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의 불법성과 근거없는 낙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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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법률의 불법성과 근거없는 낙관주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5. 26.

5월21일은 일본 판결 역사에서 중요한 날이었다. 22일자 신문들이 보도했듯이 둘이 서로 무관하지만 비슷하게 획기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구체적 내용에서는 무관하지만 아베 정부에 매우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는 관련돼 있다는 의미다.

일 본 같은 나라에서 판사들이 법률이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거나 정부 정책이 인권을 침해했으므로 중단돼야 한다고 판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헌법은 판사들에게 그런 판결을 할 권한을 주지만 그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판사들은 자신을 독립적 사법부의 일원으로 여기지 않고 정부 공무원으로서 비판자로부터 정부를 보호하는 게 자기 일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은 달랐다.

이곳 오키나와에서는 군기지가 큰 이슈여서인지 신문들은 요코하마 지방법원이 항공자위대의 도쿄 인근 아츠기 공군기지 항공기들에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 이·착륙을 금지하는 판결을 한 소식을 머리기사로 전했다. 법원은 정부가 7000명의 원고들에게 소음 공해에 대한 배상으로 70억엔(약 702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소음이 원고들의 잠을 방해하고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과거에도 재판부가 금전 형태로 배상을 명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판사가 정부에 야간 비행을 금지하도록 대담하게 명령한 첫 사례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는 두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하나는 “방위상이 허용한 때를 제외하고”라는 단서조항이다. 또 하나는, 더 심각한 것인데, 아츠기 기지를 이용하는 항공기의 대부분은 미군 항공기인데, 그들에게는 이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판사의 논리는 일본이 미국에 아츠기 기지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정부 간 협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일본 법률로도 미국에 그 사용을 제한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자들께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나는 그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설명할 능력이 안된다. 아마도 판사가 하려는 말은 일·미 안보조약은 미국으로 하여금 단지 일본에 기지를 둘 수 있게 허가했을 뿐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문제에서는 어떤 조항도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은 미국의 기지 사용 권리가 점령기 때인 1945년 상태로 남아있다는 의미인가?

F22랩터 전투기 4대가 미 공군기지 상공에서 비행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Ap연합)


원고들은 판결의 이러한 부분에 대해 항소해 미군기도 야간비행 금지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예정이다. 나는 그들이 이길 확률이 높다고 본다. 이번 판결로 만들어진 상황은 법원이 미군기의 아츠기 기지 야간 이·착륙도 불법이고 지역민의 건강에 해롭다고 판단했지만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정도로 요약된다. 그것은 방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두 번째 판결은 후쿠이 지방법원이 간사이 전력회사에 후쿠이현에 있는 오이 원전의 재가동을 금지한 것이다. 내가 예전 칼럼에 썼듯이 일본인들이 오키나와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능한 한 많은 미군기지를 지으려는 욕망과 일본 도시민들이 원전을 먼 시골에 지으려는 욕망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을 도쿄전력이 소유하고 있고 도쿄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오이 원전도 간사이 전력회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생산된 전기는 후쿠이가 아니라 간사이로 보내진다.

오이 원전은 2012년 8월 재가동했으나 2013년 9월 ‘정기’ 안전 점검을 위해 가동 중단됐다. 소송은 이 원전이 계속 가동 중단된 채로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려고 제기됐다. 판사의 언어는 매우 강하다. 전력회사 측은 있을지도 모를 자연재해에 충분할 정도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판사는 “미래에 대해 근거없이 낙관적인 견해를 가정한 근거 박약한 조치”라고 표현했다. 이런 말은 전 세계 원전에 다 해당될 수 있겠지만 특히 지진에 취약한 일본의 모든 원전에 해당된다. 간사이전력 홍보실 측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후쿠이에는 1927년 이후 큰 지진이 없지 않았느냐.” 그게 바로 “근거없는 낙관주의”란 거다.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오키나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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