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정책 전환기…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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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영환의 워싱턴 리포트

미 대북정책 전환기…한국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1. 2.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한 핵 문제는 대선후보 TV토론의 질문으로 등장할 정도로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꽤 중요한 이슈로 다뤄졌다.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만큼 대선을 앞둔 워싱턴 조야에서도 다양한 대북정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전환기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이 차기 정부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한쪽 극단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등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꿈틀거린다. 지난 9월16일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접근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힐러리 클린턴 집권 시 국방장관으로 유력 거론되는 미셸 플루노이도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한다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는 방안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대쪽에서는 대화론이 제기된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인 하먼 소장은 지난달 2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을 목표로 미국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북한은 2020년까지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며 북·미 간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선제타격’ 대 ‘북·미대화’로 방향은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이들 제안의 공통점은 대북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만간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이자, 대북 제재와 중국 역할론에 기댄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는 북한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성찰의 결과다. 오바마 정부 8년간 북한은 4번의 핵실험을 하며 핵능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미국 외교협회(CFR)가 지난 9월 발표한 정책보고서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 도발의 위험한 악순환을 제지하지도, 동북아 안정을 확보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초점은 미국의 확장억제력 구체화에 맞춰졌다. 미국의 방위 공약으로 한국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대북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서 전환기에 대한 긴박감은 찾아볼 수 없다. 외교부는 대북 대화론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선제타격론은 원론적 차원의 전략적 발언일 뿐이란 태도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기존 정책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관성에만 매달리고 있다. 오소리 굴 앞에서 연기만 피우며 오소리가 못 참고 뛰쳐나오기를 기다리는 식의 구태의연한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말처럼 정말 머리에 핵을 이고 살 수 없다면 좀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제재 수위는 높이면서 대화 창구도 열어가는 복합적인 접근은 왜 안되는가. 언제까지 중국에만 기댈 것인가. 제재 효과가 없는 것은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라며 중국 역할론만 외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일 뿐이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금 교차로에 서 있다. 물론 정권이 바뀐다고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순간에 90도로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항공모함은 방향을 한번에 틀 수 없다. 서서히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진로를 바꾼다.

 

미국이 대화 기조를 선택하고 압박만 강조하던 한국 정부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구도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최악은 미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포기하는 경우다. 한번 방향을 튼 항공모함은 되돌리기 어렵다. 미국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자리 잡는 과정을 정밀하게 살피고 그 방향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맞춰질 수 있도록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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