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다 좋은 해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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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영환의 워싱턴 리포트

북핵, 다 좋은 해법은 없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3. 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엉망진창’을 물려받았다고 변명한다. 트럼프의 이 말이 유일하게 사실로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아마 북핵 문제일 듯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정권을 거치면서 점점 향상됐다. 미국인들에게 북핵은 이제 ‘임박한 위협’이 됐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 찾기는 절박한 과제다.

 

지도자가 어떤 정책을 선택할 때 좋은 대안들 중에서 최선을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현실 국제정치에서 외교 정책은 최악의 선택을 피하면서 가장 덜 나쁜 대안을 고르는 과정일 때가 많다. 북핵 해법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모든 선택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하지만 지금과 다른 북핵 해법을 나눠보면 세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간다. 폭격, 인정 그리고 협상이다. 최근 미국에서 현상유지를 타파하겠다며 유행처럼 거론되는 해법이 선제타격 같은 군사적 해법이다. 방사능 오염 위험이나 작전이 성공할 희박한 확률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화약고인 한반도에서 수백만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최악 중 최악의 선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연설하고 있다. 내쉬빌|AP연합뉴스

 

군사적 해법은 한국 입장에서는 마치 솔로몬 왕의 시험과 같다.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자식이라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공평하게 나눠가지라고 판결할 때 진짜 엄마라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저 여인에게 주라”며 스스로 포기할 것이다. 선제타격론은 아직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협박용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미국 정치인, 전문가들이 군사적 선택을 쉽게 입에 올리는 이유는 한국의 희생보다는 미국의 안전이 우선이란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윤병세 외교장관이 군사적 억지가 북핵을 저지할 외교적 노력의 기둥이라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군사적 해법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어느 나라 장관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새로운 접근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다는 것으로 선택 불가능하다. 국내는 물론 일본 등 주변국들의 핵무장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해법은 중국 역할론에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할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상이다. 중국 역할론은 사실 새로운 해법이 아니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핵포기를 전제하지 않는 대화는 거부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가장 많은 핵·미사일 실험으로 화답한 지난 8년이 증명하듯이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 중국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감수할 정도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는 북한 정권이 곧 무너질 테니 물 샐 틈 없는 제재로 이를 재촉하며 기다리자는 정책만큼 나쁜 선택이다.

 

결국 남는 새 접근법은 협상이다. 협상은 나쁜 선택이다. 합의를 밥 먹듯 뒤집은 북한에 또 기회를 주는 것은 잘못이다. 어쩌면 북한은 대화하면서 뒤에서 딴짓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반도에 재앙을 가져올 군사작전을 협박하거나,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덜 나쁘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 그렇다. 제대로 된 협상 단계로 가기 위한 조건 없는 대화를 우선 시작해야 한다. 눈감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정신 나간 북한을 일단 멈춰 세워야 한다.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위해서다. 외교적 해법 찾기의 정도는 협상이고 그 과정은 지루하고 짜증날 수밖에 없다. 틸러슨의 말처럼 전략적 인내는 이제 끝내야 한다. 동시에 북핵 문제에서 한국과 미국이 완승할 수 있는 해법은 없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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