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국민감정 자극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변학자와의 인터뷰, 논평을 동원해 원색적으로 사드 배치를 비난하고 있는 환구시보가 국내 매체의 그래픽까지 트집 잡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8일 한 국내 매체가 사드 관련 기사에 삽입한 그래픽 중 사드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겨냥하고 있어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발표 후 반년 동안 비슷한 그래픽이 8번 나왔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해당 매체 관계자가 “오성홍기는 배경일 뿐이고 중국을 겨냥한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발언을 넣었지만 반감을 사고 있다는 부분을 교묘하게 더 부각시켰다. 관련 보도는 9일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환구시보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그래픽이 오해인지 여부에 대해 온라인 투표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3000여명의 누리꾼이 참여했다.
중국 환구시보가 국내 한 매체가 게재한 오성홍기가 포함된 그래픽에 대해 트집잡고 나섰다. 사진 웨이보 캡쳐
중국 누리꾼들은 이 기사를 보고 오히려 흥분하는 분위기다.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게재된 해당 기사에 “악의가 가득하다”, “사드가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 분명해 졌다”는 등의 댓글이 올리고 있다. 이 매체의 보도 후 신화망, 시나닷컴 등 다른 언론에서도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매체는 사드 한반도 배치 발표 직후부터 여론 몰이에 앞장서 왔다. 지난 7월에는 ‘성주군 제재를 준비하고, 미사일로 사드를 겨냥하라’는 제목의 평론을 통해 성주군에 대한 제재조치를 즉각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매체는 더 나아가 “성주를 포함해 경상북도 전역에 대해 교류 중단 등의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도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한류가 유행하고 수백만 명이 한국 관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60여 년 전의 전쟁(6·25전쟁)과 그 전쟁에서 숨진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대립의 길을 가겠다면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고 위협하는 등 국민 감정을 부추기는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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