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중 무역 보복전은 함께 망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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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미·중 무역 보복전은 함께 망하는 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6. 18.

세계 경제의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보복전으로 치닫고 있다.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 등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데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 치고받는 무역전쟁을 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다음달 6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 3750억달러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세 부과 대상은 1102개 품목이다. 중국이 이른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항공우주·정보통신·산업로봇·신소재·무인자동차 등 첨단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글로벌 기술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기술 굴기(堀起)’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중국도 즉각 보복관세 조치를 취하면서 반격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6일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659개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농산품·자동차·수산물 등을 포함한 340억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선 다음달 6일부터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똑같은 규모의 보복관세 조치로 맞대응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어기는 미국에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면서 통상장벽이 높아지면, 교역을 위축시켜 세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넘게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15일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구리·알루미늄·백금 등 산업용 금속의 선물거래 가격이 2% 넘게 하락하고,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도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는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고, 모두 패자로 남게 될 것”이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의 80%는 중간재다. 중국은 한국산 부품으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이 적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25% 고율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어들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연간 30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치밀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양자·다자간 통상외교도 강화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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