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위조 입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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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루브르 박물관 위조 입장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9. 13.

“루브르 박물관의 존재야말로 프랑스가 실천해 온 문화의 공공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산 증거”라고 프랑스의 문화정책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해 왔다. 절대왕정의 심장부였던 궁전에서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이 연간 1000만명(2010년)씩 드나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박물관으로 변모한 과정을 지켜본다면, 이 주장에 설득력이 있음을 사실로 인정하게 된다.

12세기에 요새로 지어졌던 이 건물이 16세기에 들어 증축을 거쳐 왕궁으로 기능하다가 왕실 소장 예술품 보관소로 변모하게 된 건, 1682년 루이 14세가 베르사유궁으로 이전하면서부터다. 그리고 1789년의 혁명을 주도한 국민회의가 왕실과 귀족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예술품들을 모든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혁명을 문화영역으로 연결시킬 줄 알았던 진보된 태도에 따라, 루브르는 대중 박물관으로 태어난다. 1793년 8월12일에 시작된 회화전은 루브르가 시민을 위한 박물관으로 개방되던 첫 순간이었다. 무려 2세기도 전에 이토록 눈부신 문화의 민주주의를 입증해주었던, 루브르의 아름다운 변화는 아직도 진행 중인가? 그런가.

 

루브르 박물관 (경향DB)

 

지난 수요일, 파리 검찰청은 중국에서 발행한 루브르 박물관 위조 입장권 3600장이 무더기로 벨기에 세관에 적발됐으며, 이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8월 중순부터 루브르 박물관은 몇몇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가짜 입장권을 가지고 박물관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예의주시해 오던 상황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단체로 해외여행을 오면서 얼마 안되는 박물관 입장권을 위조해서 사용하는 중국인들의 태도에 먼저 아연실색하게 되지만, 대체 그 입장료가 몇 푼이나 되길래 하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루브르 박물관의 상설 전시관 입장료는 12유로(약 1만8000원)다. 미성년자는 언제나 무료고, 매월 첫 번째 일요일은 모두에게 무료입장이 허락된다. 하지만 입장료는 프랑스의 시간당 최저임금에 비해서도 1.5배나 되는 금액이다.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영국의 국립박물관들의 입장료가 없고, 한국의 국립박물관도 무료이며, 독일 뮌헨의 박물관들이 매주 일요일 1유로에 입장하게 하는 현실에 비하면 프랑스의 국립박물관들이 책정한 입장료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이달 초 프랑스 교통부는 대중교통 이용자 중 부정, 무임 승차자로 인한 손실이 연간 4억유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철도공사(SNCF) 측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3억유로, 파리교통공사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1억유로란다. 그러면서 이들을 적발하기 위해 고용하는 검표원만 1만명이며, 이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만 1억유로가 소요된다고 했다. 급여 이외에 파리 지하철의 무시무시한 (게다가 점점 더 험악해지는) 개찰구, 검표를 위한 장비, 부정승차를 막기 위해 벌이는 캠페인, 관련 기관들의 행정 비용들을 모두 합친다면, 그 비용은 거의 4억유로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흔히 파리 사람들이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정부가 부정승차자 적발을 위해 들이는 비용은 모든 공공교통 요금이 무료가 될 때 이들이 감수해야 할 비용과 맞먹을 것”이라는 말이 먼 이야기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들게 한다.

프랑스 검찰청이 중국 어딘가에 있을 루브르 박물관의 가짜 티켓 인쇄소를 적발하면, 그럼, 이 부정 입장객들의 행렬은 멈춰질까? 오히려 더 정교한 입장권을 만들게 하는 것으로 발전하지는 않을까? 세상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는 햇볕과 폭풍의 끊임없는 내기가 벌어지는 장인 것 같다. 스테판 에셀이 말했던 것처럼 역사의 교훈을 현실정치에서 실천하는 민족이 드물다는 사실은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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