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사훈련 중단은 비핵화 촉진 위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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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군사훈련 중단은 비핵화 촉진 위한 결단이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6. 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과 선의의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훈련을 중단할 경우 한·미동맹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북한이 도발로 간주하는 연합훈련 중단이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에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까지 우려를 표명하는 등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연합훈련 중단 비판론은 비핵화 협상은 물론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소모적이다.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기에 진화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점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가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협상 상대를 자극하는 군사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상식이다. 북한이 6개월째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있는 데 대한 상응조치로도 필요하다. 북한은 이외에도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와 억류 미국 시민 3명 석방 등 여러 차례 ‘선의’를 표시했지만 미국은 한 번도 상응조치를 하지 않았다.

 

훈련 중단 선례도 적지 않다. 한·미가 1993년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한 뒤 남북대화 봇물이 터졌고, 지난 3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훈련을 연기한다고 해서 안보에 구멍이 뚫리거나 군 전력이 약화됐다는 근거는 없었다. 오히려 남북대화와 교류가 활성화되는 등 안보가 강화되는 효과를 거뒀다. 사실 한·미 연합훈련이 연중 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 중단으로 인한 전력 약화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번에 연합훈련을 중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 안보나 전력 약화가 의심된다면 훈련을 중단하지 않는 방안도 가능하다. 일시 유예하거나 축소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훈련은 진행하되 전략자산을 동원하지 않는 방안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공격이 전제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금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훈련 중단 방법이 아니라 비핵화를 향한 의지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군사적 신뢰구축이 필수적이다. 북·미 간 군사적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북한이 체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비핵화를 위한 과정에 적극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도 과도적 안보 제공으로 핵폐기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므로 훈련 중단은 종전선언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방안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14일 비핵화 목표 시한을 2년으로 잡은 것에 대해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군사적 신뢰가 있다면 이 역시 못할 것 없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남북 및 북·미 대결의 원인이지만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은 전쟁 억제와 대비태세 강화를 위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정권 안전과 체제 유지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상대의 군사적 행동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하면서 군사적 긴장과 갈등 수위를 고조시켜온 것이다. 어느 한쪽이 도발적 행동을 멈추지 않는 한 이같이 위험한 질주를 막을 수 없다. 북한의 도발적 군사 행태뿐 아니라 핵 및 미사일 개발도 이런 모순적 구조의 산물로 볼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왜 군사훈련 문제가 첫 단추가 되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평화라는 점이다. 비핵화는 평화 정착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역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다.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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