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교류확대가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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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교류확대가 최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6. 13.

남북장관급 회담을 둘러싼 실무협의가 난항을 보이고 있는 듯한 흐름이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남북간에 전운이 감돌던 것을 생각하면 북한의 대화노선으로의 전환은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환영해야 할 일이다. 이번의 전환도 ‘벼랑끝 작전’으로 위기를 극대화한 뒤 조건투쟁으로 전환하는 상투전략일지 모르겠지만, 위기의 압력지수는 확실히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왜 북한은 대결자세에서 대화노선으로 표변한 것일까. 그 노림이 무엇이며 어떤 배경이 있을까. 한국내에서는 북한의 진의와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강경자세에서 대화자세로의 전환과 관련해 북한 지도부내에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가. 내부사정을 알수는 없겠지만, 그 배경에 중국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갓 출범한 시진핑 체제로서는 북한의 세번째 핵실험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었을 뿐 아니라 동북아 안정을 뒤흔드는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인 것 같다. 중국 동북부에 인접한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의 안전보장을 위기에 빠뜨림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움직임에 탄력을 불어넣는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 북한에 금융제재를 발동하기에 이르렀다. 한편으로 중국은 특사로 방문한 최룡해 조선인민군총정치국장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중국의 생각을 전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메시지를 미국에 전하는 중개역할을 할 것임을 북한의 최고권력자에게 전하려 했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교섭의 재개가 필요요건으로 인식됐던 것 아닐까. 북한의 대화제의는 서울을 향한 것이되, 워싱턴을 의식했던 것이다. 


북한 군인들이 3차 핵실험 성공 축하집회 (연합뉴스)


현재 남북 실무자협의의 의제는 개성공단의 조업재개와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이산가족 재회 등이지만 2000년 6월15일의 남북정상회담에 의한 남북공동선언을 축하하는 행사를 둘러싸고 견해차가 있는 듯 하다. 이명박 정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부정하고 ‘기브앤 테이크’라는 비즈니스적 관계를 구축하려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남북관계는 가장 위험한 관계로 후퇴했고 정부간의 교류도 끊겼다. 박근혜 정부는 궤도수정을 꾀해 북한에 대화와 교류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휴전협정이래 최악의 상황에 빠졌고 전쟁 가능성조차 우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북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폐쇄돼 한국측 요원철수 사태로 전개되면서 남북관계는 2000년 6월15일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버렸다.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남북공동성언 13주년에 집착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김대중및 노무현 정부의 유화정책을 계승할지를 가늠해보려는 의미가 있음에 틀림없다. 


한국 여당, 보수매체와 여론에서는‘햇볕정책’을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정책이고, 한국의 지원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에 유용돼 위협을 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것이다. 하지만 남북간 체제경젱은 이미 승패가 분명하다. 북한은 빈사상태의 ‘환자’이고, 만신창이의 국가사회주의 최빈국이다. 북한은 체제안정과 존속이 보장되지 않는 한 핵포기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거꾸로 말하자면 체제보장이 명확하다면 비핵화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보장조치는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체제외에 다른 것이 없다.


2003년 북한에 지원한 쌀을 살펴보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 김광림 재경부 차관 (경향DB)


북한은 평화협정 체제에 의한 체제보장의 실마리를 붙잡기 위해 북·미 양자교섭을 요구해왔고 오바마 정권을 교섭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도발을 되풀이해온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정권은 중동지역의 혼란에서 눈을 떼기 어려워 동북아시아에 적극 간여하지 않았다. 오바마 정권은 동북아의 현상유지를 희망해왔고, 북한문제에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 대신 6자협의는 중국, 남북교류는 한국에 각각 역할을 분담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세번째 핵실험으로 오바마 정권도 간여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그것이 미·중 정상회담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이 북한에 어떤 접근을 할 것인가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한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따라 긴장이 높아지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선택은 있을 수 없고, 대화와 교섭만이 남아있다. 게다가 북한은 붕괴를 두려워하는 빈사상태의 환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고, 체제붕괴와 군사충돌을 피하면서 상호침투를 꾀해 공존과 교류를 깊고 넓게 가져가는 선택밖에 없다. 즉, 김대중 대통령이 깔아둔 궤도를 밟아가며 긴장완화를 추진하는 것외엔 방법이 없다. 북한의 노림을 신중하게 가늠하면서 대화와 교류의 채널을 넓혀가지 않으면 안된다.


송별오찬에서 환담을 나누는 김정일, 김대중 양측 정상 (경향DB)



강상중 | 일본 세이가쿠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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