 떨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거기서 측정한 대기의 방사선 수치는 정상치의 30배였다. 이 수치는 10시간 노출되면 갑상샘이 손상되기 시작하는 수준이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앞에 있는 도쿄전력 직원들 (AFP연합뉴스)


지난 19일 미국의 TV뉴스 프로그램 <데모크라시 나우>가 이 소송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에 출연한 소송대리인 찰스 보너 변호사는 원고들이 20~23세 젊은이들에게 흔치 않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갑상샘암, 고환암, 뇌종양, 자궁출혈, 백혈병 등이다. 22세의 한 해군 병사는 백혈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또 다른 해군 병사의 부인은 뇌·척추암 진단을 받은 아기를 출산했다. 방송의 또 다른 출연자인 스티브 시몬스 중위는 트럭을 운전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나중에는 다리가 마비돼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보너 변호사는 도쿄전력이 미 해군을 포함한 전 세계에 건강에 아무런 위험이 없고, 그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하는 동안 사실은 비상발전기도 끊겼고 냉각장치도 작동하지 않아 노심용융(멜트다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즉 그러는 동안 관리자들은 암흑 속에서 미친 듯이 뭘 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발버둥쳤던 거죠. 그들은 노동자들을 어둠 속으로 보내 자동차 배터리를 가져오게 하고, 이들은 폭풍 속에서 자동차에서 배터리를 꺼내서 손전등을 들고 원자로의 냉각수 공급장치에 연결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습니다.”

도쿄전력 노동자들이 원자로를 냉각시키려고 바닷물을 퍼붓기 시작했을 때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태평양에 쏟아져나왔다. 대부분의 해군 함정들처럼 로널드레이건호도 해수를 담수화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선원들의 식수를 조달한다.

“이 젊은 선원들은 담수화된 물을 사용했습니다. 그 물로 목욕하고, 양치도 하고, 요리도 했죠. 그들은 공기는 물론이고 음식과 식수를 통해서도 방사성물질을 섭취했고, 이제 아픈 거죠.”

도쿄전력은 미국 내에 자산이 있기 때문에 이 소송은 성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쿄전력에 소송을 제기한 주체가 미 해군이 아니라 개별 해군과 해병대 병사들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군은 도쿄전력과 마찬가지로 이 병사들이 위험한 방사선 수치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방송의 또 다른 출연자 카일 클리블랜드가 정보자유법에 따라 확보한 공개 문건에 따르면 로널드레이건호에 승선한 장교들은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방사선 수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뉴스 프로그램의 인터넷 보도에는 로널드레이건호 함상 갑판을 병사들이 방호복을 입고 커다란 걸레에 비누거품을 묻혀 마구 문지르는 모습이 나온다. 과연 어떠한 은폐가 있었다면, 분명히 해군도 그 일부이다. 그러니 누가 누구의 ‘도모다치’란 말인가?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오키나와 거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