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폭격이 전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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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폭격이 전투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6. 16.

국제법의 기본 원칙은 어떤 전쟁은 정의롭고 어떤 전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쟁이려면 우선 정당한 명분을 가져야 하고, 전쟁법에 따라 전쟁이 수행돼야 한다. 전쟁법에 따른다는 것은 독가스를 쓰지 않고, 포로를 죽이거나 고문하지 않으며,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죽이지 않는 것 등이다. 과거에는 정당한 명분에 많은 것이 해당됐지만 오늘날에는 유엔 헌장에 따라 유일하게 정당한 명분은 자기방어이다. 유엔 헌장이 채택된 이래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의 전쟁을 ‘경찰 행동’이라고 부르거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군사 원칙을 들이대며 이 규칙을 우회해왔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전쟁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어떻게 해서 정의로워질 수 있는가. 전쟁 말고 국가의 폭력 사용이 정당화되는 것은 유죄를 인정받은 형사범 처벌이다. 벌금, 감금, 그리고 나라에 따라 사형도 한다. 하지만 정전론(正戰論)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군인은 형사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인이 적에게 잡히더라도 처벌받지 않고 전쟁 포로로 억류되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대개는 무고한 젊은이들인 이들을 죽이는 것이 정당화되는가?

고전적인 대답 중 하나는 전쟁이 결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결투에서는 양측이 규칙을 이해하고 합의한다. 결투를 하기로 했다면 내가 상대방을 죽이거나 상처 입힐 권리를 갖는 만큼 상대방에게도 나를 죽이거나 상처 입힐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칼이나 총알이 내 몸을 먼저 통과하더라도 나는 불평할 근거가 없다.

무인기 설명듣는 박대통령


내가 당한 것과 똑같은 것을 나 역시 상대방에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논리가 스포츠에도 적용된다. 복싱 시합에서 선수들은 링 밖에서 했다면 체포될 행동을 한다. 선수들은 링 위에서 피를 흘리기도 하고, 뇌진탕을 겪기도 하며, 뼈가 부러지는가 하면, 내상을 입기도 하고, 때론 죽기도 한다. 하지만 복싱 선수들은 형사범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선수들 각자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시합을 하기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투의 이상적인 한 형태는 두 군대가 거대한 축구장 같은 곳에 집결해 마주 보고 결투를 하는 것이다. 그런 전투에서는 군인들 말고는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 고대에는 이런 유형에 꼭 들어맞는 전투가 있었다. 하지만 장거리포, 비행기, 로켓 등이 발명된 이후에 벌어지는 지상전은 이런 유형이 거의 없다. 20, 21세기의 전쟁에서는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죽는다.

이 모두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간 전쟁은 몇 가지 이상한 방향으로 점점 더 결투 형태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결투에서 양측은 목숨을 건다. 기량과 운이 있다면 상대방을 죽이거나 부상을 입히고도 자신은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을 수 있다. 즉 ‘싸울 기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게릴라 조직은 자살폭탄이라는 전술을 쓴다. 생존의 모든 희망을 포기함으로써 그 공격자는 자신의 폭격 임무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 윤리적으로 보면 이는 매우 혼란스럽다. 한편으로는 희생자들 대부분이 비전투원이기 때문에 이 행동은 전쟁범죄가 된다. 다른 측면에서는 그 공격자는 범행과 동시에 사형을 당한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영웅적 행동의 보상을 하늘에서 받는다고 믿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대개 완전히 속아 넘어가지 않았나 두렵다.

결투 형태에서 벗어난 또 다른 공격은 무인기의 사용이다. 자살공격자가 자신의 목숨을 완전히 내던지는 경우라면 무인기 조종사는 생명의 위험을 전혀 무릅쓰지 않는다. 무인기 조종사는 미국 모처의 기지에 앉아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예멘 또는 이라크 상공에 로봇 비행기를 띄워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암살한다. 그러다 보면 그 주변에 있는 누구라도 죽을 수 있다. 무인기의 로켓포에 죽은 희생자들은 조종사에게 해를 입힐, 즉 ‘싸울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한다. 물론 그들이 무인기를 격추시킬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

미군이 무인기 조종사들에게 훈장을 줬을 때 과거 전쟁에 참전한 퇴역군인들이 분노해 집회를 벌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어떻게 위험을 전혀 무릅쓰지 않은 사람에게 영웅적 행동을 했다고 치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오키나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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