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중의 ‘무역전쟁 휴전’,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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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미·중의 ‘무역전쟁 휴전’,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담판을 통해 추가관세 부과를 중단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날 “향후 90일 동안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물품에 추가로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월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의 갈림길에서 양국은 ‘휴전’을 선택한 것이다.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역이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원만히 타결되기를 바란다.

 

그간 미·중 간 무역전쟁이 세계적인 관세전쟁과 중국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런데도 극단 직전의 상황까지 온 데는 양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보호무역주의로 나선 미국도 문제지만 지식재산권 침해, 불공정거래 등 중국의 책임도 컸다. 하지만 무역전쟁은 모두에게 피해를 남길 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내년 세계경제의 악화를 전망하면서 주요한 이유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지적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내년 미국과 중국의 실질 GDP는 통상갈등이 없을 때보다 각각 0.9%, 1.6%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하는 모습 . 연합뉴스

 

더구나 한국 경제는 ‘고래싸움에 터지는’ 새우등 처지다. 수출주도형인 한국은 빅2 국가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한국 수출의 24.8%를 차지하며, 미국도 12.0%에 이른다. 한국의 GDP 대비 양국 무역의존도는 68.8%에 달한다. 그래서 미·중 무역전쟁의 큰 위협에 노출된 국가로 말레이시아·대만·싱가포르와 함께 한국이 지목된다. 무역분쟁의 타결이 절실한 이유다.

 

미·중 간 합의로 협상의 물꼬를 트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90일간의 ‘시한부 휴전’이다. 미국은 “협상을 하겠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제재가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무역전쟁이 끝난 것처럼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미·중 간 산업과 무역을 둘러싼 패권경쟁이라는 본질적 구도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역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무역환경이 악화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구조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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