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정의를 훼손한 트럼프의 부자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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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경제 정의를 훼손한 트럼프의 부자 감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12. 22.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이 20일(현지시간) 상·하원을 통과했다.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약 1623조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슈퍼 감세안’이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31년 만에 최대 규모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39.6%에서 37%로 낮추는 게 감세안의 핵심이다. 내년부터 감세가 시행되면 혜택은 대기업과 부유층에 돌아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대기업들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10년간 1조달러의 세금을 덜 내게 됐다. 연소득 73만3000달러가 넘는 부유층은 연평균 5만달러가량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게다가 개인 상속세 면제 기준이 560만달러에서 1120만달러로 올라가면서 부유층은 상속세 부담도 덜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개편안이 통과되자 “중산층에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감세안이 시행되면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5890억달러에서 내년부터는 9000억달러 안팎으로 늘어난다. 세수 증가는 40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재정이 적자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감세안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 미국 상위 1% 소득 계층의 몫은 전체의 22%에 그쳤으나 2014년에는 39%로 급증했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대기업과 부유층에 유리한 세금제도를 운영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정의를 훼손하는 부자 감세안을 통과시키며 소득불평등을 심화하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재계와 보수진영은 미국 감세안 통과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은 글로벌 감세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과세표준 대비 실제 세부담액 비율)을 따져보면 적절치 않은 공세다. 미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3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21.8%)를 웃돌지만 한국은 18%에 불과하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내년부터 미국과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역전돼 국내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원내대표는 감세안이 통과되자 “중산층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뻔뻔한 도둑질”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뻔뻔한 도둑질’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소득불평등 해소에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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