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가 뭐가 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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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대설주의보가 뭐가 문제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1. 28.

작년 올해 서울에는 평소의 겨울보다 눈이 더 많이 온 것 같다. 적어도 들리는 느낌으로는 그렇다. ‘서울에 눈이 옵니다. 올 예정입니다라는 뉴스를 꽤나 많이 들은 것 같다. 아니면 눈이 많이 와서 도로 교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대중교통은 혼잡하다는 뉴스들. 그런데, 그런 뉴스를 들을 때 마다 도대체 그 만큼의 눈이 뭐가 대설특보란 말인가 하고 시라큐스에서 몇 해 보낸 사람 답게 비웃고는 한다

통칭, 업스테잇 뉴욕(Upstate New York) 에 속해있는 시라큐스는 엄청난 적설양으로 악명이 드높다. 나의 한국의 상황을 보며 느끼는 비웃음을 뉴욕타임지(12 23)에서 잘도 표현했다. 사실 나 뿐만 아니라 시라큐스 사람들도 다른 지역(최근의 맨하튼의 폭설로 인한 JFK 공항 폐쇄라던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었던 것이다.

 “As much as the people here enjoy complaining about the snow, they may take greater pleasure mocking the less hardy citizens, for whom snowfall is a catastrophe rather than just weather.” 여기 시라큐스 사람들이 눈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즐기는 것 만큼, 그들은 눈오는 것이 재앙인 지역에 사람 사람들을 놀리는 것에 엄청난 즐거움을 느낀다. 라고(꽤나 재밌는 기사니 시간 있으신 분들은 원문: http://www.nytimes.com/2010/12/23/nyregion/23snow.html?_r=3&hp 를 읽어보시길

그도 그럴 것이 아래에 다시 말하게 되겠지만 95시간 동안 단 한시간의 쉴 틈도 없이 눈이 왔을 때 조차 여기의 공항은 단지 15분간 운행을 중지했고, 다른 공공기관및 학교도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12월 눈오던 날의 시러큐스


더 춥고 더 눈 많이 오는 곳도 물론 있지만, 적설량에 있어서는 사실 시라큐스 알래스카를 제외하고는 다른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다 라고 쓰고 실질적으로 얼마나 내리는지 정확하게 알아봤더니 알래스카와 산간지역을 제외하고 터크힐고원(the Tug Hill Plateau) 지역에 위치한 시라큐스와 워터타운(Watertown)이 다른 곳에 뒤지는 것이 아니라 적설량 많은 것은 미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연간 평균 200인치(507.9센티, 5미 터)의 눈이 내린다고 한다(출처: http://www.erh.noaa.gov/ National Weather Service). 알아보고 되려 내가 더 놀랐다. 생각해보면 이번 2010 12월에 삼일동안 내린 눈이 약 45인치( 115센티), 이번 12월 동안 내린 눈이 71.9인치( 183센티) 였으니 쉽게 납득이 가기도 한다. 차곡차곡 눈이 쌓여 창하나를 거의 다 막았었으니까. 사실 그렇게 눈 오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이곳에 내리는 눈은 결정체가 큰 편이라 육안으로도 결정체의 모양이 꽤나 자세히 볼 수 있고, 때문에 더 반짝거리고 푹신푹신한 눈이라 꽤나 이쁘고 이벤트적인 요소가 있다. 다른 곳과 확연히 다른 시라큐스의 눈은 이곳의 지리적인 요소로 인한 것이다. 아직은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기후변화 때문이 아닌.

온타리온 호수에서 생긴 눈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

이 곳의 눈은 다른 곳에서 내리는 눈과는 그 형성방법이라던가 내리는 형상 같은 것이 다르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맨하튼(물론 차로 4시간이 걸리지만)에서 12월에 눈 폭풍이 내릴 때 이 곳은 잠잠했다. 이런 차이는 레이크 이팩트(Lake Effect, 호수 효과)라고 하는 기후적 특성에 의한 것인데, 예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는 The Great Lake(대호수)가 근처 지역에는 엄청난 눈이 내리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이름처럼 너무나도 커서 운송을 위한 이리 운하(Erie Canal) 을 만들게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호수 효과로 생기는 눈은 아주 찬 공기(혹은 바람)가 큰() 호수 수면을 지나갈 때, 호수 표면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이 증기로 변해 차가운 공기와 합류하면서 순간적으로 얼어버림으로서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증기의 합류는 오래지나지 않아 근처의 지역에 눈으로 떨어지게 되는게, 이렇게 빠른 순환의 증기는 성격이 특이한 눈(좀 더 부슬부슬한)을 만들어 땅에 뿌리고, 이런 지역을 일컬어 Snow Belt (대설지대) 라고 한다. 미국의 북동부의 많은 지역(미시간, 미네소타, 버팔로 등등) 이 여기에 속하는데 시라큐스의 경우, Great Lake, 혹은 온타리오 호수 (Lake Ontario)의 물이 터크힐고원(Tug Hill Plateau) 남쪽에 있는 시라큐스에 눈으로, 혹은 비로 내린다.

레이크 이팩트에 영향을 받는 지역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곳 답게 그 방비는 철저하다. 왠만한 눈에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학교 등도 눈 때문에 문 닫는 일이 없다. 밤새 내려도 1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며 눈 치우는 공무원(위의 뉴욕타임즈에서는 눈 전사’: snowfighter 라고 표현했다) 덕분에 어쨌든 대부분의 큰 도로는 말끔하다. 눈을 치우기 위해 사용되는 강력한 소금 덕분에 가죽옷이나 동물 모피 같은 것은 입을 수도 없으니 동물보호단체들이 보면 환영할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소금 때문에 매해 부식되는 도로를 보수해야 하니 결국엔 셈셈인가. 이 곳의 눈이 지겹기도 하지만, 기후 변화 같은 걸로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은 더 싫을 것 같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95%로 넘는 이 곳은 이 곳답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했으면 좋겠다. 지구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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