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도시 (나오며)]‘도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행복과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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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도시 (나오며)]‘도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행복과 직결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4. 6.

ㆍ에필로그 ‘인간적인 도시를 위하여’

‘인간적인’ 도시,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곳일까.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은 지난해 11월부터 석 달에 걸쳐 남미와 유럽,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의 도시들을 돌며 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미래를 위한 준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살펴봤다. 도시의 규모나 개발 정도, 고민거리는 달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국가나 민족 같은 추상적인 틀과 달리 도시는 사람들이 걷고 보고 먹고 일하는 ‘공간’이며, 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도시에는 수많은 공공 공간이 있다. 학교도 있고, 전철역도 있고, 슈퍼마켓도 있고, 공원과 산책로도 있다. 이 모든 시설에 ‘누구나 차별 없이’ ‘언제라도 불편하지 않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도시 인권의 핵심이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거나, 1960년대까지 미국에서처럼 흑인이라는 이유로 버스 앞자리에 앉지 못한다거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식당 출입을 거부당한다면 행복한 도시가 아니다.

어느 곳에든 편하게 접근하고 누릴 권리는 차별당하는 일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은 도시에서 의식하든 하지 않든 수많은 행동을 한다. 덴마크 도시학자 얀 겔은 이미 1970년대 도시 거주민의 움직임을 세분화, 도시 설계에서 고려할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도시 공공 공간을 평가하는 이 척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교통사고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것,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것, 소음이나 악취 같은 불쾌한 감각·경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것 등이다.

또한 우리는 도시 안에서 걷거나, 서서 거리를 바라보거나, 앉아 있거나, 듣고 말한다. 놀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햇볕을 즐기기도 한다. 그중 ‘걷기’ 하나만 해도 길의 크기, 걷는 거리, 도로의 소재와 높낮이 변화 같은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코펜하겐 시내 벤치들을 관찰한 얀 겔은 행인들을 바라보게끔 놓인 벤치에는 행인들에 등을 돌린 벤치보다 10배 많은 사람들이 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는 길가 상점의 크기도 시민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캐나다 저술가 찰스 몽고메리는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에서 “대형 상가 근처에 사는 노인들은 작은 상점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사는 노인들보다 노화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한다. 넓은 면적을 차지한 통유리 건물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 장애물이고, 이런 지역 노인들은 외출을 줄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덴마크의 대도시들은 1980년대부터 은행들의 도심 지점 개설을 규제했다. 은행 외벽은 보안상 창문과 문이 거의 없어, 은행들이 몰린 거리는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미국 뉴욕과 캐나다 밴쿠버 등도 상점들의 도로변 면적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섬세한 고민들이 모든 공공 공간에 적용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5년까지 탄소중립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한 코펜하겐은 통근자 교통수단 분담률이 자동차 31%, 대중교통 28%, 자전거 37%이고 보행이 4%를 차지한다. 이 수준에 이르기까지 당국은 자동차 도로와 주차공간을 연 2~3%씩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자전거길과 버스전용차로를 늘렸다.

결국 도시 공간의 설계를 바꾸는 것, 공동체가 활성화되게 하는 것, 에너지와 자원을 덜 쓰는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것, 그 안에서 경제가 순환되게 하는 ‘연대 경제의 모델’을 만드는 것은 서로 이어져 있다.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의 박용남 소장은 살기 좋은 도시로 가기 위한 몇 가지 요인들을 꼽았다. 첫째는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행 조건을 개선하고, 자전거가 활성화되게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하며, 대중교통이 잘 작동해야 한다. 

둘째, 지역화폐나 협동조합 같은 연대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향신문 취재팀이 둘러본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도시 볼로냐와 트렌토, 지역은행과 대안화폐로 빈민촌을 살린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해변마을은 그런 도전을 하는 곳들이었다. 박 소장은 세 번째로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극대화하면서 도시 전반의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특별취재팀 구정은·정유진·남지원 국제부, 김보미 전국사회부, 윤승민 경제부, 김창길 사진부 기자, 오관철 베이징·손제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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