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파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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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파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6. 23.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의 악명높은 갱 조직 마피아를 파문했다고안전 위협 속에서도 마피아 본거지를 직접 찾아간 교황 소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카사노 알로니오를 방문했다이 곳은 대표적인 마피아 조직인 은드란게타의 본거지다교황은 안전 문제에 대한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아가 미사를 집전하면서 마피아를 맹비난했다교황은 마피아는 악을 숭배하는 무리이며공동선을 모욕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마피아 조직원처럼 악마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은 신과 교감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그들은 파문됐다고 선언했다.

-감옥까지 찾아가 마피아 수감자들을 만났다는데.

로마에서 남쪽으로 약 442㎞ 떨어진 카사노 알로니오에서는 지난 1월 마피아 공격으로 세 살배기 소년 니콜라 코코 캄폴롱고가 숨지면서 마파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교황은 이날 미사 전 카스트로빌라리 마을에 있는 감옥을 찾아 마피아 범죄로 수감된 약 200명의 남녀 죄수들을 만났다숨진 세 살 아이의 부모도 마피아에 연루돼 마약복용 혐의로 이 감옥에 갇혀 있었다교황은 아이 아버지를 만나서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고통 받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수감자들 상당수는 교황을 만나 눈물을 흘렸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은드란게타는 어떤 조직?

교황이 찾아간 칼라브리아주는 지중해와 맞닿아 중남미나 다른 유럽지역으로 코카인을 운송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은드란게타는 코사 노스트라카모라와 더불어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중의 하나인데 바로 이 칼라브리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은드란게타는 시칠리아 마피아보다는 국제적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마피아 중에서 가장 소탕하기 어려운 조직이라고 한다주로 가족 간의 유대 관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경찰이 침투하기 어렵다고도 한다마약밀매 등 조직범죄를 통해 은드란게타가 한 해 거두는 수입은 약 750억달러로 이탈리아 전체 국민총생산(GDP)의 3.5%에 달한다.

-교황의 파문이 마피아를 척결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최소한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부에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효과는 있을 것같다교황은 조직 범죄자를 가톨릭교회 내에서 자동적으로 파문하겠다고 경고했다이런 경고는 마피아와 교회의 결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적잖은 반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은드란게타는 마피아 중에서도 기독교 색채가 강하다고 한다조직 내 의식도 종교적 의례에서 따온 방식으로 하고 있고지역 가톨릭 행사에 조직원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고교황의 파문은 마피아와 사실상 공존해온 지역 주민들이 마피아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 바티칸과 마피아의 결탁관계가 계속 비판을 받아오지 않았나.

사실이다교황청의 공식 금융기관인 바티칸은행은 과거 마피아와 결탁해 검은돈을 세탁하고 비자금을 만드는 등의 행위로 지탄을 많이 받아온 게 현실이다전임 베네딕토16세 교황 시절 바티칸 돈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도 했다은드란게타라는 조직도 교회에 많은 돈을 기부하면서 성직자들의 지지를 얻고일부 성직자들은 반대급부로 마피아의 결혼식장례식세례식 등에 참석하는 식이었다고교황은 이런 문제들을 개혁하려고 하고 있다바티칸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그리고 마피아에 경고를 보내고 이전의 결탁관계를 끊은 것은 서로 이어져 있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교황이 마피아에게 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마피아들이 교황을 해칠 음모를 꾸밀지 모른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칼라브리아주 검사 니콜라 그라테리는 은드란게타가 교황의 개혁 행보를 거추장스러워하고 있다며프란치스코가 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하지만 교황은 마피아 문제가 결국 청년실업이나 빈곤문제와 이어져있는 만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칼라브리아주는 이탈리아 안에서도 가난한 지역이고 25세 이하 실업률이 무려 56%라고이번 방문은 이런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지난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난민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번 난민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던데.

교황은 세계 난민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강론을 하며 나라와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난민들은 존엄성을 지켜주는 대우를 받아야 하며 희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유럽국들에 난민을 위한 정책을 촉구했다이날 교황의 발언 중 눈에 띄는 말- “예수도 난민이었다.” 교황은 예수의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는 아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이집트로 떠난 사람들이라며 기독교인들에게 난민을 도울 것을 호소했다고 이탈리아 ANSA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은 지난해 바티칸 바깥의 첫 방문지로 난민 수용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교황이 지난해 3월 즉위 이래 바티칸 밖으로 처음 나가 찾아간 곳이 이탈리아 남단에 있는 지중해 난민 중간기착지 람페두사 섬이었다난민들이 타고온 배 조각들로 만든 람페두사의 강단에서 설교하는 교황의 모습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뒤 이탈리아 정부는 람페두사 난민수용소의 환경을 개선하고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난파해 숨지지 않도록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다하지만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고 소말리아 등지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을 실은 유럽행 수송선은 갈수록 늘고 있다올들어서만 5만명 가량이 이탈리아에 기착했다교황은 끊임없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고성탄절이나 신년 강론 때에도 난민들을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이미 77세로 연로한 교황... 교황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던데.

즉위 이래 쉴새 없이 바쁜 활동을 해왔던 교황이 당분간 수요 미사 집전을 중단하기로 했다매일 아침 바티칸 내 성당에서 하던 미사도 7월부터 9월까지 집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티칸이 며칠 전 밝혔다교황은 올들어서도 중동 순방을 비롯해 바쁜 행보를 해왔는데 2주 전 가벼운 병치레’ 때문에 이틀 간 일정을 취소했다교황이 하루 이상을 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그래서 건강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바티칸은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모두 공개하고 교황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가톨릭뉴스서비스(CNS)는 지난해 브라질에 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만 빼면 교황은 올 여름에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역대 교황은 여름 휴가 때 전용 별장인 카스텔 간돌포에 가는 게 관례였지만 교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바티칸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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