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믿을 만한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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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믿을 만한 동맹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7. 21.

경향신문의 이 칼럼 담당자가 일본 방위상 오노데라 이쓰노리가 7월11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 원고를 내게 보내줬다. CSIS는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다. 거기 모이는 사람들을 ‘워싱턴 외교정책 커뮤니티’라고 부를 수 있다. 그 행사는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리더십의 권력관계를 드러내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원고를 읽은 뒤 나는 CSIS 홈페이지를 검색해 그 행사 동영상을 발견했다. 여기서 텍스트에 담겨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회의를 주재한 사람은 CSIS의 소장 존 J 햄리였다. 그는 연설자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설명한 뒤 메모를 흘깃 보더니 잠시 머뭇거렸다. “오도네라, 아니 오노데라군.” 그러고는 자신이 그를 몇번 만난 적이 있다며 마치 대학 총장이 모범 학생을 칭찬하듯 말했다. “이 장관은 조용하게 확신을 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령 독일 국방장관을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햄리는 “우리가 이런 성격과 배경(워싱턴의 대학에서 연수했다), 일본 방위상의 경험을 가진 사람을 갖게 된 것은 매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 자리의 어느 누구도, 심지어 오노데라조차도, 그런 의미부여를 부정하지 않았다. 워싱턴 외교정책 커뮤니티에서 일본 방위상은 “우리가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상식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아시아·태평양의 바람직한 미래는 미국의 (군사력 사용) 약속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을 전적으로 환영하고 지지한다”, “일본은 (미국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 “일본은 계속해서 미국과 손잡고 길을 걸어가겠다”, “나는 그런 노력이 미국과의 관계를 급격히 향상시켜줄 것으로 확신한다”(일본은 신실하고 하나뿐인 아내로서 남편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것인가?) 같은 언사가 넘쳐났다.

오노데라는 최근 두 커플 사이에 승강이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는 미국 의원들을 비롯한 워싱턴 외교정책 커뮤니티 사람들의 많은 방문을 받았고, 이들은 아베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던 것 같다. “전직 국무장관은 내게 매우 어려운 질문을 던졌고, 나는 논문을 방어하는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말한 뒤 그는 나를 스탠퍼드 강연에 초청했다.”(그에게 구두시험 통과 학점을 준 전직 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였던 모양이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악수하는 미·일 국방장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이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 국방부에서 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_ 뉴시스


현실에서의 정책에 관해 오노데라는 재미있는 말을 했다. 그는 일본의 아·태 전략은 “강압적 행동에 의한 현상(現狀) 변경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여덟번 했다. 그것은 지금 아·태지역의 현상이 강압적 행동 위협으로 만들어져 유지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정책을 펴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미국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으로 남아있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외교정책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나아가 이란, 북한 등의 레짐체인지라는) 강압적 행동에 의한 현상 변경 전략이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이 ‘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라는 정책을 정말 진지하게 편다면 미국 외교정책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노데라가 쓴 두가지 표현은 설명을 요한다. 하나는 “자위(自衛)”이다. 그는 “오늘날 어떤 위협도, 그것이 세계 어디서 생기든지, 일본 안보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논리라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전쟁도 자위로 정당화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최소한 필요한 정도의 무력 사용”이다. “최소한”은 작은 것처럼 들리지만 전쟁에서 “최소한 필요한 무력”은 이기는 데 필요한 무력이다. 어느 나라와 싸우느냐에 따라 “최소한”은 얼마든지 아주 커질 수 있다. 오노데라는 일본 헌법이 “최소한의” 무력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의 의견이다. 하지만 사실은, 헌법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 9조는 정부의 교전권을 부인한다. 하지만 그런 말은 이날 토론에서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오키나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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