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 넘는 밀입국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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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경 넘는 밀입국 청소년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7. 7.

-요즘 미국이 중남미에서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는 청소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로 인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소도시 무리에타 주민들은 지난 1일 중남미 국가에서 온 밀입국 청소년 140여명을 태운 연방 국경순찰대 버스를 온 몸으로 가로막았다. 연방 국경순찰대가 텍사스주에서 붙잡은 밀입국 청소년들을 무리에타에 있는 수용소로 이송하려던 참이었다. 텍사스 수용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불법 밀입국자에게 우리 세금을 쓸 수 없다”고 소리쳤다. 머릿니와 옴에 감염된 밀입국 아동들이 지역 사회에 질병과 범죄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결국 버스는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쪽에선 살 길을 찾아 국경 넘어온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맞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밀입국 청소년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이슈가 된 모양인데, 불법 월경하는 중남미 청소년들이 많은가.


최근 9개월 동안 미국으로 ‘나홀로’ 밀입국을 시도한 17세 이하의 중남미 청소년들의 숫자는 전년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만2000여명에 달한다. 연말까지 최소 9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먹고 살 기회가 좀 더 열려 있는 미국을 향해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이주민의 행렬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이 목숨을 걸고 넘어오고 있다. “밀입국하다 적발되더라도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는 미국 정부가 추방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더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밀입국한 아이들은 붙잡히면 보호소로 넘겨지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친척에게 인계된다.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추방 재판 기간 동안 학교에 다닐 수도 있다. 돈을 받고 밀입국을 알선해 주는 브로커 조직은 이같은 사실을 부풀려 지원자를 모집한다.


-주로 어디에서 오는 아이들인가.


주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오는 아이들이다. 이런 밀입국 청소년들은 목숨을 걸고 홀로 수 천㎞를 여행한다. 이 과정에서 지쳐 숨지거나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사연들이 넘쳐난다. 지난달 15일에는 과테말라에서 온 15살 소년 힐베르토 라모스가 미 텍사스주 국경 부근의 사막지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국경 검문소를 불과 1.6㎞를 앞두고 열사병으로 쓰러진 것이다. 라모스의 아버지는 “가족들이 말렸지만 간질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치료비를 보태겠다며 떠났다”고 말했다.


-특히 그 나라들의 위험한 현실도 아이들이 목숨 걸고 떠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던데.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이유는 라모스처럼 가족의 생계를 도우려는 경제적 이유 뿐 아니라 중남미 국가들의 불안한 치안 때문이다. 중남미 국가의 갱 집단은 사회 전체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두라스의 살인 사건 피해자는 인구 10만명 당 90명으로 세계 1위이다. 중남미의 갱 집단은 아동을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아 조직으로 끌어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아동들은 단순히 경제적 불법 이민자가 아니라 분쟁을 피해 도망쳐온 난민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미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중남미 청소년의 밀입국 실태에 대해 “급박한 인도주의적 상황”이라며 이들을 위한 수용시설과 의료서비스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밀입국을 막기 위해 100만달러(약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미 지역에서 “미국은 불법 입국자의 체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오바마 정부의 느슨한 이민 정책이 이같은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난하며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중남미 밀입국 청소년 문제는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되어가고 있다.


-이민개혁 문제는 오바마 정부와 공화당 사이에서 끝없는 이슈였다.


최근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 문제로 벼랑끝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가 거의 마비됐을 정도다. 며칠 전에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오바마가 의회의 입법 절차를 피해 행정명령을 이용해서 주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제소하겠다고 공격한 바 있다. 오바마는 하원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고 행정명령을 많이 내려보낸 게 사실이다. 의회 입법 절차를 피해 그렇게 추진하려고 하는 사안 중 대표적인 게 이민개혁 문제다. 오바마는 공화당이 소송을 걸든 말든, 이번 주 안에 이민개혁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할 뜻을 밝혔다.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내용은 뭔가.


오바마가 의보개혁과 함께 중점과제로 추진 중인 이민개혁은 지난해 초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통과됐는데 하원에서 공화당 보수파들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바마는 의회 논의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당장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아직 공개적으로 행정명령의 내용이 뭐가 될지 밝히진 않았지만, 예산을 더 배정해 국경 수용소에서 난민심사를 더 빨리 하는 것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중남미에서 온 이주자들의 대기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


-하지만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은 부분적인 해법일 뿐이고. 결국 이주자의 신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관건 아닌가.


가장 큰 문제는 11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미등록 이주자들의 사면 여부다. 우리는 불법이주, 불법이주자라는 말을 쓰지만 미국에서는 사실 사람의 존재에다가 불법을 갖다붙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 해서 요새 주로 미등록 이주라는 말을 쓰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대상은 평균 10년 이상 미국에 체류하다 비자 기한이 지나 미등록 지위가 된 이주자들이다. 한국계 이민 2세들, 미등록 이주자 부모에게서 태어나 역시 미등록 신분이 된 젊은이들 중에서도 미등록 이주자를 미국 국민으로 인정해달라는 운동을 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지난해 오바마가 백악관에 그런 젊은이들을 불러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미등록 이주자 중에는 이렇게 한인 등 아·태계도 많으나 대부분은 중남미 출신이다.


-개혁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이민자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기회를 주고 활용하겠다는 게 오바마의 생각이고. 반면 공화당은 이주자들을 받아들이면 일자리를 빼앗기고 사회복지 비용이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건데. 여·야 타협에 의한 이민개혁은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우선 국경에서 벌어지는 비인도적인 위기상황이라도 좀 줄여야 한다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민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나 사실 받아들여야 할 부분. 우리도 앞으로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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