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깡패 두목 같은 유엔 연설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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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깡패 두목 같은 유엔 연설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트럼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9. 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섬뜩한 경고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는 그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비하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자살 임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연설 내용만 봐서는 세계 지도자가 아니라 깡패 두목을 방불케 한다. 북핵 문제가 중요하다지만 어떻게 2500만명의 생명과 삶을 파괴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본부 _ AP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지도자들과 언론이 일제히 비판과 우려의 반응을 내놓았다. 당연한 일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키는 트럼프의 도발적 언어에 동조할 사람은 없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화염과 분노”처럼 트위터를 통해 위협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전에 준비했고, 유엔 190여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들 앞에서 한 공식 연설이며 유엔 데뷔 무대였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가 걸린 문제를 놓고 마치 누가 더 거칠고 위협적인지 김정은과 경쟁하는 듯한 트럼프의 경망스러운 행태는 특히 한국인의 걱정을 자아낸다.

 

극한적 용어와 초강경 태도는 트럼프식 과장법일 수도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쟁 말고 선택지가 없겠지만, 실제 그런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의 연설 어디에서도 세계가 직면한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진지한 대안과 숙고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책 없이 막말을 쏟아내고 돌아설 뿐이다. 국제사회를 이끌 책임을 진 지도자의 자세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유엔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유엔에서 평화 회복을 호소하며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세계 각국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인 자리를 전쟁 위협 무대로 활용함으로써 유엔을 모욕했다.

 

세계의 지도자라면 북핵 해결 전략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결속과 동참을 호소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미국은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하는 대신 마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눈앞에 둔 지도자처럼 극단적인 적대감만 표출했다. 미국 내에서 그가 유엔 연설을 자극적이고 강경한 수사를 통해 국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북핵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협박만 일삼는 트럼프에게 세계의 지도자라는 호칭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이 남긴 것은 김정은 못지않게 세계 평화에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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